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마주 보고 누워서 대화하는데 지금 할머니와의 대화를 녹음해서 큰아빠에게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휴대폰을 가지고 와 녹음기를 틀었어. 큰아빠랑 할머니는 사이가 안 좋았거든.
아마 이때쯤 할머니가 죽었다는 걸 깨달았어.
녹음기 상태를 봤는데 가까이서 녹음한 것 치곤 음파가 너무 낮더라고, 녹음이 되는 거 맞아? 생각하긴 했지만 아무렴 어때.
큰아빠한테 들려주려고 녹음한 거였으니 할머니에게 큰아빠는 어때? 라고 물었어.
할머니는 큰아빠? 하고 되묻더니 뭔갈 말씀하셨는데, 기억나진 않지만 웃는 걸 보니 좋은 말 같아.
마주 보고 누워있는 할머니의 얼굴을 잠시 들여다봤는데 그 순간 왈칵 울음이 터졌어.
내가 울면서 "사실 할머니가 가지 않았으면 했어."라고 말하자 할머니가 우는 나를 보곤 "할머니 생각을 해주는 거니? 고운 것." 이라고 말했어.
돌아가신 분이 꿈으로 찾아온다니 그런 말을 들으면 무의식이 반영된 거겠지~ 어떻게 그래~ 하고 넘겼거든.
근데 막상 겪으니까 이걸 내 무의식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 신기했어!
장례 치를 때 한 번도 운 적 없는데 기어코 꿈에서 울었네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