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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y6mFhdQmtv 2020/09/18 06:21:05 ID : By42JSIJVe0
새벽 동이 희뿜하게 텄다.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기 적합한 시간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나는 이 시간대를 좋아하니 이해해 주길 바란다. 하루에 한 번씩 이 시간대에 와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해 주고 갈게. 참. 시작하기 앞서, 나는 이야기에 대해 참인지 거짓인지 일체 모른다. 캐묻거나, 거짓이라고 말을 얹거나, 파고 들려고 하는 건 가급적 자제해 줘. 그냥 가볍게 방과후 시간에 모이는 괴담부에서 부원이나, 부장이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 줬으면 한다.
◆9y6mFhdQmtv 2020/09/18 06:24:30 ID : By42JSIJVe0
0. 자시키와라시 (자부동자) 에 대한 기록. 예전에 제가 부동산 조사를 하는 회사에 다녔을 때 겪은 이야기야. 당시 내가 다녔던 회사는 경매에 올라온 부동산 조사 대리로 해 주는 일을 주로 했었는데, 이전에 전임자가 갑자기 회사에 나오지 못하게 되어 그 사람이 맡았던 건물을 내가 대신 맡게 되었어. 솔직히 이때 다녔던 이 회사는 어두운 계열 쪽 사람들로부터 부탁받은 "사정 있는 건물"을 취급하는 조금 질 나쁜 곳이었던 탓에 사람이 갑자기 나오지 않는 경우는 상당히 흔했어. 그 탓에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정임자가 중간까지 만들어놓은 조사자료(메모들)를 들고 먼 지방의 깡촌까지 가게 됐지.
◆9y6mFhdQmtv 2020/09/18 06:26:58 ID : By42JSIJVe0
물건이 꽤 오래된 물건이었는지 벽이나 바닥이 심하게 낡았고, 이곳저곳에 금이 가거나 눅눅한 냄새가 나기도 해서 가자마자 의욕이 싹 사라졌지만 일단 일이었기 때문에 정신 차리고 열심히 건물조사를 시작했어.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났을까, 문득 창밖을 보니 어떤 아이가 이쪽을 등진 채 몸을 숙이고 어떤 놀이를 하는 게 보였어. 이런 폐건물에서 혼자 뭐 하는 거야? 하는 생각이 들어 주의를 주려 했지만 이런 외딴 지방의 건물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였기 때문에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어 좀 망설여졌어.
◆9y6mFhdQmtv 2020/09/18 06:27:45 ID : By42JSIJVe0
인기척이 없다고 해야할까, 미동이 없다고 해야할까. 언뜻 보면 인형 같기도 하지만 몸을 숙인 인형 같은 게 있을 리도 없고. 아무튼 뭔가 사람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어.
◆9y6mFhdQmtv 2020/09/18 06:29:31 ID : By42JSIJVe0
깡촌이라 그런지 주변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조용해지기 시작해서 혼자 조사를 하면서도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건물의 노후화된 상태를 보아하니 3년은 그대로 방치된 듯해서, 뭐 이 정도면 어린 애들 놀이터로 쓰일 만도 하네. 하고 생각을 고쳐먹은 나는, 그래, 오늘은 여기서 마음대로 놀아라. 내 건물도 아닌데 뭐... 아무튼, 한참 동안은 별일없이 계속 조사를 이어갔는데 전임자가 남긴 메모 구석에서 부엌이 이상하다 라는 걸 발견했어.
◆9y6mFhdQmtv 2020/09/18 06:30:36 ID : By42JSIJVe0
조사자료를 보면 자료 내용의 대부분이 숫자 (방의 척도 등)여서 그런 문장이 쓰여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화감이 느껴졌어. 그런 이유로 부엌에 가보니, 바닥이 뭔가 젖어있는 것 이외에는 특별히 이상한 부분은 보이지 않았어. 하지만 그 너머에 있는 방 안쪽에 있는 전신거울, 그 커다란 거울 안에서 아이 몸이 살짝 보이더라.
◆9y6mFhdQmtv 2020/09/18 06:30:56 ID : By42JSIJVe0
어두워서 정확히 잘 보이진 않았지만 틀림없이 아까 혼자 놀던 그 아이였어.
◆9y6mFhdQmtv 2020/09/18 06:33:05 ID : By42JSIJVe0
여기 안까지 혼자 들어온 건가? 하고 문득 생각하긴 했지만 내심 좀 뭔가 찝찝하기는 했어. 저 아이가 움직이는 소리도 전혀 없고 주변은 너무 조용했고 게다가 오래된 집 특유의 냄새까지 나서 왠지 모르게 점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는데, 자시키와라시 같은 게 생각이 난 것도 이유였어. *자시키와라시 (좌부동자) 도호쿠 지방에서 집에 산다고 하는데 요괴라기 보다는 수호신 또는 정령의 일종이라고 해.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오래된 집의 툇마루에 출몰하는데 큰해를 끼치지는 않지만 자시키와라시가 사는 방에 먹으면 밤 중에 베개 바꿔치기를 하거나, 쉰 목소리를 내서 손님을 자게 내버려두지 않는다고 한대.
◆9y6mFhdQmtv 2020/09/18 06:34:08 ID : By42JSIJVe0
또한 자시키와라시가 눌러앉는 집은 풍요로워지는데, 나가버리면 집이 바로 가난해진다고 해. 소녀 자시키와라시도 있고, 창고에 나타나는 것도 있는데, 자시키봇코, 구라봇코 등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고.
◆9y6mFhdQmtv 2020/09/18 06:36:24 ID : By42JSIJVe0
최근에는 도시 등 속세에서 살기가 힘들어 기운이 맑은 산 등에 숨어 살거나 까마귀 텐구들의 보호받는 경우도 있다고 해. 나는 더 가까이 그 아이를 보러 갈 용기도 없어서 일단 옆에 있는 욕실을 조사하기로 하고 잽싸게 그곳에서 도망치듯 나왔어. 그렇게 근처에 있는 욕실로 갔는데, 욕실은 욕실대로 정말 엄청났어.
◆9y6mFhdQmtv 2020/09/18 06:37:09 ID : By42JSIJVe0
아마 곰팡이 때문이겠지만, 타는 것 같은 냄새와 함께 숨이 콱콱 막힐 정도로 호흡이 힘든 느낌이 들었어. 오래 머물기는 어렵겠다 싶어서 메모를 보니 욕실은 일단 계측이 되어있어서 안심했지.
◆9y6mFhdQmtv 2020/09/18 06:37:24 ID : By42JSIJVe0
하지만 그 아래에 욕실은 매우 위험하다고 적혀 있더라.
◆9y6mFhdQmtv 2020/09/18 06:38:33 ID : By42JSIJVe0
평소였다면 이게 무슨 소리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받아들였겠지만 그때의 난 명백하게 동요한 상태였어. 메모의 필적이 처음 적을 때와 비교했을 때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고, 떨기라도 한 것처럼 구불구불한 선에, 이쯤 되어선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어.
◆9y6mFhdQmtv 2020/09/18 06:39:15 ID : By42JSIJVe0
여기 조사했던 전임자가 왜 회사에 못 오게 됐지? 병가였던가? 이 사실을 필사적으로 떠올리려 노력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닫은 기억도 없는 욕실 문이 닫혀있었고, 문에 달린 불투명 유리로 사람이 서있는 듯한 인영이 보였어.
◆9y6mFhdQmtv 2020/09/18 06:40:21 ID : By42JSIJVe0
아까 거울 근처에 있던 그 어린 애인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던 사이, 불투명 유리에 비치던 인영이 엄청난 기세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딱 뭐라고 말하기 어려운데 미친 듯이 춤추는 것 같은 느낌이거나 아니면 머리를 상하좌우로 흔들기도 하고 손발을 파닥파닥 흔들기도 하고, 꾸물꾸물 움직이기도 하고... 기묘한 움직임을 계속 했어.
◆9y6mFhdQmtv 2020/09/18 06:41:12 ID : By42JSIJVe0
그런데도 바닥을 밟는 소리는 일절 들리지 않았어. 그저 저 인영만이 엄청난 기세로 꿈틀대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다리가 바짝 굳어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었어. 뭐... 그 움직임이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이대로 여기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지.
◆9y6mFhdQmtv 2020/09/18 06:41:39 ID : By42JSIJVe0
하지만 문을 열 용기도 나지 않았던 나는 마침 그곳에 있던 작은 창문으로 도망가자 싶어 창문을 빤히 바라봤어.
◆9y6mFhdQmtv 2020/09/18 06:43:28 ID : By42JSIJVe0
손잡이를 당기면 바로 앞까지 열리는 창문이어서 열린 부분이 아주 좁았고, 어른 몸이 지나갈 수 있을지 어떨지도 알 수 없었던 까닭이야. 한참 고민하던 나는 대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기대를 걸고 메모를 봤지만, 역시나 거의 대부분의 내용은 읽을 수 없을 정도였고, 간신히 읽을 수 있던 한 줄이 얼굴이 없다 라는 누구의 얼굴이 없다는 건지 메모되어 있지 않은 메모였어. 그때, 내가 보고 있던 창문에 흐릿하게 아이의 모습이 비치더라.
◆9y6mFhdQmtv 2020/09/18 06:45:16 ID : By42JSIJVe0
아마도 바로 뒤에 서있던 것 같아. 아까 보이던 기묘한 움직임의 인영은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고, 대체 언제 가까이 온 거지?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아이에게서 뭔가 말이 들려왔어. 아이는,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안 돼요. 제가 도와드릴 테니 빨리 집으로 가세요. 그리고, 다시 오면 안 돼요. 나는 그 말을 듣고나서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서, 큰 마음을 먹고 뒤를 돌아보았어.
◆9y6mFhdQmtv 2020/09/18 06:45:35 ID : By42JSIJVe0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어. 아무도 말이야.
◆9y6mFhdQmtv 2020/09/18 06:46:16 ID : By42JSIJVe0
나는 재빨리 그곳에서 나오면서 건물 입구를 다시 돌아봤는데, 뭔가 아이한테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주머니에 있던 초코바 하나를 건물 입구 근처에 두고 빠져나갔어.
◆9y6mFhdQmtv 2020/09/18 06:58:37 ID : By42JSIJVe0
회사에 돌아오고 나서 알았는데, 그 메모에 적힌 날짜는 3년 전이었어. 의아함에 이 건물 조사를 나에게 시켰던 상사에게 이 사실을 물어보니, " 이상하네, 이거 이미 조사 끝난 건물인데? " 라고 말하며 그대로 다른 곳에 가버리려 하는 걸 재빨리 붙잡아다 자세한 상황을 물었지.
◆9y6mFhdQmtv 2020/09/18 06:59:48 ID : By42JSIJVe0
듣자 하니 얼굴이 흐물흐물한 어린아이 유령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꽤 엄청난 건물이었는데, 당시 담당자가 이 사실을 제출 자료에 적어다 넘기자 의뢰자 쪽에서 그런 자료는 필요 없다며 돌려보낸 사연이 있는 건물인가 봐. 깔끔하게 정리된 예전 서류를 살펴 보니 정말 얼굴이 없다든가, 욕실은 매우 위험하다라고 적혀 있었어.
◆9y6mFhdQmtv 2020/09/18 07:00:55 ID : By42JSIJVe0
이런 유령이나 귀신이 나오는 건물이 실제로 전국에 종종 있어서, 귀신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경우 비고란에 그 사실을 적어 놓는 게 회사에 관례가 되었다고 해. 다른 유령 건물 서류도 쭉 보니 역시나 이런 기묘한 기록들이 제대로 기재되어 있더라.
◆9y6mFhdQmtv 2020/09/18 07:02:30 ID : By42JSIJVe0
왜 이제 와서 이런 건물조사 일이 저한에 들어온 걸까요? 하고 상사에게 물으니, 음... 여전히 그곳에 귀신이 존재한다는 게 아닐까? 조사할 필요가 없는데 그곳에 갔다온 사람이 너뿐만이 아니야. 회사에 다른 사람들도 갔다 온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 이 말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상사가 한 말은, 내가 그곳에 대해 가장 마지막으로 들었던 말은 거기서 아이를 보게 됐을 때 그아이에게 못되게 굴면 끔찍한 일을 그곳에서 당하게 되고, 결국 회사를 그만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고. 반대로 아이를 내버려 두거나 잘해주면 아무 일없이 나온 사람들이 많다는 말을 그냥 소문으로만 들었어. 지금은 저 회사를 그만둔 지 오래됐지만 그 때 내가 무사히 나올 수 있었던 건 저 아이가 도와준 게 아닐까 싶어.
◆9y6mFhdQmtv 2020/09/18 07:15:57 ID : By42JSIJVe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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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y6mFhdQmtv 2020/09/18 07:16:45 ID : By42JSIJVe0
오늘의 이야기는 이게 끝이야. 어땠을진 잘 모르겠지만 네가 흥미를 가지고 보고, 들은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모쪼록 좋은 하루 보내길 바라. 내일 또 보자.
이름없음 2020/09/18 12:11:48 ID : 7Ai7hy3Xusm
ㄷㄷ 다행이네 보고있어
◆9y6mFhdQmtv 2020/09/18 22:36:23 ID : By42JSIJVe0
보고 있다니 다행이다. 혼자 얘기하는 것보단 여럿이서 얘기하는 걸 더 좋아하거든. 봐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20/09/19 01:03:10 ID : U7AmLcNtbg7
캐묻지 말라고는 했지만 이것만 알면 몰입해서 볼 수 있을 거 같은데, 저 이야기는 일본에서 있었던 일인거지? 혹시 이 질문도 불쾌했다면 미리 사과할게
◆9y6mFhdQmtv 2020/09/19 03:19:39 ID : By42JSIJVe0
응, 일본에서 있었던 일 맞아. 내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고,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를 해 주는 거야. 전혀 불쾌하지 않았으니 괜찮아.
이름없음 2020/09/19 12:53:47 ID : U7AmLcNtbg7
알려줘서 고마워! 다른 이야기들도 기대하고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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