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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비버 2020/10/15 19:57:04 ID : y3WnXwE5Xy2
절망을 마주한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모두가 처음으로 절망을 마주했고, 끝이라고 생각한 순간 더 떨어질 곳도 없을 것 같던 절망에서 또다시 나락으로 추락하는 게 삶이었다. 지금은 비(버)력 13년, 다른 말로는 서기 2068년이다. 비버칼립스가 퍼지고 인류는 끝을, 좋게 말하자면 또 다른 시작을 맞이했기에 이제는 그 누구도 서기의 날짜를 세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어먹게도 완전하게 아름다운 지구는 인류의 새로운 시작을 조롱하듯 태양을 맴돌고 같은 시간을 타고 흘러갔지만, 시간이 만들어낸 동틀 녘의 어슴푸레함과 해 질 녘의 타는 듯한 붉은색은 인류에게 항상 희망을 안겨준다. 인류는 아마도 영원히 그 희망 때문에 피로 물든 길을 절뚝거리며 걸어가겠지. 그렇다고 해서 그 희망이 거짓된 희망은 아니다. 적어도 나와 내 동료가 앞을 향해 나아 갈 때까지는. 내가 누구냐고? 나는 세상을 구원해야 할 히어로, 김비버다.
작가비버/반응있으면인코닮 2020/10/15 20:28:33 ID : y3WnXwE5Xy2
'나'를 설명하기 앞서, 우리 삶을 갉아먹고 있는 비버 바이러스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뭐, 갉아먹고 있다는 게 비유가 아니라는 것만 알아둬. B-ver 2050, 통칭 비버 바이러스. 시작은 2050년의 겨울, 아주 춥고 젠장맞을 캐나다의 한겨울 밤이었지. 혹시 비버의 번식기가 겨울인 건 알고 있나? 몰랐다면 알아두도록 해. 지금부터 굉장히 중요한 정보가 될 테니까. 그리고 그 겨울 또한 비버의 번식기였고, 인간의 무지함은 비버들을 화나게 하기엔 충분했다. 비버들의 서식지, 하천. 그곳에 다소 궂은 날씨에도 패딩 하나 걸친 채 작은 손전등을 들고는 멍청하게 서있는 인간이 있었다. 그 인간은 그 살벌한 날씨에도 장갑 따윈 끼지 않았던 좋게 말하면 터프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어리석고 미련하고 우둔한 사람이었다. 그래, 그런 사람이니까 다큐멘터리 하나만 보고서 비버의 보금자리를 들쑤시러 다닌 거겠지. 그 인간은 멍청해 보이는 팔자걸음으로 하천 주변을 어슬렁거리다가는 이내 발견해버리고 말았다. 처음으로 보는 자연의 신비로움은 그에게 알 수 없는 용기를 쥐여주었고, 그는 비버들의 안식처를 침범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멍청하면 용감하다더니.) 그래, 비버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극도로 예민한 번식기의 야생 비버의 보금자리를 침범한 인간에게 비버들은 용서 없이 정의의 철퇴를, 아니 앞니를 내려쳤다. 감히 평온한 안식처를 더럽힌 인간의 손을, 평화롭던 삶을 짓밟으며 다가온 인간의 다리를, 불결한 입김을 내뿜으며 실없이 웃어대던 인간의 얼굴을! 비버의 강력한 앞니는 인간의 연약한 살갗을 뚫고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인간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날 때까지 비버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 사건은 아직까지도 인간이 저지른 최악의 사건사고 1위에 기록되어 있으며, '최초의 습격'이라 불리고 있다.
작가비버 2020/10/15 20:48:40 ID : y3WnXwE5Xy2
최초의 습격이 있던 밤, 같은 캐나다 동부의 한 연구소에서는 비버의 타액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그 멍청한... 너무 긴 호칭은 좋지 않지. 그 바보가 한창 신나게 뜯기고 있을 때쯤이었다. 바이러스를 발견한 박사는 두려움에 떨며 당국에 전화를 했고, 동이 트고 난 후에 비버들이 잠에 들면 반드시 비버들의 서식지에 인간들의 출입을 금지시켜야 하며 이 독특한 특성을 띄는 바이러스가 자연 소멸할 때까지 적어도 3년은 걸린다고 전했다. 박사가 바이러스의 특성을 설명하고 자료를 송출하느라 일사불란으로 움직일 때 그 바보는 꽁지가 빠지게 도망치고 있었다. 박사의 전화를 받은 당국은 생각보단 빠르게, 하지만 한발 늦은 채로 비버들의 서식지가 되는 하천을 봉쇄했으며 민간인들에게 비상사태임을 선언했다.
이름없음 2020/10/16 11:49:58 ID : A5gi8qi1g7x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작가비버 2020/10/18 21:39:03 ID : y3WnXwE5Xy2
봉쇄 명령과 동시에 유능한 정부의 특수요원들은 각 지역의 비버의 개체 수와 근황을 보고 했으며,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다. "알파팀, 동부지역 서식지를 벗어난 비버들을 전부 돌려보냈습니다." "브라보 팀, 현재 서식지를 벗어난 개체는 보이지 않는다." 긴급하게 구성된 대책 본부에는 연신 무전기 소리와 키보드 소리, 바쁘게 걸어가는 발소리로 시끌시끌했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걸리기도 전에 캐나다는 모든 비버들의 서식지를 봉쇄했고, 근처의 주민들을 모두 대피소로 보냈으며, 다른 국가의 정부에 바이러스에 대한 것을 급히 알렸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걸리기도 전에 캐나다는 모든 비버들의 서식지를 봉쇄했고, 근처의 주민들을 모두 대피소로 보냈으며, 다른 국가의 정부에 바이 모두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바이러스를 가진 비버가 비단 캐나다뿐만이 아니라면……. 사태는 종잡을 수없이 커지겠지. 박사와 본부의 사람들은 바이러스 진단 키트를 각국에 무려 "무료로" 제공할 정도로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무료가 별 대수냐고? 그러게. 지금이야 화폐는 그저 위인전을 대체할 뿐이고, 젖으면 무거운 짐덩이일 뿐이지만 그때는 꽤나 중요했다고 한다. 연락이 돌아온 것은 일주일이나 후였는데 어쨌든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른 지역의 비버들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다고 한다. (동물보호단체가 나서는 바람에 그랬다고 하는데 뭐 확실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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