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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07/03 19:42:43 ID : wNvCqo1yFh9
엄마에게 차마 하지 못 할 말들을 대신 끄적여 보는 곳
이름없음 2020/07/03 19:44:35 ID : wNvCqo1yFh9
엄마는 어렸을때부터 나에게 참 많은 얘기를 해줬지 아마 다양한 세상이야기, 내가 보지 못한 길, 내가 아직 겪어보지 않은 다양한 경험에 대한 일들 뭣모르는 어릴때엔 엄마의 얘기가 너무 재밌었어 매일 '엄마,엄마'하며 엄마를 따라다니곤했지, 엄마껌딱지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로 내 세상은 온통 엄마뿐이었어. 엄마역시 나한테그랬지 나는 엄마의 친구라고 그래서 엄마는 늘 나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줬어
이름없음 2020/07/03 19:46:31 ID : wNvCqo1yFh9
엄마의 어머니는 너무 무심하시고 엄마의 오빠밖에 모르는 사람이라 참 많이 미웠었고 또 엄마의 사랑이 고팠었더랬지 그래서 엄마는 누구보다 나에게 잘해주고싶고 차별없이 대해주고싶다는 말을 많이했어. 특히 나는 딸이니까 엄마를 더 이해하고 알거라며 나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해줬었지. 언제부턴가 나는 말을 알아듣고 생각을 하게되는 나이가 되었어 그게 초등학생때부터였지 엄마와 아빠가 다툰이야기, 오빠의 성적이야기, 엄마의 일 이야기, 집안의 사정 등 그 나이의 어린이가 전혀 공감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나는 들었고 어린나지만 엄마의 이야기에 최대한 귀기울여주고 잘들어주려 애썼어
이름없음 2020/07/03 19:49:07 ID : wNvCqo1yFh9
엄마 그거알아? 나는 그때 주변에서 너는 참 철이 일찍들었다. 똑부러진다. 애늙은이다 라는 얘기를 들었고 엄마도 아빠도 나에게 너는 참 부모님 말을 잘 듣는다고 했지? 근데 그건 내가 똑똑해서가 아니야 내가 착해서가 아니야 나도모르게 나는 어리광피울 수 없는 애가 되버린거야. 엄마의 사정을 다 아는 내가 엄마의 일들을 다 들은 내가 어떻게 엄마앞에서 어리광을 피우고 엄마를 힘들게하겠어 나만은 엄마의 편이 되어줘야할거라 생각했고 짐이 가득한 엄마에게 나까지 짐이되고싶진않았어. 물론 그렇다해서 내가 뛰어난 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엄마 속은 크게 썩인건 없지?
이름없음 2020/07/03 19:50:17 ID : wNvCqo1yFh9
중학생이되고 고등학생이되고 나도 슬슬 내 시간들이 늘어가고 어쩌면 사춘기라는게 올 시기가왔지만 엄마는 여전했어 나에겐 내 삶도있고 내 친구도있지만 엄마에겐 내가 전부니까 엄마는 나아니면 말할 사람이 없으니까 매일 나의 밤은 엄마의 하루로 채워졌어. 나는 늘 얼른 커서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싶다고 생각했고 엄마가 늘 칭찬하는 사춘기없는 딸이 될 수 있었어.
이름없음 2020/07/03 19:51:59 ID : wNvCqo1yFh9
나는 집에서는 차분해보였겠지만 학교에서는 항상 밝은 애였어 내가 응원단장도 하고 반애들이랑 다 친하게 지냈었는데 그래도 나는 집에 일찍일찍들어갔잖아 엄마가 걱정할까봐 그리고 내가 늦거나 내가 뭘 못하면 아빠가 엄마한테 뭐라할까봐 그게 싫어서 엄마, 나는 한번도 아버지가 무서웠던 적이 없어 왜냐면 아버지가 나를 미워한다해도 그게 두렵진않거든 근데 아버지가 엄마를 미워하는건 싫어 엄마는 아빨 많이 사랑하니까 그래서 나는 나름 노력했어
이름없음 2020/07/03 19:53:57 ID : wNvCqo1yFh9
물론 내가 엄청 공부를 잘한것도 그리고 엄마아빠의 마음에 모든게 쏙드는 딸은 아니었겠지만 그래도 나름 말은 잘 들었잖아. 근데 어느순간부터 보이더라 엄마가 오빠한테는 별말을 안하더라 오빠는 말해도 잘 모르니까 오빠는 들어도 잘 모르니까 오빠는 그런거 잘 못하니까 정신차리고 보니까 어느순간부터 내가 모든걸 다 하고있고 내가 모든걸 다 짊어지고있더라 물론 오빠도 오빠나름의 노고가 있다고 생각해 절대 오빨 미워하는게 아니야. 근데 엄마 나는 모든 잘하는 애가 아니야 잘해야해서 계속 하다보니까 잘하게된거야 집안일이든 뭔갈 찾아보고 알아보는것도 또 엄마의 고민을 들어주는것도
이름없음 2020/07/03 19:56:05 ID : wNvCqo1yFh9
참 몇번이고 눈에 보였지만 몇번이고 인정하고 싶지않은거였는데 엄마도 나보단 오빨 더 생각해주고있구나 더 배려해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수없이 들어 늘 내가 참아야하고 내가 견뎌야한다고 하잖아 오빤 그런거 못하고 늘 마음쓰이는 아들이고, 나는 말 잘듣는 딸이고 나는 뭐든 잘하는 딸이니까 어렸을 땐 이게 칭찬인줄 알았는데 지금은 알아 이게 내 족쇄였단걸 근데 엄마가 나한테 씌우고 싶어서 씌운게 아닐거야 엄마도모르게 그런 마음이 들었겠지 엄마도 알고그런건 아닐거야
이름없음 2020/07/03 19:57:26 ID : wNvCqo1yFh9
대학때 내가 나가서 살았잖아 나그때 처음으로 마음에 평화가 왔어 오롯이 나혼자 지내는 밤이 얼마나 평안한건지 하루의 끝에 내 일상을 곱씹는게 얼마나 중요한건지 다른 사람의 짐을 드는것보다 내 짐을 내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건지 처음 느꼈어 근데 그런 소중함도 잠시 엄마는 늘 그나마 나로인해 위로받았을 밤을 혼자 잘 버티고있을까 하는 걱정이들더라
이름없음 2020/07/03 19:58:20 ID : wNvCqo1yFh9
근데 걱정이들어도 전화하지않았어 내 평안과 안정이 좋아서 낮일때 잠시 통화할 수 있을때만 잠깐 전화하고 전화를 끊었어 엄마는 그 시간동안 참 많이 외로웠겠지? 미안해 그치만 사실 나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
이름없음 2020/07/03 19:59:45 ID : wNvCqo1yFh9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엄마가 고통받는 이야기들은 수없이 나를 걱정으로 몰아넣었고 그 어떤 욕심도 내비칠수가 없는 애가 되어만갔어 엄마아빠에겐 늘 죄송한 마음뿐이었고 성공해야겠다고 엄마아빠를 책임져야겠다는 생각이 나를 계속 억눌렀어 제대로 엄마의 이야기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엄마가 힘들거라는 생각만 들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 애여서 어떤날은 엄마말을듣고 이유도없이 서러워서 울었었어
이름없음 2020/07/03 20:00:39 ID : wNvCqo1yFh9
나이가 들고 그 이야기들이 그저 고민이었다는걸 알았지만 어린 나에겐 단순한 고민으로 들리지않았었어 엄마, 조금은 내가 이해할 수 있고 알 수 있을때 그런 말을 해주지 그랬어 가끔은 엄마가 미워
이름없음 2020/07/03 20:03:06 ID : wNvCqo1yFh9
대학을 갓 졸업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와선 엄마와 거의 반년넘게 함께지내고있잖아 하필 코로나로 인해서 취업이 밀려버렸고 그래서 집에있다보니 사실 처음엔 너무좋았어 오랜만에 가족들과 보내는 날들이 좋았고 함께하는 저녁시간도 좋았고 종종 같이보는 티비도 재밌었는데 말이야. 그리고 이젠 내가 엄마의 이야기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데 말이야.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 괜찮아 보이겠지만 사실 많이 화가나 내 현실이 코로나로인해서 합격된곳이 취소되기도하고 특히 내가 하는 직업이 그렇잖아. 그래서 지금 집에만있는 상황이 버겁기도하고 여전히 내마음속엔 돈을 벌어야한다는 강박이 가득한데 나 그래서 진짜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이렇게 시간이 허비되고있는게 힘들어 취준생이 이렇게 힘든건지 몰랐어 그래서 엄마 나도 지금 많이 마음이 불안하고 안정치 못하거든 그래서 내가 지금 엄마의 고민을 들어줄수없어
이름없음 2020/07/03 20:05:41 ID : wNvCqo1yFh9
나도 여유롭지 못해서 그리고 나도 힘들어서 그리고 지금 상황도 상황인데 사실 엄마 나도 지쳐서 엄마가 어릴때 항상그랬잖아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일찍돌아가셨다고 그래서 엄마도 오래살지못한다고 그 말이 아직도 마음을 찔러대 그 말때문에 나는 엄마한텐 늘 후회없이 해주려고 노력했어 근데 엄마 그런말은 하면안되는거야 그 말때문에 나는 엄마를 거절할 수 없어 근데도 거절했어 그래서 나는 엄마 내가 너무 못되고 나쁜사람같아 미래에 내가 너무 후회할거같고 그 지나쳤던 모든순간을 나는 기억할거같아 나는 엄마 내 나잇대에 내 현실을 살아본기억이 많이없어 늘 미래를 생각해야했고 늘 불안해야했어 늘 성공해야할거같았고 돈을 벌어서 엄마아빠의 짐을 덜어들여야겠다는 생각뿐이었어
이름없음 2020/07/03 20:06:18 ID : wNvCqo1yFh9
그래서 멈춰있는 지금 내 상태가 너무 싫어 갑갑하고 답답해 엄마아빠는 나한테 좋은 딸이라고했지만 내가 느끼기엔 나는 나쁜딸이야 노력했는데 그래도 나는 나쁜딸같아
이름없음 2020/07/03 20:08:32 ID : wNvCqo1yFh9
그러니까 엄마, 내가 엄마 진짜 많이 사랑하고 누구보다 행복하게 해주고싶어 그러니까 나믿고 잠시만 엄마의 짐을 다른곳에 풀어줬으면 좋겠어 나는 지금 엄마의 짐을 들어줄 손이없어 사실 그동안 오래 들어줬잖아 물론 그 작은 손이 실제로 엄마의 짐을 들어주진못했겠지만 그래서 나는 너무 힘들었어 이야기를 들으면서 늘 죄책감과 부담은 쌓이는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애니까 엄마는 그냥 너가 들어주는것만으로도 위로라는데 듣는 나는 뭘로 위로를 받아야해 나는 그 말들을 어디다 둬야해 둘 곳이 없어서 마음에 다 쌓다보니까 이제 정말 들어올곳이없어
이름없음 2020/07/03 20:13:02 ID : wNvCqo1yFh9
엄마가 늘 나에게 말하는 너가 오빠보다 잘하니까 이것 좀 너가 해줘 라는 말도 오늘 하루 엄마가 겪은 부당한 일들도 아빠가 엄마를 서운하게 만든일들도 나는 더는 듣고싶지않고 감당하고싶지않아 나는 오빠보다 더 잘하는 사람도 아니고, 엄마의 얘기들을 듣고 엄마에게 뭘해줄수도없고 특히 엄마 저 말을 매일 하는건 너무 한 일이잖아 엄마의 하루가 늘 힘들다는거 이제 너무 잘알아 그리고 저 말을 나한테라도 해서 또 엄마의 일을 나라도 같이해줘서 나아지는건 알겠어 근데 진짜 이젠 내가 너무 버거워 그러니까 나한테 조금 서운하더라도 내가 엄마말을 잘 들어주지않더라도 엄마가 나한테 시킨 오빠의 일을 오빠한테 하라고해도 조금만 이해해줬으면 좋겠어 내가 취업도하고 다시 내 일상을 되찾으면 나도 덜 불안하고 마음속에 쌓인걸 건강히 풀 수 있는 사람이되면 그때 잘 들어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이름없음 2020/07/03 20:15:24 ID : wNvCqo1yFh9
내가 더 쿨하고 더 큰사람이 아니라서 미안해 더 좋은 딸이 되지 못해서 미안해 근데 지금은 내가 좀 괜찮아 지고싶어 이 말들을 엄마에게 다 하면 엄마가 너무 슬퍼할거같아서 어떻게 잘 돌려서 말할까생각하다가 그게 안돼서 그냥 엄마한테 나 할거있다는 핑계로 매일 방에들어가서 미안해 근데 엄마, 나도 엄마처럼 어디 얘기하니까 좀 낫긴하다 근데 나는 사람한테는 얘기안할래 그 사람이 힘들걸 알아서 안할래
이름없음 2020/07/03 20:20:19 ID : wNvCqo1yFh9
그때 오지못했던 사춘기가 이제 오나봐 근데 좀 크게왔나봐 역시 나는 그리 똑부러지는 아이는 아니었나봐 어쩌면 남들보다 성장이 늦는건가 나 어차피 주어진 시간이니까 이 시간동안 나름 공부도 열심히하고 해보고싶던 일들도 해보려고해 그데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계속 사춘기 아이같이 비관적으로 생각하게되고 나를 막 탓하게되네 그래서 엄마를 공감해줄 착한 마음이 잘 들지않아 나 아주 잠시만 사춘기 좀 겪을게 미안해 그리고 항상 많이 사랑해 나는 엄마의 딸로 태어난건 행운이라 생각해 힘든 얘기만 적어서 그렇지 엄만 참 좋은 사람이잖아 엄마로 인해 더 많은 행복을 가졌으니까 나한테 미안해하진마 나도 엄마를 미워하는게 아니야 단지 저 순간들이 힘들었던것 뿐이고 그게 쌓인거고 지금이 제일 못버틸시기라서 그런거지 그러니까 나이먹고 사춘기 온 딸 조금만 기다려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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