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미워.
아직도 널 많이 미워하고 있어.
그리고 아직도 궁금한 것 투성이야.
왜 나와 사귀면서도 나혼자 있게 만들었는지, 표현 몇 번 해주는 게 그렇게 힘들었는지, 애초에 날 사랑하긴 했는 지. 네가 메말랐다면 내가 채우면 된다고 생각했어. 그 안일한 생각으로 1년을 채우기만 했었어.
그래도 속으로는 날 생각해 주겠지.
날 사랑할거야, 그렇지 않으면 헤어지자고 했겠지. 가끔 내게 닿는 너의 표현이 미치도록 달아서 바보처럼 있었어. 너라는 사람은 원래 이러는 거라고 생각하면서.
비록 을의 연애라고 해도 좋았어.
그만큼 널 사랑했어. 사소한 내 습관은 항상 잊는 너였대도 좋았어.
근데 대체 왜 그랬어?
나도 사랑받고 싶다고, 주는 것만 하는 게 얼마나 지치는 지 아냐고 싸우던 날. 홧김에 내가 다른 사람 만날 거라고 했는데도 왜 가만히 있었어? 넌 내 여자친구였잖아. 가만히 있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잖아. 그 뒤로 정말 다른 사람과 연락하고 있었는데도 왜 넌 헤어지자고 하지 않았어?
넌 결국 헤어지자는 말도 내가 하게 만들었어.
넌 우리의 연애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어. 우리가 아니라 나의 연애였던거야.
펑펑 울면서 솔직히 헤어지기 싫은데 헤어지자고 했던 그 때가 생각나. 넌 마지막에도 내 눈물 한 방울 닦아주질 않았어. 그제야 알겠더라.
그동안은 애써 넘겼던 너의 행동들.
같이 밥을 먹어도 웹툰을 보던, 내 발목이 아파도 걸음을 맞춰주지 않던, 잘 웃지 않던, 그런 행동들.
우린 이미 헤어진 거였구나 싶었어.
그래서 널 미워해.
그냥 널 많이 미워해.
있잖아.
혼자서 하는 사랑은 숨이 턱턱 막혀. 절대 부서지지 않을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아.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희망고문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사람이 못할 짓이야. 사랑하면서 한 쪽만 매일을 운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사랑하면서 이렇게까지 외로운데,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
그니까 이제 그만 좀 연락해주라.
너 우리 연애할 때보다 더 연락 자주하는 건 알아? 마주치면 인사도 하지 말자 했잖아. 우리가 연애할 때보다 더 다정하게 연락 보내지 마.
넌 후회도 하지 마.
난 널 사랑할 때 최선을 다 해서 슬슬 괜찮아지려 해. 넌 그만큼 나한테 해준 게 없는 거야. 그니까 후회하지 마. 나 다시 잡지 마.
후회할 거면, 그 때의 나만큼 많이 아팠으면 좋겠어.
그냥 널 좀 많이 미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