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hs02nwlg2Nv 2020/06/04 23:35:23 ID : tyZio7xVbDu
오랜만에 방향제를 보니까 너무 생각나더라 엄청 사랑했었는데. 내 이야기 한번 들어볼래? 물론 괴담판을 온 이상 괴담에 걸맞는 이야기니 걱정하지 말아줘
이름없음 2020/06/04 23:40:17 ID : 6Y3xCo1Bgqo
들어줄게
◆hs02nwlg2Nv 2020/06/04 23:45:15 ID : tyZio7xVbDu
고마워 잠깐 살 물건이 있어서 나갔었는데 팔고 있는 방향제를 보고 울어버렸어. 주변사람들의 시선은 딱히 신경쓰이지 않았고, 그저 잊고 있었던 그 아이가 떠올라서 계속 눈물이 나오더라
◆hs02nwlg2Nv 2020/06/04 23:46:52 ID : tyZio7xVbDu
겨우 잊고 살았었는데 생각나니까 괴롭더라, 그 만큼 사랑했고. 아니 사랑 그 이상의 감정이였을지도 몰라. 겨우 그 정도의 감정은 아니였었어.
◆hs02nwlg2Nv 2020/06/04 23:48:19 ID : tyZio7xVbDu
몇년전인지 확실히 모르겠어. 아마 그때는 내가 중학생이였을거야, 아직 난 어렸고 그저그런 학생들중 하나일 뿐이였어.
◆hs02nwlg2Nv 2020/06/04 23:50:08 ID : tyZio7xVbDu
그때는 내가 공부에 전념할때라, 자주 코피도 흘렸고 자주 아팠었어. 심지어 불면증이라 짧은 그 시간마저 잠들기 힘들었지. 학교 쉬는 시간에 쓰러져 자는게 대부분이라 부모님이 나를 많이 걱정하셨어.
이름없음 2020/06/04 23:52:41 ID : 6Y3xCo1Bgqo
◆hs02nwlg2Nv 2020/06/04 23:54:19 ID : tyZio7xVbDu
내가 많이 걱정됬었는지 잠이 잘 오는 향인 방향제라며 나한테 그걸 줬었어. 지금생각하면 많이 이상하지. 도자기였거든. 고풍스럽고, 문향이 독특한 동양풍 도자기였어. 물론 모양은 방향제처럼 길고 향을 퍼트리기위해 긴 막대도 있었지만. 도자기인걸 제외하면 특별할거 없는 방향제였지
◆hs02nwlg2Nv 2020/06/04 23:57:38 ID : tyZio7xVbDu
그걸 주며 신신당부하시길, 절대로 그 방향제를 낮에 열지 말라고 하셨어. 자기 전, 그러니까 밤에만 열어두라 하셨지. 그 방향제는 뚜껑이 있었고, 막대를 보관하는 도자기로 된 상자도 있었으니까.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이상해 방향제의 밑이나 옆, 뚜껑같은 곳에 상표가 있을만도 한데 없더라. 스티커 같은걸 때어낸 자국같은것도 없었고.
◆hs02nwlg2Nv 2020/06/05 00:00:53 ID : tyZio7xVbDu
물어봤지만 지인에게 받았다고 얼버무리시더라, 두분이 입이 안 맞아서 거짓말이라는건 확신했어. 처음 받았을때 향을 한번 맡아봤는데 그냥 평범한 라일락향이였어, 지독히도 익숙한 그 향 있잖아. 어딜가든 맡을 수 있는.
◆hs02nwlg2Nv 2020/06/05 00:03:01 ID : tyZio7xVbDu
그래서 사기라도 당하신걸까. 응, 그렇게만 생각했었어. 그냥 그때의 나는 여전히 어렸고, 공부에 찌들어있었으니까. 방향제를 신경쓰기에는 난 너무 바빴었어.
◆hs02nwlg2Nv 2020/06/05 00:09:18 ID : tyZio7xVbDu
새벽 2시, 늘상 내가 자러 침대에 눕는 시간. 하지만 방향제따위 잊은지 오래였어. 그걸 기억하고있기에는 난 기억하고 있어야하는게 너무 많았는걸. 늘 그렇듯 침대에서 하늘을 보며 양이라도 세어보고 있었지. 내가 방향제를 열었는지 확인하러 온 부모님만 아니였으면 난 계속 까먹고 있었을거야.
◆hs02nwlg2Nv 2020/06/05 00:11:18 ID : tyZio7xVbDu
부모님은 아직까지 내가 잠들지 못 한걸 보고 방향제를 찾았고, 서랍에 넣어둔걸 꺼내기까지는 5분조차 지나지않았지. 난 그렇게 방향제에 집착하는 부모님을 이해하기 어려웠어.
이름없음 2020/06/05 00:11:54 ID : nzVfdQmr86Z
ㅂㄱㅇㅇ
◆hs02nwlg2Nv 2020/06/05 00:15:13 ID : tyZio7xVbDu
부모님이 방향제를 열고 내 머리맡에 두자 처음 맡았었던 라일락 향은 사라진지 오래였어.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묘한 향이 내 방을 가득 채워가고 있었지. 놀랍게도 정말 잠이 오더라. 그리고 난 몇년만에 제대로된 잠을 잤고, 몇년만에 꿈을 꿨었어.
◆hs02nwlg2Nv 2020/06/05 00:19:06 ID : tyZio7xVbDu
꿈 또한 묘했어. 이런걸 자각몽이라 하는걸까, 내 몸이 자유자제로 움직였고 꿈이라하기에는 현실보다 더 현실같았어. 풀내음과 꽃내음이 향긋했고 적당히 시원한 바람에 살랑거리던 머리카락의 느낌이 기분좋았어.
이름없음 2020/06/05 00:20:47 ID : eK2JU2HCi78
ㅂㄱㅇㅇ
◆hs02nwlg2Nv 2020/06/05 00:22:15 ID : tyZio7xVbDu
크고 큰 숲속에 내가 있었어. 작은 동물들이 있었고, 작은 동굴도 있었어. 난 아직까지 떠오르는 그 커다란 달이 잊혀지지않아. 자기가 태양인양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떠오르던 달을, 달빛에 비춰진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그 아이의 모습을.
◆hs02nwlg2Nv 2020/06/05 00:25:57 ID : tyZio7xVbDu
달빛에 비춰진 길고 긴 은빛 머리칼은 지금까지 보았던 그 누구의 머리카락보다 반짝거리는듯 하였고. 혈색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밝은 피부색은 저건 사람이 아니라고 강하게 말하는듯 했어
◆hs02nwlg2Nv 2020/06/05 00:28:20 ID : tyZio7xVbDu
그와 상반되는 검은 옷은 그 아이의 분위기를 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지. 그아이는 나와 동갑이였고, 어른이였으며, 또 어린아이였어. 가끔 늙은 노파였고. 그야 계속 모습이 바뀌었거든. 그러니까, 난 계속 이 꿈을 꿨다는거야.
◆hs02nwlg2Nv 2020/06/05 00:31:18 ID : tyZio7xVbDu
난 도망갔어. 그 아이를 보니 온 몸이 부정하는듯 했거든. 어두운 숲속이라는 타이틀은 사람을 공포에 빠트리기에 충분했고,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생물은 공포를 극대화시키기 좋은 소재였어. 겨우 꿈일 뿐인데 친절하게 신발이라던가 양말을 신겨줄리 없지. 난 맨발로 풀숲을 뛰어가고 있었어
◆hs02nwlg2Nv 2020/06/05 00:34:32 ID : tyZio7xVbDu
뾰족하고 날카로운 돌들에 발이 짓이겨지는 느낌이란 끔찍했어. 처음에는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풀과 꽃들이 지금은 뛰어가는것에 방해만 했을 뿐이였고. 아마 5초도 지나지않았던가, 무언가 빠르고 하얀것이 뒤에서 나타나며 내 시야를 가렸어.
◆hs02nwlg2Nv 2020/06/05 00:37:54 ID : tyZio7xVbDu
저게 뭘까 몇초정도 고민했던가? 그냥 다시 뒤로 돌아 뛰었을거야. 그리고 이상한걸 깨달았지, 그 아이가 사라져있었어. 그러니까 내 뒤, 따라오는 저건 그 아이라는게 되는거야.
◆hs02nwlg2Nv 2020/06/05 00:42:37 ID : tyZio7xVbDu
난 차마 뒤 돌지는 못하고 미친듯이 뛰었어. 그리고 돌에 걸려 넘어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 난 방향제때문에 악몽을 꾸는거라 생각했고, 잠시나마 부모님을 원망했어. 점점 무언가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고 난 눈을 감았어
◆hs02nwlg2Nv 2020/06/05 00:50:53 ID : tyZio7xVbDu
미안 조금 졸리네. 내일쯤에야 다시 쓸 수 있으려나
이름없음 2020/06/05 00:52:38 ID : vCqrs5VcHzP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6/05 21:05:16 ID : MjjxWja63Ru
ㅂㄱㅇㅇ!
이름없음 2020/06/12 19:57:51 ID : wJQoFdyFii0
레주 언제와 ㅜㅠ
이름없음 2020/06/12 20:34:26 ID : oK585U6qmK1
와... 신기하다.. 계속 얘기해줘
이름없음 2020/06/12 20:40:32 ID : 9iklh84FfXA
레주야 기다랄게
이름없음 2020/06/12 22:58:31 ID : tyZio7xVbDu
아아 미안해, 나 레주야 요즘 급한일이 많아서 바빴어 미안, 인증코드도 잊어버렸네..
이름없음 2020/06/12 23:05:05 ID : oK585U6qmK1
와아 레주다!!
이름없음 2020/06/12 23:26:42 ID : oK585U6qmK1
나중에 시간나면 써줘! 진짜 너무 재밌게 보구 있어ㅎㅎ
이름없음 2020/06/13 03:03:37 ID : 5QmqZclhamq
레주야 반가워
이름없음 2020/06/13 13:03:13 ID : tyZio7xVbDu
응응, 오늘 저녁쯤 시간나니까 그때올께
이름없음 2020/06/13 22:21:36 ID : oK585U6qmK1
기대중
이름없음 2020/06/14 01:51:33 ID : nDtfUY2pTRy
언ㅈㅔ...와.....
이름없음 2020/06/14 02:56:05 ID : tyZio7xVbDu
미안 잠들어버려서 지금 와버렸다
◆hs02nwlg2Nv 2020/06/14 02:56:45 ID : tyZio7xVbDu
이어서 쓸께
이름없음 2020/06/14 02:58:12 ID : nDtfUY2pTRy
호에에에에ㅔㅔ에ㅔㅇㅔㅔㅔ
◆hs02nwlg2Nv 2020/06/14 03:00:46 ID : tyZio7xVbDu
부드러운 무언가가 내 어깨를 즈려밟는 느낌이 들었어. 절대 따뜻하지는 않았고 서늘하면서도 진흙이 묻어 축축한 기분에 나도 모르게 뒤 돌아버렸어. 당연히 그 아이일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니더라, 은빛의 털들이 눈앞을 가득채웠고 얼마지나지않아 그게 늑대라는걸 알게 되었어. 정확하게는 늑대라고 할 수 없었지만, 늑대와 흡사한 동물이였지.
이름없음 2020/06/14 03:04:53 ID : zhwHxBfatvz
ㅂㄱㅇㅇ
◆hs02nwlg2Nv 2020/06/14 03:06:42 ID : tyZio7xVbDu
그건 그 아이와 닮은 생김새였어. 은빛 머리카락과 털의 색은 굉장히 비슷한 색감이였고, 분위기 또한 똑같았거든. 조금 서늘하면서 무거운 공기라고 해야할까? 인간이라고는 하기 힘들었어. 하여튼 그아이와 늑대는 동일인물이라는거지. 하지만 그렇게까지 생각하려면 조금 상상의 나래를 펼칠 필요가 있었어. 언듯보기에는 그냥 숲속에 평범하게 늑대가 있는거니까. 아니 평범하지는 않으려나, 늑대(혹은 비슷한 육식동물)가 넘어지면 코 닿을듯한 거리에 있으니까. 아무리 꿈이라지만 무서운건 매한가지더라.
◆hs02nwlg2Nv 2020/06/14 03:11:36 ID : tyZio7xVbDu
아무튼 난 그렇게 크고 고고하게 생긴 늑대는 처음봤어. 평범한 어린애가 늑대를 볼 일이 뭐가 있겠어? 기껏해봐야 동물원쯤이려나, 난 그 흔한 놀이공원 하나 부모님이 바쁘셔서 못 갔을 정도라 당연히 본적 없었어. 어쨌거나 그 아름답고도 신기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부드러워 보이는 털에 손이 가더라. 물론 닿기도 전에 다행히 내가 처한 상황을 깨달았어. 내 등 부근이 더욱 강하게 밟혀지고 있었거든. 두 발이 내 등을 누르고 있었는데 발톱부분이 눌려서 아프기도 무척 아팠던것 같아.
◆hs02nwlg2Nv 2020/06/14 03:16:49 ID : tyZio7xVbDu
어쨌거나, 나는 꿈속이든 현실이든 죽고싶지 않았어. 눈빛이 딱히 살의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왠지 점점 숨이 막히는것 같기도 했고, 어릴때부터 아픈건 싫어했거든. 묘하게 붉게 빛나는 눈이 날 내려다보고있는게 무력감이 느껴지면서도 어쩐지 마주치기 힘들었어. 다리를 잡고 있는 힘껏 밀었지만 나와 덩치가 비슷할 정도로 큰 늑대를, 어리고 작았던 내가 밀어내기에는 무리가 있었지.
이름없음 2020/06/14 03:19:11 ID : wk1eLcMqrzd
ㅂㄱㅇㅇ!!
◆hs02nwlg2Nv 2020/06/14 03:23:22 ID : tyZio7xVbDu
달이 빠르게 떠올라 어느새 하늘 위에 거대하게 빛나고 있었고 위에서 내려오는 빛을 한몸에 받으며 마치 우리가 주인공인양 아름다운 순간이였어. 내가 밟히고 있었다는 것만 빼면 말이지. 아무리 밀어도 도저히 답이없어서 포기하고 얌전히 누워있었어. 쿵쾅거리던 심장소리는 곧 멎을듯 사그러들어갔고, 거친 숨소리 또한 들리지 않을 정도로 안정되었어. 머리는 가벼웠고 다시 찬찬히 생각해봤지. 이 늑대는 갑자기 어디서 온걸까. 날 왜 밟고 있는걸까. 뭐, 그런것들 말이야.
◆hs02nwlg2Nv 2020/06/14 03:27:56 ID : tyZio7xVbDu
이런 상황속에 답은 하나뿐이였지. '날 먹으려나보다.' 하지만 그런것 치고는 나에게 시간을 너무 줬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럼 얘는 도대체 뭘 위해 날 밟는걸까. 도망가지 못하게 하려고? 오래되서 그런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난 무언가 깨달았고 원했던걸 해줬어. 그러자 늑대는 사라졌지. 비유적의미가 아니라 마치 마법으로 없어진듯 흔적도 남지않았어. 그 대신 아까 봤던 그 아이가 있었지. 쉽게 설명하자면 늑대가 아이로 변신했다 라고 할수있으려나. 어쨌거나 늑대는 사라졌고, 아이는 생겨났으니까.
◆hs02nwlg2Nv 2020/06/14 03:31:21 ID : tyZio7xVbDu
그리고는 나에게 자기의 눈을 닮은 붉은 사탕 하나를 손에 쥐어줬어. 냄새는 나지않았고 무척 맛있어보였던건 기억나. 그리고는 처음으로 목소리를 들어버렸지. '먹어' 짧은 한마디, 단어로치자면 고작 한단어 뿐인 말이였지만 종소리마냥 가볍고 울리는 소리에 난 그 사탕을 먹을 수 밖에는 없었어. 사탕은 산딸기맛 이였어. 당연히 피나 그런류의 사탕인줄알았는데 꽤나 의외였지.
이름없음 2020/06/14 03:37:39 ID : o0spglyLfdV
ㅂㄱㅇㅇ!
◆hs02nwlg2Nv 2020/06/14 03:37:46 ID : tyZio7xVbDu
안에 견과류같은것도 들어있었는지 조금 오랫동안 씹어먹었어. 그 동안 그 아이는 어디론가 가버렸고. 따라가려고 했지만 어쩐지 눈빛이 기다리라는듯 해서 근처 바위에 앉아있었지. 난 아직 생생하게 기억나, 바위에 젖은 이끼가 껴서 축축해진 흰색 치마가 아깝다고 생각했었어. 꽤나 예뻤거든. 거기서 발을 동동거리면서 쉬고 있었는데 그 아이가 돌아왔어. 현실과 유사한 약을 가지고 왔더라고. 내 옷을 휙 들어버리고는 등에 약을 바르더라. 조금 민망했었어. 하지만 그런 꼴은 다시 보기 싫었기에 얌전히 있었지
◆hs02nwlg2Nv 2020/06/14 03:38:15 ID : tyZio7xVbDu
아 자고왔지만 조금 졸리네 나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어
◆hs02nwlg2Nv 2020/06/14 03:38:54 ID : tyZio7xVbDu
말을 이상하게 할 수도 있고..계속 눈이 감겨서 그런거니까 이해해주라.
◆hs02nwlg2Nv 2020/06/14 03:44:19 ID : tyZio7xVbDu
약을 다 바르고 나니 내 손을 꼬옥 잡더라 마치 다시는 못 볼것같은 표정으로 붉디 붉은 눈동자가 나만을 가득 채웠어. 그리고는 잠에서 깨어났지. 침대는 땀으로 축축해졌고 몸이라고 다른건 없었어. 그냥 쫄딱 젖어버렸지, 식은땀으로. 난 일어나자마자 방향제부터 뚜껑을 닫았어. 부모님에 말할까 고민했지만 어쩐지 그랬다가는 큰일날것같은 기분이 들어서 포기했지, 생각보다 나는 쉽게 일상속 자질구래한 것들과 함께 그 꿈을 잊어버렸어. 하루도 지나지않았는데 말이지
이름없음 2020/06/14 09:22:24 ID : oK585U6qmK1
뭔가 아름답다..
이름없음 2020/06/14 12:15:24 ID : cpSHwnyIE1f
그러게 뭔가 아름답네
◆hs02nwlg2Nv 2020/06/14 15:12:30 ID : tyZio7xVbDu
응, 아름다웠어. 내가 살면서 생긴 모든 일을 다 합쳐도 저정도의 일은 없었으니까.
◆hs02nwlg2Nv 2020/06/14 16:00:15 ID : tyZio7xVbDu
바쁘고 바쁜 일상에 치여살다가 늦은 시간 집에 도착하면 늘 그렇듯 침대는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고 독서실의 문은 활짝 열려있었어. 독서실 책상위에는 어제 저녁에 풀던 문제집. 옆에는 간식이 놓여있었지. 간식은 매일 바뀌지만 에그타르트는 유난히 많이 주더라. 그럼 나는 습관처럼 거기서 또 새벽까지 공부를 했어. 그쯤되면 부모님이 들어오시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나가서 인사를 했지. 그럼 하루일과가 끝난거야. 잠을 자는 일만 남은거지. 그때서야 나는 침대에 눈길을 보냈어, 굳게 닫은 방향제의 뚜껑이 마치 어제의 꿈을 다시 각인시키는것 같았지. 이번에 나는 방향제의 뚜껑을 열지 않았어, 부모님이 내 방에 들어오셔서 방향제의 뚜껑을 열어두시면 나는 그 뚜껑을 닫고 잠을 잤지. 아마 2주쯤 그랬을거야.
이름없음 2020/06/14 16:04:03 ID : oK585U6qmK1
ㅂㄱㅇㅇ
◆hs02nwlg2Nv 2020/06/14 16:10:50 ID : tyZio7xVbDu
부모님은 알면서 모르는척 하시는건지 정말 모르시는건지 밤이 되면 방향제 뚜껑을 열고 자러 가셨어. 나는 자는척을 했다가 뚜껑을 닫았고. 불면증은 심해져갔지, 밤을 꼬박 샌적도 있었고 겨우 잠들었다가 일어나보니 10분도 안지나있어서 다시 힘들게 잠을 자야했어. 결국 2주쯤인가 지났을때 나는 몸도 정신도 완전히 정상이 아니였지. 계속 졸았고, 부모님은 바빠서 잘 모르겠지만 집중하려고 설치한 독서실에서도 툭하면 조는게 일상이였어. 코피도 자주 흘렸고, 걸핏하면 넘어져서 자주 다쳤지. 결국 2주쯤 지났을 무렵 나는 집에 오자마자 쓰러지듯 기절잠을 자버렸지.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밤에 부모님이 연 방향제 뚜껑을 닫을 수 없었다는거야.
◆hs02nwlg2Nv 2020/06/14 16:24:46 ID : tyZio7xVbDu
난 다시 그 꿈을 꾸게 되었어. 그때처럼 향긋한 풀내음이 내 후각을 자극했고 시원함을 넘어 서늘하기까지한 바람은 그 꿈이라는걸 자각시켰지. 늘 그렇듯 작고 어린 동물들이 있었고, 작은 동굴이 있었어. 하지만 그 아이는 없었지. 고요한 숲속에는 나뭇잎이 부딪치는 소리만 울려퍼졌어. 짧은 시간동안 하늘은 해가 떴고, 다시 해가 지고. 달이 떴으며, 다시 가라앉기를 반복했어.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여러가지의 빛이 내 시야를 가렸고 그 뒤에는 그것보다 더 반짝거리는 빛과 함께 동굴속에서 그 아이가 나왔어.
◆hs02nwlg2Nv 2020/06/14 16:32:56 ID : tyZio7xVbDu
나도 놀랐지만 그 아이보다는 아니였어. 조금 떨어진 곳이였지만 달빛에 반짝거리는 눈물이 흘러내리는게 너무나 잘 보였거든. 알 수 없는 감정에 의문만이 가득했고 눈앞에서 그 아이는 늑대로 변했어. 응, 그때 그 늑대말이야. 눈 한번 감고 뜨는 순간 늑대는 내 코앞까지 왔어. 도망가야할까, 가만히 있어야할까 생각했지만 저번에 날 죽이지는 않았으니 괜찮지 않을까. 자기합리화를 하며 조심스럽게 늑대의 미간 부근을 쓸어내렸어. 그냥 별 생각없이, 정말 별 생각 없었어. 그저 부드러운 털이 내 눈앞에 보였고, 날 해하려하지 않아보였으니까. 그래서 그랬던 것 뿐일거야.
이름없음 2020/06/14 16:39:49 ID : oK585U6qmK1
와아아.. 진짜 뭔가 너무 분위기가 예쁘다ㅠㅠ
◆hs02nwlg2Nv 2020/06/14 18:29:27 ID : tyZio7xVbDu
나중에 돌아올께, 조금 바빠.
이름없음 2020/06/14 21:43:40 ID : oK585U6qmK1
으응! 기다릴게
이름없음 2020/06/14 22:18:14 ID : y0k79jBy5hs
혹시 레주와 꿈에서 그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을까?ㅠㅠ
이름없음 2020/07/05 11:47:32 ID : 5Ru05SNtdxC
레주 빨리 돌아와줘...ㅜㅜ
이름없음 2020/07/06 22:25:58 ID : JU1zQtArAi8
뭐지 되게 신기하다

레스 작성
111레스소소하게 저주하는 스레new 11501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시간 전
864레스소원이 이루어지는 게시판 2판new 34888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시간 전
16레스우리 학교의 오컬트 동아리는 제법 섬뜩했어new 1238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5시간 전
398레스보고 느껴지는 거 얘기해줄게new 6904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6시간 전
6레스귀접new 620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17시간 전
375레스마법의 다이스 고동님new 4192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18시간 전
3레스심하지 않는 저주법new 109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19시간 전
75레스살면서 겪은 기묘한 일들 937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7
230레스나 귀신 봐 질문 답변해줄게 5 13805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6
812레스운명으로 18283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6
2레스13번째 계단 괴담 554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6
12레스베트남에서 겪은 이상한 일 1082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6
3레스혹시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을 아시나요? 741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6
2레스사주 본 적 있어? 256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5
403레스🌘🌘괴담판 잡담스레 5판🌘🌘 20610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5
1레스마주보는 거울 259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4
868레스<<<스레 찾아주는 스레>>2판 37720 Hit
괴담 이름 : ◆i7hwMmLhtbc 2024.03.24
31레스남자친구한테 보통 아닌 악귀가 붙었어 783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3
8레스그래서 기가 쎄야 귀신이 잘 보이는 거야 기가 약해야 잘 보이는 거야? 1132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3
42레스마법 정령 악마 귀신 연구해볼 스레딕 유저들 있을까 1833 Hit
괴담 이름 : 이름없음 2024.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