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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10/11 03:02:06 ID : TO2oIHzVgnX
길고... 긴 얘기가 될 것 같다. 적어 볼게. 평소처럼 학교를 마치고 오늘 학원 숙제 뭐 있더라? 얼마나 걸릴까? 생각하면서 집에 왔더니 할머니와 외삼촌이 와 계셨어. 명절도, 기념일도 아닌데 무슨 일로 오셨는지 궁금해서 여쭤봤어. 안 온 지 오래 돼서 한 번 와 봤다고 하셨어. 아... 이사 오고 두 번 밖에 안 오셨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어. 인사하고 안부 좀 여쭙고 방에 들어가서 숙제를 했어. 그러고 있자니 좀 지나서 가신다길래 인사하고 용돈 주시길래 감사히 받았지. 학원 시간이 다 돼서 갔다 오니 집이 난리가 나 있었어. 부모님이 싸우셨는지 이것 저것 부서져 있고 어머니는 집을 나간 상태였어. 나는 또 싸웠구나 생각하며 아버지께 인사하고 숙제하러 방으로 들어갔어.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있는 일이었거든 어머니가 자주, 길게 외출해서 그 문제로 다투는 일이 꽤 있었어. 하지만 여느 때와 같은 부부싸움이 아니었어. 그 날 이후 집 분위기가 180도 바뀐 거야. 아버지는 예전처럼 다정하지 않으셨고 차갑고 무뚝뚝하며 신경질적인 사람이 되셨어. 어머니는 아버지가 화내거나 욕해도 그러려니 하며 넘기고 기분이 나쁠 땐 나에게 푸셨어. 얘기할 사람이 너 밖에 없다면서 하소연을 하곤 하셨어. 나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며 집에선 공부만 해야 했어. 놀기도 눈치가 보이는 게 항상 날이 서 있고 살얼음판 같은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친구들이랑 놀러 다닐 수가 없었던 거야. 성적이 잘 나오면 집 분위기가 풀리는 것처럼 느껴졌어.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대학 졸업하고 난 임용 준비를 했어. 1차 합격하고 2차 면접 준비하는데 그 기간에 새해가 끼어 있었어. 1.1일.. 사건은 그 때 터졌어. 오랜만에 형이 와서 가족끼리 목욕 가자고 며칠 전부터 약속했는데 어머니가 갑자기 교회에 가야 한다는 거야. 어이가 없긴 했는데 그러려니... 하고 있다가 아버지가 갑자기 폭발한 거야. 가지 말라고 소리 지르고 어머니는 계속 나가려고 하고 실랑이를 벌이다가 아버지가 어머니 멱살을 잡고 침대에 내동댕이 쳤어. 형은 놀라서 울면서 말렸어. 그 전까진 두 분 사이의 관계 악화를 몰랐거든. 헝 공부에 지장 없게 하겠다고 3명이 암묵적으로 이야기를 안 한 거야. 과학고 기숙사에 있다가 서연고 중 하나 4년 장학금 받고 들어가서 서울대 대학원 준비 중이었거든. 아버지도 어머니도 자랑스러워 하고 소중히 여겨서 집안 문제를 숨겼어. 처음 보는 광경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고 울면서 뜯어 말렸어. 어머니는 아버지와 떨어지자마자 교회 간다고 나갔고 아버지와 형은 서로 실랑이를 했어. 다신 집에 오지 않겠다는 형과 대화하자는 아버지... 소파에 앉아서 이걸 어떻게 수습하나 고민하는 나. 아직도 그 때가 선명하다. 결국 형은 하루 뒤 올라갔고 난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연유로 형 앞에선 그렇게 조심하던 아버지가 어머니 멱살을 잡은 건지 물어봤어. 수습은 해야겠다 싶어서. 그랬더니 이런 얘기를 들었어. 12년 전. 내가 16살. 할머니와 외삼촌이 왔다 간 그 날의 진실을 말이야. 어머니가 다른 남자와 관계를 하고 임신을 했는데 낙태를 하려니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할머니와 외삼촌을 데려 온 거였어. 아버지 몰래 낙태하려다가 의사가 이상해서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 거야. 아내 분이 낙태를 하려는데 남편 분은 알고 계시냐고. 전혀 모르고 있던 아버지는 큰 충격을 받았고 혹시 친자 확인 검사가 가능하냐고 물어봤대. 낙태 후 죽은 아이와 아버지 검사 결과를 보니 불일치. 아버지의 아이가 아니었어. 그 날부터 아버지는 친자 확인 검사서를 금고에 보관하고 이혼할 날만 기다렸다는 거야. 자식들 독립시키고 이혼하겠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나는 어떻게 됐을 것 같냐. 평생 어머니를 아버지로부터 지키고 두 분 사이를 중재하며 화목한 가정으로 돌아가길 바라던 내 마음은. 면접이고 뭐고 어떻게 자살할까 고민했어. 더 이상 살고 싶은 생각이 안 들더라. 면접 떨어지고 1년 더 하는데 공부고 뭐고 그냥 죽고 싶은데 죽어지지가 않더라. 내 인생이 증오스럽더라고. 12년.. 그 동안 어머니를 증오하며 살던 아버지나 본인이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아버지와 결혼한 피해자라며 나에게 하소연 하던 어머니나. 그럼에도 죽지 않고 사는 내 자신이나. 모든 것이 말이야. 행복한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게 참 힘든 일인 것 같아.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었는데 결혼할 생각 자체가 사라지고 연애할 마음도 없어졌어. 이제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됐는데 누굴 사랑하겠어. 민폐지. 요즘은 어떻게 인생을 마무리할까 고민하고 있어. 힘든 사람들은 나를 보며 위로하길 바란다. 고민의 무게, 겪어 온 아픔, 받은 상처는 다 다르겠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비교 거리가 되고 위안이 될 순 있겠지. 아 저런 사람에 비해 나는 괜찮은 편이구나... 하고
이름없음 2020/10/12 15:14:04 ID : dSILe7xXzcG
괴롭겠네. 나도 똑같은 사연으로 괴로워하고있는 사람이야 무슨 말을 해도 위로가 안될 것 같네
이름없음 2020/10/12 15:26:53 ID : MrtcpTVak2s
내가 격어본 일도 아니고 뭐라 말 할 수는 없지만 스레주가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고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름없음 2021/11/06 21:07:44 ID : TO2oIHzVgnX
스레주야. 위에 응원해준 두 명 고맙다. 덕분에 힘을 내서 공부했었어. 예전 기억이 나서 찾아보니 아직 있네... 지금은 교사 합격하고 아이들 만나고 있어. 죽지 않고 살다 보면 어떻게든 되는 것 같아. 힘들어도 제발 살았으면 좋겠다.
이름없음 2021/11/07 00:41:59 ID : 41AZcqZfRA2
너무 축하해 ㅠㅠ 그렇게 좋은 일만 생기길 바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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