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김은 평소 내가 살펴본 결과 눈치가 빨라. 근데 본인은 또 눈치가 없다 그럼.. 서로 유일하게 생일 챙겨주는 사이고 그럼에도 서로 무리가 다르지. 그렇다보니 둘만 잠깐씩 만나는 일이 많은데 그럴 때 마다 자꾸 얘가 내 플러팅을 다 받아줘. 먼저 소소한 플러팅을 하기도 하고... 내가 코로나 땜시 김을 못 보니까 아주 가끔 미쳐서 보고싶다고 전화를 하면 그것도 다 받아주고, 위로도 해주고 달달한 멘트도 해줘. 오래된 CC같이 간질거리는 농담도 자꾸 하는데, 으아 이게 너무 희망고문이야..

문제는 내가 커밍아웃을 이미 얘한테 했다는거야. 미쳤지? 그래 나도 알아. 이렇게 플러팅 날릴거면 부담스럽지 않게 커밍아웃이라도 하지 말걸ㅠㅠㅜ

얘는 아주 짧았고 다 똥차였지만 가끔 남친도 사귀었었고, 딴건 모르지만 남자를 좋아하는건 맞아. 즉, 레즈는 아님. 헤테로나 바이나 팬이겠지?

새벽이라 좀 졸리네.. 내일 마저 쓸게

ㅂㄱㅇㅇ!

ㅂㄱㅇㅇ

>>6 >>7 고마워!!

내가 커밍아웃을 했던 날에,((김이 첫 커밍아웃이었음)) 엄청 쭈뼛거리면서 사이다 두개 들고 김을 만났거든. 커밍아웃 하기 전에 바로 만나서 김이 나한테 왜 이렇게 굳었냐면서 귀엽다고 웃는거야... 그래서 난 이제 이런 모습은 못 보겠구나.. 하고 커밍아웃을 했어.

근데 나는 내가 말하고도 심장이 쿵 떨어져서 굳어있었는데, 김은 아무렇지도 않게 아 그래? 하고 계속 놀이터로 걸어갔어. 으악 진짜 내가 원하던 커밍아웃 리액션이어씀... 나중에 물어봤는데 사실 그때 많이 놀랐었다고 하더라구... 나 상처받을까봐 덤덤한 척 했대..

쨋든 난 그렇게 말하고나서 나한테 좀 어색해할 줄 알았어. 다음에 커밍아웃 한 거의 모든 여자애들이 너 나 좋아해!?!?!??! 이랬으니까. 근데 김은... 진짜 나한테 평소같이 해주고 내가 이쪽얘기 꺼내도 아무렇지않아 하고 가끔 생소해하거나 이쪽 세계(?)를 신기해하는 경향은 있었지만 다른애들처럼 아예 나를 다른세계 사람으로 내모는 일은 없었어

근데 요즘...그런 생각이 나더라. 얘는 내가 수시로 플러팅하고 과도하게 의지하고 연락도 나만 하는데, 그걸 받아주는건 둘째치고 맞받아쳐주기도 하는데... 얜 대체 무슨 심리일까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