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레주가 삘받으면 와서 글쓰고 가는 스레 - 산문, 운문, 그냥 한두 문장 등등 다양한 종류로 쓸듯 - 아주아주 가끔 들어올 것 같음 생각나는 글귀가 있으면 아무때나 들어와서 쓰려고 세운 스레야! 난입 환영하지만 말은 둥글게..둥글게 해줘...ㅠㅜ 이제까진 내 글을 남한테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조금 색다른 경험을 하고싶어서 조심스럽게 올려봐. 으으으음 이런 거 처음이라 떨린다ㅜㅠㅠ

하고픈 말은 많다 하지만 남이 지루할까 두려워 줄이고 줄이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없게 될 때가 있다 나는 시와도 닮아있다 하지만 시라는 것은 언제나 남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그것으로도 표현될 수 없다 그러니까 결국에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예전에 썼던 시 백업(?)

>>2 이 시는 제목을 못 정했어. 근데 그냥 공백인 채로 둬도 괜찮겠더라.

G는 언제나처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담한 크기의 운동장에 눈이 얇게 깔려 있었고 펑펑 내리는 눈 사이로, 마치 창 안을 엿보듯이, 그가 보였다. 모든 게 빛났다. 그가 쥐고 있는 공마저 평소보다 활기차 보였다. 그는 손이 시려운 듯 연신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꼭 말려들어간 손이 둥근 것이 보기에 좋았다. G는 그에게 말을 건네는 비밀스러운 상상을 한다. '얘, 너는 뭣하러 둥그런 것들을 찾으려 애쓰니? 여기 이미 이렇게나 둥근 게 있는데.' 그 순간 그가 고개를 G쪽으로 돌렸고 G는 급하게 시선을 피했다. 하얀 눈에 반사된 빛이 쏟아져 들어오자 가슴이 몹시 뛰기 시작했다.

내 나이 열여섯에, 내가 '야, 네가 좋다. 사귀자.' 하는 따위의 것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걸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런 '사귀고 싶다'는 기분이 들어본 적도 없었고 애초에 사귄다는 개념을 가늠할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사랑이란 이상한 것이었다. 결국에 연인이란 많이 가까운 친구가 아닌가? 내가 정상이고 남들이 유별나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건 연인 신화를 믿는 사람들이었으므로 나는 그 껍데기를 흉내냈다. 그건 일종의 놀이였다. 가면으로한 말에 남들이 공감하면 나는 속에서 몰래 웃는. 심지어 때때로는 다른 사람을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에 우월감이 들기도 했다.

내가 기억하는 것은 주로 그런 종류였다. 어느 가게가 어디에 있고, 누구와 어떤 얘기를 했었는지, 그건 누구였는지를 마음에 남기는 것보다 중요했다. 예를 들면, 빠르게 사라지는 하루의 감상. 그날의 달은 어떻게 빛났는지, 해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떨어진 벚꽃이 어떻게 날았는지, 그리고 이런 것들을 기억하다가 들려오는 참새와 비둘기의 울음소리는 어땠는지.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거나 고개를 치켜들어야 살필 수 있는 저 너머 무언가가 나의 중요한 것들이었다.

시작은 빨간 가위였습니다. 죽은 것은 우리 이모였습니다. 우리 어린 이모는 항상 어딘가로 날아가고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이모 방에 들어가면 널린 종이와 잉크가 있었고 언제나 담배 타는 냄새가 났습니다. 이모는 어느 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이다가도 순간 돌변해 무덤을 빠져나오려는 망령 처럼 되기도 했습니다. 그 깊은 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것이 우리 이모의 삶이자 죽음이었습니다. 어느 날 새벽에, 해가 막 올라오는 시간에, 이모는 강변에 누워 있었습니다. 웅성거리는 군중떼 사이로 겨우 보이는 이모는 빨간 가위를 쥐고 있었습니다. 물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이 저 멀리서 쓰인 어느 소설 같기도 했지만 이모 옆에 있는 건 알록달록한 꽃이 아니라 시퍼렇고 축축한 이끼였습니다. 축축한 이끼도, 끝이 보이지 않는 물도, 시끄러운 동네 사람들도, 심지어는 눈을 뜨고서 죽은 이모도 모두 칙칙한 무채색이었습니다. 그 와중에, 빨갛게 젖은 가위만은 선명해서 그 가위는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들어있습니다. 빨간 가위는 이미 죽었지만 내 마음 속에서는, 살기 위해 어찌나 발버둥치던지요. 나는 그 동력으로 지금까지 지내 왔습니다.

<사진> 나뭇가지 끝을 홀린 듯이 따라가다 이내 고개를 꺾어 하늘을 바라다 보았다 물감 같은 별이 콕 찍혀 있는 하늘엔 연륜의 쪽빛이 높은 줄도 모르고 솟아오르고 있었다 머리 위로 무겁게 쏟아지는 남색 비단에 나는 돌연 숨을 멈추었다가, 외로운 하나의 붓질, 그 옆을 스치는 비행기에 비로소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태양은 땅끝으로 숨고 홀로 남은 별이 울고 다시 버적버적 걸음을 옮기는 발끝엔 여전히 퍼런 하늘이 걸려 있는 늦은 저녁놀.

-완도 밤바다 구름이 만연한 검은색 밤 하늘과 바다가 온통 새카매 아무것도 볼 수 없고 빛마저 사라질 듯 띄엄띄엄해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밤 나는 악착같이 하늘에 물었다 내 길은 어디인가! 그러나 하늘은 별 하나 내어주지 않고 돌아오는 건 외로운 메아리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어둠을 바라본다 절박한 풀벌레 울음 그것마저도 보이지는 않고 미지 속으로 녹아드는 검은색 밤

스레주 표현이나 단어 선택이 너무 예뻐.. 시적이라고 해야 하나, 아름답다? 어떻게 말해야하지., 처음 적은 제목을 정하지 않은 시가 가장 좋다..

>>10 헉 이제야 봤네ㅠㅜ고마워!! 누군가가 내 시를 좋아해준다니 너무 기분 좋다😄😄

-죄송하지만...법적 보호자이신 분만 서명하실 수 있습니다. 나는 멍청하게 눈을 끔뻑였다가 얼빠진 소리로 대답했다. 아,네,그렇죠. 잠시 침묵. 그리고 나는 이내 뒤돌아 나선다. 앉을 곳을 찾지만 오늘따라 빈 자리가 없다. 쫓기는 듯한 기분으로 자판기를 찾아간다. 비척비척, 거의 뜀박질에 가깝게 걸으면서 절박하게 네 말을 되뇌고... -이건 꿈이야. 환상이야. 꿈이야? 정말로? -정말이야. 우리 둘만 현실이고 나머진 모두 꿈인거야. 그러니까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 없어. 슬퍼할 필요도 없고 화낼 것도 없어. 차가운 캔을 쥐고 반대편 거울 속 얼굴을 본다.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이 뻥 뚫려 있다. 이건 꿈이지. 눈구멍 두 개 속으로 심연이 보인다. 그것은 점점 커진다. 환상이야. 꿈이야. 점차 얼굴의 주인도 알아볼 수 없게 된다. 슬플 필요 없지. 너가 다시 일어난다면 없어질 꿈이니까. 얼굴이 있던 자리엔 까만 소용돌이만 남았다. 나는 의연한 모습으로 다시 걷는다. 표정은 알 수 없다.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환상에 뒤섞인다.

<규칙> 겁에 질려 몸을 뒤튼다 규칙은 단 하나 절대 눈을 뜨지 말 것 나의 바램은 언제나 통제 가능한 어둠에 빠지는 것이다 이외엔 필요가 없고 알아차려봤자 보이는 건 바닥의 바닥 다시 명심하자 규칙은 단 하나, 절대 눈을 뜨지 말 것 스스로 어둠을 찾으며 침식, 그리고 침식 가만히 가라앉는다 서서히 몸이 제자리를 찾고 겁이 많은 인간 하나가 코마 상태에 빠져든다

<우울> 한 폭의 참담한 명화다. 뿔탑 위에 시펄건 십자가가 매달려 있다. 길고양이가 꼬리를 세우고 돌아다닌다. 나는 벤치에 앉아 울고 있다… 멍든 듯한 하늘 아래 누런니 같은 가로등 나는 한 편의 영화를 찍는다 세 마리 고양이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새로운 세상이 나온다 어느새 나는 정장을 입고 여든여덟을 지휘한다 아름다운 하모니와 끊이지 않는 박수갈채 지휘봉을 놓고 뒤를 돌아본다. 관중께 힘차게 인사하고 그 길로 점차 몸이 무너진다. 바닥은 끝을 모르고 가까워만 진다. 나는 여전히 기쁜 마음으로, 왜 흐르는지 모를 눈물을 감추고 힘차게 인사한다 나는 힘차게 추락한다 벌레를 쫓으며 고개를 들면 다시 십자가가 보인다. 나는 여전히 깨질 듯한 머리를 안고서 울고 있다.

<꽃은 차라리 시들라> 눈물을 잡아먹어야지만 피어나는 결실이라면 그 꽃은 차라리 시들라 새순도 돋지 않은 씨앗을 붙들고 이른다 욕심많은 두 손에 흙이 잡힌다 그리고 눈물 한 방울

요즘 너무 시만 쓰는듯..긴 호흡의 글도 써야 할텐데

우리 옆집 살던 언니는 항상 똑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다. 두꺼운 안경에 머리를 하나로 동여매고, 통 넓은 옷 속에서 수그리고 다녔다. 뒤로 매는 가방엔 두툼한 책이 가득 들어있었다. 착하고 똑똑하고 정의로운 그 언니는 마을 사람들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에겐 단 한 가지, 나만이 아는 특별한 점이 있었는데 바로 집에 돌아오기 전에 항상 뒷산을 들린다는 것이었다. 늦은 저녁에 몰래 대문을 빠져나가 돌아오는 그를 만나 인사하는 것이 내 어릴적 일과였다. 언니는 항상 나를 바래다줬다. 가로등을 지나며 하루는 물었다. '언닌 맨날 어딜 갔다가 와?' 그가 답했다. '학교 가고, 그 담엔 독서실서 공부하고. 그러고 나서 집에 오는거지.' '공부를 그렇게나 해?' '그럼. 그래야 내가 하고 싶은걸 할 수 있게 되는거야.'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실, 공부 말고 하는 게 하나 더 있어.' 가로등 바로 아래서 빛을 받으며 나는 그를 바라봤다. 흡사 무언가에 홀린 듯, 물어보지 않고선 배길 수가 없었다. '뭔데?' '공부를 다 하고 나면, 저기 뒷산 있지, 거기에 잠깐 갔다가 온단다.' '뒷산에 뭔가 있어?' '음. 이건 비밀인데 지킬 수 있겠어?' 언니가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며 내게 물었다. '응. 지킬 수 있어.' 우리는 서로 묵직하게 시선을 교환했다. 그리고 나서 새끼손가락을 꼭 걸고 비밀에 대한 맹세를 했다. '뒷산에 큰 소나무가 하나 있거든. 온통 구부러져서는 뿌리도 땅 위로 막 나와있는 소나무야. 그 뒷쪽에 작은 연못이 있어. 네 키만큼 길어. ' '응.' '가끔 너무 슬프거나 화날 때 있지. 도무지 그 마음을 견딜 수 없으면 그것만 떼어내서 연못에 버리는 거야. 그런 것들은 아주 잘 가라앉거든.' 언니는 연신 속삭이듯이 말했다. 낮은 톤으로 뱉어내듯 빠르게 말했기 때문에 나는 정말로 집중해서 들어야 했다. '마음 뿐만이 아니야. 싫은 기억, 싫은 상상, 싫은 물건 모두 가라앉힐 수 있어. 그 연못은. 그러고 나면, 기분이 아주 좋아진단다.' 그가 말을 마칠 때쯤, 우리는 집 앞에 도착했다. 그는 빨간 칠이 되어있는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나는 초록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17 퇴고도 안한 상태로 그냥 올린다...역시 긴글은 어려워 저건 큰 뼈대랑 결말도 정해져 있지만 이어서 쓸 엄두가 안난다..찔끔찔끔씩이라도 써야겠다..

<카니발> 팔은 안으로만 굽어 몸뚱이를 감싸는가 하면 내 얼굴을 때린다 창밖도 볼 새 없이 자신과의 싸움을 한다 회색깔 짙은 이불에 누우면 온 몸이 멍투성이다 눈을 감았다 뜨면 다시 시작되는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절망의 카니발 승패는 결코 알 수 없다 밤이 깊다 축제는 무르익어간다 별들도 나를 보고 운다

>>19 쓰고나서 생각해보니까 '별들도 나를 보고 운다' 이 문장 너무 익숙해...어디 다른 작품에서 쓰였었나??

어쨌거나, 너무 많은 것은 텅 빈 것과 같다는 소리다. 나의 이 복잡한 마음을 지상에 붙잡아두면 그 색은 온통 뒤엉켜 검은색이될 것이다. 그렇다고, 하늘로 날려보낸다면 그 또한 뒤섞여 흰 빛이 될 것이다. 흑과 백. 선와 악. 모두 상관없다. 결국에는 텅 빈- 산소조차, 심지어는 진공마저도 없는 그런 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어떤 방법으로도 느낄 수 없다. 볼 수 없고 부를 수 없다. 무(無)보다 지독한 … 딱 하나만 덜어내자. 나는 생각했다. 이 마음이란 내가 보기에 아직 소중해서 차마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스레주한테 글 과외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22 과찬이야...ㅎㅎ괜히 부끄럽다ㅎ 몸둘바를 모르겠어..고마워!!😘😘

- 이젠 정말 그 방법밖에 없어. 다소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B는 가만히 허공을 응시했다. 완벽하게자신의 말을 무시당한 A는 무안할 법도 했지만, 의외로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오히려 B를 격려하고픈 심정이었다. - 너도 알잖아. 어쩔 수 없어. - 하지만... - 그렇게 이상한 짓도 아니야. 게다가, 생각해봐, 네 전화는 이미 배터리가 나갔고 나는 아예 두고 왔잖아. 도움을 요청할 수단이 하나도 없다고. B는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최후의 설득이라는 듯이. - 하지만 전 그런 거 못해요. 해본 적이 없어서... - 그럼 내가 할게. 난 해본 적 있거든. A가 재빨리 말했다. B는 아까보다 더 심란해보이는 표정으로 '그것'을 넘겼다. 벽 너머로 좋았어,라는 혼잣말이 들리고, A는 작업을 시작했다. 무언가가 마찰되는 소리만 퍼져나가는 와중에 B가 나즈막히 말했다. - 저기요, 근데...꼭 저 데리러 와야 해요? 알았죠? 잠시 정적이 흐르고 이내 A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한다. - 당연하지. 내가 이..휴지심 휴지로 볼일 보고 나면, 너도, 응? 진짜 휴지를 들고 올 테니까. 걱정 마. 다시 정적. 마치 출구를 모르는 동굴 속처럼 휴지심 비비는 소리가 둥글게울린다. 몇 번 메아리친다. +) B는 생각했다: 휴지심으로 만든 휴지가 휴지심 휴지라면, 휴지심 휴지로 만든 휴지심은 휴지심 휴지 휴지심인가? 아니면 휴지심 휴지심인가? ++) 화장실에서 생각났음. 대체 뭔 정신으로 쓴거람

>>2 >>15 이거 두개 다 너무 내 취향이야 진짜 시 너무 예쁘게 쓴다 가끔씩 들러서 보고 갈게ㅎㅎ

>>25 헉 고마워!! 자주 들러!!😍😍 사실 네가 좋다는 시들..나도 아끼는 애들이야..ㅎㅎ

<눈과 꽃> 눈밭 한가운데- 꽃이 추위에 저문다 누구도 알아볼 일 없는 꽃잎은 외로움에 떨다가 내려앉는다 하얀 눈은 차라리 따뜻하다 꽃이 저문다 무어라 외치는 형상이 나타나지만 들리지 않는다 무슨 빛깔의 이파리가 휘날리다가 휘날리다가… 온전히 드러나는 따스한 흰 세상은 순진한 무지의 차가움.

<수국꽃 피었네> 수국꽃 피었네 이른 여름비에 구름 낀 하늘 밝히는 머리 위 담장 있던 때 꽃 흔들리던 오솔길 생각은 젊은 학도의 마음으로 고이 묻어둔다 수국꽃 피었네 무릎 언저리 살랑거리는

나는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었다. 세상이 더이상 재미없어지면, 그때야말로 죽어버리겠다는 언니의 말 때문이었다. 평소에 언니가 이것저것 불평하던 게 떠올라 미칠 지경이었다. 어제만 해도 옆반 남자애가 너무 못되게 군다고 하고, 그제는 또, 요즘 지내는 재미가 없다며 입을 쭉 내빼고. 그런 일이 하여간 계속 떠올랐다. 나는 어떻게든 언니를 이 땅에 붙잡아 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째서 그래야 하는지는 몰랐지만 그게 좋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니가 사라진다면 나는 평생 눈물을 그치지 못할 게 뻔했다.

<까마귀의 노래> 언젠가 내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장이 펼쳐질 때 그곳을 온갖 아름다운 것들로 채우리라 어둠보다는 차라리 반짝이는 외로움을 택하겠다 마치 태양과도 같은 절망의 가사 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나는 분명 아름다울 테다 누구도 차마 쳐다보지 못하는

<프리즘> 투명한 수정 무지개 잃은 프리즘으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는다 놀이공원은 금세 가득 찼고 이상하게도 나는 모든 일에 초연하다 태양빛을 모른대도 그것은 프리즘인가 기묘하게 맑은 하늘에 물어본다 길을 걸어가다 더이상 슬프지 않게 되었을 때 한 번쯤 뒤돌아 보고 싶을지 모른다 반짝이는 수정 궁전이 있는 놀이공원 앞에 서서 언젠가를 바라본다 저편이 보이는 수정 무지개는 못 비추는 프리즘으로 손 안을 가득 채운다 황야에서 바람을 쐬는 어린 마음 이불을 뒤척이며 밤은 깊어간다

문득 궁금해진 건데, 내 글은 어떤 느낌이야? 그리고 내 시가 너네한테 어떻게 해석돼? 내가 쓰는 시가 그다지 알기 쉽고 친절한 느낌은 아닌거 같아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하네...

동시 같은 말로 현실적인 내용을 쓴다는 느낌? 해석이 직관적으로 나오지 않아서 더 좋아. 추상적이라고 해야 하나?

>>33 오오오 그렇구나..!! 신기하다🤔🤔 답변 고마워!!

>>7 >>30 나 또 왔는데 레주 글은 여전히 예쁘구나 >>32 그 약간 몽글몽글한 주제인데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글

>>35 헉 또 왔다니 반갑다!!😃😃 감상 고마워!!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글이라니 뭔가 뿌듯하다ㅎㅎ

<청춘> 지는 낙엽에도 아파 눈을 가리던 네 얼굴엔 늘 향 냄새가 서리어 있다 자욱한 안개를 해치고 그 손을 잡으며 드디어 부른 이름에 주인은 어디로 갔나 가을 바람 불어 흩날리는 이파리, 네 대신 나는 운다

은영은 지우개로 종이를 박박 닦았다. 새롭게 눌러 쓰는 글씨엔 불안함만 가득이다. 바깥엔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리붓는 빗줄기 소리가 생소할 정도로 오랜만이었다. 베란다에 내놓은 산세베리아도 여름밤 장마를 보고 있었다. 검은색 짙은 연필로 은영은 무언가를 천천히 써내려갔다. 하도 지웠다가 다시 쓴 탓에 주변엔 지우개 가루가 수북했다. 은영은 다짐했다. '절대로 시시한 사람은 되지 않을 테야.'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윽고 두꺼운 네임펜을 꺼내 종이 맨 위에다 '시시한 사람이 되지 말자' 라고 적었다. 그러고는 다시 마치 석판에 말씀을 새기듯이 글을 쓰다가, 한 순간 연필을 내려놓았다. 끝부분이 더러워진 지우개를 왼손으로 쥔 채였다. 긴장감 도는 시간이 흐른다. 빗소리에 쫒기듯 초침이 돌아가는 어두컴컴한 방 안에는 노르스름한 스탠드 불빛만 남아 있었다. 은영은 종이에 써진 말을 읽어나가다가 지우개를 오른손으로 바꿔 들었다. 지우개는 연필로 쓴 맨 첫 글자에 올려졌고, 그 순간 어째선지 은영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한 번 물방울이 떨어지니 멈출 줄을 몰랐다. 그는 흐느끼며 글씨를 지웠다. 종이가 얼룩덜룩해졌다. 정말 이상한 날이었다. 은영은 멈출 줄 모르고 울었고, 찢어질 듯한 종이도 울었고, 심지어는 세상도 울었다. 은영의 마음으로 울었다. 산세베리아는 여전히 밤하늘을 지켜본다. 메마른 아스팔트 땅에 아프도록 물줄기가 내린다. 달이 떠 있는 높은 곳으로부터 오는 빗방울 한 개 두 개, 별의 눈물이다. 하늘의 모든 별이 눈물을 떨궜을 즈음엔 아스팔트가 깨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깨어진 틈에서 풀꽃 하나가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발자국> 눈이 내리는 밤 너는 벌써 저만치 걸어가는데 멀리서 머리통만 보고 발자국에 발만 맞춰보는 나를 너는 이해해주었으면 한다 뒤꿈치부터 내려본다 은밀하게 체중을 싣는다 차라리 네가 미워했으면 좋겠다 발자국이 조금 더 오래 남는다면

<별똥별의 여행> 떨어진 별똥별은 어디로 가니 네가 물었다 글쎄. 소원을 품고 구름은 제치고 바다 위를 지나다 바다 속도 지나다 나무 끝 가지 끝 나뭇잎 가장자리에 머물다가 사슴과 인사하고 그리고 하늘보다 높고 물보다 깊은 자기 집 찾아가겠지. 별똥별은 정말 집으로 가니 네가 다시 물었다 그렇지. 너는 무어가 슬퍼서 우니 내가 물었다 내 별똥별이 달아난 게 슬퍼서 운다 그 애 집은 정말 거기에 있대니 혹시 내 옆은 아니래니 그 애는 여행을 떠난거니 아니면 여행을 마친 거니 네가 물었다 나는 가만히 있었다 별똥별은 우리 게 아니야

우와 수채화같아 완전 이쁘다

>>41 우왕 수채화 같다니...나 수채화 좋아해!!고마워😘😘😘

>>13 통제 가능한 어둠이라는 거 좋다

>>40 이거 뭔가 스레주의 감정이 느꺼지는 것 같아. 마음에 들어

>>43 >>44 으아 감상 고마워!!!😍😍😍기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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