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꿈은 한 번만 꾸고 적는 것이 아닌, 꽤 오랫동안 꾸게 되면서 기록용으로 남겨두는 글입니다. 2. 저는 육아물 로판 여주인공처럼 초능력을 쓴다거나,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주님은 아니였습니다. 오히려 열심히 굴러다니는 공주님이였죠. (꿈에서 깨고 나면 현실도 각박한데 어째서 꿈까지 각박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천천히 쓰도록 하겠습니다.

1. 그러니까 이 꿈을 꾸게 된 건 올해 초 즈음이였습니다. 참고로 저는 꿈에서의 기억이 굉장히 생생한 편이지만 의외로 루시드 드림은 아직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습니다.

꿈에서 본격적으로 정신이 들었을 때, 저는 아주 커다랗고 하얀 책상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가볍게 만져보니 촉감이 무척 차가워서 그 때부터 제가 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영어 필기체 비스무리한 글씨가 잔뜩 쓰여있는 종이들이 이리저리 널려있었고, 제 손에는 붉은 깃털의 깃펜이 들려있었습니다.

아마 그 글씨는 제가 쓰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니, 갑자기 누군가 제게 '공주님, 집중해주시면 좋겠습니다만.' 하고 굉장히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운 외모의 남자가 서양식 의복을 반듯하게 차려입고 있었습니다.

우선은 알겠다고 말했지만, 글쎄요. 딱히 집중할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집중이 되지 않는 것 같으니 잠시 걷다가 오고 싶다고 말했죠. 그러자 그 남자는 '아무리 궁 안이라고 해도 공주님 혼자 돌아다니시는 건 위험하다 생각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그제야 제가 공주님이라고 불린다는 걸 자각했습니다. '어째서 제가 공주죠?'

'그러면 왕국을 다스리는 분의 따님을 뭐라 불러야 합니까?' '그런 사람이 공주라고 불리는 거죠.' '저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공주님을 공주님이라 부르고 있는 겁니다. 제가 함부로 공주님을 다르게 호칭했다간 전하께 잔소리를 들을 겁니다.' '좋아요. 그러면 제가 당신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요?'

'공주님께서 갑자기 그런 걸 물으시니 의아합니다. 평소처럼 부르면 되지 않습니까. 오늘따라 조금 이상하군요. 피곤하신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평소처럼 부르라뇨. 전 그 쪽이 누군지도 모르겠는 걸요. 하지만 그 쪽을 모른다고 말할 순 없어서 저는 그냥 - 경이라고 부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기서 이 남자는 P경이라고 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조금 심란한 일이 있어서요.' P경의 말에 대충 얼버무려 대답했는데, 오히려 그의 안색이 나빠졌습니다.

'혹시 어제 국정 회의에서 왕위 계승에 관해 논했던 것 때문에 그러신겁니까?' 승계권이라면, 보통 왕세자나 왕세녀가 받게 되는 것 아닌가요? 제가 아무 말도 없이 그를 바라보니, 그가 얼굴을 굳히며 말을 이었습니다. '아리아드네 공주님. 저는 언제나 공주님을 지지합니다. 캐스피언 왕자님은 아직 성년식도 치르지 않으셨는데 어떻게 그 분이 왕위 계승을 하신다는 겁니까. 기운 내십시오. 여왕께서도 분명 고민을 거듭하고 계실 겁니다.'

이런 꿈을 몇 번 더 꾸다보니, 꿈 속에서 제 역할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제 역할은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는 소왕국의 첫째 공주, 아리아드네로 작년에 성년식을 치러 18살이라는 설정이었죠. 공주로 빙의했으니 로판 주인공이라고 생각해도 되는 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아리아드네 공주의 상황을 떠올리곤 그 생각은 빠르게 접었습니다.

거의 실내에서만 생활해 피부가 하얗다 못해 거의 투명한 아리아드네는 빈말로도 밝아보인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목 끝까지 단추를 채워 입는 남색 드레스와 검정색 짧은 자캣, 굽 낮은 구두, 언제나 머리카락 한 올 빠져나오지 않게 꼼꼼히 올려 묶은 백금발은 아리아드네가 딱딱하고 어려운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충분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관심 분야는 왕위 계승이라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였습니다.

아리아드네 공주의 부모님은 언제나 바빴습니다. 그들은 첫째 공주는 이미 성장했기 때문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고, 어린 동생들은 차가운 인상의 언니/누나를 어려워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녀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던 겁니다.

그래서 그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기 위해 공주가 할 수 있었던 건 공부와 독서가 유일했습니다. 항상 책을 보고 있는 공주의 이미지 때문에 자연스럽게 왕위 계승이 목적이라는 소문이 생겼지만, 글쎄요. 오히려 그녀의 내면을 떠올려보면 성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오.. 흥미진진해..!!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됐오 ㅠㅠㅜㅜㅜ

>>14 아, 읽어주시는 분이 계셨네요:) 고마워요. 저는 이건 어차피 꿈이니 공주의 소망을 이뤄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성 밖에 나가는 거죠. 그래서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P경에게 지도를 구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렇지만 공주님께서는 지리에는 관심이 없으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갑자기 어쩐 일이십니까?' '훌륭한 여왕이 되려면 우리 나라의 지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다행히 그는 한 번에 납득했습니다. 그는 우리 왕국의 지도 뿐만 아니라 이웃나라들의 지도까지도 가져다주었죠.

그 날은 비가 많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오후 산책은 취소하고 지도를 보며 지형을 차근차근 익혀나갔죠.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알아야 나갈 테니. 그렇게 한참을 공부하고 있는데, P경이 따뜻한 홍차 한 잔을 내밀며 말을 걸었습니다.

허류ㅠㅜㅜㅜ 동접이다ㅜㅜㅜ

'공주님, 최근 귀족들 사이에서 수상한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거죠?' '북쪽 나라 왕세자께서 우리 왕국에 청혼서를 넣을 거라는 소문입니다. 북쪽 상인 무리들이 물고 온 소식이라 정확하진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억 약간 하네되 느낌이다..!!

>>18 와! 또 오셨네요:)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북의 왕세자는 19살이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우리 왕국에 청혼서를 보낸다니. 우리 왕국의 왕족 중 미혼 여성은 18살인 나, 아리아드네와 10살인 여동생 나프란 공주가 유일한데. 설마 그가 나프란을 신부로 삼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설마, 그래도 나를 보내겠어요? 나는 어머니의 자식들 중에 유일하게 성년식을 치렀고, 제왕 수업을 착실하게 받았습니다. 동생들은 아직 어려 제왕 수업은 시작하지 않은 상태였죠. 더군다나 제가 지금까지 담당해왔던 왕실 업무도 여러 개가 있어서 P경은 제가 북의 왕비가 될 리가 없다며 저를 안심시켰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P경이 돌아가고 난 뒤, 저는 바로 어머니를 찾았습니다. 그 소문이 사실인지 물어보기 위해서였죠.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습니다. '어머니, 북국에서 청혼 사절단을 보낸다는 게 사실입니까?' '아리? 그건 어떻게 알았느냐.' 그걸 어떻게 알았냐는 여왕의 말씀에 저는 망연자실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전 진짜 아리아드네 공주의 소망이었던 바깥으로의 탈출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는데, 청혼을 받아들이게 된다면 제가 자유롭게 돌아다닐 가능성은 지금보다 더 낮아지는 것 아닌가요. 저는 여왕을 설득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건 북국의 상인들 사이에서 떠도는 소문을 듣고 여쭤본 것 뿐이었는데, 어머니의 반응을 보니 사실인가봅니다.' '그래, 아리. 네 추측이 맞단다. 그리고 난 북의 왕세자가 보낸 청혼서를 받아들일 생각이다.' '상대는요? 저인가요?' '그래. 나프란을 신부로 보낼 순 없는 노릇이니.' '제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승낙하실 생각이신가요?'

그제야 여왕은 읽고 있던 서류에서 눈을 떼고 저를 바라봐주었습니다. 아리아드네 공주와 똑 닮은 백금발을 가진 여왕님. 그 분의 서늘한 녹색 눈동자가 저를 단단히 옭아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리아드네, 이건 국가의 이익을 위한 일이다. 너는 우리 왕국을 이끄는 왕족으로써, 국민에게 이득을 가져다 줄 의무가 있지.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느냐.'

헐..ㅠㅜ 공주라는 이유로 결국 국민의 이득을 위해 전략결혼처럼 진행해야한다는 그런것인가.. 진짜 가혹하네

'하지만, 저는 이미 왕세녀로써 후계자 교육을 받아왔습니다. 캐스피언과 나프란은 제왕 수업을 받기엔 너무 어립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북국의 왕비가 되기 위해 떠나면 우리 나라는 어떻게 되는겁니까? 제가 맡아온 왕실 업무는 누가 맡게 되는 거죠?' 말을 하면서 점점 제 감정이 격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떠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왕위에는 욕심이 없었지만 지금까지 홀로 공부하며쌓아온 지식과 능력을 다른 나라의 발전을 위해 쓰긴 더더욱 싫었죠.

여왕은 그런 저를 가만히 바라보다 옅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나도 그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너도 알다시피 우리 왕국은 북국에 비해 굉장히 약하지. 북과 우호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네가 미래의 여왕이 되어 우리 나라를 이끌어가는 것보다 더욱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건 생각해보지 않았느냐.' 그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습니다. 애초에 여기에 내 의견이 들어갈 구석은 하나도 없었던 겁니다. 어째서 나는 공주님에 빙의했는데 이런 전개를 맞닥뜨리게 된 걸까요.

ㅠㅠㅠ 그래서 어떻게됐오

>>29 고마워요:) 저는 그 순간 이 성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어차피 다시 성으로 돌아오게 될 텐데, 북의 왕비로 끌려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일탈을 하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을 기다려 최소한의 짐을 꾸려서 커다란 모자가 달린 망토를 둘러쓰고 재빠르게 성 밖으로 걸어나갔죠.

이 꿈을 꾼 이후로 처음 느껴보는 신선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성의 후문으로 빠져나오는 순간 제가 진짜 아리아드네 공주가 된 것처럼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죠. 챙겨온 지도를 살펴보며 시내로 나가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리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아름다웠습니다. 마침 가을축제가 열려 이곳저곳이 예쁜 등불로 장식되어 있었고, 흥겨운 북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죠. 나와보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노랫소리를 따라 중앙광장에 어색하게 걸어갔어요.

광장에는 요즘 프리마켓 같은 알록달록한 천막을 펼쳐두고 각종 물건을 파는 사람들로 가득했어요. 신기한 불빛이 나오는 구슬, 노래하는 종달새 모형, 아주 좋은 향기가 나는 스카프. 그렇게 구경하면서 지나가는데, 한 할아버지가 파는 반지가 눈에 띠었어요.

약간 푸른 빛을 띠는 투명한 보석이 박힌 반지였는데, 꼭 그 반지가 절 부르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끌리듯 걸어갔죠. '저기, 이 반지는 무슨 재료를 사용해 만든 것입니까?' '누추한 곳에 어찌 귀하신 분이 행차하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죠? 전 그저 축제 구경을 하러...' '마음이 가는대로 그대로 따르십시오. 공주님의 앞길이 순탄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길은 열리게 될 것입니다. 이 반지는 공주님의 앞길에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제 오른손에 반지를 끼우는 순간 눈 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어요. 잠깐 앞이 깜깜해졌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제 방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이미 날은 밝아있었어요.

오른손에는 여전히 반지가 끼워져 있었고, 제 방 구석에서 제 시녀인 카렌이 세숫물을 준비하고 있는 게 보였죠. 이상했어요. '카렌? 혹시 어젯밤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바깥에 쓰러져 있진 않았어?' '제가 알기론 없었습니다. 더군다나 공주님께서 바깥에 쓰러져계셨다면 호위 기사들이 달려왔을 겁니다. 그것보다 오늘은 무척 긴 하루가 될 테니 어서 일어나셔야 합니다.'

카렌이 단호하게 하는 말에 저는 순순히 일어나 채비를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꿈의 내용을 기억하는 대로 시간 순대로 끊지 않고 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쓴 분량이 거의 5일에 걸쳐 꾼 꿈입니다*

'오늘은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지?' '아침에 외국 사절단과 함께하는 만찬이 있습니다. 이후는 공주님의 평소 일과와 비슷하게 흘러갑니다.' 카렌이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붉은 색 드레스를 골라 진주 목걸이와 함께 들고 왔습니다. 저는 한숨을 내쉬었어요. 저걸 입고 예쁘게 치장해 사절단 사람들에게 잘 보여야 할 시간이 불편하게 느껴졌죠. '그 만찬, 나는 전혀 즐기지 못할 것 같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공주님. 이렇게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왕관을 쓰고 우아하게 미소 짓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어떻게 즐기지 못할 수 있나요?' '카렌? 그게 무슨 의미지?'

>>40 헉! 5일을 거쳐서 일어난일을 쓴 글인데도 불구한데 하루만에 일어난 일같아..

'저는 매일 아침마다 공주가 되는 상상을 해요. 예쁜 드레스를 입고 방긋방긋 웃으면서 무도회에서 춤을 춰요. 아무런 걱정도 없죠. 장미나라의 공주님들은 예쁘고 우아한 것만 보고 즐기니까요. 저처럼 남의 시중을 들 일도, 더러운 곳을 청소할 일도 없죠.' 카렌은 아리아드네 공주의 드레스를 빤히 바라보며 중얼거렸습니다. 꿈을 꿀 때마다 늘 고개 숙여 공기처럼 존재감 없이 있었던 시녀였기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43 저 카렌이라는 얘 약간 쎄한데....

>>42 그런가요? 비슷한 부분은 조금씩 줄여서 써서 그런가봐요:D '넌 내가 투정을 부리는 것처럼 느꼈겠구나. 미안.' '아닙니다. 고귀하신 공주께서 일개 시녀에게 미안할 감정을 느낄 필요는 없죠.' 저는 그 때부터 카렌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습니다. 카렌은 밝은 갈색이 섞인 금발 머리카락에 파란 느낌이 도는 녹색 눈동자를 가진, 즉 아리아드네 공주와 비슷한 느낌을 풍기는 소녀였습니다. 이렇게 느낌이 비슷한데 어떻게 눈치를 못 챈 걸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45 읽어줘서 고마워요:) 저는 그나마 카렌에 대한 생각 때문에 청혼 사절단을 만난다는 서글픔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제왕 수업을 거치며 예법 수업 하나는 굉장히 열심히 받았기 때문에 실수 없이 만찬에 임할 수 있었죠.

'아리아드네 공주님, 혹시 우리 북국의 왕세자 저하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습니까?' '네, 간혹 들었습니다. 무예에 출중하신 분이라고 이 곳까지 소문이 쟁쟁하게 나 있더군요.' '그러면 초상화라던가... 그런 것은 본 적이 없는 겁니까?' '네, 아쉽게도.' '혹시 이런 상황을 대비해 저희가 왕세자 저하의 초상화도 한 점 가져왔습니다. 한 번 보시겠습니까?'

오, 저는 초상화를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습니다. 분명 그는 19세라고 들었는데 초상화에는 굉장히 삶의 고난을 많이 만난 듯한 남자가 있었기 때문이죠. 저는 여기서 놀란 티를 내면 무례해 보일까봐 애써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이 분이 북국의 왕세자 저하이신가요?' '예,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첫 만남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십니까?' 저는 두꺼비를 닮은 북국의 청혼 사절단의 입을 틀어막고 싶었습니다. 카렌에게 이 초상화 주인과 결혼해야 하는 공주님도 행복해 보이니? 하고 묻고 싶더군요.

애써 예쁜 말을 고르고 골랐습니다. '19년의 인생을 굉장히.. 열심히 살아오셨나봅니다.' '예?'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 같았지만, 저는 설명을 덧붙이지 않고 조용히 미소지으며 치즈케이크를 한 조각 잘라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있다!!

>>51 재밌게 봐 줘서 고마워요:) 열심히 써볼게요!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청혼 사절단을 보내면서 본인은 초상화만 하나 덜렁 보내고 신하들만 줄줄이 보내는 건 어느 나라의 관습이죠? 역사책을 꽤 많이 읽은 편이었는데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북국의 왕세자 저하께서는 꽤 바쁘신가봅니다?' '예, 얼마 전에 북국과 남국(아리아드네 공주의 나라입니다.) 사이에 있는 거대한 숲에 지진 피해가 났다고 해서 정비 겸 순찰을 하러 가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영양가 없는 말을 몇 마디 나누고 만찬은 끝이 났습니다.

이후 그들이 제가 꽤 마음에 든 건지, 돌아가기 전 여왕께 [부디 긍정적인 답변이 오길 바란다] 라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하고 떠났다는 걸 전해들었습니다. 방으로 돌아와 다시 목 끝까지 잠궈 입는 제 시그니처 드레스로 갈아입은 뒤,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 곳은 날 필요로 한다. 여기는 날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아. 마음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였겠죠.

그날 밤, 저는 방으로 찾아온 여왕께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움직여 말했읍니다. 가겠노라고. 대신 이 결혼으로 인해 제 꿈은 전부 산산조각났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죠. 여왕은, 어머니는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어쩔 슨 없는 선택이었다고. '만약 우리의 국력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저는 팔려가듯 결혼을 하지 않았겠죠.' 그 말을 하자, 여왕의 눈에 약간 물기가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안 여왕께서 강인한 척했지만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았디른 걸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서로를 안고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그 날 밤을 보냈습니다.

이틀 후, 여왕의 인장이 찍힌 확답서가 북국으로 보내졌고, 그로부터 일주일 뒤, 저는 거대한 숲을 건너 북국으로 긴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예물로 챙겨가는 보석이 든 마차 3대, 짐마차 하나, 마부 넷, 저와 제 말, 호위 기사 일곱, 그리고 데 시중을 들어줄 시녀 카렌이 함께 한 조금 큰 행렬이었죠.

저는 카렌말고 다른 시녀를 데려가고 싶었지만, 마땅히 함께 갈 적당한 시녀를 찾지 못했습니다. 제 시녀들 중 외국으로 움직이는 걸 허락받은 건 간섭할 부모님이 없었던 카렌이 유일했고, 더군다나 여왕께서도 어린 시절부터 저를 보필한 카렌이 함께 따라가면 좋겠다고 하셨죠. 찜찜했지만, 옆에서 생글거리고 있는 카렌의 얼굴을 보며 아무 말 없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뭔 주작소설이냐 ㄹㅇ 꿈을 누가 저렇게 아주 상세히 기억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말투 존나,,,,,,,,,,,

스레주 57말은 곱게 무시해!

나 계속 보고있어! 흥미로운 얘기 풀어줘서 고마웡!

>>57 제 말투가 문제가 있나요? 익명을 사용하는 공간이라 누가 제 글을 읽을 지 몰라 격식체를 사용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사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저는 자각몽을 꾸면서 꿈일기를 쓴 지 오래 되었기 때문에 꿈을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58 >>59 감사해요! 오늘은 과제하느라 바빠서 들어오지 못했었는데, 시간이 비는 대로 틈틈이 와서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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