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글쟁이인데 내가 쓴 글 전체적으로 묘사가 부족해서 비어보인다는 평을 많이 받아. 그래서 그걸 고치고싶은데 어떻게 해야할까?
머릿속에는 쓰려고 하는 사건의 인과관계와 인물의 감정 반응 그 외 등등 써내려가고 표현해야할게 정말 자세히 떠오르거든? 그런데 그걸 묘사로 연결을 못시키겠어. 어떻게든 연결지어서 써도 연결되지 못한 부분은 생략돼버리니까 묘사가 비고 개연성이 깨져. 그 요소들 하나하나를 각각 묘사하라고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유독 연걸을 못시키겠더라고?
이름없음2020/06/24 12:55:19ID : vip9ii7glvd
여기다가 글을 한번 써봐. 말만 들어선 어떤 수준인지 잘 모르겠어.
이름없음2020/06/24 16:09:09ID : u5WnXuk4Mp8
그을음 속에서 그는 멎었던 숨을 내뱉었다. 모든 감각도 온기도 모두 잿더미가 되었으나, 불길은 끝끝내 그의 호흡만은 불태우지 못했음이라. 그는 잿더미 위에서 삐걱였다. 약간의 숨과 약간의 삐걱임 의외의 모든 움직임은 잿더미속에 의미를 잃었던 탓이다.
생명을 잃는 것은 순간이었으나 그 반대는 간단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설수 있기까지 아주 오래도록 그 자리에 붙박혀 있었다.
새벽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가 그를 일으켜 세웠다. 몇 번을 휘청이고 몇 번을 쓰러지고 몇 번을 긁히고 찢기고서 그는 바로 섰다. 그리고 걸었다. 목적지는 없었다.
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했다. 군중은 불길로써 그를 마녀로 만들었으며, 그는 불길로서 마녀가 되었다. 불을 삼킨 도마뱀은 삼킨 만큼의 불을 토해냈다. 공포와 비명, 악의와 집단 광기는 토해진 불길에 모두 녹아 사그라들었다. 그가 원망할 것은 이미 모두 연소하였으므로 그는 향할 곳을 잃었다.
그는 그가 잃어버린 것들을 떠올렸으나 이내 흩뜨렸다. 더 이상은 힘이 남지 않았다.
얼마 전에 써둔 조각글인데 전반부는 괜찮아 보이지만 후반부가... 내가 원래 퇴고를 잘 안해서 저게 초고이자 최종본 이라고 쓰긴 썼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구려서 퇴고를 할까 생각중
이름없음2020/06/24 16:31:40ID : srBumldB88i
퇴고는 당연히 해야하는 거임. 그리고 글이 너무 짧아서 네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를 독자한테 주질 못한다는 게 제일 클 듯. 좀 길게 써보자. 저정도 분량이면 당연히 인과관계나 사건, 인물 감정 같은거 전달 못하는게 당연함.
이름없음2020/06/24 16:50:31ID : u5WnXuk4Mp8
좀 더 길게... 알았어 길게 쓰는거 연습해볼게!
이름없음2020/06/24 17:00:32ID : u5WnXuk4Mp8
만연체를 먼저 잘 쓰고 점차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연습을 해나가라는 충고도 듣긴 했는데... 그 만연체를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네 취향 자체가 강건체라 머릿속에서 강건체로 재생되거든
이름없음2020/06/24 17:43:46ID : srBumldB88i
누가 그랬어...? 난 오히려 간결체부터 연습해야 된다고 생각해. 간결체로 쓰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문장이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그리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글에 살을 붙여가면서 만연체로 뻗어나갈 수 있고. 그리고 글에 문체를 나누는 건 의미 없어. 작품, 장면마다 필요한 문체가 달라지거든.
이름없음2020/06/24 19:18:58ID : u5WnXuk4Mp8
저런 문체는 함축적 표현으로 큰 여운을 남기는 방식이니까 만연체로 풍부한 표현을 익히라고 들었어. 그러니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걸 제대로 풍부하게 표현하는 방법부터 익히라고. 음... 의견이 갈리네
이름없음2020/06/24 21:40:47ID : srBumldB88i
그런 관점으로 보면 확실히 그렇네ㅋㅋㅋ; 그냥 스레주 쓰고 싶은 거 쓰면서 실력 늘리는 게 낫긴해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