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2020년 9월 기준으로는 이미 끝난 일임을 먼저 밝힌다. 2017년에 처음 겪고, 2019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이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지금부터 이와 같은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얘기해볼까한다.

난 지금은 인천에 살지만, 중학교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는 대전에서 살았다. 나는 고등학교 들어서 통신 동아리라는데를 들었다. 방송 같은 것에 관심도 있고, 무엇보다도 아마추어 통신에 푹 빠져있었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통신, 또는 아마추어 무선이란 개인이 무선국을 설립해서 다른 개인 무선국끼리 통신하는 것을 말한다. 그닥 어려운건 아니어서 중학교 3학년때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마추어 통신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통신 동아리도 아마추어 무선인들이 만든 동아리였다. 동아리 부장은 3학년의 A형. 초등학교때부터 HAM에 입문했을 정도로 이 분야에 빠삭한 사람이었다. A형 외에도 3학년에 B,C형, 2학년에 D,E,F형, 1학년에 나와 친구 준(가명). 그렇게 총 8명이 동아리 부원이었다. 우리학교는 동아리 활동이 좀 컸기 때문에 우리 부 정도가 제일 규모가 작았다. 동아리 설립 제한이 7명이었으니, 커트라인에서 딱 한 명 많은 수준이다. 그렇다고 부원이 7명인 동아리는 없었다. 우리가 제일 꼴찌.

>>3 보고있는 사람 발견! 지금 딴짓하면서 글 쓰는 중이라 리젠이 좀 느리니 양해를 바라봅니다. 입부해서 우리가 처음 했던건 콜사인 교환. 처음 입부한 그날 저녁에 환영식을 가지고, 부장의 집으로 가서 간단한 통신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간은 그냥저냥 평범한 학교생활이었다. 입학 후 딱 3개월 뒤. 그날이 문제였다.

방과 후에 부실에서 혼자 라디오를 만지고 있던 나는 문득 부실 구석에 놓인 박스에 호기심을 가지게 됐다. 먼지가 못해도 5mm는 쌓여있던 것 같았다. 손으로 툭툭 털자 상자에 네임펜으로 뭐라뭐라 적어둔게 드러났다. "방송통신부 재산. 함부로 개봉하지 마시오."

내가 통신부원이니까, 나는 개봉할 자격이 있었다. 아니었다해도 궁금해서 그냥 열어보긴 했겠지만서도.... 상자는 테이프로 밀봉되어있었기 때문에, 커터칼로 테이프를 째고 상자를 개봉했다. 안에는 비교적 상태가 좋은 단파라디오들이 가지런히 쌓여있었다.

정확한 명칭은 단파수신기지만, 단파라디오라는 명칭이 더 통상 와닿으므로 그냥 단파라디오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 단파라디오는 총 네 개가 있었는데, 소니에서 만든게 2개, 파나소닉에서 만든게 1개, 나머지 한 개는 상표명을 눈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파나소닉에서 만든건 나도 한 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소니에서 만든 단파라디오는 음질이 죽여준다기에 한 번 이용해볼까하다가, 한 개는 배터리가 없었고, 한 개는 고장이 났는지 잡음조차 들리지 않아 포기했다. 사실, 그 중 제일 흥미가 가는건 남은 하나, 상표 불명의 단파라디오였다. 회색에, 끝이 뾰족한, 조금은 옛스럽게 생긴 라디오. 생각보다 튼튼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라디오 전원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전원 표시 옆에 라이트가 점등되었다. 배터리는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곧바로 BBC 월드 서비스를 청취해보고자 라디오를 조작했다. 잡음이 심했다. 성능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비가 와서 수신이 꽝이었다. 홀로 있는 부실 창 밖을 보니, 달이 차오르기 시작했고 비도 장대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 글렀네. 그래도 레어템 하나 발견했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라디오를 다시 상자에 차곡차곡 쌓아올렸다.

그날은 2,3학년 선배들이 모두 오페라였는지 뮤지컬이었는지를 보러 갔기 때문에, 1학년 부원은 나와 준이 뿐이었다. 준이는 배가 아프다며 일찍 귀가했으니, 실질적으로 학교에 남은 부원은 나 뿐이었다. 내일 아침이 아니고서야 누가 다시 여기에 들어올 일이 없었기에, 나는 꼼꼼히 문 단속을 하고 귀가했다. 그 다음 날은 토요일, 쉬는 날이었기 때문에 딱히 특별한 용무가 있는게 아니면 월요일 아침까지 방문하는 사람이 없어야한다. 그래야한다. 그게 정상이다. 토요일 오전 11시, 찌뿌둥함 속에서 눈을 뜬 나는 전화가 15통, 카톡이 300+로 쌓여있는 것을 보고 기겁하고 말았다.

[부재중 목록 : A형 (13) B형 (2)] [통신부 단톡 : 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진짜... (300+)] "뭐지????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인지 생각해봤자 떠오를 기미도 없었다. 하지만 무언가 큰일이 났음은 확실했다.

~뚜르르... 뚜르르...~ ~툭~ "A형, 죄송해요 자느라 전화를 못 받았어요..." "야, 레주야. 너 지금 당장 학교로 좀 와야겠다." "학교요?" "응. 전화로 할 만한 얘기는 아냐. 빨리 와주라. 형도 지금 급해서.. 끊는다." "형?? 형!!!" 나는 급히 사복을 줏어입고 택시를 잡아 학교로 향했다. 밤새 내린 비 때문인지 날씨는 어느정도 선선했고, 다만 좀 습기가 있었다.

>>14 보고있는 레더 두번째 발견! 옛 기억을 더듬으니 추억도 같이 생각나고 좋네. 이 사건은 많이 무서웠지만... 택시로 12분. 길도 막히지 않고 총알처럼 달려 학교 정문에 도착했다. 서두르다 물웅덩이를 밟고 넘어진 나는 골반 살살 매만지고 황급히 부실로 뛰어갔다. 부실엔 급성 장염인 준이를 빼고 모두 모여있었다. 1학년은 나 혼자였다.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목례하고 A형에게 달려갔다. "어, 레주 왔구나." "형 무슨 일 났어요?" "너 문단속 제대로 한거 맞지?" "네... 제가 마지막까지 체크 했는데요." 순간 간담이 서늘해졌다. 도둑이 들었구나. 문단속 얘기를 하는거 보면 도둑 외엔 다른게 없잖은가. 우리학교가 조금 낡은 편이기도 해서, 구관에 있는 교실이나 부실들은 간혹 문을 잠가도 그 문고리 옆 틈에 카드를 비집어 넣으면 따이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우리 부실은 신관이었고, 따라서 그런 부실함은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내가 세번 이상 잠금 체크를 했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다행히 나는 선배들로부터 평판도 좋고, 예의가 좋아서 신임도 받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cctv. cctv가 날 대변해주었다.

복도에 딱 두 대 있는 cctv는 우리 부실을 정확히 비추고 있었는데, 경비 아저씨께 찾아가서 확인한 결과 내가 문단속하는 장면까진 촬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내가 부실을 나선것은 8시 44분. 학교는 9시 30분에 일시 폐쇄된다. 그래도 cctv는 계속 작동한다. 우리학교엔 야간 무인 경비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밤 사이에 무리하게 침입을 시도하면 경보가 울리기도 한다. 도둑에겐 악조건이리라. 44분부터 9시 21분까지, 약 40분 안 되는 시간동안 cctv는 정상 작동중이었다. 그리고 9시 22분이 되는 순간 cctv는 퍽 하고 화면이 나갔다.

cctv 외부로부터 손상을 받은 건 아니었다. 9시 30분 이후부터는 또 정상 작동을 했으니 말이다. 22분부터 30분까지, 짧은 시간동안 기기가 이상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 사이에, 도둑이 들었을 것이다. 정체불명의 도둑은 우리 부실에 있는 다른 물건들은 건드리지 않았다. 없어진 물건은 딱 세개. 단파라디오. 상표명이 있는 단파라디오만 전부 사라졌다. 고장나서 제대로 작동도 안하는 것들을 가져간 것이다.

부장은 오늘 아침 8시에 부실에 두고 간 물건을 가지러 왔으니, 범행 시각은 내가 귀가한 이후부터 부장이 방문한 시간까지로 제한된다. 그리고, cctv가 작동되는 순간에는 범인의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

범행시각으로 가장 유력한 9시 22분부터 30분까지 그 사이. 숙직아저씨도 딱히 누가 그시간에 정문을 통과하진 않았다고 하셨다. 후문을 비추는 cctv는 정상작동중이었는데, 개미 하나 지나다니지 않았다. 그럼, 누구지?

이말을 정리해보자면, 적어도 9시 이전엔 학교에 들어와서 -> 9시 22분까지 교내에서 대기하다가 -> 우연히 cctv가 망가진 때를 틈타 굳게 잠긴 문을 억지로 따버리고 -> 구석에 어둡게 짱박혀있는 상자를 열어 -> 단파라디오, 그것도 특정한 세 개만 챙긴 다음, -> 정문, 후문 양쪽으로도 통과하지 않아야한다. nonsense 그 세 개의 단파라디오는 모두 크기가 컸다. 웬만한 컴퓨터 본체의 사이즈였다. 모든게 말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범인은 아직 학교 안에 있다.

끊기 신공! 오늘은 개인적인 일이 있어서 여기서 줄입니다. 내일 비슷한 시간에 와서 좀 길게 얘기해드리겠읍니다. 다들 수고하십쇼!

>>24 기다려준 보답으로 오늘 조금 일찍부터 이야기를 시작할까합니다! 기다려줘서 고맙네~ 지금은 5시 38분! 9시에 오기로 마음 먹었지만 일이 의외로 일찍 끝나서 지금 오게 됐습니다. 혹시 동접있나? 있으면 레스 남겨줘! 그럼 6시 되기전에 봅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범인은 왜 그것을, 어떻게 그것을, 어디로 그것을 훔쳐갔을까. 논리적으로라면, 그는 아직 학교에 남아있어야한다. 하지만, 여기엔 또 다른 허점이 있다. 다른 cctv는 항시 가동중이었다는 것이다. 다른 cctv에도 무언가를 들고 이동하는 사람의 모습은 찍힌 바 없다.

우린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봤지만, 도둑의 정체는 커녕 도둑의 행방조차 짐작할 수 없었다. 이런 기이한 일은 유령이 아니고서야 벌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학교 담당 경찰관께서는 사건을 접수하시러 떠났고, 우리는 도난품이 발생했으니 동아리 담당 교사께 가서 없어진 물건을 새로 사야한다고 말씀드려야 했다.

우리 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우리와 나이차가 크지 않으셨다. 군대를 면제받으셔서 우리를 담당하셨을땐 27살이셨다. 조금 무리해서 형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나이였다. 그가 통신부의 담당 교사 맡은 이유는, 그가 우리학교 아마추어 통신부의 원년멤버였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가 모르는 것까지 전부 알고 있었고, 학교 시설에 대한 유용한 정보도 가르쳐주었다. 그는 여전히 아마추어 통신을 즐기고 있었고, 우리와 자주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소중한 휴일에 남을 불러들이는 것은 좀 가슴 아팠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를 토요일에 학교로 불러들였다.

10분 안 돼서 그가 학교에 나타났다. 마침 근처에 볼일이 있었단다. 그는 자신의 수첩을 꺼내 새로 사야할 물건들을 받아적고 있었다. "A야, 그러게 선생님이 문단속 잘하라고 했잖냐. 뭐뭐 잃어버렸다고 했지? 불러봐." "그 구석에 있는 상자있죠? 거깄던게 하나빼고 다 털렸어요." "구석에 있는 상자라고? 그게 뭔데?" A형은 백번 말하느니 한 번 보는게 낫다는 듯 담당 선생님을 부실로 들여보냈다. "그 상자라는거 저거야? 저기 나와있는거?" "어, 선생님. 그거 손대지는 마시요잉. 아까 경찰 양반이 여기 있는거 그대로 납두고 아무것도 건들지 말라고 했어라." 수위 아저씨가 담당 선생님을 제지했다. "아, 알겠습니다. 근데 저 상자 좀 낯이 익은데?"

>>29 동접자 발견! 혼자 글쓰는거 외로웠는데 잘됐다! 지금부터 담당 선생님은 백쌤이라고 칭하겠다. 그의 성이 백씨였으니까... 백쌤은 팔짱을 끼면서 그 상자를 노려봤다. 이내 뭔가가 머릿속에 떠오른 듯, 눈이 커지고 입을 헤벌레 벌렸다. 백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백쌤은 꽤 오랫동안 그 상자를 유심히 쳐다보시고는, B형이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리셨다. "쌤, 쌤!!" "어??? 어... 왜 소리는 지르고 난리야 임마." "저거 뭔지 아세요? 저는 저거 처음보는 것 같은데." "음... 아냐. 잘 모르겠어. 상자 모습만 보고 어떻게 알아. 자, 이제 너희들 다 돌아가서 좀 쉬어. 대낮부터 놀랬겠다. 나머진 쌤이 알아서 할게." "네?? 아니 그래도..." "아냐 아냐, 괜찮아. 들어가."

>>25 보고있어! 동접인가?

백쌤의 태도는 평소와 많이 달랐다. 유쾌하지만 인자한 그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일상적으로 보인 적 없는 조급한 모습을 보였다. 남들은 알아채지 못했지만, 나는 그의 이마에 식은 땀이 맺힌 것을 보았다. 그는 많이 긴장한 듯 했다. 우리는 그에게 등을 떠밀렸다. 백번 고사했음에도, 그는 우리를 학교에서 반 내쫓다시피 밀어냈다.

>>32 동접이군! 기다려줘서 고맙구만!

우린 학교 밖으로 쫓겨나왔다. 그래도 이왕에 다들 모인거, 휴일이니까 차라리 놀자고 저녁까지 달렸다. 그 중에서 2학년의 D,E 형은 공부하겠다며 일찍 귀가했고, 나머지인 나, A형, B,C형, F형은 A형의 집으로 가서 치킨이라도 시켜먹자고 우루루 몰려갔다. 내 기억으론 그때가 저녁 10시 쯤이었을 것이다. 어차피 다음날도 휴일인 일요일이니까, 여차하면 자고 갈 생각으로 늦게까지 놀았던 것 같다. 거기서 또 C형이 빠졌다. 마지막까지 남은건 나와 A,B,F형 뿐이었다.

"오늘 선생님 좀 이상하셨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던 B형이 한 말이었다. B형은 무표정하게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난데없이 핸드폰을 충전기에 꽂고 대화를 열었다. "이상하셨나? 잘 모르겠는데." A형이 반문했다. "이상했지. 너무 이상했어. 너, 백썜이 그렇게까지 당황한거 본 적 있어?"

"없어. 근데 사람이 당황할 수도 있는거 아냐?" "그치. 사람이면 다들 당황할땐 당황하고, 울땐 울고 그러지. 근데 백쌤은 당황의 범주를 좀 넘었다고 해야하나?" 나도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F형도 동의하는 것 같았다. A형도 긴가민가하다가, 결국 수긍했다. "왜 그렇게 당황하신거지?"

>>37 봐줘서 고맙다! 이 시간대엔 사람 별로 없을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의외로 많네?! "인사고과에 반영된다던지." "그런걸 두려워하시는 분이 학교로 짜장면 배달을 시켜서 회식을 하진 않을거 아냐." "제가 봤을땐, 그 상자를 보고 갑자기 태도가 확 변하셨던 것 같아요." "상자???" 형들의 이목이 내게로 집중됐다.

어느새 틀어놓은 tv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불꺼진 방, 커다란 침대에 둘러앉은 우리는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 털린 박스 있잖아요. 그걸 유심히 관찰하시더니, 갑자기 안색이 바뀌었달까? 입술이 떨리셨어요." "입술이?? 그거 심각한거 아닌가." "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고 해야하나... 이 표현이 맞나 모르겠네요." "야, 근데 레주야. 너는 그 상자 뭔지 알어?" B형의 질문이었다.

단파 라디오 네 개. 그것도 컴퓨터 본체만한 사이즈가 그 안에 꽉꽉 들어있었다고, 나는 설명했다. 다들 단파라디오라는 말에 흥미를 가지는 듯 했다. "단파라디오?? 진짜로? 어디꺼였는데?" "소니랑, 파라소닉... 그리고 나머지는 상표가 없었는데...." "뭐, 상표가 없었다고? 말이 되냐." "중국산 짭퉁이거나 초저가형 양산품인가보네." "아뇨, 기계 자체는 되게 괜찮았거든요."

"그 단파라디오, 되게 수상한데." "어제 틀어봤는데, 작동은 잘 됐고... 대신 비가 와서 음질은 안 좋았어요." "모레 학교가면 한 번 확인해보자." "만질 수 있다면..."

점점 날은 어두워져만 가고, TV소리가 거슬렸기에 아예 TV까지 꺼버렸다. 우린 계속해서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었다. 주제는 흐르고 흘러, 누가 범인일까에 대한 이야기까지 넘어갔다. "제일 유력한건 다른 동아리 애들 아닐까?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있고, 가끔 텐트치고 부실에서 자는애도 있잖아."

B형의 그럴싸한 말에 다들 넘어가는 듯 했지만, A형이 반박했다. "그렇다기엔 그날 자고 간 애도 없고, 무엇보다 CCTV에 안 찍혔잖아. 다른 동아리 애들이라면 자기 부실로 갈 때 무조건 반대편 CCTV에 나왔을거야." 그러다가 F형이 말을 꺼냈다. "근데 형들, 이게 납득이 돼요?" "뭐가?" "아니 잘 생각해봐요. 딱 그 타이밍에 CCTV가 나갈건 뭐고, 물건을 갖고 나가는건 왜 어디에도 안 찍힌걸까요. 그리고 그건 다 어떻게 들고가고요. 레주 말 대로라면 컴퓨터 본체 3대... 이거 옮길라면 손수레 하나 필요할 것 같은데요. 안 그래요, A형?" A형은 입을 다물었다. A형의 표정이 이상했다. 뭔가를 숨기는 듯한 표정이었다. "잠깐, A 너는 그 안에 있던 내용물 알고 있지 않았냐?" "그러고보니...."

A형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아, 이 얘긴 안 하려고 했는데... 그래. 알고 있었지. 단파라디오라는건 대충 알고 있었어." "먼지가 그렇게 쌓여있었는데... 저걸 열어보셨던거에요?" "아니. 나도 선배한테 들은건데... 아, 이거 너네 어디 가서 얘기하진 마라."

A형의 이야기는 꽤 충격적이어서 믿을 수 없었다. F형도, B형도, 나도. 놀라서 입을 열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 A형이 1학년일때, 당시 3학년이었던 선배한테 들은 이야기였다.

상자 안에는 단파라디오가 3개 들어있다. 꽤 오래전부터 있었다고 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A형의 선배들은 그 상자를 절대 만지지 못하게 했다. A형은 어째서 그 단파라디오들을 사용하지 않는 건지 물어봤지만, 그 선배들도 잘 대답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다 결국, 지나가는 이야기 식으로 한 선배가 A형에게 이야기 했다.

"그 단파라디오 주인은 죽었대." 3개의 단파라디오. 소니가 두 개, 파나소닉이 하나. 10년도 더 전에 이 학교에 다니던 어느 학생의 소유였다.

"그 사람이 우리 학교 통신 동아리를 처음 만들었대나. 나도 자세히는 몰라. 그 주인이 앵간히도 통신 덕후였는데, 어느날 ham으로 통신하는데, 처음 얘기하는 상대가 알려주는 주파수로 뭔가를 수신하다 미쳐서 죽어버렸다나. 기억이 잘 안나네." "진짜에요?" "몰라. 진짜였으면 통신 동아리가 폐지되지 않았을까."

"...이게 내가 아는 전부야. 나도 더 이상 몰라." "잠깐, 근데 왜 3개야? 레주 말로는 4개가 있었다면서." 확실히, 내가 봤던 단파라디오는 네 개였다. 틀림없이. 누군가 후대에 채워넣었다고 하기엔, 상자는 밀봉한 이래로 뜯은 흔적이 없었다.

"내가 듣기로는 소니 2개 파나소닉 1개라고 그러던데. 레주가 말한 상표 없는거는 처음 들어." 대화가 한창 물이 오를 무렵, 내 핸드폰으로 메시지가 한 통 날아왔다. ~문자왔숑~~ "뭐야?" "메세지가....." [발신자 : 09351162795005] "뭐야 이거." 발신자의 이름부터가 괴이했던 그 문자는, 내용도 심히 괴이했다. [WWW.~~~~.QNE/DJJjdx12499fjdaGK14Jqrik2XCckocCPl2S] (뒤에 링크명은 잘 기억은 기억이 안 나서 대강 쳤지만, 사이트 명은 확실히 기억난다. 하지만 기재하지는 않겠다. 누가 호기심에 접속할 수도 있으므로.) "진짜 뭐야?" "뭔데. 봐봐."

".QNE? 이런 도메인도 있네. 근데 이거 뭐냐. 좀 오싹하네." "스팸인가봐요. 저번에 제 폰을 삼촌한테 빌려주고 나서 요즘 스팸이 자주 오거든요." 나는 문자를 끄려던 찰나에, 실수로 그 링크를 클릭하고 말았다.

바이러스에 걸리는거 아닌가하고 황급히 뒤로가기를 눌러도, 사이트에서 나가지지 않았다. 사이트는 온통 새까만 배경에, 빨간색의 얇고 불규칙한 선들이 기분 나쁜 디자인이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 내가 봤던 그 상표없는 라디오의 사진이 박혀있었다.

머머야 진짜 갑자기 스릴러네 아니 원래 스릴러였나?

"아 왜 안 나가지지????" "페북에서 봤는데 기계는 패면 말을 듣는대." "이거 비싸서 얘를 팰 바엔 제가 맞는게 나아요. 하... 이거 뭐야 도대체. ...잠시만, 이거. 이거 제가 말한 그 단파라디오에요." "뭐??? 보여줘봐!" 회색 직육면체, 끝이 뾰족하고 투박한 아날로그 디자인. 그 사진 밑에는 규칙을 찾을 수 없는 알파벳과 숫자들이 나열되어있었다. T A M S R 4 2 1 8 7 QQLLPPR

>>54 장르를 쪼꼼씩 왔다갔다... 하는 듯한 느낌이 있지만 내가 글을 많이 안 써봐서 그런거니 양해 좀... 헤헷 "뭐야 이 사이트. 딥웹 그런건가?" "아, 나가졌다." 렉이 걸렸던 것인지, 조금 있다가 사이트에서 튕기듯 나가졌다. 그리고, 같은 발신인에게서 또 다른 메시지가 왔다. [I REMEMBER]

나는 그 번호로 문자를 보내볼까 했지만, 발송실패라는 문구만 뜰 뿐, 연락할 수단은 없었다. 나는 그 사이트에 재차 들어가려고 노력해봤지만, 연결할 수 없다는 문구만 올라왔다.

결국 나는 vpn 앱을 다운받아 사이트에 다시 접속해보았다. 접속되는가 싶더니, 다른 사이트로 리다이렉트되었다. 그 사이트는 바로 우리학교 홈페이지였다. "아 씨...." "아 소름돋게 이게 뭐냐...." "단순한 스팸이 아닌 것 같은데...."

>>56 ㅋㅋㅋ 괜찮아 재밌어! 나야말로 이야기하는 중간에 레스 다는거 불편하면 말해줘 조용히볼게!

이상했다. 내가 뭘 잘못 누른건가 싶어 다시 링크를 클릭했다. 이번엔 리다이렉트 없이, 사이트로 연결되었다. 사이트 디자인은 많이 바뀌어있었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흰 바탕에, 왼쪽 위 구석에 까만 볼드체로 "I REMEMBER"라고 써져있었다. 사이트를 들어가면 보이는 헤드라인도 "I REMEMBER"였다. "뭘 기억한다는거야...."

>>59 나는 누가 계속 옆에서 맞장구치고 얘기하는거 좋아해서 오히려 다들 레스 많이 달아줬음 좋겠음!! 중간에 다는거 오히려 환영이야! 혼자 얘기하면 좀 힘들거든.

>>61 ㅋㅋㅋㅋ 알겠어! 근데 뭘기억한다는거야 너무 내가 하고싶던말이다 ㅋㅋ 기억하기는뭘기억해 이 감상이었어 ㅋㅋ

ㅂㄱㅇㅇ!!! 현실판 학교 괴담인가ㅜ너무 재미따!!

정체불명의 메세지는 마치 당장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소름끼쳤다. 나는 그때 옷장에 등을 기대고 있었는데, 그래도 불안해서 이불로 몸을 감쌌다. "저 번호는 검색해도 안 나오는데..." A형이 말했다.

>>62,63,64 ㅋㅋㅋㅋㅋㅋ 저때 너무 황당했음... 추천 고맙다 레스주! 잠깐 실례할게. 이따 오후 9시쯤에 다시 만나자. 좀 어두울때 화력을 터뜨려야 재밌지 않겠어? ㅋㅋㅋㅋ 그럼 이따 보자구~

ㅌㅋㅋㅋㅋ진짜 잘 끊는다. 계속 새로고침 해가며 보고 있었어. 글이 술술 읽히네

>>67 앗 읽어줘서 고마워 ㅋㅋㅋ 최고의 칭찬이야.

스레주야! 지금 몸살 기운이 있어서 오늘은 조금 쉴게. 내일 중으로 기운 차려서 두 배로 얘기 이어나갈게! 미안해 레스주들 ㅠㅠ

>>69 많이 아프지 말고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기다릴게 재밌는 글 계속 써줘...!

>>69 헉 아프지 말고 얼른 쉬고 밥 잘먹어서 건강챙겨! 덤으로 얼른 쾌차해서 빨리 마저 쓰러와주면 좋구ㅋㅋ 건강이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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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레스 네T'<워크 V러스! 2020.09.13 67 Hit
괴담 2020/09/13 17:43:24 이름 : ^~^'>&
9레스 우리동네 지하철역에서 누가 투신 자살을 했었어 2020.09.13 147 Hit
괴담 2020/09/13 18:11:08 이름 : 이름없음
19레스 아직도 소름끼쳐..(맞춤법 감안하고 봐줘ㅠ) 2020.09.13 409 Hit
괴담 2020/09/11 23:01:43 이름 : 이름없음
36레스 가위 눌렸을때 뭐봤어? 2020.09.13 469 Hit
괴담 2020/08/24 21:25:55 이름 : 이름없음
7레스 어쩌다 생각나는 소름돋는 이야기 적는 스레 2020.09.13 86 Hit
괴담 2020/09/13 13:57:22 이름 : 이름없음
14레스 무서운 건 아닌데 이게 뭔지 알아? 2020.09.13 147 Hit
괴담 2020/09/13 12:19:20 이름 : 이름없음
18레스 어느 공원의 화장실 2020.09.13 277 Hit
괴담 2020/09/12 00:12:36 이름 : 이름없음
5레스 누워있다보면 자꾸 뭔가 쓱쓱 지나가 2020.09.13 59 Hit
괴담 2020/09/13 10:21:28 이름 : 이름없음
17레스 꿈속의 그곳? 그리고 나. 2020.09.13 55 Hit
괴담 2020/09/13 09:22:16 이름 : ◆mmnDxVdPij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