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의 제목을 간략하게 써 뒀지만, 사실 이것의 원래 제목은 '공부로 현실도피 도전하는 일기' 이다.
일단 나는 예비 고3.
다른 연도의 출생 인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00년생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입시 전쟁을 치루게 된다....!
공부를 해야 하긴 하는데, 하다보면 싫고, 또 불안하고.
놀고 있어도 놀고 있는 게 아니다. 마음 한켠엔 항상 불안함이 쌓여있다.
난 이런 고3이라는 나의 현실이 미치도록 싫다.
현실도피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되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만약 현실을 도피하면서 흘러가는 시간이 부질없어 보인다면,그 시간을 공부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
언젠간 마주하게 될 현실을 준비하면서도 아무 생각 없어질 수 있는 최선의 방법, 공부..!
그래서,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난 공부로 현실도피를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런 이상한 것을 도전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저번 시험기간 때 아주 안좋은 일이 일어났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공부가 너무 잘 됐다.
그래서 그냥 잘됐구나 하고 공부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내 스스로 그 힘든 일이 생각날 때마다, 공부를 하며 그 공부 내용으로 안좋은 기억에 대한 생각을 덮어버렸다는 것을. 상당히 스트레스 받는 일이긴 했지만, 공부도 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다 보니까 (내가 내 자신이 아니게 되는 느낌도 있었지만) 엄청난 이득을 본 느낌이었다.
단 1년동안만이라도 공부로 내 자신과 내가 처한 현실을 덮어 없애버리는 것, 그것이 나의 최종 목표다.
이름없음2018/01/04 17:14:25ID : XBy2NBvCktA
기본적으로 지금부터 내가 실행할 '공부를 통한 현실도피'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오로지 머릿속을 자신이 공부한 지식들만으로 채우면서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없애 버린다.'
엄청난 집중력과 체력이 필요하겠지만, 그것으로 내가 현재 받고 있는 스트레스를 없앨 수만 있다면 그 정도 노력은 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나의 현재 상황이 생각나자마자, 책에 있는 내용을 닥치는 대로 읽으며 지식을 습득하거나, 만일 책이 없다면(이런 상황을 위해 작은 암기용 종이라도 들고 다녀야 할 것이다.) 머릿속으로 공부 내용을 떠올려 복습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생각의 진행을 막는 것이다. (물론 그냥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겠지만,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생각이 좀 부정적인 방향으로 많기 때문에 그 방법은 실패했다.)
이름없음2018/01/04 17:18:03ID : XBy2NBvCktA
이런 얘기를 쓰고 앉아있으려니까 내가 살짝 좀 미친 것 같다.
근데 친구가, 자신이 입시 설명회를 갔던 어느 대학교 교수님이
"이 미친 세상에서 자신이 미치지 않고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라고 하셨다고 말해주었다.
문득 전에 봤던, 인텔 사의 전 회장인 앤디 그로브의 명언이 떠오른다.
"Only the paranoids survive."
번역하자면, "미친 사람들만이 살아남는다."
어찌됐든 내 상태나, 현실의 상태나 정상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다들 미쳐버리라고 말하고 있으니.
이름없음2018/01/04 17:19:51ID : XBy2NBvCktA
지금부터 자정까지,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르면 떠오르는대로 전부 공부로 차단시키는 것이 가능한지 실험을 해 볼 계획이다. 자정이 되면 실험 결과를 써둬야겠다.
이름없음2018/01/05 14:30:09ID : XBy2NBvCktA
어제는 인강 7개정도를 듣고 잤다. 오늘도 시작해야겠다. 숨쉬지 말고 공부하자.
해외여행 가서까지 공부하고 있는 내 친구를 보자. 그 친구의 빛나게 될 인생을 보자.
초라해 질 내 자신을 똑바로 보고 내 자신을 탓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