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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03/14 12:20:47 ID : Y8qlxB9dzWo
요즘 집밖에 못나가니 할것도 없는데 글이라도 꾸준히 써보려고 세운 스레! 이 기회에 글 연습이나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세웠어! 원하는 주제(단어나 문장식으로?) 주면 글써보려고! +) 주제 안주면 혼자 쓰겠지만... 그래도 주제 주고가....
이름없음 2020/03/14 16:09:09 ID : AmLgp89xXvu
짝사랑
이름없음 2020/03/14 20:19:58 ID : Y8qlxB9dzWo
현아, 그거 알아? 내 인생은 거의 전부가 너였어. 네 웃음, 네 목소리, 네 행동 하나하나가 나를 너무 깊게 파고들어서 나는 질식할 지경이었어. 네 앞에서 웃고, 너와 말하고, 너와 마주본 그 모든 시간을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어색하지 않을까를 고민하며 보냈어. 나에게 너는 봄날 내리는 꽃잎이었고, 여름에 하얗게 부서지는 햇빛이었고, 가을의 화려한 단풍이자 겨울의 아름다운 눈이었어. 난 매일 네게 이 말을 어떻게 전할지 고민했는데, 막상 얘기하려니 묻으려 발버둥친 시간이 너무 길어서 이제는 입이 굳어 버린 것 같아. 넌 아마 상상도 못 할 거야, 왜냐면 내가 그만큼 들키지 않으려고 기를 썼으니까. 그래도 이제는 말해도 되겠지, 너는 날 사랑하지 않으니까. 나는 이제 다시는 널 볼 수 없지만 너는 앞으로도 날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 부디 계속 그렇게 아름다워 줘. 내가 널 사랑할 수 있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웠어.
이름없음 2020/03/15 01:30:10 ID : txU1wlfSJVe
밥먹으면서 돌아가신 엄마생각하는 장면
이름없음 2020/03/15 02:00:39 ID : q47BwNtg7um
노란색
이름없음 2020/03/15 05:52:59 ID : Y8qlxB9dzWo
하얀 밥에서 따듯한 김이 오르는 것이 왠지 서러웠다. 식탁에 꺼내진 반찬통은 일회용 플라스틱이었고, 발치에 나뒹구는 배달업체 종이가 눈에 밟혔다. 옛날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지연은 그 생각이 스치자마자 치미는 구역질에 수저를 던지듯 내려놓고 식탁에서 일어났다.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아무리 해도 식탁에 앉아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항상 앉던 자리에 앉아 익숙한 식기로 밥을 먹을라치면 엄마가 떠올랐다. 이것 좀 먹어 보라며 제 밥 위에 반찬을 올려 주고, 바쁘게 오가느라 얼굴 볼 일이 드문 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묻고, 이 반찬은 어떠냐며 항상 제게 묻던 엄마의 얼굴이 아른거려서 도통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지연은 한참을 식탁 옆에 웅크려 앉아 울다가 허기에 배가 아려오자 밥그릇을 들고 내려와 다 식은 밥을 꾸역꾸역 입 안으로 밀어 넣었다. 눈물이 맺혀 흐려진 시야에 텅 빈 의자가 너무 선명하게 걸렸다.
이름없음 2020/03/15 09:44:48 ID : Y8qlxB9dzWo
한낮의 햇살이 한들거리는 꽃잎에 걸려 눈부시게 흩어졌다. 들판 가득 만발한 해바라기가 온 천지에 제 색을 뽐내고 있었다. 바람 한 가닥에 휩쓸려 샛노란 꽃줄기들이 일제히 한편으로 몸을 기울이는 것이 가히 장관이었다. 어디를 봐도 시선 끝에 노란 지평선이 걸렸다. 걸어도 걸어도 내 주위에는 태양빛에 애타하는 해바라기들이 살랑거릴 뿐이었다. 선명한 노란색의 땅이 푸르르게 맑은 하늘과 맞닿아 기이할 정도로 말끔한 선을 그려내는 곳까지 느리게 시선을 옮기자 탁 트인 창공이 나를 반겼다. 여름이었다.
이름없음 2020/03/15 13:20:13 ID : qi61zXvvjAm
외로운 밤
이름없음 2020/03/15 17:16:17 ID : Y8qlxB9dzWo
몇 번이고 발버둥쳤지만 결국 소년의 주위에 남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짙은 어둠과 무서울 정도로 깊은 적막뿐이었다. 어스름한 빛살이 홀로 앉은 소년을 무겁게 감싸안았다. 조심스레 손을 저어 보아도, 누구에게인지 모를 애원을 뱉어내며 울어도, 반쯤 자신을 향한 원망을 쏟아내도 결국은 침묵이었다. 결국 제 풀에 지친 소년은 창문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둠 속에 홀로 선명한 달이 소년을 놀리듯 하얗게 빛났다. 소년은 그 달 주위로 화려하게 흩뿌려진 별무리가 저와 너무도 대비되어 허탈한 웃음을 흘리며 달빛을 눈에 담았다.
이름없음 2020/03/15 17:18:36 ID : o582nxxzRA4
헐 레주야 나 너의 갬성 묘사 필력 너무 다 좋아.... 난 일요일 오후 3시 느낌 써줄래...?
이름없음 2020/03/15 17:57:52 ID : Y8qlxB9dzWo
나른하게 소파에 늘어져 앉은 소녀의 얼굴에 따스한 햇살이 드리웠다. 창 너머에 시선을 두어 봤자 찾을 수 있을 법한 것은 회색빛 빌딩이나 바쁘게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사람뿐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소녀는 노란 햇빛의 온기만을 즐기며 눈을 감았다. 읽다 말고 손 옆에 엎어 놓은 소설책의 책장이 소녀의 손가락을 가볍게 간질였다. 반쯤 치기로 내려 보았던 아메리카노는 소녀의 입맛에는 너무 썼지만, 눈을 감고 있자니 쌉싸름한 커피가 꽤 향기로워서 소녀는 저도 모르게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이 순간만큼은 소녀와 햇빛과 커피 향기만이 멈춘 시간 속을 여유롭게 떠돌고 있는 기분이었다. 으아 좋아해줘서 고마워!! 칭찬해주니까 막 괜히 쑥쓰럽고 그르네 (❁´▽`❁) 글...이 맘에 들지는 모르겠지만 맘에 들었으면 좋겠다!!
이름없음 2020/03/15 20:39:35 ID : wE9wHzWryZg
스레주야 너무너무 좋은데 문장이 계속 '-었다' 처럼 여러 문장의 끝이 비슷해서 조금 끊어지는 기분이 들어..! 문장 마무리를 조금 더 다양하게 시도해보는 거랑, 그리고 나도 표현을 상세하게 늘어놓는걸 좋아하는데 막상 본인은 모르지만 남들이 보기엔 자칫 '예쁜 말 다 갖다 붙일거야!' 처럼 보이는 경우가 꽤 있더라 그래서 나도 많이 고쳤거든 그런 부분 조금 주의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조심스럽게 남겨봐 기분 상하게 했다면 미안해ㅠㅠ
이름없음 2020/03/16 08:21:13 ID : Y8qlxB9dzWo
아니야!! 나도 내 글 너무 부족한 거 잘 알고 있구 그래서 연습하려고 이 스레 세운거기도 하니까!(。•́︿•̀。) 확실히 내가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면 좀 뚝뚝 끊기는 느낌이더라. 단어 늘어놓는 것도 너무 지나치면 지저분해지는 것 같고....쓰면서 점점 고쳐나가야지ㅜㅠㅠ 조언해줘서 고마워 :D
이름없음 2020/03/26 22:35:26 ID : INxO1a9BxWj
나를 좋아했던 사람이 날 떠나가고난 후 후회하면서 그 사람을 좋아하는 거 써줄 수 있어?
이름없음 2020/03/27 13:54:26 ID : Y8qlxB9dzWo
-야, 네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대답이 돌아올 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무언가 입 밖으로 뱉지 않으면 버틸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에 막무가내로 너를 향한 원망을 뱉어냈다. 아마 이건 내가 너무 이기적이어서 받는 벌이겠지. 정작 네가 주던 과분한 사랑은 매몰차게 내쳐 놓고서, 이제야 꼴사납게 네 애정의 파편을 부여잡는 내가 한심해 눈물이 났다. 손 옆에 놓인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밝은 빛이 자꾸 시야의 한구석에 걸려서 차마 눈을 돌리지도 못했다. -웃겨, 진짜. 그렇게 날 좋아한다고, 나밖에 없다고 끈질기게 매달렸으면서 어떻게 이래? 듣는 이도 없는데 내 목소리에는 아직도 자만이 깃들어 있었다. 세상 사람들이 다 나를 떠나가도 너만은 남을 거라고 여겼고, 그때는 그게 그렇게도 싫어서 널 떼어놓으려고 별 우습지도 않은 짓을 다 했는데. 아마 그때의 기억 때문에 나는 다른 사람과 행복하게 웃고 있는 네 사진을 보고도 네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믿을 수가 없는지도 모른다. 나는 일그러진 시야를 간신히 부여잡고 핸드폰 화면을 가볍게 쓸어 보았다. 꽃잎이 하얗게 들어찬 나무 앞에서, 파랗게 빛나는 호수 앞에서, 요즘 인기 있다는 음료를 앞에 두고, 그 사람과 네가 나눈 행복의 조각들이 내 마음에 온통 들어앉아 있었다. -내가 너를 좋아해. 이제 내가 너를 좋아해... 다시 한 번 너에게 닿을 일 없는, 너무 늦어버린 고백을 느리게 되씹자 씁쓸한 맛이 입 속을 맴돌았다.
이름없음 2020/04/22 16:17:13 ID : bfRDwE1cpWj
문체 내 스타일이야,,, 위 레스랑 비슷한데 자신은 관심도 없고 친구로만 생각했는데 자기 좋아해 주는 여자애한테 서서히 감정 생기는 거 써 줄 수 있어?
이름없음 2020/04/22 19:44:49 ID : 5RBdWqphulg
전생
이름없음 2020/04/23 00:59:04 ID : NtcpTXxO5Xt
내 과도한 착각일 수도 망상일 수도 있는데 뭔가 이 스레주 문체나 말투나 글에 묻어있는 전체적인 느낌이 ‘글 쓰는 키워드 좀 줄 수 있을까 ㅠ__ㅠ’ 였나 그 스레 스레주랑 너무 비슷한 것 같어.. 특히 이랑 레스.. 아니라면 진짜 미안한데 나 그 스레주 글 하루에 몇 번씩 정독할 만큼 좋아했거든 왜 이런 느낌이 드는 지 모르겠네 전혀 모르는 스레라면 정말 미안해 근데 이 스레 만들어진 시기 보니까 한창 그 스레 이 판에서 인기 끌 때 동일하게 만들어진 것 같아서 의도치 않게 그 스레에서 영향을 받은 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아니라면 진짜 미안해 스레주!! ㅠ.ㅠ
이름없음 2020/04/23 06:12:37 ID : Y8qlxB9dzWo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글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눈앞을 스쳐 가는 타인의 머리카락에서 너의 향기가 번져나오자 눈을 감았다. 환하게 웃는 네가 감은 눈 밑의 어둠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잘생겼네. 환하게 웃으며 별 잘난 것도 없는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조잘대던 너. 항상 웃기지도 않는다고 생각해왔건만, 이제는 네 목소리가 울리지 않는 나의 세상이 어떨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사랑해. 그 말 뒤로는 약속된 듯이 따라오던 내 찡그린 얼굴과 핀잔-뭐래, 좀 떨어져-이 떠올라 잠시 멈칫했지만, 너는 이다지도 무뚝뚝하고 요령 없는 내 어디에서 좋은 면을 찾아냈는지 지치지도 않고 내게 네 마음을 속삭였더랬다. 처음에는 아니었고, 언제부턴가는 아닌 척을 했는데, 이제는 그 아닌 척을 꾸며내기조차 버거워 미칠 지경이다. 나도, 네가 내 앞에 다가와 설 때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항상 반달로 휘어진 채 날 담는 너의 눈을, 달콤한 호선을 그리는 네 입술을, 항상 그 자리에서 나에게 사랑을 말하는 네 마음을- -사랑해.
이름없음 2020/04/23 06:29:27 ID : Y8qlxB9dzWo
그녀는 그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이다. 이 사람이ㅡ 그도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하얀 꽃잎이 휘날리던 그 어느 봄날과 사무치도록 꼭 닮은 모양새였다. ㅡ내가 평생을 바쳐 사랑했던 이다. 그녀의 두 번째 세상은 전부가 죽음 이전에 그렸던 삶의 흐릿한 메아리였다. 탄생부터 웃음, 걸음, 부모님과 친구, 모든 것이 기묘한 익숙함으로 다가와 그녀가 전생을 잊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가 그 생을 바쳐 사랑한 이이자 그녀의 생을 끝낸 이가 지금 그녀의 앞에 서 있었다. 그가 느리게 들어 올려 어설프게 흔드는 손이 피를 뒤집어쓴 채 그녀의 옆구리에 칼을 박아 넣던 손과 겹쳐졌다. -안녕하세요, 우리 혹시 어디서 본 적 있나요? 그렇게 물으며 크게 뜬 눈이 굵은 눈물방울을 떨구며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이던 지난 연인의 눈과 겹쳐졌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그를 선택한다면 결국 평생을 과거의 잔상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쩌면 그 끔찍한 하루가 운명처럼 다시 도래할지도 몰랐다. -그러게요, 왠지 익숙하네요. 그럼에도 나는 당신을 놓을 수 없다. 당신은 나의 이유였고, 나의 구원이었으며, 삶을 바칠 유일한 사랑이었으므로.
이름없음 2020/04/23 07:02:41 ID : Y8qlxB9dzWo
음, 이 스레 자체는 그 스레를 보고 키워드를 받아서 글을 써 보면 연습하기 좋겠다는 생각으로 세운 게 맞아! 나도 그 스레주 글의 문체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서 글도 몇 번 신청하고 관심 있게 봤었거든. 그런데 남겨준 레스를 보고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 스레에서 영향을 받았나 하고 윗 레스들이랑 그 스레를 다시 읽어봤는데, 윗 레스들은 내가 계속 써왔던 익숙한 문체가 맞고, 나는 그 스레를 보면서 한 번도 내 글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서...레더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잘 모르겠다...그래도 조심스럽게 물어봐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라는 말밖에 해줄 수가 없어서 미안해ㅠㅠ
이름없음 2020/04/24 09:16:07 ID : bfRDwE1cpWj
몽글몽글하다 너무 좋아 자주자주 찾아와도 될까?!!!
이름없음 2020/04/24 10:26:04 ID : Y8qlxB9dzWo
자주 와주면 나야 너무 좋지!! 심심할 때 와서 글 신청해 줘!!
이름없음 2020/04/24 20:36:36 ID : i9wILglwmmr
명왕성
이름없음 2020/04/26 17:51:06 ID : Y8qlxB9dzWo
134340. 글을 쓰다 말고 노트 한켠의 여백에 익숙하다 못해 이제는 기억에 새겨져 버린 숫자를 끼적였다. 보기 싫게 끝이 치켜올라간 글씨가 오늘따라 더 미워 보여 괜히 인상을 구겼다. '그거 알아? 명왕성의 달은 나랑 영어이름이 똑같아." 카론, 하며 나에게 씩 웃어 보이던 네 머리카락은 바람 때문에 마구 휘날리고 있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에게는 꼭 느리게 튼 비디오처럼 보였다. 네 볼을 스치며 살랑이던 머리카락과, 반쯤 휘어져서 호기심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망을 담고 반짝이는 눈과, 뭐 그런 것들이. 나는 아마 그때 스틱스 강을 건네 주는 배의 사공인 카론에 대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얘기를 꺼내자마자 후회했고, 보통의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죽음의 강을 건네는 늙은 사공의 이름과 같다고 말하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겠지만, 그 애는 보통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재미없는 신화를 늘어놓는 내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경청하는 자세를 유지했다. '역시 넌 신기한 얘기를 많이 알아. 넌 꼭 명왕성 같아. 잘 안 보이는 데 있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되게 멋있거든.' 너는 영원히 그 천체를 명왕성으로 기억하겠지. 그 아이가 마침내 그토록 갈망하던 별을 향해 떠나가고 난 다음 해 명왕성은 행성에서 퇴출되었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명왕성이 새로 가지게 된 이름을 되뇌이며 나를 빛나는 천체로 봐 주던 너의 반짝이는 눈을 떠올리는데. 너에게만은 내가 언제까지고 명왕성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카론.
이름없음 2020/04/26 22:15:42 ID : mk1g6jjuoFd
내가 널 좋아하는게 그렇게 싫어?
이름없음 2020/04/27 23:52:14 ID : re0nyMqry46
미래의 나에게 잔소리
이름없음 2020/05/07 19:45:31 ID : Y8qlxB9dzWo
오 세상에...2주전이네...미안해. "아, 좀 기다려 보라고." "언제까지 기다리는데." 네 얼굴에 평소와 다름없는 권태가 한가득 묻어나온다. 더위를 싫어하는 네가 지금까지 여기에 서서 나를 기다려 준 것만 해도 기뻐해야 할 일이라는 건 알지만, 역시 이제 좀 서운한 건 어쩔 수 없다. 너는 처음부터 그랬었지. 항상 너에게 웃고, 말하고, 또 웃고, 좋아한다는 마음을 온 몸으로 드러내 보이는 나에게 돌아오는 건 항상 미지근한 무관심, 또는 귀찮다는 반응뿐이었으니까. "표정 관리 좀 해라." "내가 왜?" 그래도 2년이나 지났으니 좀 다를 줄 알았어. 나한테 똑같이 웃어 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그래도 대놓고 짜증나는 티를 내지는 않을 줄 알았어. 너를 좋아한다는 말도 갈수록 좀 익숙하게 받아들여 줄 거라고 생각했어. 이기적이지만, 그랬어. "야, 나 간다. 오늘 바쁨." "알았어, 문자해." "싫어." 정말 단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고 멀어지는 네 뒤통수를 괜히 한 번 노려보고, 열심히 책을 찾던 손을 허무하게 내렸다. 2년 내내, 단 한번도 빠짐없이 너에게 묻고 싶었던 문장이 결국 네가 없는 허공에 가볍게 떠돌았다. "내가 널 좋아하는 게 그렇게 싫어?"
이름없음 2020/05/07 19:55:35 ID : Y8qlxB9dzWo
안녕, 거기 있어? 너 참 많이 컸다. 이렇게 만나니 감회가 새롭네. 농담이야, 난 널 절대 보지 못할 거니까. 그래도 너는 날 기억하겠지? 나 자신한테 말을 걸려니까 괜히 쑥쓰럽고 그렇다. 호칭도 뭐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고. 그냥 너라고 할게. 네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진 모르겠다. 난 꿈이 없으니까. 그래도 네가 뭐라도 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 내가 뭐 하나 정하는 데 오래 걸려서 그렇지, 한 번 고르면 엄청 끈질기게 파잖아. 너도 아직 그런가? 모르겠네. 뭐 거창하게 시작했는데 뭘 써야 될지 벌써 생각이 안 난다. 잔소리나 좀 해도 돼? 물론 안 된다고 하겠지만, 그냥 들어. 너 이제 성인이잖아. 술 많이 마시고, 대신 몸 상할 만큼 마시지는 말고. 담배는 절대 입에도 대지 말고. 드디어 공부 끝이랍시고 대학 학점 말아먹지 말고 적어도 출석이랑 과제는 챙기고. 친구는 많이 사귀었어? 사실 없어도 되는데, 괜찮은 사람으로 좀 사귀어. 내가 친구라고 생각했던 그런 쓰레기들 말고. 그리고 혼자 울지 좀 마. 너 친구들은 뒀다 뭐해? 전화 걸어서 나 오늘 울어야겠으니까 당장 나오라고 불러서 하소연하면서 같이 술 마셔. 또 뭐라고 말해야 되나....맞아, 혼자 땅굴 파지 말고, 누가 너한테 시비 걸면 땅에 파묻기 전까지만 탈탈 털어 주고. 새로운 거 뭐 또 하겠다고 덤볐다가 실패했다고 질질 짜지 마! 야, 니가 천재야? 처음 한 걸 니가 막 잘 하면 니가 공부하느라 보낸 12년이 낭비지. 실패하면 또 하고, 또 하고, 그러다 귀찮아지면 버리든 말든 니 알아서 해. 어른의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알다시피 난 그런 거 몰라. 난 어른이 아니거든. 모르겠다. 쓰다 보니까 내가 뭐라고 종알거려봤자 네가 듣겠냐 싶은 마음도 들고 그러네. 그냥 마지막으로 잘 지내라고 인사만 하고 그만 쓸게. 넌 다 잘 할 수 있으니까 꼭 잘 지내고, 내가 너 많이 사랑한다는 건 좀 알아둬.
이름없음 2020/05/08 17:52:14 ID : vCnO79bfWqi
헉 진짜 스레주 글 읽고 팬됬어ㅠㅠ 호옥시 첫사랑을 주제로 써줄 수 있을까???
이름없음 2020/05/10 19:25:41 ID : Y8qlxB9dzWo
첫사랑이란 단어를 들으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건, 역시나 그 봄날의 희미한 잔상. 그날은 유독 햇빛이 찬란한 날이었다. 5월의 오후 3시, 하얗게 빛나는 햇살이 그보다 더 하얀 꽃잎에 부딪혀 하릴없이 휘날리던 그날을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아마 벚꽃이 질 무렵이었겠지. 내 앞으로 걸어가는 너의 검은색 책가방 위로 부드러운 꽃잎이 눈처럼 내렸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너를 비추는 햇살 한 자락이 어린 내게는 꼭 주인공에게 내려지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처럼 보였다. 그래서 결국 내 시야에서 네가 사라져 더 이상 너의 뒷모습을 바라지 못할 때까지, 그 짧은 몇십 초의 기억이 내게는 절대 지우지 못할 첫사랑의 기억으로 남았으니, 이제 와 생각해 보면 세상이 내게 너를 영원히 각인시키기 위해 내린 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 때 너를 불렀더라면, 내가 내리는 꽃잎 사이에서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네 이름을 불렀더라면, 너와 나는 오래도록 그때 그 자리에 서서 뮤지컬의 한 장면처럼 눈빛을 주고받을 수 있었을까? 헉 팬이라니 진짜 너무 고마워!! 늦어서 미안하구 글이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이름없음 2020/06/14 06:57:44 ID : Y8qlxB9dzWo
왜, 왜. 소년이 기도하듯 두 손을 모았다. 감긴 눈 위로 날카로운 달빛이 내려앉았다. 나를 왜 이 세상에 내리셨나요, 왜 내게 이 저주받은 재능을 주었나요. 베이고 벗겨진 소년의 상처에서 피가 천천히 배어나와 흙을 적셨다. 무얼 이루시려기에 나를 이토록 괴롭히시나요. 이미 흐르고 넘쳐 말라 버린 지 오래인 소년의 눈물이 다시 밀려들어 그 기도를 채웠다. 이렇게 불행할 거라면-소년은 아주 잠깐 눈을 떠서 그를 내려다보던 달을 마주했다. -차라리 내 재능을 다시 거둬 가세요. 하얗고 깨끗한 달빛이 소년의 거짓말을 책망하듯이 부서졌다. 소년은 자신을 나락으로 밀어넣은 재능을 사랑했고, 자신이 절대 그것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울었다.
이름없음 2020/06/15 21:22:47 ID : vzRwtvCo43R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은 잇엇던 사랑이야기!
이름없음 2020/06/17 06:09:57 ID : Y8qlxB9dzWo
솔직히 말해서, 굳이 가치를 따지자면 내 사랑은 참 보잘것없었다. 목숨을 바칠 애절한 사랑도 아니고, 닿지 못해 애달파하는 마음도 아니고, 하다못해 너와의 연애를 꿈꿔 보지도 않는, 그냥 잠깐씩 피어오르는 두근거림, 딱 그 정도. 복도에서 네 옆을 스쳐 지나갈 때 한 번, 급식실에서 네가 웃는 모습을 볼 때 한 번, 하굣길에 네 뒷모습이 보인다면 그때쯤 한 번 더. 하루에 세 번 정도 설레는 그런 사랑. 너와 같은 반이 되었을 때도 그런 소소함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침에 교실 문을 열었을 때 네가 보이면 웃으며 인사하고, 가끔 쉬는시간에 네가 입은 교복을 보고 생전 처음으로 교복에 감사해하며 너와 이야기를 나누고, 정말 드물게 너와 함께 하교를 하고. 그렇게 잔잔하게 흘러가서 사랑이 아닌 줄 알았는데, 돌이켜보니 그때의 너는 이미 나를 온통 물들여 버린 첫사랑이었다.
이름없음 2020/06/17 18:36:56 ID : vzRwtvCo43R
글 진짜 잘쓴다!!!!! 헐 대박헐대박헐대바규ㅠ
이름없음 2020/06/17 19:31:15 ID : Y8qlxB9dzWo
악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워ㅠㅜㅠㅜㅠ연습 더 열심히 할게!!!
이름없음 2020/06/19 16:56:49 ID : jg0spbxu60m
악몽
이름없음 2020/06/20 08:33:31 ID : Y8qlxB9dzWo
도망치는 꿈을 꾸었어. 너, 나, 우리, 모든 것으로부터. 나를 싫어하는 너, 너를 사랑하는 나, 매일 모아쥔 손 사이로 흘러내려 사라지는 하루하루로부터 도망치는 꿈. 나는 달리고 또 달려서 결국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 다다랐어. 그곳에는 키 큰 나무들이 바람에 살랑이고 투명한 물살이 바위를 휘감아 도는 차가운 시냇물이 있었고, 나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행복했어. 바람은 부드럽게 나를 스쳤고, 물살은 나에게 즐겁게 재잘거렸어. 그래, 거의 너를 잊을 뻔 했어. 네 웃음도, 목소리도,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아서 너를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그 아름다운 숲 속에서도 나는 울고 있었어. 너를 잃어버리는 꿈을 꾸었어.
이름없음 2020/06/21 18:10:36 ID : pTPeE3ClB9h
쓴웃음
이름없음 2020/06/22 11:36:02 ID : HyNy6nPioZi
폭신한 계란말이!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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