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풀속에 쓰러져있는 널 보았어
.
“하아..”
오래간만에 운동한다며 낮은 산을 오르고 여기저기 걸어 다니다 순식간에 커진 빗방울을 맞으며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이름없음2020/07/13 03:06:03ID : bdDs4K1A588
집으로 향하는 길에 전봇대 앞에서 아기 고양이를 발견했다.
너무 귀여웠지만 난 그냥 지나쳤다.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졌다.
이름없음2020/07/13 06:48:13ID : kq1Dy3Vbwmm
집에 도착했지만 아까 그 고양이가 자꾸 생각이 났기 때문에 아까 그 전봇대 앞으로 갔다. 그 전봇대 앞에는
이름없음2020/07/13 09:41:21ID : V9bg2Fg59cr
빗물젖은 잔디풀 속에 나른한 듯 누워있는 아까 그 고양이가 있었다. 나는
이름없음2020/07/13 11:44:02ID : 3Wo582oIINA
비에 젖어 뭉친 고양이의 털에 손을 뻗었다. 빗물과 함께 짙은 회색이 되어버린 고양이는 낯선 것이 다가서는데도 느릿하게 눈을 깜빡일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름없음2020/07/13 16:16:38ID : grtfTSL87cL
"에취!"
터저나오는 기침에 반사적으로 입을 가렸다. 그제서야 잊고 있던 사실이 생각났다. 나 고양이 알레르기 있었지. 고양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손조차도 댈 수 없다니, 정말이지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고양이가 추위에 떨지 않게 겉옷을 벗어주는 것 뿐이었다.
이름없음2020/07/13 19:42:42ID : mLbvg3PilyE
고양이는 작게 야옹거렸다. 하지만 벗어주기 무색하게 빠르게 젖어들어가는 겉옷을 허망하게 바라보다 슬쩍 겉옷을 다시 올렸다. 난 고양이를 바라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멀지 않은 거리에 편의점이 있었다.
이름없음2020/07/16 21:45:26ID : O8phxU7tbjs
딸랑-
가장 싼 투명우산과 따뜻한 우유를 사온 나는 고양이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색색거리는 고양이의 입에 우유를 조금씩 묻혀줬다. 겨우겨우 입가를 핥으며 계속해서 우는 것이 참 안쓰러웠다.
이름없음2020/07/16 21:57:17ID : IE9vyLbzSNu
고양이는 계속해서 목을 축이다가는 잠시 멈춘채 입을 열었다.
"안녕하신가?"
이름없음2020/07/16 22:05:22ID : PdBgrs4E4Fg
"으악! ...뭐, 뭐야! 고양이가 말을, 에취!!"
화들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꽈당, 하고 꼴사납게 뒤로 엉덩방아를 찍은 나는 놀라서 크게 뜬 눈을 끔뻑거렸다. 눈치없게도 고양이 알레르기때문에 불쑥 튀어나온 기침에 본능적으로 입을 가린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쿵쿵거리는 소릴 내며 진정하지 못하는 심장과 당장의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는 뇌에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고양이가 다시한번 그 조막만한, 분홍빛 입을 열어 조곤거렸다. 왜인지 아기 고양이의 표정이 웃는 것 같다고 느껴진 것은 착각일까.
이름없음2020/07/17 15:27:41ID : RwtxTSL81bc
엉덩방아를 찍은 그 상태 그대로 나는 멍청하게 고양이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렇게 톡톡거리는 빗소리가 내 귀를 때리고있을즈음 고양이가 다시 입을 열었다
"먀옹"
뭐지? 분명 말을했는데.. 내가 잘못들은걸까 머리속이 혼란스럽게 뒤엉켜 갈때 고양이가 재촉하듯이 내 발을 한번 툭 치며 아무것도 못하고 얼어있는 나에게 확신을 주듯 입을 오물거리며 말소리를 다시 내었다
"아 추워.. 집 안들어가냐?"
이름없음2020/07/17 18:37:11ID : Ns9vu3xzPg7
" 어... 어 말을 해? 고양이가? "
라며 다시 되묻는 내가 귀찮다는 듯 살짝 제 작은 미간이라 해야할까, 안면을 살짝 찡그려보았다.
" 그렇다니까, 그러는 구려 냥."
하찮은 고양이 울음 소리가 말 뒤에 붙어 났다. 나도 모르게 작은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름없음2020/07/17 22:19:04ID : mLbvg3PilyE
''너 구강구조가 어떻게 되었길래 그렇게 말을 할수 있는거야?''
고양이는 시치미 때며 아무것도 모르는 척 야옹거렸다.
''귀엽다.''
''나도 안다냥.''
이쯤돼면 내가 정신병이라도 걸렸는지 의심스러웠다. 병원에 가봐야 하나?
이름없음2020/08/04 01:28:55ID : gjfWry3RCnP
젖은 몸을 털어내곤 고양이가 말했다
“나 감기 걸린 거 같아”
금세 기침이 나오는 고양이를 보다가 급하게 고양이를 안아들었다
“일단.. 우리 집으로 가자”
이름없음2020/08/04 10:44:44ID : WmHAY67y40r
그 날부터 나는 말하는 고양이와 한 집에서 살게되었다
이름없음2020/08/04 14:58:22ID : hhwINxV82r8
이 귀여운 녀석은 참 뻔뻔했다.
처음 집에 오자마자 마치 제 것인 양 자연스럽게 침대를 차지했다.
덕분에 나는 바닥에서 잠에 들었다.
이름없음2020/08/06 14:49:23ID : CrxWlClDxO0
바닥에 자서 추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녀석과 지낸지 1일차. 가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재기능을 해서 재채기가 나왔지만 마스크를 쓰니 괜찮아져서 그럭저럭 이 놈과 같이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이름없음2020/08/07 22:50:29ID : Xy7wNwIGoFh
이 놈은 요구하는 게 참 많았다. 고양이 주제에 원하는 게 뭐 그리도 많은지.
" 우유가 너무 차갑구려."
" 담요 좀 가져다줘."
" 생선, 생선 없나? 전자레인지 말고 구운 게 좋은데 냥."
익숙해지려 해도 가끔씩 깜짝 놀란다 나는. 고양이가 말을 하는 걸 도대체 누구한테 말하리.
이 고양이님의 말투는 언제나 제각각이었다. 자기 원할 때 아무렇게나 뱉는 것 같았다.
이 이상한 동거가 도대체 언제까지 갈까.
" 근데 너, 집에 안가? 집, 가족은?"
고양이가 날 빤히 쳐다보았다. 먀옹-. 답인걸까. 체크무늬 담요 위에 몸을 굴렸다. 따듯해서 기분이 좋은 듯 싶었다.
" 아니 넌 니가 말하고 싶을 때만 말하는 거냐? 야 말하는 고양이, 답 좀 해봐."
이 놈의 고양이는 자기가 원할 때 아니고서는 절대 입을 열지 않았다. 글쎄, 내 반응을 보는 게 재밌었던 걸지도.
녀석이 굴러다니던 담요가 벌써 잿빛이 되었다. 말하는 고양이라도 길고양이는 길고양이. 녀석을 골려줄 방법이 생각났다.
" 야."
똘망똘망한 눈.
" 씻자."
파드득. 녀석의 꼬리가 사라졌다. 아마 두 다리 사이에 있겠지. 하악거리는 녀석을 쉽게 들어 올렸다. 말하는 고양이도 고양이고, 이 녀석은 아직 어리니 바둥대도 소용없다.
" 아니 인간아!! 싫다냥!! 이거 놓거라!!"
이름없음2020/09/23 21:41:12ID : zU59fPcrfbD
퍼덕이며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녀석을 단단히 붙잡은채로, 욕실로 들어갔다.
촤아악- 하고 물이 경쾌하게 쏟아져내리자, 갑자기 고양이가 망연자실하게 굳어버렸다.
"자자, 착하지?"
따듯한 물이 졸졸 새나오는 모습을 보자, 몸을 바짝 부풀린 녀석이 하악대며 뒤로 슬금슬금 피했다.
"그, 그만! 다가오지 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