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DDD 2020/07/04 00:36:21 ID : 5SE4E5Vbwla
호오랑이 인수 A×토끼 인수 B 달이 만월로 차올라 은은한 달빛이 아른거리는 어느 날 밤이였다. 선선한 공기를 즐기며 강가에서 노닐고 있던 B가 그 한껏 예민한 신경으로 퍼뜩 느껴진 인기척에 뒤를 돌아보았는데, 웬 탈을 쓴 것이 저 언덕 너머 멀찍이 서 B 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검은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불어제끼던 바람을 그대로 맞음에도, 가만히 저를 응시함이 확실한 그것의 행동에 한 평생 그리도 소름끼칠 수 없었다. 그날따라 왠지 스산했고, 잘 알려진 연인들의 명소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했으며, 이 곳까지 오는 길에 넘어져 불안하기 짝이 없는 예감이 물씬 풍겼던 것을 느꼈을 때 일찍이 도망쳤어야 했는데. 그것이 말을 걸어왔다. 뭐라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갈라져 가는 목소리였다. 게다가 일정한 높낮이의 어조였는데, 등골이 오싹하다 못해 소름이 끼쳤던 B는 뒷걸음질을 슬금 치다 결국 도망치듯 달려나갔다. 집까지, 전속력으로. 저에게 너무나도 커 헐렁이는 바짓자락을 붙잡고 머리칼 휘날리게 달음박질 치는데, 이상하게 그것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것 이였다. 시발, 시발, 씨이발! 제가 무슨 귀신에 홀렸나 싶었던 B는 터져나오는 눈물을 애써 꾹꾹 참아가며 눈을 부릅 떴다. 어른들이 그랬다. 호랑이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고. B는 그제서야 멈춰 서서 숨을 골랐다. 달뜬 숨이 조용한 밤 숲속에 퍼진지 어언 몇 분 뒤, B는 너무나 큰 공포감에 움츠러든 어깨를 꼿꼿히 펴 내고 소리쳤다. "너 뭐야, 이 개자식아! 그런다고 내가 쫄 것 같–" 갑작스레 숨이 턱하고 막혔다. 풀냄새가 한층 짙게 풍겨왔다. 꽁꽁 숨겨놓은 모든 신체가 삐져 나올 것만 같아서 안간힘을 주었는데, 어디서 비웃는 듯 낮은 목소리가 기분 나쁘게 낄낄댔다. 간드러지는 목소리였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조차 할 수 없게 모호해 B는 경계하며 귀를 연신 쫑긋였다. 알아들을 수 없는 웅얼거림에 더해 조소까지 겹쳐져 들려왔다. 허리를 굽히고 자세를 낮췄다. 발신자며 발신지며 조차도 파악하지 못해 긴장을 하고 있는 와중에, 아까 봤던 그 검은 것이 어떻게 알았는지 날쌔게 달려와 B의 맢을 가로막았다. "그만하라고 했을텐데." 무슨 판소리도 아니고.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그것이 말했다. 그러자 그 빌어먹을 비웃음과 함께 쉴 새 없이 중얼대던 목소리가 단숨에 멎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터이다. 바람에 일렁이듯 사부작 대는 잎들의 소리만 들려왔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착각을 일게 하는 그것에, B는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참 이상하기도 하지. 아까까지 제가 공포를 느껴 달아났던 것에게 도움을 받으니, 공포가 따듯한 봄날 눈 녹듯 사그라지는 것이 아닌가. "괜찮습니까." 분명 의문문일 터인데 낮은 목소리로 인해 평서문이 되어버린 말에 무어라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 잠자코 입 다물고 있었다. 애초에 자신에게 한 말인지도 불명확했다. "당신말이에요." 그것이 B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건지 그의 이름을 불러왔다. 아주 낮고, 느긋한 목소리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제 이름을 불러옴에도 B는 결코 동요치 않았다. 혹시 알겠는가, '그것들'이 작당을 해 모의를 펼친 것이고 B 제가 보기 좋게 걸려든 것 일지. 그가 나를 떠 보기 위해 부른 것 인데 그 이름이 맞다는 확신을 주는 꼴일지! 혹여나 하는 의심에 B는 주변 나뭇가지를 발로 차올려 떠오른 나뭇가지를 잡았다. 그것을 저 시커먼 것에게 겨누었고, 그 행위를 알아챘는지 그 시커먼 것은 서서히 뒤 돌았다. "내가 쫓아준 거 아니예요?" 알면서도 묻는건지 태평함과 느긋함이 묻어나는 어투였다. 마음에 안들어. B는 입술을 비틀어 그 감정을 가식없이 드러냈다. "내가 살려줬잖아요. 그러니까 고마워해야 하는거 아닌가?" 저것이 탈을 써 무슨 표정을 짓는지 모르겠다. 그게 왠지 비겁하게 느껴졌던 B는 삐딱하게 서 그것을 노려보고있는데, 그것은 여전히 여유롭게 서 대꾸했다. "아니면 본디 토끼새끼는 고마움을 모르는 것인가." "...너 뭐야." B는 당황한 탓에 입 안쪽 여린 살을 짓씹었다. 제 정체를 알고 있다. 철저하게 숨겨왔고, 그만큼 심혈을 기울였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자존심에 상처가 난 B가 코를 벌름거리며 작게 그릉댔다. "토끼새끼도 건드려지면 문다는걸 모르는 모양인데, 당장 죽여버리기 전에 꺼지시지." "오, 그거 무섭네요." 무섭긴 개뿔. 어투에서 여유마저 느껴지는 그것에 분이 안풀려 B가 결국 나뭇가지를 휘둘렀는데, 그것은 날카로운 나뭇가지를 가뿐하게 피하는 것이 아닌가. 기분 참 뭣같군. "개자식." B가 제 얉다란 입술을 혀로 축였다. 어느새 두려움은 없어진지 오래인지 그는 늘상 짓던 그 웃음을 얼굴에 걸고 있었다. 실상 저것이 B 저를 해칠 생각은 전혀 없어보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기왕이면 호랑이 자식이라고 해 줄래요?" "...호랑이?" B가 어이가 없어 되물었다. 그럼 내가 호랑이새끼 한테 구해진거란 말이야? 그 빌어먹게 재수없고 이기적인 종족한테? "왜 날 구했는데?" "그냥, 당신이 나 좀 봐주십사 하는 마음에서요." 저게 무슨 말이야. 그럼 진작에 나를 알고 있었단 말이야? 저게 무슨 개소리지? 아니, 정정하자. 저게 무슨 호랑이소리지? 쏟아지는 궁금증에 입을 떼려는 참이였다. "그럼 다음에 봅시다, 토끼새끼." 문득 들리는 소리에 깨닫고보니 도포자락 넘실대며 휘날리던 그것은 이미 없어지고 난 후였다. 다음에 보자고? 또 보자는 말인가? 머리가 지금 일어나는 일을 따라잡지 못해 그것이 있었던 자리만 멍하니 바라봤는데, 스산한 한기가 몸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게 진짜인지 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한 여름 밤의 꿈도 아니고 이게 뭐람. 정신이 든 B는 몸을 부르르 떨고서 제 팔을 쓱쓱 문지르며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레스 작성
22레스파워N인 스레주가 쓰는 이야기!new 6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6분 전
410레스If you take these Piecesnew 24671 Hit
창작소설 이름 : ◆PfTQoNteNvA 2시간 전
31레스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new 5111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3시간 전
907레스소설 제목 기부하는 스레new 3979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7시간 전
13레스읽는 사람들이 만드는 소설new 144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2시간 전
226레스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3091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7레스너무 특이한 이름 별론가 119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6레스로판에 등장인물 이름 고증 어떻게 해? 86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59레스☆☆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3340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400레스첫문장/도입부 적고가는 스레 10871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48레스마음에 드는 문장 모으는 곳 3781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0
6레스이과와 문과의 고백법 101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8
3레스웹소설에서 좋아하는 부분 각자 얘기하고 가자 235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42레스'사랑'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자! 996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71레스패러디 소설 창작자+독자 잡담판 1754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5
5레스과거의 흑역사 쪼가리들을 읽어보는 스레 952 Hit
창작소설 이름 : 수치사하기직전 2024.04.14
3레스소설 주제 좀 추천해줄 사람..?ㅠㅠ 95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4
1레스어른이 되고 깨달은 것은 101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
3레스이런 설정 흔한가?? 1162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
1레스으헤헤 학교 간다 115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