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보낸 여름은 덥고, 습하고, 끈적이고, 또 여름만의 냄새를 품고있어. 시간이 돌아 여름이 찾아오면 짙게 어둠이 깔리고 야자를 마치고 너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릴 감싼 모든 곳에서 여름 냄새가 진하게 풍겼던 그 기억이 날 찾아오곤 해. 모래가 가득 깔린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 밖을 나오면, 매미는 줄기차게 울어대고, 후덥지근한 공기가 팔을 감싸돌았고. 밤이 깊어도 모든 불이 환하게 들어온 번화가를 지나 조금은 어둡고 한산한 골목으로 들어서야 네 목소리가 잘 들려, 걸음을 빨리한 것 같아. 몇 발자국마다 하나씩 놓인 가로등에 의지해 그 골목을 걷기 시작하면, 한 걸음 한 걸음 너의 집이 가까워지는 게 아쉬워 걸음을 늦추고, 기찻길 소리가 가까이 들려오면, 곧 너희 집에 다다른다는 걸 알고 서운해 져. 넌 왜 내가 더워도 네 손을 잡고 있었는지 모르지. 네가 덥다고 투덜대도 왜 손 안 놓아줬는지도 모를 거야. 사실은, 우리 집 너희 집에서 엄청 멀어. 너랑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어서, 운동 삼아 걸어간다는 말로 널 안심시켜놓고, 한참을 돌아갔어. 난 여전히 그리워. 풀 냄새와 섞인 후덥지근한 여름 공기 냄새도, 너와 걸어간 시끄러운 번화가의 소음도, 골목길로 들어서면 더 정확히 들리던 네 목소리도, 네 섬유유연제 냄새도, 네 손의 온기도, 널 바래다 주면, 내게 손 흔들며 인사하던 네 모습도, 오늘 있던 일을 되새기며 걸어가는 내내 네 생각에 멍 때리던 나도. 너무 보고 싶다 오늘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