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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Hu7gi3yIJ 2020/04/10 16:05:26 ID : Qk5Vfasksry
어디서도 주절거리지 못했던 내 이야기 난입 가능... 사실 환영하는 편 대신 무슨 관계냐는 질문은 좀 삼가줬으면 한다 인코는 내 학번 제목 자주 바뀜
◆JSHu7gi3yIJ 2020/04/10 16:17:26 ID : Qk5Vfasksry
모르겠다. 사실 내가 지금 이렇게 휘갈겨놓은 모든 글들도 개학하고 나면 물거품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모든 건 유동적이기 마련이고 세부사항은 개학하고 나서 결정할 생각이지만 우선 뼈대는 세워놓아야지. 그렇지? 이 스레가 뭔지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말해보자면 전남친... 비슷한 사람을 1년 동안 꾸준히 얼굴 보고 살아야 하는 비련한 학생이 1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버티기 위해 써보는 스레이다. 이래놓고 또 얼굴 보면 억장이 무너질지도 모르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그 사람이 나 때문에 조금이라도 상처 받았으면 좋겠고 조금이라도 더 아팠으면 좋겠어. 너무 유치한가? 그래도 뭘 어떡해. 내 입장에서는 이게 최선이야.
◆JSHu7gi3yIJ 2020/04/10 16:20:00 ID : Qk5Vfasksry
스레 제목의 '그대' 는 '나' 일 수도 있고, 그 사람일 수도 있고, 어쩌면 내가 정말로 좋아하는 또 다른 그대일 수도 있겠지. 다들 알아서 생각해. 하지만 나는 '그대' 를 '나' 라고 생각하려고. 사실 너무 힘들다. 아무 생각 없이 좋은 건 좋은 거, 싫은 건 싫은 거였던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말이야. 그때는 정말 좋았었는데. 사실 짝사랑하는 과정도 고통스럽지만 짝사랑을 나 스스로 끝내야 한다는 걸 느낄 때의 감정도 그만큼이나 고통스럽기 마련이거든. 정말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만나버리지? 다행스럽게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시뮬레이션도 적잖이 돌려봤던 터라 생각만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화나고 억울하고 분한 건 마찬가지.
◆JSHu7gi3yIJ 2020/04/10 16:34:04 ID : Qk5Vfasksry
나 사실 알고 있었다. 그 사람 잃게 될 거라는 사실을. 그냥 느낌이 확 왔었다... 작년 말부터였나, 어쩐지 학년 바뀌면 사라질 것 같다는 그런 불길한 예감이 점점 선명해졌다. 사실 내 직감은 개똥쓰레기인 편이라 되려 직감과 반대되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아서 나도 안일하게 손 놓고 있었는데 결국은 잃어버리게 되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나 자신을 원망하지는 않으련다. 사실 누굴 원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학교? 내 운명? 뭘 해봤자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바라는 게 있다면 그 사람이 내가 없어짐으로서 조금이라도 편안해졌으면, 귀찮게 달라붙고 치대던 내가 없으니 다른 좋은 사람들을 만나 편하게 어울렸으면. 정말 이렇게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없어져서 조금이라도 상실감을 느끼고 괜히 허전해지고 뭔가 빠진 것 같은 공허함이 느껴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좋겠지만... 나는 그래도 그 사람이 내가 없어져서 편해지는 게 아주 조금은 더 마음이 편안할 것 같다.
◆JSHu7gi3yIJ 2020/04/10 16:51:43 ID : Qk5Vfasksry
별그대였나, 드라마에서 상실의 5단계라는 걸 알려줬었다. 현실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이랬나? 1단계는 진즉에 스루했다. 말했잖아. 나는 내가 관심없는 건 좆도 신경 안 쓰고 남들이 욕할 정도로 무심하고 무신경한 편인데 뭐 하나 신경 쓰이는 게 생기면 남들이 뜯어말릴 정도로 파고든다. 시뮬레이션이랑 예행연습을 얼마나 했는데. 거의 두 달 동안 매일매일 했나? 속으로는 아니길 바랬지만 결국은 이렇게 되버렸으니까 다행이다. 그때 머릿속으로 생각하면서 이래놓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만나면 어떡하지,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전남친 비슷한 그 사람을 만나게 되었군. 현재 내 상태는 분노 절반 우울 절반 정도이다. 뭐 대강 보자면 그렇다. 감정을 낱낱이 파헤치다 보면 다른 게 있겠지만 지금 당장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은 이게 전부.
◆JSHu7gi3yIJ 2020/04/10 16:57:49 ID : Qk5Vfasksry
자꾸 전남친이라고 하니까 어색하다. 나를 진짜 진짜 잘 아는 애들끼리는 전남친이라고 부르는데 사실 같은 성별이다. 으 진짜 이상하네... 옛날 별명으로 불러볼까. 내 친구들이 설마 스레딕 하지는 않겠지? 그럼 유령이라고 해보겠다.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가 갑자기 어딘가에서 조용히 나타나는 게 유령 특기거든. 한참 좋아할 때는 그것 때문에 진짜 많이 놀랐다. 사실 지금도 좀 놀랍다. 이 정도면 거의 재능인 듯.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은 뭐라고 하지. 이 사람은 별명이 있기는 한데 진짜 너무 티나는 별명이라. 실명이 조금 들어간 것도 있고. 짝남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고. 그럼 최애라고 해야 하나? 뭐 어차피 볼 사람도 없는데. 그냥 최애라고 하겠다. 다른 판에서도 내가 감정에 못 이기고 싸지른 글들이 개 많긴 하지만 일기판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없겠지.
◆JSHu7gi3yIJ 2020/04/10 17:05:08 ID : Qk5Vfasksry
유령을 위한 원칙 1. 무표정 유지하기. 어떤 일이 있어도 표정 변하기 않기. 최애 이야기를 할 때면 아예 고개를 숙이고 있기. 절대로 웃거나 반응 보이지 않기. 2. 예의 바르고 깍듯하게 대하기. 3. 뭐 물어보면 항상 완벽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예습 철저히 하기. 그날 배울 분량은 미리미리 공부하고 익혀놓기. 다른 애들이 힘들어하면 꼭 도와주기. 4. 흐트러진 모습 보이지 않기.
◆JSHu7gi3yIJ 2020/04/10 17:08:42 ID : Qk5Vfasksry
나 사실 1번은 잘 할 수 있다. 나 무표정으로 있으면 무섭다는 이야기 진짜 많이 들었다. 문제는 다른 상황이지. 유령이 최애 이야기 꺼내면 나 표정관리 할 자신이 없다. 당장 지금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데 어떡해. 그래서 아예 고개를 숙여버리기도 했다. 유령이 내 표정까지 일일이 신경쓰는 건 아닐 테니까. 왜 유령과 최애는 절친일까. 왜 당신들은 고등학교 동창이고 같이 동고동락하며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왜 당신들 사이에는 내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끈끈한 유대감이 가득한 걸까. 어째서. 그리고 두 번째. 예의 바르고 깍듯하게 대하기. 사실 평소 싫어하는 사람한테는 예의 바르고 깍듯하게 대하는 편은 아니다. 싫으면 싫은대로 티가 다 난다. 하지만 유령한테는 예의 바르고 깍듯하게 대할 거다. 대신 아주 차갑게. 말투도 표정도 행동도 고쳐야지. 많이 연습해서 2019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시험 삼아 가족들 앞에서도 해봤는데 다들 내 변화에 놀라워하는 눈치였다. 필요하다면 세상 사교적으로 굴 수도 있고 세상 반항적으로 굴 수 있는 것도 나니까.
◆JSHu7gi3yIJ 2020/04/10 17:13:09 ID : Qk5Vfasksry
작년에 내가 정말 싫어했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지금 내 모습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놀라겠지. 난 그 사람 앞에서 단 한 순간도 순종적으로 굴었던 적이 없고 예의를 차린 적도 없으니까. 인간 이하인 사람들에게는 직급에 상관없이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게 내 원칙 중 하나다. 예의 바르고 깍듯하게. 말투는 힘 있고 조곤조곤하게. 말실수하거나 말 더듬지 않기. 감정 드러내지 않기. 눈 피하지 않고 시선처리 자연스럽게 하기. 내가 다 엄청나게 힘들어하는 것들인데 나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 당장 오프라인 개학하면 하루하루가 피곤해지겠다. 가뜩이나 공부하느라 힘든데 이런 곳까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니 참... 도대체 감정이 뭐라고 날 이렇게 만드는 걸까.
◆JSHu7gi3yIJ 2020/04/10 17:21:09 ID : Qk5Vfasksry
사실 어제 학원 가는 길에 최애 만났다. 행복하게 웃으면서 걸어가고 있더라. 원체 어딜 가나 잘 어울리는 성격이니, 잘 지낼 거라고 예상은 했다. 답답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지 마스크를 귀에 한쪽만 걸치고 있어서 좀 걱정되긴 했는데 아무 말도 못 했다. 최애가 즐겨 입는 맨투맨과 청바지 차림이었다. 머리를 좀 잘랐고, 온라인 수업이 힘들었는지 살이 좀 빠진 것 같았다. 최애 마주치고 한 3분쯤 뒤에 갑자기 눈물이 확 쏟아졌다. 길거리에서 눈물 닦으면서 나 혼자 삽질했다. 다행인 게 있다면 유령 생각만 하면 열불이 치솟아서 슬픈 것도 멈춘다는 거다. 내가 왜 유령 새끼를 만나야 하는지 아직도 납득할 수가 없다. 현실이니까 받아들여야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만 유령을 만나는데 이건 좀 너무하잖아.
◆JSHu7gi3yIJ 2020/04/10 22:49:37 ID : Qk5Vfasksry
인정하자. 유령은 정말 매력적이다. 외관도 성격도 모두. 나 사실 사람한테 매력적이라는 형용사 잘 안 쓰는데 유령과 최애가 그 예외다. 모두가 유령을 좋아하고 나 또한 그러했다. 유령은 나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결 좋은 자연 갈발, 늘 화사한 얼굴빛, 늘 조금은 특이한 듯 하면서도 본인의 스타일에 맞게 잘 차려입는 옷 (특히 유령은 초록색을 좋아한다), 기본적으로는 시크한 성격이지만 가끔씩은 애교를 부릴 줄도 알고 때때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다정한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본인의 할 일도 알아서 잘 하고, 행동에 군더더기나 실수가 없다. 그러면서도 아주 가끔씩은 허점을 보이기도 하지. 그 갭이 모든 아이들을 매료시켰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난 반전매력 있는 사람을 아주 좋아하니까. 난 더 이상 유령을 전과 똑같은 감정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렇게나 매력을 줄줄이 늘어놓을 수 있다는 건 유령이 진짜 매력적이라는 거다.
◆JSHu7gi3yIJ 2020/04/10 23:04:37 ID : Qk5Vfasksry
사실 나는 유령에게 다시 빠질까 봐 두려운 걸지도 모른다. 눈을 감고 천천히 생각해봤는데 화도 나고 속상하지만 무엇보다 두려웠고 떨렸다. 온 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야. 나 작년에도 유령만 보면 온 몸이 얼어붙어서 제대로 말하지도 못했는데 올해도 그러는 건 아니겠지. 말 또박또박 천천히 하는 걸 연습해야겠다. 무표정으로 말하는 방법도.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방법도. 행동거지도 고쳐야겠다. 친구들이랑도 너무 많이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이제는 부끄러워서 인사도 못 하고 눈도 피해버리는 그런 관계는 아니니까. 눈 피하지 말자. 인형 상대로 눈싸움 연습이라도 해야 하나? 수업 시간에 마음에 안 든다고 인상 찌푸리지 말기. 이러다 책잡힌 게 한 두 번이 아니니까.
이름없음 2020/04/10 23:10:23 ID : 40pRyIK7yZi
레주 많이 힘들겠다
◆JSHu7gi3yIJ 2020/04/10 23:21:13 ID : Qk5Vfasksry
고마워. 사실 힘들다기보다는 그냥 나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적어도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는 알고 싶다. 난 도대체 무슨 감정을 느끼는 걸까. 난 왜 유령한테 빠졌을까. 소리소문 없이 다가와서는 내가 화들짝 놀랄 때마다 씩 웃고 가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였나. 인사를 건네면 가볍게 웃으면서 고개를 숙여주는 그 고갯짓이 고와서일까. 아이들이 놀릴 때마다 부끄러워하는 듯 하면서도 멋지게 되받아치는 그 화법이 재밌어서일까. 난 언제부터 유령을 의식하고 유령을 좋아하기 시작했을까. 내가 유령에게 받은 상처와 유령에 대한 감정 중 어느 게 더 큰 걸까. 자꾸 이런 생각이 든다. 이제 와서 어떻게 할 수도 없으면서. 이제 돌이킬 수도 없는데. 넌 꼼짝없이 유령을 만나야 하는데, 왜.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 다른 애들은 다 내가 유령을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가지는 유령에 대한 감정은 좋아하는 것과는 아주 달라. 복잡해. 하나도 모르겠어. 누가 나한테 와서 좀 알려줘. 도대체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JSHu7gi3yIJ 2020/04/11 01:39:47 ID : Qk5Vfasksry
최애 보고싶다. 최애도 유령도 나한테 상처를 줬지만 적어도 최애는 나를 헷갈리게 하지는 않았는데. 유령은 나를 헷갈리게 했지만 최애는 완전히 나에게 선을 긋고 내가 싫다는 티를 냈는데. 차라리 그래주지 넌 왜, 왜, 왜 그러지 않아서 나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어 왜. 그런데도 보고 싶냐고 묻는다면, 응, 보고 싶어. 내 감정이 일방향이고 최애가 내 감정을 떠안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보고 싶어. 항상 보고 싶었어. 유령은 다른 의미로 보고 싶다. 용기가 있다면 따져서 묻고 싶은 게 너무 많아. 하지만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저 원칙들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연기하는 것 뿐. 매번 저렇게 지내야 한다니 매일매일이 힘 빠지고 긴장되겠다.
◆JSHu7gi3yIJ 2020/04/11 13:52:57 ID : Qk5Vfasksry
지난 1년간 배운 걸 복습하고 있다. 그래도 교과목 중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해서 그런지 50% 이상은 다 기억이 나서 다행이다. 어려운 것도 어렴풋이 기억이 나니까 복습이 쉽다. 난 내가 싫어하는 사람한테 책잡히는 것을 굉장히 혐오한다. 좋아하는 사람한테 책잡히면 슬프고 착잡한데 싫어하는 사람이 꼬투리 잡으면 진짜 기분이 더럽다 못해 자기혐오까지 일어난다. 그러니까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지. 새록새록 최애와의 추억이 떠오르니까 고통스러운데 좋기도 하다. 이때는 유령도 제법 좋아했었고 유령을 영원히 좋아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진짜 싫다 너무 싫은데 왜 이렇게 신경쓰이고 벌써부터 긴장되고 온갖 상상의 나래를 다 펼치고 있는 거지. 이런 나도 싫고 유령도 싫고 그냥 다 싫다. 좋든가 싫든가 하나만 해 제발.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다. 유령이 또 다시 작년과 같은 짓을 하면 그때는 정말 참지 않을 거다. 그 정도의 마음은 이미 지나갔어.
◆JSHu7gi3yIJ 2020/04/11 23:24:27 ID : Qk5Vfasksry
오랜만에 친구랑 연락했다. 위로해주더라. 위로해주는 건 고마운데 그래도 걔는 유령 안 만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더라. 내 시뮬레이션, 마음다잡기를 도와주려고 열심히 노력하던데 그건 진짜 고마웠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짜증이 난다. 왜 하필이면 내가, 왜, 왜, 누구보다 최애를 좋아하는 내가 왜. 유령은 진짜 생각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난 그 사람을 일 년 넘게 보았는데도 아직까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단 한 번도 정확히 알아차린 적이 없어. 하다못해 쓰는 핸드폰 기종도 여름방학이 지나고 가을이 다 되어서야 알았다. 유령이 하는 말들은 단 한 번도 진심이었던 적이 없을 것 같다. 그냥.... 유령은 진짜 복잡한 사람이다. MBTI로 따지자면 ISTP-A 정도일까? 사실 그거 내 성격인데. 나 원래 나랑 비슷한 사람 되게 싫어하는데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애들이 유령이랑 너랑 닮은 면이 있다고 말할 때마다 심장이 철렁했었는데. 갑자기 스레딕에 쓰다 보니까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나 진짜 좋아했었구나.
◆JSHu7gi3yIJ 2020/04/11 23:29:39 ID : Qk5Vfasksry
보고 있으면 누구든 대답 좀 해줘. 사실 일기판에 온 이유가 이거 연애판에 쓰려다가 어디 댓글에서 이런 얘기 쓰려면 아무도 안 보는 일기판 가라고 해서 왔는데 정말 아무도 없네... 누구한테 구차하게 말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혼자 떠드니까 좀 외롭긴 하다. 그래도 여기에서 글로 쓰니까 마음이 편하기는 하다. 나 사실 글 쓰는 거 진짜 좋아하는데. 전에 수학 시간에 수학 선생님한테 넌지시 말했다가 수학 선생님이 어떤 국어 선생님이 네 글을 엄청 칭찬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던 경험이 있다. 최애랑 유령을 좋아하면서 쓸데없이 감정표현 하는 능력만 늘어난 것 같아(물론 글로). 나 진짜 아무말이나 막 하는구나. 뭐 어때 내 일기장인데. 현실 일기장이었으면 손 아프기도 하고 누가 볼까 두려워서 제대로 쓰지도 못했을 거다. 그러고 보니까 최애가 자기 학창시절 일기를 하나도 안 버리고 모아두고 있다고 말한 적 있는데 나도 그렇다.
◆JSHu7gi3yIJ 2020/04/12 03:02:16 ID : Qk5Vfasksry
아침에 일어나서 최애랑 유령 이야기 좀 해봐야지. 아 진짜 두 사람 같이 있는 게 너무 잘 어울려. 그래서 더 화나. 지금까지 왜 깨어 있었냐면 잠 자기 싫어서... 계속 생각나니까. 잠들기 전에 특히 더 화난다. 요즘은 그래도 정신 좀 멀쩡하게 살고 있는데 잠들기 직전에 눈 감으면 오만 생각이 다 든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왜. 어째서. 친구가 나한테 그랬다. 네가 최애를 너무 좋아한 벌이라고... 그런데 진짜 맞는 것 같다. 처음 해보는 짝사랑에 눈멀어서 선도 지키지 않고 막 다가갔던 것만 같다. 당시에는 그게 용기 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아니었을 수도 있고. 그래도 후회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제대로 표현 한 번 못 하고 끝내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새벽 3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다. 공부나 더 해볼까 아니면 잠 잘까. 어차피 내일 할 일 많은데 잠이나 자야겠다. 꿈에 최애 나왔으면. 유령은 자꾸 나오는데 제발 그만 좀 나왔으면. 내가 기억하는 겨울의 예쁜 모습으로 나와서 더 짜증나고 화난다. 유령... 오프라인 개학하고 볼 생각 하니까 눈앞이 아득하다...
◆JSHu7gi3yIJ 2020/04/12 18:43:44 ID : Qk5Vfasksry
이따 돌아와서 이야기 써봐야지. 간만에 행복한 이야기 쓰겠다ㅎㅎ 그러니까 말이야, 유령은 나와 마주친 첫날 푸른 소매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것 같아. 사실 처음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어. 잠깐 보고 말 사이라고 생각했거든. 유령이 처음 던졌던 농담에 피식했던 것 같지만 그저 그것뿐. 다른 건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그 농담이 내 취향을 저격했는지 한동안 유령은 그 농담을 던진 사람으로 내 머릿속에 남았어. 3월 말이었나, 유령이 나에게 쓴소리를 조금 했었는데 난 그때부터 유령을 조금 싫어하기 시작했어. 웃기지. 맞아, 나와 유령 사이의 이 모든 감정의 첫 시작은 싫음이었어. 거슬림, 짜증, 싫어함. 뭐 이런 것들이었다고 할 수 있었겠네. 그 짜증이 옅어진 것은 4월쯤. 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서 유령이 매력적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어. 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어떤 사람에 대해 분석하거나 관찰하는 걸 좋아해. 이상하게 그걸 듣고 나니까 유령이 조금은 달라 보였어. 내 친구들도 모두 유령이 매력적이라고 말했고, 어느 순간 세뇌당하듯이 나도 내가 유령을 싫어한다는 사실 자체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
이름없음 2020/04/12 19:43:38 ID : HzSE1a07bzR
케니! 쟈니! 미치! 니키! 마이키! 앤 위얼 더 스피릿 스쿼드! 스피릿 스쿼드가 스레주의 이야기 작성을 응원합니다. https://youtu.be/qqxOObIQvzc
◆JSHu7gi3yIJ 2020/04/13 00:01:10 ID : Qk5Vfasksry
그러다 보니까 깨달았다.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유령의 특이한 말투도, 시크한 듯 하면서도 애교 있는 몸짓도, 가만가만히 웃는 모습도, 물방울처럼 잔잔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도, 핑퐁처럼 주고받는 다른 아이들과의 말싸움도 모두 다... 난 언젠가부터 그걸 좋아하고 있었어. 단지 그걸 부정했을 뿐이야. 지금까지. 난 자존심이 굉장히 세고 웬만해서 첫인상이 싫은 사람은 끝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싫어하는 타입인데 그런 내가 이제 와서 그걸 깨버릴 수는 없잖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유령의 모든 말과 행동들이 생생하게 떠올라. 그 정도로 유령은 정말, 정말 매력적인 사람이야. 단지 나한테 그딴 식으로 대하지만 않았다면, 내 감정을 갖고 놀지만 않았다면 다 좋았을 텐데 말이지. 그리고 내가 유령과의 감정을 인정하게 된 날은 5월의 어느 더운 날이었다. 그날도 아이들은 어김없이 유령의 이야기를 꺼냈어. "넌 유령 어떻게 생각해?" "난 잘 모르겠어. 그냥 그런 것 같은데." "그래? 난 너무 좋은데. 유령 너무 귀엽고 매력적이지 않아?" 마지막 대사는 내 친구의 말이었는데, 난 그 말을 부정했다. 난 거짓말을 아주 무심하게 잘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무색하게도 몇 시간 뒤 바로 유령에게 사랑에 빠졌지. 비유적인 의미의 사랑인지 정말 문자 그대로의 사랑인지는 시간이 제법 지난 지금도 난 정확히 모르겠어. 전자라고 하면 전자라고 할 만 하고, 후자라고 해도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질 만한 그런 정도의 감정이었거든.
◆JSHu7gi3yIJ 2020/04/13 10:04:14 ID : Qk5Vfasksry
온라인 수업 듣는데 내 최애가 수업한다. 목소리 진짜 좋다. 목소리에서부터 평소 수업하는 모습이 그려져서 계속 웃음만 나온다. 어떡하지 나 진짜 구제불능인가봐. 영원히 개학 안 했으면 좋겠어. 다른 애들은 개학하고 나서도 최애 수업 듣겠지? 그 생각 하니까 다시 화나려고 한다. 동생 아이디를 빌려서 2학년 수업도 들어봤다. 유령 목소리가 이어폰으로 들리는데 심장이 멎어버릴 것 같았다. 똑같아. 변한 게 없어. 둘 다 목소리는 좋아서... 최애가 말 할 때마다 계속 화면 너머로 열렬하게 반응해주고 있다. 반응해주고 웃어주는 거 좋아하는데 혼자 떠들고 있으니까 어색하고 적적하겠다. 심지어 교실도 아닌 것 같아. 계속 목소리가 울린다. 처음 영상 시작할 때는 목소리가 확 낮다가 수업하면서 텐션 높아지는 게 너무 귀여워... 유령 수업을 듣긴 하지만 공부 열심히 해가야겠다. 유령은 질문을 많이 하는 편이라니까 미리미리 대비해야지.
◆JSHu7gi3yIJ 2020/04/14 08:03:06 ID : Qk5Vfasksry
아무튼 에 이어서 쓰자면. 유령은 규칙을 중시하는 편이다. 편법이나 꼼수를 굉장히 싫어하고, 분위기를 타서 규칙 위반을 넘어간다던가 하는 일이 거의 없는 편인데 그날따라 유령은 기분이 좋았다. 사실 안 좋았을 수도 있다. 우리가 빨리 오라고 무작정 불러댔기 때문에. 앞에서 말했듯 우리 반 모두가 유령을 좋아하고 진심으로 따랐으니까. 진심으로 기분이 좋았든, 아니면 이후 우리 반 아이들의 익살과 활기참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든... 유령은 그날 처음으로 휴대폰 사용을 눈감아주겠노라 선언했다. 자신은 못 보았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양 손으로 눈을 가리고 고개를 돌렸다. 다른 아이들이 왁자지껄한 웃음을 터뜨리는 동안 나는 웃지 못했다. 심장이 멈춰버린 것 같았다. 아플 정도로 맥박이 뛰었다. 내가 기억하는 2019년의 몇 안 되는 또렷한 순간 중 하나. 나는 그렇게 어이없게도 유령과 사랑에 빠져버렸다.
이름없음 2020/04/15 23:40:34 ID : 67ur9fXtdwo
보고이써 레주...움.... 이런게 애증...이라는 건가...?
◆JSHu7gi3yIJ 2020/05/02 02:33:28 ID : f9dDy2NzgmG
정확히 애증이다. 유령이 나한테 상처 받았으면 좋겠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내 행동과 말투와 손짓 하나하나에 들떴다가 팍 가라앉았다가 우울했으면 좋겠고 여전히 날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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