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이름없어용 2020/02/29 10:01:09 ID : o3Wqo0rbDun
유난히 더웠던 그 날, 갈색머리 남자애를 보았다
이름없음 2020/02/29 10:26:10 ID : pe3TTTQnBht
머리색처럼 눈동자 색도 갈색이었다. 맑고 투명하면서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머리색보단 약간 더 밝은 듯한 연갈색 눈동자와 마주쳤을때 귓가에 울리던 시끄러운 매미 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멍했다. 첫눈에 반한다는게 뭔지 몰랐었던 그동안의 내가 무색할만큼 처음 본 그 아이에게 빠졌고 난 깨닫게 되었다. 첫사랑이었다.
이름없음 2020/02/29 10:28:11 ID : TQlfXAkq0nv
아니야 혹시..부정맥?
이름없음 2020/03/01 02:41:28 ID : 6589AjfTPeE
하지만 장난처럼 떠올랐던 부정맥과는 달리 설렘이 동반되는 떨림이었다. 첫 사랑인만큼 나는 이 감정이 소중했고 사랑스러웠다.
이름없음 2020/03/01 05:37:28 ID : imNxXAkq1xw
열심히 상상해서 그려봄 ㅇㅇ
이름없음 2020/03/01 05:41:15 ID : ljBs5XAnVbw
매일, 조금씩 그 아이를 쳐다보는게 일상이 되었다
이름없음 2020/03/01 10:34:27 ID : ljzglzRvhcM
그 아이가 늘 앉는 자리가 잘 보이는 곳에 앉기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고, 창가의 그 아이만의 자리가 채워질때까지 몇번이고 흘끔거렸다. 그 아이가 오면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할 게 분명하면서, 나는 늘 그아이를 기다렸다. 오늘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그 아이를 뒤에서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아이가 일어서더니 나에게로 걸어왔다.
이름없음 2020/03/06 03:41:39 ID : 9upO3woLcMo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자꾸 꼬라봐?" 난 그저 독서실의 먼지를 삼킨듯 놀라 콜록거렸다. 내가 보고 있단 걸 알고있단 것에 한번. 말이 보기보다 험하다는 것에 두번.
이름없음 2020/03/06 05:12:05 ID : mIGk8pdTV9j
당황할 틈도 없이 그 아이는 다시 말을 꺼냈다 “나와” 나오라는 말을 하며 문 쪽으로 향하는 그 아이의 말에 뭔가에 홀린 듯 그 뒤를 따라나갔다.
이름없음 2020/03/07 01:04:29 ID : ljzeY5PdDy2
그 애가 부스스한 갈색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눈을 맞춰 왔다. 나른히 내려다보는 눈길에 뺨이 뜨겁게 달았다.
이름없음 2020/03/07 02:24:01 ID : NyZdCpfcIK1
"혹시 내가 읽고 있는거 보고 싶어서 그러냐?" 책? 그가 손에 들고 있는건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 길다.. 저런 어려워 보이는 책을 읽고 있는 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나는 속마음을 감출 수 있는 기회에 감사하며 떨떠름하게 말했다 "어..맞아..나도 라블레씨를 좋아해서" 사실 너를 좋아하는 거지만 씨익 그가 웃는다. 웃는 그의 모습을 보니 좋다. 좋다. "오~역시! 그럼 가르강튀아 읽어봤겠네?" 라블레씨 감사합니다. 당신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제 앞에 있는 사람과 저를 연결해주고 있군요. 나는 오랜만에 본 사람을 반가워하듯이 웃으며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고 말했다. "어! 그게 내가 처음 본 라블레씨 작품이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니까" 모르는 말이 마구 나오지만 적당히 받아치면 될거 같다. 더 어려운 말이 나오기 전에 주제를 바꾸자. 가르강튀아.. 읽어둬야겠네..
이름없음 2020/03/07 16:29:09 ID : gmL89wGsi67
집에 와서 똥을 쌌더니 똥색이 그 남자아이의 머리색 같다.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
이름없음 2020/03/07 17:20:45 ID : ljzglzRvhcM
다음날, 다시 도서관을 갔는데 그 아이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왜 안오는 거지.. 걱정하던 내 뒤에서 누군가 툭툭 쳤다.
이름없음 2020/03/07 18:53:20 ID : ffeZjwHDxV9
그 아이의 가발이었다. 붉은기 도는 갈색 곱슬 세팅, 한올한올 플라스틱으로 정성들여 뽑아낸 장인 기계의 머리털. 오래 사용된 듯 조금 부스스하게 들뜬 모습까지. 나는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 중 가닥 한 뭉치가 태양빛을 받아 내 등 뒤에서 맨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이름없음 2020/03/10 13:49:40 ID : Gq5aoHDtfRx
그 때, 어떤 남자아이가 허겁지겁 달려왔다. 그리고 숨을 들이키며 나에게 말했다. "하.. 미안해. 이것 좀." 나는 처음 보는 아이인 줄만 알았다. 대머리였으니까. 하지만 가까이서 보니 확 하고 느낌이 왔다. 그는 내 첫사랑, 이름도 모르는 갈색 머리 남자아이였다. 사실 그는 소아암 투병으로 머리카락이 없어 가발을 쓰고 다녔던 것이다.
이름없음 2020/03/10 18:12:03 ID : yKY6581eIIM
나는 그의 대머리까지도 사랑하고싶어졌다. 이제 호칭을 바꿔야겠다. 갈색머리 남자애가 아닌 투명한 머리칼을 지닌 남자애로. "놀랐냐?" 힐끔 , 내 눈치를 보며 말을 잇는다. 어느새 귓볼이 빨갛게 달아올라있었다.
이름없음 2020/06/10 21:24:38 ID : XxPjwGoILao
잠시 쳐다본듯한 기분 뒤에 "그럼, 간다"라며 가발을 챙긴 후 나가려는 남자아이를 붙잡았다 "저기- 괜찮다면 커피 한 잔 어때?"
이름없음 2020/06/10 21:58:10 ID : 2lfXxWqkoK7
"미안, 나 엄마가 심심하다고 해서 가볼게." 남자아이는 마마보이인걸까? "어... 그래. 잘가고 다음에 또보자." "엄마가 허락하면." 아이는 끝까지 깊은 여운을 남기는 말을 남기곤 홀연히 떠나버렸다.
이름없음 2020/07/30 22:38:09 ID : 3QtxQnA1Co6
난 남자아이가 지나간 곳을 멍 하니 바라보다 눈을 깜빡였다.

레스 작성
227레스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new 3099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시간 전
2레스소설 쓸 때 제일 먼저 구상해야 할 건 뭐야?new 15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7시간 전
22레스파워N인 스레주가 쓰는 이야기!new 12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15시간 전
410레스If you take these Piecesnew 24715 Hit
창작소설 이름 : ◆PfTQoNteNvA 17시간 전
31레스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new 515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18시간 전
907레스소설 제목 기부하는 스레new 3984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1시간 전
13레스읽는 사람들이 만드는 소설 148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7레스너무 특이한 이름 별론가 123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6레스로판에 등장인물 이름 고증 어떻게 해? 91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59레스☆☆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3344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400레스첫문장/도입부 적고가는 스레 1091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48레스마음에 드는 문장 모으는 곳 3785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0
6레스이과와 문과의 고백법 105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8
3레스웹소설에서 좋아하는 부분 각자 얘기하고 가자 239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42레스'사랑'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자! 1000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71레스패러디 소설 창작자+독자 잡담판 1759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5
5레스과거의 흑역사 쪼가리들을 읽어보는 스레 992 Hit
창작소설 이름 : 수치사하기직전 2024.04.14
3레스소설 주제 좀 추천해줄 사람..?ㅠㅠ 99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4
1레스어른이 되고 깨달은 것은 105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
3레스이런 설정 흔한가?? 120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