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종종 설렌 적이 있어서 그냥 생각난 김에 썰 좀 풀어보려고. 그래도 괜찮겠지?

특정 될까 싶어서 조금 두루뭉술하게 말할게. 난 지금 고등학생이고, 그 언니랑은 한 살 차이야. 전부터 엄청 예쁜 언니라고는 생각했는데 난 그 언니랑 성격이 잘 안 맞아서 그렇게까지 친해지지는 못했어. 그 왜 어울려 놀긴 하는데 묘하게 거리있는 친구 있잖아. 딱 그런 느낌.

>>2 오 고마워. 근데 어느 여름방학에 이유나 계기는 모르겠는데 언니한테서 연락이 왔었어. 가끔 어느 친구를 보면서 내가 얘랑 어떻게 친해졌지? 하는 식으로 나도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는 모르겠는데, 전혀 친하게 안 지내다가 갑자기 그 방학 동안에만 언니랑 자주 어울려 놀게 됐어.

진짜 친하지도 않았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그 언니가 워낙 귀엽고 예쁜데 음... 까놓고 말해서 외모가 너무 내 취향이었고 또 착해서, 좋아한다고까지 느낀 적은 없지만 종종 설레었던 것 같아. 무엇보다 내가 언니가 없는데 정말 날 잘 챙겨줘서 더 호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언니랑 있었던 일 중에 기억에 남는 거 몇 개만 말해볼게.

내가 방학 도중에 진짜 늦잠 자주 자거든... ㅋㅋㅋㅋ 거의 매일 12시는 되어야 일어나는데, 하루는 언니가 나한테 10시?즈음에 전화를 했더라고. 최대한 밝게 대답한다고 했는데 아마 목소리가 잠겨 있어서 나 자는 거 뽀록났나 봐 ㅋㅋㅋㅋ 언니가 너 아직까지 자고 있냐 그러더라고. 그래서 ㅇㅇ 나 자고 있었어, 하고 왜 전화했냐고 물었더니 마침 학원 가는 길인데 심심하고, 또 내가 지금 네 집 근처 걸어가는 중이라 생각나서 전화했다고 했어. 대화 내용은 기억도 안 나고... 그냥 언니 학원 갈때까지 짧게 통화했었는데, 비록 10시라는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뭔가 모닝콜? 비슷한 느낌이고 내 집 주변이라고 생각나서 전화해 줬다는 게 조금 기분 좋아지더라.

하루는 저녁 먹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카톡이 왔어. 나 학원 갔다가 지금 집 돌아가는 길에 네 집 근처 가고 있는데 아이스크림 사줄테니까 나오래. 그래서 급하게 저녁을 먹고 나가서 언니랑 걸어서 2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하나 얻어 먹었어. 우리 집 근처에 작은 공간?이 있고 벤치가 있었는데, 언니랑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우리 집 바로 앞까지 와서 벤치에 앉아서 수다 떨었어.

수다 떠는데 어쩌다 그런 내용으로 흘러갔더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언니가 자기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가 여자랑 키스해보는 거라 그러더라. 솔직히 좀 당황했다. 이때 난 내가 성소수자라는 걸 자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고, 아직 정체성 확립도 못했어서 괜히 그런 말 하나하나가 너무 찔리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거야. 그래서 이제와서 생각해봐도 언니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게 뭐냐는 식으로 반응했어. 근데 이제와서 생각해봐도 내가 지금 당장 그런 말을 들었어도 놀랐을 것 갗아.

또 하루는, 친구를 우리 집에 불러서 놀고 있었어. 친구는 그날밤 자고 갈 예정이었는데, 마침 친구랑 언니랑도 아는 사이였고, 언니한테서 연락이 온 거야. 그래서 대화 이어가다가 잘됐다 싶어서 언니도 올래? 라고 물었고, 의외로 언니는 흔쾌히 오겠다고 했어. 난 올 줄 몰랐거든. 언니는 케이크를 사들고 우리집에 왔어. 케이크를 사들고 온 건 남의 집에 갈 때 뭔가 자주 사가잖아? 과자나 과일 같은 거. 그런데 그때 이미 시간이 늦었던 때라 급하게 근처 마트에서 케이크 사왔다고 하더라.

그 날 친구랑 언니랑 셋이서 수다 떨면서 방 안에서 계속 놀았어. 중간에 진실게임 같은 것도 했는데, 어쩌다보니 중간에 내가 예전에 괴롭힘 당했었던 얘기도 하게 되고... 음, 뭔가 이런저런 얘기를 했었어. 사실 세 명이서 진실게임이라니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웃기다. 좋아하는 사람 있느냐는 질문도 받았었던 것 같은데, 없다고 했을 거야. 없었으니까.

그 날 다 같은 방에서 이불 깔고 잤어 ㅋㅋㅋㅋㅋ 언니가 가운데에서 잤나?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가운데는 아니었을거야. 난 누구한테 자는 모습 보이는 게 싫어서 구석 자리에서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 잤을테니까. 아침에 일어났는데 친구는 아직 자고 있었고, 언니는 가져온 책을 읽고 있어서 조금 신기했어. 이때 책 읽고 있는 언니 모습 보고 괜히 조금 설렜던 것 같아. 사람이 차분하고 지적으로 보여서. 평소에도 그렇긴 했지만 그 날은 새벽 분위기 때문에 특히 더 그랬고, 무엇보다 자다 이제 막 깬 상태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 날 아침에 엄마가 차려주신 밥을 먹고, 다 같이 우리 집 근처의 마트로 갔어. 안 그래도 언니한테 얻어먹은 게 있어서 아이스크림 사주기로 했었는데, 언니만 사주기도 뭐하니까 친구랑 내 동생, 친구 동생까지 다 끌고 가서 아이스크림 사줬어.

그리고 또... 뭔 일이 있었지? 하루는 언니가 나한테 톡을 했나 내가 언니한테 톡을 했나... 잘은 모르겠는데 언니랑 톡을 했어. 근데 그때 언니가 언니 친구들 집에 놀러 가있을 때였거든. 그 집에서 자고 올 거라고, 지금 친구들이랑 있다고 하길래 가서 친구들이랑 놀라고 했는데 지금은 각자 따로 할 거 하고 있어서 괜찮다고 계속 나랑 톡을 주고 받더라. 나중에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이었나... 그냥 집 사진이었나... 아무튼 무슨 사진이었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사진도 찍어서 보내줬던 거 같아. 별 것도 아닌데 그냥 누군가 본인 친구들이랑 놀면서도 날 생각해준다는 게 조금 기뻤던 것 같다.

또 다음에는 내가 언니 집으로 가게 됐어. 아, 언니랑 동갑인 또 다른 언니도 있었어. 그 집에 가서 같이 피자를 구워서 저녁으로 먹었어. 오후즈음에 간 거라 저녁먹고 조금 수다 떨면서 놀다보니 벌써 시간이 좀 늦었더라고. 난 집이 멀지도 않아서 그냥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언니가 자고 가라길래 나랑, 나랑 같이 왔던 또 다른 언니는 그 언니 집에서 자고 가게 됐어.

옷은 그 언니 집에 있던 거 빌려 입었고, 칫솔은 새 걸 받았어. 우리 집처럼 게임기가 많거나 한 건 아니라 다 같이 퍼즐 맞췄는데, 난 퍼즐 맞추는 건 잘 하지도 못하고, 흥미도 없어서 조금 맞추다가 거의 반쯤 졸았다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잘때는 나랑 놀러온 언니 둘이 침대를 쓰고, 집주인... 그러니까 내가 설레었다는 그 언니가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어.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까 언니가 퍼즐을 다 맞춰놨더라...? 나랑 같이 놀러온 언니는 아직 자고 있어서 나만 거실로 나왔더니 언니가 아침을 해뒀더라고. 음 메뉴가... 분명 참치 들어간 주먹밥이랑 에그 샌드위치였어. 다른 언니는 깨우기 미안해서 나랑 언니만 먼저 아침을 먹었는데 아쉽게도 무슨 대화를 주고 받았었는지가 기억 안 나.

나중에 셋이 다 같이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데, 언니가 내 옆에 앉아있길래 그냥 슬쩍 머리를 기대봤어. 괜히 눈치 보이고 심장 떨렸었는데. 그리고 좀 지나서 무겁겠다 싶어서 내가 머리를 들었고, 그렇게 조금 보고 있는데 언니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더라.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아서 영화에 집중도 안됐어. 언니가 머리 떼어낼때는 다행이라는 생각이랑 아쉽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 나는 이때 너무 두근거려서 내가 언니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싶었어. 근데 좀 지나서 생각해보니까 아주 좋아하던 것 까지능 아니었던 것 같아.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다고 말할 수 있어.

나중에 보니까 영화 보던 중에 언니가 잠들었길래 그 모습이 뭔가 귀엽기도 하고 재밌어서 사진을 찍었었어. 보통 친구들끼리 자기 친구 잠들면 놀리려고 사진도 찍고 그러잖아? 근데 난 찍고 나니까 왠지 괜히 그런 마음이 아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 그래서 괜히 못할 짓 한 기분이 들어서 사진은 금방 지웠어. 당연히 그걸로 언니를 놀리지도 못했고.

이건 내가 기억하기로는 그 언니랑의 기억 중 거의 마지막인데... 하루는 언니랑 좀 멀리 있는 곳으로 놀러갔어. 원래 거기까지 잘 안 가거든. 멀고, 사람도 많아서 복잡한데다가 고등학생들끼리만 가서 놀기에는 좀 재미없는 곳이어서. 가족끼리는 두어번 정도 가봤지만... 아무튼, 같이 버스를 타고 조금 멀리 나갔어. 그때 버스가 좀 혼잡했는데, 내가 어디서 본 건 있어가지고 그거 흉내낸다고 언니 뒤에 서서 공간 만들어주고 그랬던 거 같아 ㅋㅋㅋㅋㅋ 내가 언니보다 키가 머리 하나 정도는 더 컸거든. 진짜 꼴에 별별짓을 다했네. 언니는 그거 못 느꼈겠지? 몰랐으면 좋겠다.

장소에 도착했는데 진짜 사람 많더라. 난 사람 많은 곳 너무 싫어하는데 그 날은 그냥 언니가 불러서 나갔던 것 갗아. 카페에도 갔는데 같이 커피 한 잔씩 시켜놓고 같이 수다나 떨었어. 대화내용은 당연히 기억도 안 나고. 그리고 나선... 주변을 잠시 기억했던가? 가물가물하네.

조금 기억에 남는 건 근처 산책한 거? 보통 친구랑 놀러나가서 산책은 잘 안 하는데, 언니가 산책하고 싶어하길래 같이 주변을 오래 산책했어. 거긴 볼 것도 별로 없고... 그냥 딱 산책로라 사람이 보이긴 했는데 아까 카페처럼 그렇게 많지는 않더라. 그냥 계속 산책만 했어. 정말로. 계속 걷고 걷고 또 걷고... 중간에 앉아서 좀 쉬면서 간식 먹고 수다 떨고... 집에 와서 엄마한테 말했더니 거기 연인들끼리나 가는 데이트 코스라고 하시길래 또 조금 설레어 버리고. 어쩐지 남자랑 여자 둘이서 온 것 밖에 안 보이더라. 종종 연인 아닌 사람들이 보여도 보통 친구들끼리 왔는지 무리짓고 있었지, 우리처럼 단 둘이 오지는 않은 것 같고.

그 날 놀다보니 집에 왔을 땐 10시였나 11시 가까이 되었어. 나 밖에서 그렇게 늦게까지 논 적이 없어서 엄마가 걱정하셔서 전화도 하셨다.

그때 연락 정말 자주 주고 받았어. 평소엔 잘 쓰지 않는 이모티콘 까지 써가면서. 언니는 벌 생각 안했을 것 같지만 난 그때 진짜 설렜는데. 근데 허무하게 그 언니랑의 얘기는 이쯤에서 끝났다. 방학이 끝나고 나서 각자 바빠진 것도 있고... 내 쪽에서 먼저 연락할 용기가 없어서 안 하고 있었더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딱 끊겼어. 사실 이때 허무하기도 했는데, 그것보단 아주 조금 짜증도 났던 것 같아. 방학 동안에는 그렇게 자주 연락했으면서, 결국에 난 그냥 방학 동안의 심심풀이 떼우기 용이었나 싶어서. 근데 결국 나도 언니랑 재밌게 논 건 사실이고, 진심으로 가슴 앓이하면서 좋아해본적은 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이 크진 않았어. 그냥 좀 어이없긴 했지만.

그때 잠깐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친하지 않았다가 급격히 친해지고, 이대로 썸이라도 타려나 뭐 이런식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김칫국 한사발이었지 ㅋㅋㅋㅋㅋ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단순히 좀 설렜다는 이유로 저런 착각도 해보고. 하지만 현실은 영화 같지 않더라.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연락이 끊겼고 이젠 간간히 인스타그램에서 소식이나 접해보는 정도? 당연히 교류는 일절 없고.

그때는 좀 허무하기도 했는데, 나라고 해서 다를 건 없더라. 그냥 금방 잊혔어. 그 언니랑 재밌게 놀았지-정도? 이왕이면 다음에 또 만나서 대화라도 나누면 재밌을 것 같다고 생각은 하고 있어. 설레던 거랑은 별개로 언니와 나누던 대화자체는 재밌었다고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때 설레이고 그랬던 게 이제는 또 좋은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 허무한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야. 정말. 여기서 끝. 그 전에도 별 거 없었고, 그 이후에는 연락 자체가 오가질 않았어.

뭔가.. 좋은데 허전하구먼 인간관계는 알 수가 없구나

설레긴하네! 다시 연락 한 번 넣어보는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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