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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s66kre1zV 2020/05/19 01:19:38 ID : VcIJU43WnPj
1판 https://thredic.com/index.php?document_srl=43909372 1판 만들 때 내가 자동암호로 만들어부러서 제목이랑 1레스를 수정을 못하겠더라ㅋㅋㅋㅠ 그래서 2판으로 옮겨왔오 리퀘받기 끝!
◆k9s66kre1zV 2020/05/19 12:02:59 ID : 3vfQq6jba1j
나는 걷고 있는데 세상은 내 곁을 날쌔게 스쳐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어쩌면 저렇게 모든 게 빠르고 간편하고 대수롭지 않을까? 나는 생각하면서도 도무지 발을 더 빠르게 옮기지 못한다 너도 언젠가 내 곁을 스쳐간 남들 중 한 명이었을까 너의 눈에 나는 움직이지 않고 땅에 박혀 있는 조형물처럼 보였을까 그러니까, 정류장이나 표지판처럼 그저 너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물건에 지나지 않았을까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너는 언제나 옳고 찬란하며 나날이 발전하는 사람이니까.... 나는 느려 터졌고 답답하기 짝이 없지 너도 나 때문에 얼마나 속이 터졌겠어 이 게으르고 무기력하고 못된 것, 생각하는 순간 느리게나마 움직이던 발걸음조차 멎는다 대충 쌓아 올린 나무 블록처럼 불안정하게 흔들리던 몸이 결국엔 허물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아무리 그래도 말야. 저기, 조금만 천천히 가주지 않을래? 거기 아무도 없어? 혹시 이것도 안 들리니?
이름없음 2020/05/19 12:10:33 ID : bB84FdA0pRu
하늘에서 내려온 토끼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로 시작하는 거 될까?
◆k9s66kre1zV 2020/05/19 21:41:14 ID : VcIJU43WnPj
ㅇㅋㅇㅋ 내일 써서 올릴겡
◆k9s66kre1zV 2020/05/20 10:51:42 ID : u5Pa9uspglx
소재가 너무 재밌어서 분량조절 실패... 스읍... 하늘에서 내려온 토끼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 이상한 곳에 떨어진 지 일주일째 되던 날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지게 된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오로지 흰 벽과 흰 바닥뿐이었다. 먹을 것이나 마실 것은 물론 존재하지 않았고, 그런 것 따위를 섭취하지 않아도 배가 고프거나 어지럽지 않아 나는 그러려니 했다. 편리했다. 중력 또한 존재하지 않아서 나는 배를 까뒤집고 죽어버린 물고기처럼 의욕 없이 공중을 떠돌아다녔다. 해가 뜨고 지지 않는 흰 공간에서 하루가 지났는지 가늠할 수도 없어 그냥 내가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새로운 아침이라 이름 붙이기로 했다. 그렇게 7일째의 아침을 맞았을 때였다. “얘, 얘. 여길 좀 봐. 어휴, 글쎄 귀가 막혔나. 여길 보라니까?” 하늘, 그러니까 내 위쪽의 공간에서 들릴 리 없는 목소리가 들려 왔다. 잠이 덜 깬 눈으로 위를 올려다보니, 여전히 새하얗고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천장에서 똑같이 새하얀 토끼가 내려오고 있었다. 흰 털과 붉은 눈이 인형처럼 예뻤지만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며 팔다리를 버둥대는 것이 도저히 인형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시끄럽게 빽빽대는 토끼를 향해 듣고 있다는 의미로 두 팔을 뻗어주었다. 토끼는 천천히 내려와 내 품에 폭 안겼다. 따뜻했다. “얘, 내 이름은 화이트야. 네 이름은 뭐니?”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토끼는 싱글벙글 웃으며 내게 말을 붙였다. 이름이라, 이름. 내 이름이, “그게 그렇게 중요해?” 바보처럼 되묻자 토끼는 얼굴을 팩 일그러뜨렸다. 마치 학생의 한심한 질문을 들은 선생님이라도 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뭐? 중요해? 그럼 중요하지. 이름이 없는 존재는 아무것도 아니야. 이름이 없으면 이 세상에도 없는 거라고.” 토끼가 처진 입꼬리를 과장되게 쌔액 올려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마치 너처럼 말야. 토끼는 짤막한 팔로 내 뒤쪽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있을 리 없었던 거울이 놓여 있었다. 허공을 부유하던 몸은 거울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하강했다. 오랜만에 발이 땅에 닿는 느낌이 생경하다. 나는 방금 다리를 얻은 인어처럼 어색하게 걸어 거울 앞에 도착했다. 그리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어? “나.... 나 얼굴이 없어.” “그럼, 당연한 일이지. 이름이 없으면 존재도 없어. 이 세상에 있지도 않은 것이 얼굴이 있을 리가 있겠어?” 거울에 비친 내 얼굴에는 이목구비가 없었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정말 ‘없었다’. 분명 무언가가 존재해야 할 곳에는 온통 녹아내린 것처럼 매끈한 표면만이 남아 있었다. 병아리가 깨기 전의 알처럼, 분명 사람의 얼굴이라고는 할 수 없는 모양새였다. 이름이 없다고 얼굴도 없다니, 끔찍하다. 나는 품 안의 토끼를 거울로 던져버리고선 알 수 없는 비명만을 질러대었다. 와장창 거울이 깨지는 소리와 토끼의 숨이 넘어가는 소리, 내가 지르는 비명으로 머리가 아찔해졌다. 아, 나 얼굴이 없어. 내가 없다고! 내가 없어. 나는 어디 있어, 말해, 어서 말해봐. 나는, 나는, 어디 있는 거야? - 동공 반사 돌아옵니다! - 안심할 때가 아냐! 빨리 수술실로! - 어? 환자가 깼어! 환자분, 환자분? 갑자기 몸이 무거워졌다. 가볍게 허공에 떠올랐던 몸에 누군가가 1톤도 넘는 추를 매달아 놓은 느낌. 의식은 몽롱했고 몸에는 감각이 없었다. 물에 잠겨 몇 번을 허우적거린 끝에 숨이 멎어가는 듯한 녹진함만이 내가 느낄 수 있는 전부였다. 다시 나만의 공간으로 돌아가고 싶다.... 나는 떴던 눈을 도로 감았다. 환자분? 환자분 정신 차리세요! 알 수 없는 사람의 목소리가 전부 울렁거리는 이명으로 뭉뚱그려졌다. 의식이 저 밑으로 가라앉았다. 마치 깊은 굴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또 왔네? 날 그렇게 던져 놓고 잘 왔어, 아주?” 다시 돌아온 공간은 이미 나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살아난 토끼가 어느 틈에 생겨난 커다란 테이블 위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차에 곁들인 다과는 색색의 떡, 백화점 브랜드 마크처럼 떡에 찍힌 도장은 보름달처럼 동그란 프레임 안에서 토끼 두 마리가 절구질을 하고 있는 모양의 그림이었다. 토끼는 조그만 몸뚱아리로 낑낑대며 의자 하나를 빼더니 내게 앉기를 권했다. “오느라 피곤했을 테니 한 번만 용서해주지. 안 앉을 거야?” “혹시 저 떡은 네가 만든 거니?”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넌 내가 저런 거나 만들 시간이 있는 토끼로 보이니?” 토끼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 코웃음쳤다. 나는 조금 아쉬워졌다. “너는 정체가 뭐야?” “글쎄. 진짜 토끼일 수도 있고, 네가 보는 환각일 수도 있고, 그저 네가 구질구질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 만든 방어기제일 수도 있고. 그런데 그게 그렇게 중요해?” 토끼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그러더니 회심의 한 방이었다는 듯 뿌듯하게 껄껄 웃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토끼가 무척이나 이상해 보였다. “그럼 나는 뭐야? 이제 나도 내가 뭔지 모르겠어.” “그건 대답해줄 수 있지. 자기 이름도 모르는 너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야. 대신 아무 거나 될 수 있지. 이제부터 뭐가 될지는 네가 정하는 거야.” “네 말을 들으니 더 모르겠어. 나는 이제 이름도 잃어버렸어. 난 어떻게 해야 해?” 나는 이제 얼굴이 없지만, 만약 눈코입이 존재했다면 필시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토끼가 저렇게 재미있다는 얼굴로 웃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내 대답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제안했다. “그럼 나와 함께 갈래? 넌 달리 갈 곳도 없잖아. 이제 넌 이름도, 얼굴도, 존재도, 아무것도 없잖아. 지금부터는 나와 함께 재미있는 여행을 떠나자. 함께 많은 것들을 보고, 만나고, 새로 사귄 친구들을 북적북적하게 모아서 티파티도 열어 보는 거야. 그땐 내가 떡도 직접 만들어 줄게.” 털 많고 둥글둥글한 손이 내게로 내밀어졌다. 내가 본 어떤 것보다도 작고 초라한 손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구명조끼도 산소통도 없이 혼자 가라앉고 있는 내게 내밀어진 가장 간절한 구원의 손이었다. 나는 고민하지 않고 그것을 잡았다. “좋아.” “내가 새 이름도 선물할게. 너는 이제부터 앨리스야.” “그래. 나는 앨리스, 너는 화이트야.” 이윽고 흰 벽과 천장이 천천히 무너졌다. 부서지는 벽의 파편들조차도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그것들은 내 몸을 눌러 으깨지 못하고 그저 조용히 허공을 떠돌아다녔다. 벽의 파편들이 쏟아져 내리지 않고 공중을 부유하는 모습은, 마치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부드럽게 일렁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까지 주었다. 나는 화이트의 따스한 손을 잡은 채 그 아름다운 광경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 제기랄, 환자 바이탈이 이상해! - 심박수 올라가고 혈압 떨어집니다! 혈압 60에 40.... 아, 안돼.... - 0000년 0월 0일, 00시 00분. ■■■ 환자.... 사망하셨습니다. 웅웅대는 이명이 점점 거세졌다. 그러나 이제는 그것마저 나를 위한 노래처럼 들렸다. ■■■이 누구지? 약간의 궁금증이 일었으나, 그것은 이내 여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뒤덮여 사라져버렸다. 나는 사라지고 이제는 나를 위한 것만이 남았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
이름없음 2020/05/20 18:41:32 ID : bB84FdA0pRu
앨리스 처음에 얼굴 없었다는거 소름...잘봤어 레주!!
◆k9s66kre1zV 2020/05/20 19:30:25 ID : VcIJU43WnPj
나야말로 재미있는 소재 고마워!! 다른 레더들도 부담없이 암거나 컴컴
◆k9s66kre1zV 2020/05/21 00:56:06 ID : VcIJU43WnPj
그럼에도 나는 사랑이라는 가장 비합리적인 신념을 믿는다. 너는 이슬로 졌어도 우리의 사랑만은 지지 않았기 때문이야.
이름없음 2020/05/22 00:31:54 ID : Lbu7gkq5aq5
처음부터 없던 뿔과 환상통. 원래 뿔은 앖는데 뿔이 있던것처럼 괴로운...? 힘들면 그냥 뿔로 해주라
◆k9s66kre1zV 2020/05/22 17:34:23 ID : zbu4GleE8jj
헉 재밌겠다 쓰는대로 올릴게!
이름없음 2020/05/24 02:01:53 ID : VcJRwmoKY3z
사이비종교에 위장입교했다 그 종교를 없애기 위해 위험한 주술을 쓴 소녀와 외로움에 지쳐 소녀의 부름에 응답한 마왕
◆k9s66kre1zV 2020/05/24 17:13:12 ID : VcIJU43WnPj
오키오키 고마워!
◆k9s66kre1zV 2020/05/25 21:25:45 ID : VcIJU43WnPj
많이 늦었지?ㅠ 요즘 눈 돌아가게 바쁘다잉... 그래도 글은 계속 쓸 거야!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시작은 정말 별 게 아니었어. 난 변변한 대학도 못 나와 서른이 다 되도록 직장도 못 얻은 날백수고, 이런 나를 한심히 여기던 부모님은 마침 가게 음식 배달해줄 사람이 필요했고. 굳이 따지자면 그게 시작이었지. 남는 시간에 배달만 좀 해주면 부모님이 공짜 오토바이도 사주고, 용돈도 주고, 게다가 집에만 처박혀 보내는 똑같은 하루하루에 할 일이 생긴다는 게 얼마나 좋은 제안이야? 사실 나 좀 외로웠거든. 하루이틀을 집에만 있었어야 말이지.... 그래서 나는 바로 우리 부모님 가게 배달부로 취직했지. 부모님은 약속대로 나한테 오토바이 하나를 사줬어. 어쩌면 부모님은 그걸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을지도 몰라. 왜냐하면, 나는 그날 만나버렸거든. 내 영혼이자 평생의 사랑을. 붉고 커다란 몸뚱이에 윤기 나는 검은 뿔을 가진, 내 붉은 투우를 말이야. 뭐, 그렇다고 걔가 혼다나 야마하 같은 좋은 브랜드였던 건 아니고, 그냥 국산이야 국산. 거 왜 있잖아, 저기 밖에 나가면 1분에 세 대는 지나가는 흔해빠진 것 말야. 하지만 걔는 나만 알아챌 수 있는 특별함을 감추고 있었지. 우리는 시작부터 서로 통해버린 것일지도 몰라. 원래 사랑이라는 게 특별한 이유 없이도 벼락처럼 들불처럼 시작되는 거 아니겠어? 와, 그때 생각하니까 너무 벅차서 목이 탄다. 그 만남은 내가 경험한 최초의 기적이나 마찬가지였거든. 나 물 한 잔만 줄래? 걔는 오로지 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오토바이처럼 나에게 꼭 맞았어. 우리는 매일 밤낮을 함께 질주했지. 나는 걔와 함께라면 겁이 없어졌어. 그렇게 겁쟁이에 찌질하던 내가 세상에 두려울 게 없어졌다고. 이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알아? 난 그게 너무 좋아서, 진짜로 뭐에 씌이기라도 한 것처럼 평범하기 짝이 없는 중국집 빨간 오토바이를 거금을 들여 정비하고, 튜닝하며 아꼈어. 걔를 더 멋지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나를 위해 아무것도 사지 않아도, 집에서 눈칫밥만 먹으며 지내도 좋았지. 우리 부모님을 비롯한 사람들 모두가 날 미쳤다며 욕했지만 나는 그 운명적인 사랑을 절대 거둘 수가 없었어. 걔는 딱 나에게만 그 특별함을 열어줬거든. 나도 걔에게만 특별했고. 그게 참, 밑바닥 백수 인생에 이상하게 위로가 되더라. 아마 걔가 사람이었더라면 나는 걔를 꼭 끌어안고 조금 울어버렸을지도 몰라. 얼마 안 지나 나는 배달이 없는 시간에도 내 사랑스러운 투우와 함께 대로를 달리기 시작했어. 튜닝한 엔진에서 푸릉푸릉, 성난 소의 숨 고르는 소리가 나는 게 너무도 사랑스러웠어. 나는 드러내본 적도, 드러낼 길도 없었던 그 광폭함과 격정! 걔는 그 모든 것을 솔직하고 우렁차게 내보일 줄 알았어. 나는 걔와 함께 있을 때만 숨을 쉴 수 있었지. 그 검고 든든한 뿔을 두 손으로 잡고 달리면 아, 난 당장에라도 사랑의 위대함이란 무엇인지를 충만하게 느낄 수 있었어. 온 세상이 나와 그를 위한 카포테, 붉은 천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했지. 그 순간만큼은 내게 다른 친구가 없어도 좋았어. 아마 세상에 둘만 있어도 좋았을 거야. 걔 이야기를 계속 하니까 흥분해서 더워지네. 창문 좀 열어줘. 걔를 타고 달리는 데에 날씨나 뭐, 그런 것 따위는 전혀 문제가 되지 못했어. 나 참, 비웃지 말고. 이건 그냥 실수로 그런 거라니까? 실수 말이야. 나만의 투우는 마지막마저도 지극히 걔 다웠지. 중앙선을 넘어 다가오는 덤프트럭을 피하다가 미끄러져 나는 날아오르고, 떨어지고, 걔는 가드레일조차 뚫고 더 깊은 곳으로 추락해 뭉개지고. 사실 눈 뜨니까 여기라서 난 아직도 걔가 내 곁에 없다는 게 안 믿겨. 덤프트럭이라는 투우사를 피하다가 결국 확실하고 장렬한 죽음을 맞이하고 마는, 뭐 멋진 죽음이라면 멋진 죽음이네. 그래, 내 다리가 이렇게 된 건 괜찮아. 내 탓이지. 아무렇지도 않아. 하지만 내 사랑, 내 친구, 내 유일이 사라져버렸어. 내 붉은 소가 세상에서 영원히 사라져버렸다고. 이제 어떤 바이크를 잡아도, 물론 잡을 수 있는 상태도 아니겠지만, 그 희열과 떨림을 다시 느낄 수는 없을 거야. 그거 알아? 사실 나는 그 애를 이루는 투우의 일부였던 게 분명해. 흔히 사랑의 마지막 단계는 사랑의 대상과 같아지는 거라고 하잖아. 나는 그 애를 닮아 투우가 돼버렸던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날아가버린 다리 대신 다치지도 않은 머리 양옆이 이렇게 아플 리가 없잖아. 있지도 않았던 검고 늠름한 뿔이 이렇게 허전할 리가 없잖아.
이름없음 2020/05/25 22:25:40 ID : Lbu7gkq5aq5
오 아무생각없이 막 던진거였는데 오토바이로 표현해줬네... 아이디어 좋아 ㄱㅅ
◆k9s66kre1zV 2020/05/26 11:38:26 ID : hta9wJSNy1w
밤이 깊고 영원처럼 시계가 울었다. 우리는 서로의 유일을 껴안았다.
이름없음 2020/05/26 12:37:45 ID : dA441u8qo0o
글 솜씨 최고된다 저번 것부터 잘 읽고 있었어! 난 여름, 학교 같은 반 여친 있는 남자애(근데 여친한테 마음은 없어야 됨ㅋㅋㅋ 그냥 고백이면 다 받음)를 짝사랑 중인 여자애! 너무 뻔한 클리셴가? ㅎㅎ 그래도 난 뻔한 게 좋더라~!
◆k9s66kre1zV 2020/05/29 00:32:39 ID : VcIJU43WnPj
요즘 진짜 너무... 내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이 바빠서 글을 못 썼다... 오늘도 집에 일거리 들고 와서 일하다 지금 끝남ㅠ 레더들 리퀘는 그래도 좀 분량 있게 천천히 써보고 싶으니까 주말까지 쫌만 기다려줘잉💕
◆k9s66kre1zV 2020/05/29 00:44:25 ID : VcIJU43WnPj
부디 내가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줘요. 너른 땅 봄 내린 이곳에서 나만이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해줘요. 보드랍고 여린 햇살조차도 나를 해할까 저어하여 내게 닿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줘요. 세상 모든 것이 나를 귀애하듯이 당신에게도 내가 소중하다고 말해줘요. 어서요, 달게 속삭이는 입술을 내게로 상냥히 내려 줘요. 그러니 내가 외톨이가 아니라고 말해줘요.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 거짓이라도 좋으니까요.
◆k9s66kre1zV 2020/05/29 00:57:44 ID : VcIJU43WnPj
너를 좋아한다 사랑한다, 그 말이 너무 가벼워 나는 말했어 우리가 서로의 유일한 슬픔이 되자 너와 나 서로 외에는 그 무엇에도 눈물 흘릴 수 없도록 우리는 단 하나의 상처가 되자 내 말에 너는 예쁘게 아주 예쁘게 웃었고 그때 나는 알아버린 거야 머잖아 나는 너로 인해 울고 있겠구나 네가 정말 내 평생에 유일한 고통이 되려는구나 마치 도넛에 뚫린 단 하나의 구멍처럼 하지만 네가 저리 환하게 웃고 있지 않겠어 그래서 나도 함께 웃었지 그냥, 난 그냥 네가 예뻤으니까 사실 말야 그때 고왔던 너를 꼭 끌어안고 싶었어 너도 나 때문에 혼자 앓으며 아팠으면 하고 바랐어 너도 나를 보며 사랑과 고독을 동시에 배웠으면 하고 바랐어 너에게도 내가 단 하나의 절망이었으면 하고 바랐어 그걸 너는 다 알고 있었던 거지
◆k9s66kre1zV 2020/05/29 01:21:12 ID : VcIJU43WnPj
중간점검: 글 연습의 적정선...? 이라고 해야 하나 적당한 방법을 찾은 것 같다. 문장 연습은 단문, 스토리텔링 연습은 리퀘로 연습하면 될 듯. 비록 지금은 바빠서 많이 못 쓰고 있긴 하지만... 키워드 받아서 서사나 아이디어 연습하는 거 좋은 것 같아. -> 앞으로도 계속 이 방법은 유지하는 걸로. 스토리텔링 연습할 때 시점이나 서술방법, 이야기 구조도 되도록 다양하게 시도해보면 좋겠다. 일 좀 적응되면 더 많이 써보기... 아 진짜 사표 내고 싶다 스트레스 만땅ㅡㅡ
이름없음 2020/05/29 07:39:10 ID : BBwGpVe43U0
기다리고 있을게!! 나도 곧 출근이다 ㅠㅠㅠㅠ 우리 힘내자~!!!🤍
이름없음 2020/05/30 00:36:05 ID : 41yJXusmJVc
괜찮아!!! 힘든 시기인데 몸 챙겨가면서 지내야지 0w0
◆k9s66kre1zV 2020/05/31 18:56:42 ID : VcIJU43WnPj
허미.... 이번에도 분량조절 실패 아이야, 아이야. 잠이 오지 않는 게로구나. 울지 말고 들어보아라, 할미가 이야기 하나 해줄테니. 오늘은 어떤 악마에 관한 이야기를 해줄 거란다. 악마라 하면은 세상 사람들은 72악마만을 떠올리지만, 모든 악마는 각자 자신이 관장하는 영역을 하나씩 가지고 있지. 그 중 이 할미가 이야기해줄 악마는 바로 외로움을 관장하는 악마, 고독의 마왕이란다. 마왕은 태어날 때부터 늘 혼자였지. 아주 깊디깊은 심연에서 홀로 생겨나, 수천 수만 년을 쭉 그 심연 속에서 살았단다. 마왕, 즉 악마는 삿되고 영특한 존재였기에 스스로 세상의 여러 지식과 말을 깨우쳤으나, 그의 말을 들어줄 이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지. 그는 사랑을 몰랐단다,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 외로움도 몰랐단다, 누군가와 함께였던 적이 없었으니. 고독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고독의 마왕은, 자신의 이름을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살았지.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억겁에 가까운 세월을 그렇게 나고, 마왕은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처음으로 듣게 되었단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라 마왕은 드물게 깜짝 놀랐지. 누군가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자신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을 난생 처음 느껴봤으니 말이야. 마왕은 자신을 부르는 자의 여린 목소리를 따라 지상으로 올라갔지. 지상으로 가본 적이 그동안 한 번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은 너무나 수월했어. 끊어질 듯 가느다란 목소리가 이끌듯이 마왕을 안내해주고 있었거든. 마침내 지상에 나온 마왕은 처음으로 자신 외에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를 마주할 수 있었어. 그 주인공은 바로, 마왕에 비해 아주 조그마한 몸집을 가진 인간 여자애였지. “마왕님 마왕님, 제가 마왕님을 불러냈어요.” 여자애는 마왕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총명한 눈을 가득 빛내며 당돌하게 말했어. 마왕은 그런 여자애의 눈을 그저 가만히 바라보았지. 깊고 탁한 어둠밖에 없는 자신의 눈동자에 비해 여자애의 눈은 별을 담은 밤하늘처럼 반짝거렸어. 그는 그것이 무척이나 신기했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자애는 어떤 종교의 교인들에 의해 어미와 아비를 잃었다고 했어. 그로 인해 혼자가 되었다고 했어. 그래서 자신이 그 종교에 위장입교할 테니, 적당한 때에 자기가 마왕을 불러내면 마왕이 그 종교를 없애달라는 거야. 마왕은 이해가 가지 않았어. 외로워졌다고 해서 자기 목숨을 걸어가면서까지 복수를 하고 싶어 한다니. 저렇게 어리니, 모른 척 복수하지 않고 살아가면 앞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자신은 외로운 것이 이미 숨 쉬는 것만큼이나 익숙한데, 그렇다면 자신은 누구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거지? 질문과 호기심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 그래서 마왕은 계약에 대한 대가를 입에 담기도 전에 질문 하나를 하고 말았지. 외로움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길래 그렇게까지 하지? 여자애는 대답하지 않고, 그렇다고 울거나 화내지도 않고 그저 마왕을 빤히 바라보았어.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어. “당신, 지금 굉장히 외로워 보여요.” 마왕은 갑자기 화가 치밀었어. 왠지 자신을 동정하듯 바라보는 여자애의 맑은 눈. 그 눈을 모두 파서 씹어먹어버리고 싶었지. 하지만 그는 당장 여자애를 죽이지 않았어. 그저 황급히 자신의 보금자리인 심연으로 내려갔을 뿐이었어. 왜냐하면, 지금 여자애를 죽이면, 왠지 자신은 영원토록 이유 모를 후회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야. 마왕이 거부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은 얼렁뚱땅 성립되었어. 여자애의 몸에는 계약자라는 의미로 마왕의 표식이 새겨졌어. 마왕은 여자애에게 채 계약의 대가를 청구하지도 못했지. 여자애는 마왕이 무섭지도 않은지, 그 뒤로도 틈만 나면 마왕을 불러댔어. 마왕은 그런 여자애가 너무도 귀찮았지만, 어찌됐든 계약자이니 여자애가 자신을 불러내는 것을 그저 거부만 할 수도 없었지. “마왕님, 저 입교 성공했어요! 아무도 의심 안 하던데요?” “마왕님, 배 안 고파요? 저한테 사과 두 개 있는데 하나 드실래요?” “마왕님 마왕님, 오늘은 그냥 심심해서 불러봤어요.” 마왕은 몇 달간 여자애의 일상을 지켜보았어. 여자애가 오늘 뭘 했는지, 어떤 기분인지 조잘조잘 떠들고, 자신은 오늘 어땠는지 물어올 때마다 그의 가슴 속에는 몽글몽글한 따스함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어. 여자애는 볼 때마다 조금씩 자라 있었어. 어디 눌린 것처럼 조그맣던 키가 조금씩 커질 때마다 그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지. 어느날 여자애는 항상 그랬듯 아무 일도 없으면서 마왕을 불러냈다가, 문득 이렇게 말했어. 조그만 입술이 망설이듯이 오물거렸어. “마왕님, 마왕님이 제 부모님이면 좋겠어요.” 마왕님은 성별이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제부터 제 엄마도 아빠도 해주면 안 돼요? 마왕은 불에 덴 것처럼 깜짝 놀랐단다. 저렇게 여리고 깨끗한 영혼이 추악한 악마인 자신을 부모로 삼고 싶다니, 뭔가 잘못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지. 악마의 자식이라니, 마왕의 자식이라니? 자신이 모른 척 그러마하면 여자애가 남은 시간 동안 동족인 인간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으며 살아갈 것인지 눈에 뻔히 보이는 것 같았어. 마왕은 처음으로 여자애의 말을 거부했어. 안 된다며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심연으로 돌아가버렸지. 또다시 혼자가 된 마왕은 자신의 계약자, 자신의 소녀를 생각했지. 해맑게 웃던 모습, 조그만 손으로 조그만 간식을 건네주던 모습, 신나게 뛰어다니다 바보처럼 넘어지던 모습, 오늘 있던 일을 말해줄 때마다 별처럼 반짝이던 눈동자.... 악마는 웅크린 몸을 더욱 깊게 수그렸어. 그는 그제서야 깨달은 거야. 여자애는 이미 자신에게 너무 많이 스며들었고.... 자신은 여자애와 함께 있는 것이 좋으면서도 그 아이가 바르고 환하게 크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말야. 마왕의 눈에서 처음으로 눈물이 흘렀어. 그는 자신의 이름이 얼마나 끔찍한지를 난생 처음 알게 되었지. 그 뒤로 얼마간 여자애는 마왕을 부르지 않았어. 마왕은 여자애와 거리를 두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혹시 여자애가 나를 싫어하게 된 걸까, 아니면 여자애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전전긍긍하게 되었지. 그러나 계약자가 부르지 않는 이상 악마는 계속 심연 속에 존재해야 하기에, 마왕은 여자애를 만나러 저 혼자 지상으로 올라갈 수도 없었단다. 그래서 여자애가 마왕을 다시 불렀을 때에, 그는 무척 기뻐서 나는 것처럼 지상으로 올라갔지. 오랜만에 만난 여자애는 그새 더 자라 있었고, 어찌된 일인지 야위어 있었으며, 눈빛에는 수심이 가득했어. 마왕은 드물게 그 이유를 먼저 물었지만 여자애는 그에 대답하지도, 마왕이 먼저 말을 걸어 주었다는 것에 기뻐하지도 않았지. 대신 이렇게 물었어. “마왕님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마왕은 여자애가 말을 건네주는 것이 기뻐 순순히 대답했어. 나는 고독이란다. 마왕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여자애는 얼굴을 참혹하게 일그러뜨렸어. 앙다문 잇새로 비명 같은 절규가 새어나왔지. 마왕은 여자애가 너무 걱정스러워 달래주고 싶었지만, 여자애는 매몰차게 마왕을 심연으로 쫓아내버렸어. 여자애에 의해 강제로 돌아가게 된 심연은 차갑고, 어둡고, 무엇보다 외로웠어. 그곳에서 마왕은 고민했단다. 여자애가 왜 자신에게 실망한 걸까? 왜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은 걸까? 자신이 아끼는 작은 아이 하나 기쁘게 해주지 못하는 스스로가 마왕은 원망스러웠어. 자신이 관장하는 영역이자 제 이름이 고독이라는 것에 마왕은 치를 떨었지. 고독은 무척이나 아프고, 끔찍하고, 비참한 것이었기 때문이야. 여자애가 마왕을 다시 불러주기까지는 이번에도 시간이 좀 걸렸단다. 아니, 어느 때보다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 여자애가 자신을 정말로 잊어버렸을까 마왕이 슬슬 걱정을 할 때쯤, 여리고 작지만 그 무엇보다도 반가운 부름이 마왕의 귓가를 간질인 거야. 마왕은 단숨에 여자애가 있는 곳으로 올라갔지. 여자애는, 제단 위에 누워 있었어. 사지가 묶인 채로. 제단 옆에 선, 사제로 보이는 어른 남자가 손에 든 칼로 금방이라도 여자애의 배를 가르려 하고 있었어. 여자애는 마왕에게 말했지. “마왕님 마왕님, 이 종교가 어떤 종교인지 아세요?” 여자애는 울고 있지 않았어. 겁에 질리지도 않았어. 그저 웃고 있었지. 손발 따위 묶인 적도 없다는 것처럼 그저 슬프고 차갑게 웃고 있었어. “고독을 섬기는 종교래요. 바로 당신을 섬기는 종교요. 나를 가장 외로운 존재로 만들어 당신의 제물로 바치겠다는 이자들에 의해 우리 부모님이 죽은 거예요.” 마왕은 숨을 삼켰어. 간혹 악마를 섬기는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그 주인공이 자신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거든. 게다가 자신은 산 제물 따위를 원한 적도 없었어. 그러나 그것은 여자애에게 알려줄 필요가 없는 사실이었지. 부모님의 죽음이 단지 저 인간들의 오해로 인해 일어난 허무한 살해라는 것을 알고 나면, 여자애의 날선 복수는 어디에도 향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해치고 말 테니까. 그건 안 될 일이었지. 그래서 마왕은 여자애가 들고 있는 복수의 칼날을 자신이 받아주기로 했어. 여자애가 그 다음 어떤 말을 할지, 그는 이미 알고 있었지. “소원을 빌게요, 마왕님. 부디 저들과 함께 죽어 주세요. 고독 따위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게 만들어 주세요.” 여자애의 눈에서 눈물이 몇 방울 떨어졌어. 맑은 눈동자에는 증오와 저주, 그리고.... 그것으로도 숨길 수 없는 애정이 동시에 담겨 있었지. 고독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해준 존재. 사랑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알게 해준 존재. 그 아이를 위해서는 죽는 것도 두렵지 않지.... 계약자의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의미로 여자애 몸의 표식이 번쩍 빛나고, 마왕이 양팔을 허공으로 들어올렸어. 그리고 여기저기 튀는 피와 살점, 한때 사람이었던 것들의 비명.... 그것들과 함께 마왕 자신의 몸도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것을, 둘은 조용히 지켜보았어. 이것으로 세상의 모든 고독이 사라질 수만 있다면. 외로운 존재가 다시는 생겨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둘은 한 마음으로 기도했어. 그렇게 마왕의 마지막 숨마저 허공으로 사라지자, 거기 남겨진 것은 여자애밖에 없었어. 대가 없는 계약이었기 때문에 여자애는 목숨도 영혼도 온전히 부지할 수 있었지. 여자애는 복수에 성공한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도 않고서, 제단에서 일어서 어딘가로 향했어. 앞으로, 앞으로. 혼자인 자신을 외롭지 않게 해줄 존재들을 찾아, 그저 앞으로. 이야기는 어땠니, 얘야? 할미가 이 이야기로 말미암아 네게 알려줄 것은 두 가지란다. 첫째로, 외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라. 네가 두려워하는 그 외로움조차도 고독함에 사무치고 있을 테니, 네가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 주렴. 외로운 것의 친구가 되어 주렴. 둘째로, 사랑을 후회하지 말아라. 마왕은 비록 목숨을 잃게 되었으나, 여자애를 사랑한 것만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았단다. 사랑은 사랑에 빠진 사람을 죽음조차 이겨낼 정도로 용감하게 만든단다. 너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네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을 주는 용감한 자가 되어야 한다. 그럼 우리 예쁜 손녀, 좋은 밤 되려무나. 고요해진 방 안에는 작은 촛불 하나만이 조금 어둡게 흔들리고 있었다. 노파는 손녀가 잠든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앞치마와 뷔스티에를 벗고, 원피스마저 벗고 나자 노파의 어깨 언저리에 있던 손바닥만한 문신이 드러났다. 어떤 모양인지 알아볼 수 없는 그것은 촛불과 함께 가늘게 일렁이다가, 노파가 잠옷 원피스를 입자 이내 가려져버렸다.
이름없음 2020/06/01 01:08:42 ID : oNy7utBtcpO
힘들어서, 죽어버릴거 같아서 결국 흑마법으로 악마를 소환했어. 혹시라도 된다면 아무거나 괜찮으니 악마를 소환하는 방법을 지어서(?) 마음대로 적어주라 키워드라면 붉은색의 뿔과 눈을 가진 악마
이름없음 2020/06/01 02:47:54 ID : 41yJXusmJVc
밤중에 들어와서 온 알림이 스레주였네 0w0 뭔가 한편의 영화같은 이야기였어!!! 이 소재를 처음 떠올렸을 때 생각한거랑은 다르지만(사실 좀 오래 망상한 내용이거든) 그래서 더 스레주답고 좋은거 같아
이름없음 2020/06/07 21:51:03 ID : VcJRwmoKY3z
요괴의 제물이 되어 세상을 멸망에서 구할 존재라 믿었던 이세계의 무녀는 사실 최고 최선의 마왕님이었습니다 이상한 부분이 보인다면 착각이 아닌게 함정
이름없음 2020/06/11 18:51:10 ID : VcJRwmoKY3z
레주가 돌아올 경우를 대비해서 갱신
◆k9s66kre1zV 2020/06/15 01:39:29 ID : L89zdPiqkmk
늦어서 머슥머슥...^^;; 같은 반이란 걸 생각을 못했네! 그냥 같은 학교 다른 반으로 봐조...ㅠ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만남이라는 것이 있을까. 너와의 만남을 떠올리면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우리는 만남이 진부했잖아, 꼭 누군가 우리를 만나게 하려고 일부러 연출한 상황인 것처럼. 그날은 나의 전학 첫날이었다. 잦은 전학에 지쳐, 나는 새 친구를 사귀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질 않았다. 당연히 내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다가오는 이들도 없었고. 해서 나는 혼자 밥을 먹고, 교과서를 가져오지 않아 그리 유익하지 못했던 수업을 혼자 들었다. 그날의 나는 외딴 섬이었다. 허락되지 않은 마을에 홀로 들어온 이방인이었다. 시끄러운 교실에서 유일하게 조용한 내 주변과 힐끔힐끔 스치는 시선에 숨이 막혀 왔다. 학교가 마칠 무렵에는 비가 내렸다. 나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았다. 장마인 가운데 그날만 우산을 두고 온 이유는, 글쎄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로 기억이 안 나. 어쩌면 정말로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나와 너를 만나게 하려고 장난을 친 것일지도 모르지. 나는 나를 데리러 오기에는 너무도 바쁜 가족들을 두었기에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를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비를 맞고 집까지 뛰어갈까, 아니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릴까 고민하면서. 그러나 비는 몇 시간 내로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내게는 선택이 허락되지 않았다. 포기하고 비를 맞고 가려고 막 학교 건물을 나서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네가 말을 걸었다. 가뜩이나 최악의 하루가 된 가운데 모르는 남자애까지 말을 걸어서 나는 짜증이 치솟았다. 네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리는 없겠지만, 괜히 변명해보자면 그랬지. 아, 왜 그래? 날 선 내 물음에 잠시 어물거리던 너는 한 손에 쥔 우산을 흔들며 멋쩍게 더듬거렸다. 괘, 괜찮으면 우산, 같이 쓰고 가자고.... 그렇게 우리는 같이 우산을 쓰고 하교했다. 너는 마침 나와 같은 아파트 같은 동에 살고 있었다. 처음 보는 남자애에게 그렇게나 쏘아대고선 우산을 같이 쓰고 있다는 머쓱함, 닿을 듯 말 듯 따스하고 몽글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어깨. 창피함 때문인지 무언지, 괜히 우산을 쓰지 않은 나머지 한쪽 어깨가 간질거려서. 내가 가방을 고쳐 매고서 어깨를 움츠리자 너는 티 내지 않고서 우산을 내 쪽으로 더 기울였지. 나는 하루가 내내 불행하기만 하란 법은 없다는 걸 그때 너를 만나고서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그때 너를 보자마자 깨달았던 것인지도 몰라. 나는 언젠가 너로 인해 슬프게 되리라는 것을 말이지. 하여간, 우리는 그날 이후 친구가 되었다. 너는 지나치게 순하고 맹해서, 나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날카로워서 친구가 많지 않은 바람에 우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쉬는 시간마다 만나 뼈대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급식실에서 함께 밥을 먹고, 주말이면 이따금 학교가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나 함께 놀기도 했지. 나는 그 순간들이 아직도 공작새의 꼬리깃처럼 예쁘고 귀하다. 그러다 네게도 내가 그랬을지 궁금해하는 지경에 다다르면 애써 고개를 저어 그 생각을 털어버릴 만큼. 우리는 함께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도 같은 곳으로 갔다. 그 시간 동안 몇 번인가 나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너도 몇 번인가 여자친구가 생겼다. 그러나 둘 다 연애가 오래 간 적은 없었지. 얼굴은 반반한 주제에 순하고 착해서 거절을 어려워하는 너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네가 받아들이는 데 네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얼렁뚱땅 시작한 연애에서 너는 충분한 사랑을 주는 좋은 남자친구가 아니었고, 너의 전 여자친구들은 모두 네 미지근한 태도에 질려 먼저 이별을 말하곤 했다. 한편 내 연애는 더욱 최악이었다. 오랜 시간 너라는 사람이 또래 남자의 기준이 되어버린 나는, 사귄 남자친구들을 전부 무의식적으로 너와 비교하곤 했다. 그들이 내 마음을 다 가져가기 위해서는 네가 가진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도 더 나은 구석이 있어야 했다. 물론 그런 사람은 내게 존재하지 않았고. 마지막 이별 후 그 사실을 깨닫고 만 나는 그 후로 다른 남자친구를 사귈 수가 없었다. 왜 좋아하는 감정은 장맛비처럼 세차게 내리는 것이 아닐까. 왜 처음부터 숨이 막히도록 들이쳐 오는 것이 아닐까. 어째서 보슬비처럼 티도 나지 않게 내리다가, 뒤늦게 우산을 찾기 시작할 때쯤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축축히 젖어서는 허우적대게 만드는 걸까. 너는 언젠가부터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남자의 자리를 꿰차고 말았다. 연예인처럼 잘생기고 세련되며 카리스마 있는 남자였던 내 이상형은, 오래지 않아 맑고 조금쯤 맹하고 바보 등신같이 착한 남자로 뒤바뀌고 말았다, 그래 마치 너처럼. 그것을 깨달았을 때 우리는 이미 너무 친한 친구 사이였다. 너는 너를 견디지 못한 여자친구가 이별을 고할 때마다 내게 하소연을 하고, 나는 더 이상 그 하소연을 제정신으로 들어줄 수 없게 되었다. 우리를 둘 다 아는 다른 아이들은 우리를 만날 때마다 언제 사귈 거냐며 놀려대고, 나는 그 농담을 더 이상 웃어 넘길 수가 없게 되었다.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깨닫고 만 탓에 나는 어딘가 고장이 나고 말았다. 어느 날은 소나기가 내렸다. 나는 그날도 우산을 챙겨오지 않았다. 해서 나는 당연스럽게도 너와 함께 하교하자고 문자를 보냈고, 너는 여자친구가 함께 하교하자고 해서 그럴 수 없다며 내 제안을 거절했다. 맞는 말이었다. 친구가 애인보다 중할 수는 없는 법이지. 이번엔 잘할 모양이네, 연애. 나는 혼자 비를 맞고 집으로 걸어갔다. 그래 그래야지, 나는 영원히 너의 가장 친한 친구니까. 스스로 설득하며 다문 잇새로 중얼댄 여러 말들이 세찬 빗소리에 전부 가로막혔다. 나는 그것에 안도했다. 비를 맞았기 때문인지, 다음날에는 목구멍이 까슬까슬했다. 물 한 모금을 넘기기에도 칼날을 삼킨 것처럼 날카로운 통증이 치밀어 왔다. 거친 모래를 한 숟가락 가득 삼키면 이럴까, 시답잖은 생각만 하는 머리는 꿈결 속을 걷는 것만 같이 흐리고 어른어른했다. 나는 감기에 걸린 것 같다는 핑계를 대며 쉬는 시간에 내게 오는 너를 몇 번이고 뿌리쳤다. 그러나 이웃집에 사는 너를 하교 시간까지 밀어낼 핑계는 없었다. 내 반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네 표정은 걱정스러웠고, 드물게 조금쯤 화가 나 있었다. 눈썹 사이를 어설프게 좁혀 들어가며 투덜대는 꼴이 우스웠다. 저런 놈을 좋아하는 탓에 호구 등신 짓거리를 하는 내가 우스웠다. 그래서 나는 조금 크게 웃었다. - 미안 너 정말 아픈가 보다. 배를 잡고 웃는 나를 보며 네가 말했다. 약은 먹었어? 밥은? 네가 걱정스레 물었다. 나는 웃던 얼굴을 순식간에 왈칵 일그러뜨렸다. 네 다정에는 정해진 때라는 것이 없다는 점이 가장 악질적이다. 이 호구 등신 같은 새끼. 너는 언제나 불시에 다정해서 나를 무방비하게 말려 죽이는 새끼였다. 배알이 뒤틀렸다. - 꺼져. 너 여친은 어쩌고 여길 왔어? - 야, 말을 왜 그렇게 하냐.... 먼저 집에 보냈어. 그 뒤로도 나는 쏘아붙이고, 너는 따라붙었다. 그런 이유로 얼떨결에 같이 하교하는 꼴이 되었다. 나는 애써 네 얼굴을 보지 않으려 앞만 보며 성큼성큼 걸었다. 감기에 수반되는 근육통과 현기증이 내 발을 가로막았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금 너를 보면 울고 말 것 같아. 나는 사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잠깐만 앓고 멀쩡하게 나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애써 딴생각을 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시야가 흔들렸다. - 괜찮아? 너 왜 이렇게 비틀거려? 방금 진짜 쓰러질 뻔 했단 말이야! 의식하지도 못한 사이에 네가 내 어깨를 잡아챘다. 시야가 검게 한번 깜빡, 네 얼굴이 가득 들어찬다. 또 한번 깜빡, 네 어깨 뒤의 파란 하늘이 눈에 들어온다. 어깨를 잡히고도 제정신을 차리지 않는 나를 보며 네가 말했다. 너 정말 안 되겠다, 업혀 그냥. 거부할 새도 없이 네가 나를 둘러 업었다. 네 큰 덩치에 달랑 업힌 나는 차마 내려달라고 몸부림을 치지도 못했다. 너 정말 괜찮아? 보건쌤이 해열제 챙겨줬으니까 그거 먹어. 집에 가서 꼭 먹어야 돼. 너는 나를 태연스레 등에 업고도 집까지 잘만 걸어가며 말을 걸었다. 네 등은 나보다 훨씬 넓고 크고, 포근하고.... 그리고 좋은 냄새가 났다. 그래서 나는 얼굴을 네 등에 묻고 응, 그래, 같은 대답밖에 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들고 네 뒤통수를 보면 정말로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답답하게 메이는 목소리는 감기 탓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속여 가면서. 너는 보건 선생님이 챙겨주셨다는 해열제를 기어코 내 손에 쥐여서 들여보냈다. 보건실 물건치고 해열제는 포장도 뜯지 않은 새것이었다. 거짓말도 좀 성의 있게 쳐야지.... 나는 차마 그 약을 뜯어 삼킬 수가 없었다. 교복에는 업혔을 때 묻어난 네 체취가 남았다. 차마 벗어 빨아버릴 수가 없었다. 나는 네게 했던 것처럼 베개에 얼굴을 묻고, 네 흔적이 남은 해열제 통과 교복을 손에 쥐고서 조금 울었다. 그날이 지나고도 한참, 부모님의 사정 때문에 다른 곳으로 다시 전학을 가고도 또 한참. 너는 오랫동안 나의 절망이고 이상이었다. 절망이라는 것은 실재함과 동시에 실재하지 않는다. 나를 꾸준히 괴롭히고 엉망으로 만들지만 절대 만지거나 가 닿을 수 없다. 이상이라는 것은 나를 살아가게 함과 동시에 죽고 싶게 만든다. 나를 일어서게 만들고 꿋꿋하게 만들지만 어떤 짓을 해도 이뤄지지 않아 이상으로만 남는 것이다. 말하자면, 너는 내게 그런 것이었다. 좋아해, 라는 말을 네가 없는 곳에서만 중얼댈 수밖에 없게 만든 너는 내게 그런 것이었다. 아주 오래도록, 먼 훗날에 회한이 짙게 묻은 지난 발자취를 더듬으며 남은 여생을 정갈히 해야 할 시간까지도 나는 너를 떠올리며 아플 만큼. 너는 나의 오랜 장마였으며 그치지 않을 소낙비였다. 그래서 나는 기꺼이 너로 젖어 몸부림친다. *지각대장 스레주 등장^^
◆k9s66kre1zV 2020/06/15 15:44:56 ID : ZikoK0pQpPd
모르는 천장이다. 누운 채 올려다보니 온통 검정. 달빛 스민 창문만이 구석에 작고 노란 네모를 그린다. 역시 밤인가봐. 어지럽게 일렁대는 먹색의 바다 위에 누워, 내 발목을 잡아 익사시키려는 너를 몇 번이고 다시 죽여야 하는. 나는 몸을 일으켰다. 토악질을 했다. *글러틔터에서 유행하는 천장어쩌구 챌린지
◆k9s66kre1zV 2020/06/15 15:45:25 ID : ZikoK0pQpPd
모르는 천장이다. 널브러진 주제에 그런 생각을 했다. 어제는 엉망진창인 밤을 가지고 싶었지. 색깔들이 제멋대로 뒤섞이고 나는 취기에 울고불며 드러눕는, 그런 밤 말야. 천장에 달린 네모난 조명이 뱅뱅 돌며 이지러진다. 그럼에도 여전히 저것은 모르는 천장이다. *모천2
◆k9s66kre1zV 2020/06/16 00:14:23 ID : L89zdPiqkmk
<드라이플라워> 여길 좀 봐 나는 벽에 거꾸로 매달려 죽어간다, 예쁘게 피어오른 한때의 열망은 썩은 빛으로 바래고 나의 죽음은 네 앞에서 무참하게 까발려진다 미인의 시체처럼 화려한 치장으로 전시된다 벨벳 이불의 보드란 감촉만큼 귀했던 밤의 조각들을 보석처럼 다듬어서 예쁜 상자에 수집하고 싶었어, 그러나 우리의 순간은 차마 영원하고 굳건한 종류의 것이 아니라 시든 꽃의 미라처럼 버석버석 마르고 마는구나 그러니 내 꿈의 주인아 여길 좀 봐 먼지투성이 꽃잎을 뚝뚝 떨궈대는 나를 좀 봐 가는 숨조차 내쉬지 못하는 내 심장을 뚝뚝 꺾어가 쓰레기통에 처넣은 다음 흩어진 부스러기를 봐 잊지 마, 그게 바로 사랑의 종말이야 버스럭대며 흩어진 연인이 남기고 간 뼛가루야
◆k9s66kre1zV 2020/06/16 00:43:07 ID : L89zdPiqkmk
있잖아, 오늘은 해가 맑대. 그런데 나 너를 위한 우산을 챙겨버렸는데, 어쩌지. 우리 같이 맑은 날 우산 쓰는 미친 사람들이 되어 볼래?
◆k9s66kre1zV 2020/06/16 21:50:45 ID : L89zdPiqkmk
3일에 한 번씩은 시를 쓰기로 했어. 그렇게 1년이 지나면 적어도 100장이 넘는 유서를 가지게 되니까.
◆k9s66kre1zV 2020/06/17 01:03:37 ID : L89zdPiqkmk
보여? 나는 오로지 당신만이 떨어뜨릴 수 있는 별이야 긴 밤 살라서 당신 하나 만나러 가는 불꽃이야 그러니 우리 함께 유성우를 보러 가자 나와 함께 떨어져 죽으러 가자
이름없음 2020/06/17 01:06:54 ID : qmGsrzgpdSJ
스레주 아직 소재 받으면 난..애증관계처돌이니까.... 자기 동생을 죽인 원수에 대한 증오와 매력넘치는 싸이코패스 원수에게 느끼는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걸 부탁해도 될까...?
◆k9s66kre1zV 2020/06/17 01:40:28 ID : L89zdPiqkmk
오키오키 근데 좀 오래 기다려야혀... 네가 내게 나를 놓아줘, 라고 말한다면 나는 네게 넌 이미 나를 떠나고 있잖아, 말할 거야 그럼 너는 썩어드는 날개를 내게 보여주며 여길 봐, 여기 칼이 박혀 있잖아 네가 찔렀잖아, 말을 하고 나는 대꾸 없이 네 날개를 뽑아 숨겨버리겠지
이름없음 2020/06/17 01:41:38 ID : qmGsrzgpdSJ
아쒸...스레주 내가 많이 사랑하는거 알쥐?🥰 너무 좋다....
◆k9s66kre1zV 2020/06/29 22:10:55 ID : L89zdPiqkmk
🥰🥰 요즘엔 시 쓰기에 빠져서 리퀘에 해이해졌다ㅠㅠㅠ 게다가 요즘은 틔터 글러판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접률이 낮다잉... 일단 것까지 리퀘 받고!! 다 써서 올리면 그 뒤론 걍 틔터에서만 활동할지 스레딕에도 가끔 올릴지 생각해볼래🤔 물론 이 스레 접어도 눈팅은 가끔 하러 온다!
◆k9s66kre1zV 2020/06/29 22:14:43 ID : L89zdPiqkmk
일단 오늘 쓴 시 던지고 감!
◆k9s66kre1zV 2020/06/29 22:26:26 ID : L89zdPiqkmk
모든 찬란하고 아름다운 것들에는 별과 빛의 이름을 붙인다. 그것이 대륙의 문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칸 제국, 즉 광휘(光輝) 제국이 대륙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가진 대제국임을 부정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찬란한 별이라는 뜻을 지닌 아르카이츠 황실에는, 황가의 이름만큼이나 걸출한 황제가 즉위하여 온 제국을 태평성대로 다스리고 있다지. 제국의 강에는 꿀물이 흐르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없어 모두가 20년씩은 젊어 보인다더라. 대륙 곳곳을 누비는 음유시인과 나그네들이 지어 부르는 노래에, 변두리 국가의 뜨내기들과 소시민들은 평생 아르칸 제국을 한 번쯤 방문해보고 죽는 것을 소원으로 품고 자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대개... 겉보기로 알 수 있는 것은 편린일 뿐이지. 소문만으로 모든 진실을 꿰뚫을 수는 없는 것처럼.” 아르카이츠 황실의 제3황자 로이센 리 아르카이츠가 중얼거렸다. 소년답지 않은 혼잣말에 그의 산책 시중을 들던 하인 리온이 난처하게 웃었다. 로이센은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소년이었다. 권위와 평판을 모두 갖춘 존경할 만한 아버지를 가졌고, 형이나 친구처럼 자신을 위하는 하인을 가졌으며, 그를 태산처럼 굳게 지키는 충직한 기사를 가졌다. 게다가 로이센 본인 또안 더없이 아름답고 재기 넘치는 소년이었다. 그는 어깨를 타고 풍성하게 굽이치는 꿀 같은 금발에, 아르카이츠 황실 직계 유전인 홍옥처럼 붉은 눈동자를 가졌다. 자그마한 얼굴은 대리석 조각처럼 창백하고 섬세하며 흠결 없었다. 10세가 되기 전에 지적인 소양과 예의범절에 한 치의 흠이 없을 정도로 총명했다. 제국의 모두가 그를 아르칸의 천사라며 칭송하였다. 모두가 그를 가장 사랑스러운 황자라며 귀애하였다. 그러나 천사 같은 저 소년이 앞으로도 계속 천상에만 존재할 수 있을까? 리온은 문득 생각했다. 현재 제국에 불길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는 것은 아르칸의 귀족들이라면 공공연히 알고 있는 소식이었다. 제국 동남쪽 누에라 강 하류에 위치한 제국 산하의 작은 왕국 아스테란. 농업과 관광업으로 간신히 돌아가던 약소국은 5년쯤 전에 새로이 즉위한 국왕, 라리엔 마르셀리나 빈 아스테란으로 인해 급격한 개혁기를 맞았다. 소왕국의 새로운 국왕은 즉위하자마자 국가의 재정 구조를 뜯어고쳤다. 관광 산업에 쏟아붓던 잡다한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터무니없이 많았던 왕족 품위 유지비도 혁신적으로 줄였다. 그렇게 해서 남은 돈은 왕국민의 복지 사업과, ‘비상금’ 명목의 알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3년이 지난 뒤에는 군 제도를 개편했다. 전쟁이 나면 밭을 갈던 농부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징집되어 하루아침에 군인으로 변신해야 했던 기존의 제도를 파기하고, 군 전문 인력과 훈련기관을 양성하여 군 체계를 안정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개혁에 투입된 막대한 예산은 아스테란 왕실이 그동안의 ‘비상금’을 어떤 목적으로 모아 왔는지 보여주었다. 게다가 이 모든 개혁은 사대의 예를 갖춰야 할 제국의 어떤 동의도 구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다. 불온한 변화에 위기감을 느낀 아르칸의 황제는 아르칸의 방계 황족을 라리엔과 혼인시켜 국서로 앉히는 것으로 견제하였으나, 겨우 그것으로 젊은 국왕의 대범한 행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외교에는 거의 손을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아스테란은 해가 갈수록 적극적인 외교 정책을 고수하기 시작했다. 하여 현재는 대륙 동남쪽 국가 간의 이해관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정도의 입지를 획득할 수 있었다. 아스테란 백성들은 국왕의 위엄이라고는 없는 수수한 차림으로 밤낮없이 정무를 수행하는 여왕을 존경하였다. 가진 것 없었던 그들에게 라리엔과 같은 왕은 성군이었다. 반면 아스테란에서 아르칸으로 상납되는 공물은 오랜 흉작을 핑계로 라리엔 즉위 이후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줄어 갔다. 1년에 한 번씩은 있었던 사절단 방문도 점점 뜸해졌다. 물론 아스테란 백성들의 얼굴에 굶는 기색은커녕 윤기가 줄줄 흐르더라는 나그네들의 풍문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알 길이 없었다. 아스테란은 제국이 짓밟을 확실한 명분도 주지 않고, 그러나 꾸준히 그 몸집을 불려 갔다. 바로 국왕 라리엔의 치세 하에. 이러한 정세를 두고 아르칸 사교계에서는 아스테란이 아르칸에게서 독립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헀다. 심지어는 라리엔이 변방의 국가들을 일으켜 제국의 목을 치려 한다고 수군거리는 이들마저 있었다. 황족, 즉 로이센의 가족들은 아직 15세에 불과한 로이센에게 소문이 닿지 않도록 하였으나, 사교계에서 앞뒤 없이 떠드는 경망스러운 자들의 입까지 일일이 막을 수는 없었을 터였다. 로이센의 앳된 얼굴에 수심이 드리웠다. 로이센과 리온이 걷는 산책로에는 딱 걷기 좋을 만치 풀이 자라 있었다. 타박타박 걸음을 옮길 때마다 푹신하게 밟히는 풀의 느낌과 달큰하게 끼쳐 오는 풋내. 산책로 끝에는 황족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황가의 사냥터가 있다. 사냥터 입구까지 가서야 로이센은 걸음을 멈추었다. * 요즘 구상하는 판소 인트로
◆k9s66kre1zV 2020/06/29 23:04:39 ID : L89zdPiqkmk
중간점검: 처음으로 장편을 써보려고 준비 중인데, 사실 초반부 내용과 결말만 대충 정해 두고 세부설정이 하나도 없는 지름작이라 좀 허술하다. 스토리라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대충이라도 짜두고 복선도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흠.... 또 각 캐릭터 간의 관계나 밸런스, 얼마나 매력적으로 서술할지 등도 조절해야 할 것 같다 -> 일단 인트로는 여기까지만 해두고, 내일은 설정을 더 짜보자.
◆k9s66kre1zV 2020/06/30 02:08:56 ID : L89zdPiqkmk
시 하나 더 던지고 감
◆k9s66kre1zV 2020/06/30 10:14:18 ID : a60tAi8lxzX
일하기 시러서... 써본 따끈한 시
◆k9s66kre1zV 2020/07/01 10:23:47 ID : 3vfQq6jba1j
예행연습
◆k9s66kre1zV 2020/07/02 01:39:14 ID : L89zdPiqk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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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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