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고전 선생님이 워낙 학교에 오래 있으셔서 수업 말고도 이런저런 입시 이야기를 막 해주시는데, 얘기하다가 선생님이 "내 딸이 지금 나이가 너희보다 열두 살 많은데 OO대학교 OO학과를 나왔다" 라는 말을 하심.
근데 우리 반에 그 대학 그 학과를 목표로 하는 애가 있었는데, 걔가 앞에 딸이라는 부분은 못 듣고 뒤에 대학이랑 학과 이야기만 듣고 장난식으로 "오 띠동갑이에요? 헐 띠동갑은 사주도 안본다더니 결혼 각" 이렇게 좀 오버를 떠는 거야. 그러니까 옆에서 다른 애들이 "야;; 여자라니까?;;;" 이렇게 말하고 걔는 머쓱해서 "아... 여자라고? 못 들었어 미안;;;" 이렇게 대답함. 옆에서 애들이 "야 너가 아무리 결혼하고 싶어도(평소 결혼 빨리 하고싶다고 그랬던 친구) 여자랑 결혼하는 건 좀 에바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 걔도 막 "아 하긴 그건 좀....." 동의하고.... ㅎㅎ 그냥 그려려니 하면서 넘기려는데 고전 선생님이 가만히 듣고 있더니 한 마디 하시더라.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건데 그게 뭐 어때서? 꼭 이성끼리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잖아. 세상에는 멋진 여자도 많고 멋진 남자도 많으니까~"
진짜, 진짜 고마웠어요 선생님.
걔 내 짝녀였는데.
이름없음2020/09/23 15:49:45ID : NAnTQpRCmE5
그 밖에 내가 겪었던 일들.
1학년 통합사회 시간에 뭐 하다가 성 소수자 이야기가 나옴.
사회 선생님 ㅈㄴ 개 노답 보수파. 이 주제가 나오자마자 눈 뒤집히면서 난리 난리가 났음.
"동성애는 비정상이다. 죄악이다. 세상에 드러나면 안 된다." 이런 말을 반복하심 (참고로 기독교도 아님. 그냥 포비아.....) 그러다 난데없이 애들한테 한 명씩 "너흰 갑자기 너네 친구가 커밍아웃하면 어떨 것 같냐" 라고 물어봄.
다들 선생님 기세에 겁먹어서 얼버무리거나 어...어....ㅎㅎ 그건 좀...ㅎ 이런 말만 반복함.
내 앞자리 여자애 차례가 왔음. 난 별 기대도 안하고 먼산 바라보면서 한숨 쉬고 있는데 그 여자애가 "그냥 좋아하는 사람 차인데 뭐 어때서요? 그러니까 선생님은 OOO(쌤이 이상형으로 든 남자 배우가 있었음) 같이 생긴 사람을 좋아하고 저는 XXX 같이 생긴 배우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 친구도 그냥 같은 성별을 좋아할 수 있는 거죠." 라고 대답해줬음.
그날 눈물 날 뻔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