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짝녀에 대해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지는 약 1년 반 정도 되었어. 고등학교 입학한 후 내가 그 사람을 딱 보는 순간 그 사람밖에 안보였던 것 같아. 암튼 여차저차해서 친해지게 되었어. 왜 사람들 중에 다른 이들한테 잘 달라붙고 스킨십 좋아하는 사람. 그 사람이 그랬어. 다른 애들한테 잘 달라붙고 뽀뽀하고 그런. 어느 날 반에서 자리를 바꿨는데 마침 내 앞자리가 그 사람인 거 있지. 심장이 마구 뛰더라고. 수업시간에 수업 내용이 들어와야하는데 그 사람밖에 안보이더라고. 매 순간 무엇을 하는지 내 눈에 그 사람 한 순간 한 순간을 담았던 것 같아. 어느 날은 친구들과 급식을 먹으러 가는 도중이었어 .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어김없이 그 사람이 친구들한테 뽀뽀를 시전하는 거 있지. 근데 그 사람이 나한테도 뽀뽀를 하더라? 나는 가만히 서서 다 받아줬어. 내 속사정을 아는 친구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라. 아마 나를 안쓰럽게 여긴 게 아니었을까? 왜냐면 내 사랑이 이루어지지않을 것이란 것을 내 친구도 알고 있었거든. 그 사람은 이성애자였어. 걔는 누군가와 연애를 하고 싶었다고 했어. 근데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자기는 연애 상대가 남자가 아니어도 상관없대. 너무 외로워서 여자도 사귈 수 있대. 심장이 쿵 내려앉는거 있지. 만약 너가 여자랑 사귀다가 꿈에 그리던 남자가 나타나면 어쩔건데? 의문이 들더라고.

이름없음 2020/09/12 19:32:19 ID : RCoZdDzgo1u

하지만 직접 묻지는 않았어. 시간이 지나면서 연락도 꾸준히 하고 장난도 치면서 잘 지냈어. 근데 있잖아 나는 그 사람이 나한테 하는 행동들 보면 너무 가슴이 아픈거 있지. 너 나한테 장난식으로 고백 많이 했었잖아.

이름없음 2020/09/12 19:34:09 ID : RCoZdDzgo1u

나랑 사귀자고 많이 말했었잖아. 근데 나는 너무 무서웠던 거 있지. 나는 아직 나를 적대시하는 세상으로 나갈 준비가 안되어있던 것 있지. 친구들과 하는 사소한 스킨십 하나도 눈치보던 나인데 말야. 어떻게 그 고백을 받아줄 수 있었겠어? 나는 많이 멍청했던 거 있지. 많이 미련했고 말야.

이름없음 2020/09/12 19:36:06 ID : RCoZdDzgo1u

근데 있잖아 나는 너가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한번만 더 고백했다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어. 다른 애들한테 안했던 고백. 그거 나한테 한번만 더 장난식으로라도 해주면 그땐 내가 받아줄 수 있는데. 근데 너가 정말 장난이었다면? 나는 한동안 많이 슬플 것 같아.

이름없음 2020/09/12 19:38:00 ID : RCoZdDzgo1u

또 뭘 말해볼까? 너 나한테 사랑한다고 많이 했잖아. 그거 진심이었는지는 몰라도 나 너무 행복했다? 그래서 내가 물어봤잖아. 나 좋아하냐고. 근데 아니라며. 난 아마도 알았을지도 몰라. 우리 둘이 같은 마음이었단걸.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어있었을지도 모르지.

이름없음 2020/09/12 19:39:47 ID : RCoZdDzgo1u

너는 겉으로는 강해보여도 속은 많이 여렸으니까. 나처럼 세상 밖으로 나갈 준비가 안되어있었겠지. 근데 나는 우리 둘이 함께라면 그 어떤 것도 맞설 준비가 되어있었어.

이름없음 2020/09/12 19:43:27 ID : RCoZdDzgo1u

근데 말야 나는 이제 너를 놓아주려고 해. 우리가 했던 연락들 보니까 다 내가 먼저 연락했더라. 참 씁쓸하더라.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거래잖아. 맞는 말 같아. 나는 널 너무 좋아했어서 이제 널 놓아주려고 해. 너는 태양 아래 찬란히 빛나는 해바라기와 같은 사람이니 너에게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사람을 만날 수 있겠지. 참 많이 좋아했었어, 내 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