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범퍼카 듀오
시간 순서로 적겠음. 이 듀오를 만난 건 고등학교 2학년 때임.
둘 다 까불거리는 남자애였는데 인생 오늘만 사는 범퍼카들임. 그냥 다 꼬라박고 뒷 일 생각 안함.
이 고등학교에서 전설이 되어 00고 역사에 남겠다는 장렬한 사명을 가지고 이 둘은 기행을 많이 저질렸음. 우리 고등학교는 별관과 본관이 분리된 ㄷ 자 모양의 불편한 구조였음. 빙 돌아서 다니기가 귀찮았던 범퍼카 듀오는 다이소에서 산 튼튼한 줄로 별관 2층과 본관 1층을 이었음.
초딩 때나 생각해볼 발상인 줄타고 빠르게 이동하기를 구현했음. 두 건물은 공중에서 직선으로 이어졌고, 줄을 타고 내려가면 되는 거였음. 근데 촤라락 하고 내려가려면 사람이 잡고 내려가기 위한 봉이 있어야 했음. 없어서 그냥 쇠 봉으로 함.
범퍼카 듀오 중 한 명이 방과후에 선생님들 몰래 빨리 시험 제작하고 한 명이 줄 타고 하강함. 근데 고딩 지식으로 만든 허접한 레일은 그냥 쓰레기였음. 속도 조절 안 돼서 엄청 빨리 내려가다가 봉 놓치고 출발 3초 만에 추락함. 다음 날 범퍼카 듀오 중 한 명이 손목에 깁스하고 옴.
얘네 대화하는 수준도 가관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음.
"숙제 다 했냐?"
"숙제가 뭐에영?"
"내가 어제 롤 10판 조지랬잖아. 숙제 안 한 나쁜 아이는 벌을 받아야겠지."
"아 잠만 똥 때리러 감."
"구라치지 마라."
"증거 가져옴. 안 믿네"
대충 이런 식 대화임. 중추와 혀가 직통으로 연결되어 자동반사식 대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