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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05 23:11:43 ID : DzgrvDy6mNy
글 소재 추천을 해주고 하루동안 생각해보니까, 갑자기 내가 직접 적어보고 싶어져버렸어 (...) 그래서 정말 별 생각 없이 쓰는 글, 기계혁신 아이리스는 비정기로 적고 언제든지 증발해버리는 스레주가 아무런 설정도, 아무런 생각도. 그저 번뜩이는 생각 하나만 가지고 써내리는 소설이야. 언제든지 레스를 달아줘도 OK. 살아있나 확인해도 OK. 설정 오류라고 지적하는 것도 OK.... 지만 애초에 이거. 생각없이 쓰는 거라 오류가 폭주해도 수리는 머나먼 미래에.. 그래서 이 소설이 뭐냐! 하면. 머나먼, 적당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디스토피아도 아니고, 유토피아도 아닌, '적당히 지옥같은데 살만한' 세상을 배경으로. 물리적으로 고장나 버린 한 안드로이드와. 감정적으로 고장나 버린 한 사람이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안드로이드를 수리하기 위한 여정을 떠나는 소설이야. 그러면 잘 부탁해!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05 23:25:30 ID : DzgrvDy6mNy
여기는 해지는 노을의 해변가다. 어딘지는 알 필요가 없다 - 내가 살고 있는 이 성운에는 이미 수백만개의 별이 있고. 지구, 그러니까 '창백한 푸른점'으로부터는 약 54억 km 떨어져 있고. 끔찍하게 머나먼 거리를 와서 볼 수 있는 끔찍하게 거대한 먼지 덩어리들 중 끔찍하게 작은 먼지정도 될 이 행성에서. 끔찍하게 적은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는 나는 다른 사람을 마주칠 가능성이 없다. 전혀 없다고 해도 좋다. 솔직히 여기서 그냥 죽으면 정말 할 게 없는 모험가가 이런 곳까지 여행을 와서 굳이 이 해변에서 석양을 보고 싶다. 라고 생각하고. 내 시신이 그때까지 부패하지 않는다는 아름다운 가정아래에서 만날 수 있는 확률은. 1년에 이 성운을 방문하는 여행자가 3명이니, (3/수백만/이 행성 면적)인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정말, 끔찍한 고독속에 갇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그걸 다시 살피는 이유는. 나와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개체가 눈앞에서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05 23:44:37 ID : DzgrvDy6mNy
"그렇게 슬퍼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덤덤한 목소리가 내 무릎에서 들린다. 그야, 무릎에 눕혀놨으니 말이지. "적당한 농담이나 몇개 골라드릴까요?", "검색어가 뭔데?", " '죽어가는 연인이 안심하라고 하고 서서히 눈을 감을 상황에서 적절한 농담'. ", "뭔가 지나치게 비참하지 않나?", "하기사. 그냥 분위기 내려고하는거잖아요? 주인님. 마침 찾았습니다. 농담도." 콜록. 콜록. 두번. 그렇게 목소리를 다듬고. "기계가 여자친구라는 놈들은, 걔네 메모리 복사 - 붙여넣기 하면 여자친구가 10개로 늘어나는 거냐?", "정말 최고의 농담이네.", "제가 생각해도 좀 그런 것 같습니다. 표정 인식 장치에서 '싸함' 99퍼센트. '비극적인' 1퍼센트가 감지되었으니.", "좀. 약간이나마 진지해지면 안 되겠어?", "죄송하지만 그건 제조사에 항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지난 날에 생산 요청을 그렇게 넣었던 자기 자신을 후회하시던가요.", "후회중이야.", "슬픔엔진 가동. 이제 서러워서 울면 되나요?", "배터리 아껴." 파도 소리. 한번, 두번, 세번. "죽기 전에, 죽는다? 보다는 전원이 꺼지기 전에 몇 마디나 더 하겠습니다. 어차피 이제 주인을 모독했다고 박살나도 3분 더 사냐, 마냐의 문제가 되어버렸으니까요.", "그러던가.", "솔직히 말해 부러웠습니다." - "뭐가?" "그냥. 당신 자체가요. 당신? 아니. 인간이라는 게 말입니다." - "그런가." "그렇죠. 저는 누군가가 생산 요청을 넣었기에 만들어진 기계입니다. 당신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준다는 가치 아래에서 만들어졌죠. " - "그렇긴 하지." 그랬나와는 별개로. "하지만 당신은,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이 세상에 내버려진거잖습니까?" - "뭔가 내가 고아가 된 듯한 발언인데." - " 이유 없이 태어났다. 로 정정하죠. " , "좋아." "그렇기에. 당신의 감정은 온전히 당신의 것입니다. 아무리 부모가 자신의 뜻을 강요하던. 부모가 당신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던.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저와 지냈던 모든 나날들은." "당신의 순간이었습니다.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당신의 순간이었잖습니까." "그래서 부러웠습니다. 저는, 저는 결국. 누군가가 만들어서. 누군가가 의도대로 작동하고, 제 감정은 모니터링되어서. 그 무엇도 저의 것이 될 수 없었으니까." "당신의 순간이지. 우리의 순간이었던 적은 없었기에." "그게. 가장 슬픕니다." 파도 소리. 네번, 다섯번. 여섯번. "쓸대없는 말을 했네요. 오늘도 최고의 안드로이드, 아이리스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본 소체는 여기서 수명을 다했습니다만, 부디. 백업을 통해 다시 한번 더 이용 부탁드립니다." - 배터리 그래프가 0.01, 0.001, 0.0001. 0. 그리고 파도 소리는 계속 울려퍼졌다. 끝까지 자신의 임무를 다한, 전원이 다 된 안드로이드가 꺼졌던, 켜졌던, 상관없이. 시간은 그냥 흘러갔다.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05 23:51:22 ID : DzgrvDy6mNy
"아. 그.. 고객님. 그게 고객님이 오해하시는 게 하나 있는데. 아이리스 보증기간은 50년이에요.", "아. 거참. 고객이 필요하면 재깍재깍 가져다줘야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나는 내 우주선의 화면을 발로 깠다. 고객센터 담당자는 움찔했지만 그냥 할 말만 계속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이리스가 버전 업을 지금까지 20번은 넘게 했는데. 초기형 소체를 왜 아직도 들고 계세요? 요즘은 반응속도도 좋고. 혹시 모를 위협도 떄려 부술 수 있는 친환경 태양제 레이저도 있다고요.", "주인이 마음에 안 들면 쏴죽이는 거 아니고?", "괜찮아요. 약 0.000001퍼센트 확률로 일어나는 일이니.", "몇 명 죽었는데?", "어... 어제 기준으로 3만명이 죽었네요." "아무튼. 아. 우주가 얼마나 넓은데 겨우 50년밖에 안 된 부품을 왜 못 구합니까?", "그야 우주는 지나치게 넓으니까 저희가 서칭한번 하는데 드는 비용이 어마어마하니 말이죠. 마침 본사가 이렇게 전해달래요! '죄송하지만 고객님, 안드로이드 하나만 사고 50년이나 쓰시는 분은 저희 회사 매출에 너무나도 미미해서 그런 서비스 정신을 발휘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좋아요. 제 일 끝났죠?", "망할! 다시 사나봐라!", "어차피 살 거 다 알고 있어요. 그 쪽으로 부품을 보내줄 순 없지만 신형 안드로이드는 -엡실론 배송으로 3시간 이내로 보내드릴 수 있는데. 어때요. 관심있어-" 발로 연결을 끊어버렸다.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11 01:39:29 ID : DzgrvDy6mNy
디스플레이를 켜고 가장 가까운 주거용 행성을 찾아본다. 저기는 출입국 사무관이 지랄맞다는 적절한 리뷰떄문에 넘기고, 저기는 마약상의 마음의 고향이 아니겠냐, 마약상계의 지구다. 라는 리뷰를 보고 넘기고. 이런. 1광년 이내에는 딱히 가볼만한 행성이 없다. 여기는 휴양오기는 좋던데. 석양도 예쁘고. 일단 여기는 네비게이터에 등록해놓는다. 그 다음 다음 은하 지도를 받도록 네비게이터에게 시키고. 꽤 시간이 걸리기에 커피머신에게 간다. 이 멍멍이와 닮은 커피머신은 성능은 특출나지만 - 커피를 만든다. 끝. 커피머신에 그거 말고 더 필요한가? - 안타깝게도 내구성은 개같다. 아이리스가 '개가 좋지 않아요?' 라고 말한 덕분에 샀는데. 왜 개지? 커피 잘 만드는 건 고양이가 아니었나? 그래서 인류가 우주로 나가는 동안 여전히 나는 고장난 커피 머신과 싸워야 했다. 참 희망찬 우주시대다. 희망찬? 애초에 내가 큰 행성을 가보는 것도 굉장히 오래간만이다. 다른 사람을 만나면 외계인을 만나는 듯한 느낌일 것 같다. 다른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외계인같겠지. 예전에 인류는 이 거대한 우주의 고독함을 느끼고 '이 텅빈 우주에 우리 혼자면, 정말 고독할거야.'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우주 곳곳에 자신을 미친듯이 뿌려버림으로써 그 고독함을 해결하려했던 것 같지만. 여전히 나는 사람 한명을 못 만나고 있긴 하다. 그냥 내가 이상한 거겠지. 뭐. 에스프레소를 덜덜 걸리며 드디어 뽑아내는 커피머신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카페 라떄를 한잔 만들고 나니 거대한 은하 지도를 다 받았다. 최근 리뷰순으로 정렬했는데 '연말연시 기념 세계 2차 대전 재현 행성@@@어서오세요@@@' 망할 광고가 최상단을 점령했다. 이 빌어먹을 검색엔진 만드는 놈들은 돈을 처먹을 떄로 처먹었을 텐데 왜 나같은 소시민에게도 광고를 도배하는지 모르겠다. 저 망할 광고 때문에 화가 나 그냥 아무데나 찍었고. 네비게이터는 확대되면서 한 행성을 보여줬다. '스페어-퀸의-성' 행성 발견자의 취향을 잘 알수 있는 네이밍이다. 이름하야 나르시즘이라는거지. 하기사 이 넓은 우주에 이런 행성 하나 정도 이렇게 지은다고, 세상에 영향이라는 게 가겠나? 행성 전면이 기계로 되어있는 성인데 거주 인구 1이라니. 참 집을 크게도 쓴다. 그럼에도 뭔가 끌리는 게 있어 설명을 읽어봤고. 리뷰도 몇개 있었다. '전 우주를 뒤져도 이런 수리점 찾기 힘듭니다.' , '퀸이 제 인형을 고쳐줬어요. 완전 고마워여. ' 어린애가 썼고. 다른 리뷰들도, 음. 뭐. 나쁘게 말한 게 하나 밖에 없다. '스페어로 제 얼굴을 내리쳤어요. 개넘..' 이런. 뭔가 무서워졌는데. 뭐. 어차피 가더라도 차고나는 건 시간이고. 아이리스를 창고에 아름답게 보관해 놓고 있는 지금. 갑자기 소행성 경보가 뜨지 않는 이상 위기라고는 전혀 없다. 위기라. 아이리스랑 있을 때에는 하루하루가 위기였는데 말이지. 결국 기계는 수명이 있으니. 뭔가 웃긴 말이다. 기계는 수명이 있고, 사람은 수명이 없어진 세상이라니. 그리고 기계가 박살나는 걸 두려워 하는 시대라니. 이러니까 아직도 커피머신을 안 고쳤지. 망할 놈들.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12 00:24:38 ID : DzgrvDy6mNy
약간의 울렁임 끝에 그 행성의 궤도권에 들어서고, 친절하게 궤도에 깔린 유도레이저를 따라 알아서 착륙장까지 간 다음, 알아서 착륙해준다. 그동안 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 커피 머신과 싸우기를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필터가 말썽이라서 커피가 아니라 커피콩을 갈아 넣은 물이 나왔다. 드디어 따뜻한 커피가 나왔을 때쯤 창밖 풍경은 쇠로 된 무쇠의 도시.. 가 아니라, 한 명만 사니까 거대한 저택이 나왔다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해보인다. 거기서 내리면 참 대충도 칠해놓은 H 모양 마커에 내 우주선이 잘 안착해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 행성의 주인일 것 같은 여성이 나를 맞이해줬는데. 헝클어진 머리와 고글 하나. 그리고 엔지니어의 정석적인 복장과 함께 피묻은 랜치를 든체로 나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건 다 그렇다고 쳐도 피묻은 렌치가 '그래. 저정도 미쳐있는 사람만 이 행성의 주인일거야.' 라고 생각하게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나는 후줄근한 티셔츠와 후줄근한 머리와 잠도 제대로 안 잔듯한 피곤한 눈매를 가지고는 있었지만 별 상관 없었다. 내가 구인구직을 하러 온 것도 아닌데, 저 사람한테 비주얼적으로 잘 보여서 도대체 어쩌겠는가. 그냥 수리나 잘 해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온 건데. "어서와.", "아. 반갑습니다." 실제 사람을 본건 굉장히 오래간만이라, 매번 스피커 너머의 목소리만 듣다가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조금 묘했다. "여기가 그, 어. 수리점?", "옛날말로는 전파상이지.", "아무튼 그거요. 안드로이드도 고쳐줍니까?", "어떤 고장인데? 두들겨 팰.. 만한 사람처럼은 안 보이고.", "허. 제 팔이 부숴졌겠죠. 안에는 결국 쇳덩어리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곤. "아무튼 반갑습니다. 스페어.. 퀸이라고 구글에 적혀 있던데.", "응. 스페어 퀸이야. 나야 말로." 잘 부탁해는 생략하고 인사했다. "그래서 안드로이드라고?", "안드로이드죠.", "안드로이드라. 요즘은 고장날만한 철이 아닌데.", "무슨 생선도 아니고 고장나는 철이 있습니까?", "12년 주기로 손님이 몰려서 기억하고 있거든.", "12년 주기요.", "일단 자자. 내 사무실로 커피나 마시면서 이야기나 나눠보자구.", "알겠습니다.", "말하는 게 안드로이드 닮았네. 그러지 말고 편하게 말해.", "그게. 음. 그러게요. 평소에 안드로이드랑만 이야기해서 옮은건가." 그녀는 탁자에 앉고 나는 의자에 앉았다. 피묻은 스페어를 요리조리 살펴보며. "실례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고장난 안드로이드는 몇년 됐어?", "50년이요.", "어.. 50개월?", "50년.", "50년?", "네. 50년.", "언제 고장났는데?", "오늘- 이 아니라. " 시계를 봤다, 몇시간 차이지? "3일전이네요.", "3일전. 그러니까 이번년도라고?", "네. 저한테는 3시간 전쯤으로 느껴지지만. 시계가 그렇다는 데 뭐, 어쩔 수 있겠어요?", "겨우 그런 사소한 시간은 별 신경도 안 쓸만큼. 엄청 오래 썼네." 스페어 퀸은 피묻은 스페어를 공구함에 집어 던졌다. "그런데 저건 뭡니까?", "공구잖아.", "피묻은.", "아. 3달전에 어떤 놈이 이번 신형 안드로이드를 3주쓰고 고장났다고 나한테 왔는데. 외피가 다 작살난 안드로이드를 대려온 게 아니겠어? 그래서 사고라도 당했냐고 물었는데. 그렇데. 그래서 최선을 다해 살려놨지. 너도 그렇겠지만, 안드로이드는 소중하잖아?", "소중하죠. 특히 이 고독한 우주에선 말입니다.", "그렇지. 유일한 동반자일 수도 있다고. 대도시 행성에 틀어박혀 사는 사람이 아니고, 그럴듯한 배우자도 없으면 심신을 위로해줄 수 있는 유일한 동반자임과 동시에. 게다가 안드로이드는 영원하지 않잖아. 그러니까 더 소중히 대해줘야지.", 이제야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을 만난 것 같다. "그거죠. 양산품이 아니라고요. 파는 놈들도 그 당연한 걸 모르니. 나원.", "그치? 오늘 운 좋네. 내 아끼는 커피원두라도 갈아 줄까?", "운이 좋다라. 동지를 만나서요?", "그거지! 지금 인구수, 얼마나 되는 지 알아?", "마지막으로 기억나는게 1000조 달성 기념 태양 불꽃 축제였어요." 대단했다. 태양 비슷하게 생긴 행성을 터트리며 그 불꽃의 아름다움을 보는 거였으니까. "사람 안 만난지 꽤 됐구만. 이제 일천은 곧 넘어갈거야.", "언젠간 우주를 꽉 채우겠는데요.", "그런 걱정은 안 들어. 아직은. 500년 후면 모를까. 그 때는 행성 하나를 집으로도 못 쓰겠지?", "행성 하나를 집으로 쓰는 사람은 솔직히 처음 봤는데.", "뭐. 그래서 귀찮은 게 많긴 했어. 유도 포트 하나 얻는데도 행성 관리 위원회를 몇번이나 갔는지. 원. 그래도 이제 엡실론 배송도 돼. 여기.", "그렇군요.", 편하긴 하지. "자. 커피." 은은한 원두내음이 냈다. "이야. 어떻게 커피 머신이 고장이 안나있군요. 저는 맨날 고장나 있는데.", "그야 나는 공학자니까! 이런 것도 못 고치면 안드로이드는 손을 어떻게 대겠어? 아. 안드로이드. 그래. 어디까지 말했더라?", "안드로이드는 영원하지 않다?", "더 뒤로.", "최선을 다해 살려놨다.", "그래. 거기. 그런데 말이야." "그 개새끼. 나한테 사기를 쳐놨더라고."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15 22:07:03 ID : DzgrvDy6mNy
"사기요?" , "그래. 사기.", "뭐. 돈이라도 안 주고 갔어요?" 주변을 한번 둘러보곤. "돈에 연연하시는 분은 아닌 것 같은데.", "나름 연연하긴 해. 필요한 만큼은 벌고 있어서 그거 가지고 스페어로 머리를 후릴 만큼 악독한 자본주의의 악마는 아니야.", "그럼 뭔데요, 그 사기라는 게?", "다쳤다는거." "다쳤다. 다쳤다라는 게 사기였어. 내가 다 고치고는 이전과 비교해서 무결성 검사. 그러니까 그 안드로이드의 데이터를 해시 검증해서 이전 해시와 동일.. 앗. 미안. 못 알아 먹겠지?", "넵. 전혀.", "그럼 쉽게 말해보도록 노력해볼게. 봐봐. 3호! 여기로 와줄래?" 스페어 퀸이 말한 3호는 굉장히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깡통로봇이었다. "네. 스페어 퀸님. 이번에는 무슨 일이에요?", "3호. 내가 좋아하는 건?", "그야 피라고는 하나도 안 흘리는 기계죠.", "이유는?", "사람한테 치어살다가 저처럼 3끼 안 줘도 되고, 그냥 배터리만 갈면 되지만 외롭지는 않을 만한게 필요해서 아니에요?", "여전히 비꼬는 건 선수네. 좋아. 봐봐. 이게 내가 말한 '해시값 검증' 이라는 거야. 지금은 전혀 뭔말인지 모르겠지?", "그렇네요." 스페어 퀸은 그 안드로이드를 작동 정지 시킨후, 메모리 칩을 바꾸고, 다시 전원을 올렸다. "좋아. 좋은 아침. 3호.", "네. 스페어 퀸님. 뭔 일이에요?", "3호.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깡통이죠.", "이유는?", "그야 스페어 퀸님은 사람 냄새보다는 기름과 전자 회로 냄세를 더 좋아하는 조금 미친 분이셔서요?", "이 말의 90퍼센트는 거짓말이니까 무시하고 들어. 아무튼. 이것도 '해시값 검증'이라는 거야. 여기서 해시값은 이 애가, 동일한 질문에 답변한 대답이고. 이걸 검증한다는 건 예전에 말했던 대답과, 지금 말하는 대답이 같은가? 라는 거지. 안드로이드를 수리할 때는 이 값이 이전과 같은가를 판단해. 달라지면 수리 과정중에 뭔가 망가졌다는거지." "그러면 대답이 달랐겠군요. 동일한 질문에. 그러면 이전까지 있던 그 안드로이드는 사라져버린 것일거고요.", "맞아. 해시값이 달랐지. 내가 수리하기 전과 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달라졌다는 게 확인이 됐어. 그걸 확인하고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 사람으로 치자면 기억상실증같은 거잖아? 수술 받기 전과 수술 받은 이후의 사람이 달라졌다니.",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 내 아이리스마저도 그렇게 만들어 놓는다면, 살인 사건이 한 건 터질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밤낮으로 찾아봤지. 주인은 왜인지는 그 때는 몰랐지만, 일단 작동만 하면 되니 당장 내놓으라고 내게 말했어. 하지만 난 내 평판이 달린 일이라고. 내 손에 거치면 안드로이드가 예전과 달라집니다! 라는 소문이 퍼질 수 없으니 왜 해시값이 달라졌는지 꼭 알아내야 했었어. 수백만개의 내부에 남은 기록들을 뒤져본 결과 2주만에 찾았지." "뭐였는데요?" "그 안드로이드는 다친 게 아니야. 그 미친 정신 나간 주인이 박살낸거지. 심심하다고 스페어를 머리에 집어던지고. 전기톱으로 반으로 갈라버리고. 밤에는 뭐. 지딴에는 자기 용도로 열심히 썼더라고. 그것들을 보고 2주 동안 밥을 못 먹었어. 그래도 결정적으로 기억 자체를 날려버려야 했던 사건이 나올때까지는 끝까지 봐야만 했었는데." 잠시 말을 멈췄다. "아마 그 때로부터 2주전이었나. 결정적으로 에러율이 치솟은 날이 있었어.", "에러율?", "아. 그건 나중에 설명해줄게. 지금은 그냥 음.. 살해확률? 이라고만 들어줘.", "무시무시한 이야기네요.", "아무튼. 그 날은.. 음. 3호, 저기 가서 베터리 충전이나하고 있어.", "네. 또 손님이랑 이상한 이야기 하려고 그러는 거 다 알지만, 모르는 척 해드릴게요.", "정말 고마워서 몸둘바를 모르겠네." 스페어 퀸이 말했다. 3호는 정겨운 엔진 소리와 기름 냄세를 풍기며 배터리 충전소로 갔다. 전기로 돌아가는 안드로이드에 도대체 왜 가솔린 엔진을 달고 움직이는지 정말로 묻고 싶었는데 그 뒷 이야기가 더 궁금했기에 굳이 묻지는 않았다. "그 날은 평범하다면 평범하겠지만. 아마도 그 애한테는 오래간만에 휴일이었을거야. 주인은 마약이라는 마약은 다 처먹고 침대에서 해롱해롱하던게 전부였으니. 물론 이날까지도 주인은 그럴듯한 정비 하나 없이 허리의 절반이 박살나 있고, 머리는 반파 되어있었어. 아무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는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가." 스페어 퀸은 주머니에서 리모콘을 꺼내고. 버튼을 눌렀다. "아무런 의미가 없어." "무엇이 말입니까? 주인님?" "이 헛짓거리들. 모두. 어차피 뒤지지도 않을 건데, 그냥 더럽게. 광활하고. 끔찍하지." "그렇습니까?" "너도 마찬가지야." "그렇습니까." "어차피 내가, 아무리 좆같게 굴던 결국 내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너는.", "그렇..", "왠지 아냐? 아냐고? 나는 부모가 태어나게 해줬거든. 커스텀 오더도 아니고. 그냥 별 이유 없이 태어났어. 그분들이 날 사랑하신 건 그분들의 사랑의 결실이었기 때문이지. 내가 필요해서는 아니었다고. 내가 집을 뛰쳐나와. 이런.. 이딴 마약 중독자가 됐어도 아무렇지도 않아! 내 존재 이유는 누군가의 필요가 아니거든. 알겠나? 뭔 말을 내가 하는지?", "...", "알리가 없지. 어차피. 안드로이드 제작자놈들은 나같은 부적응자를 위해서 이런 질문에는 '애해해, 그렇습니까?' 라고만 말하게 만들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참에 확실히. 내가 말해주지. 너는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쓰래기야. 고철중에 하나지. 감정? 그냥 전기회로에 입력만 준거라고. 네가 나를 싫어하더라도. 내가 니년의 메모리를 까서 '좋아함'에 100을 더하면 끝이야. 알겠나?", "그렇..", "알턱이 있나. 왜. 말이라도 해봐." "그렇습니다."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21 01:06:37 ID : DzgrvDy6mNy
"그리고 눈물을 흘렸었고. 전원이 꺼졌었지, 보호기재로.", "보호기재?", "기계를 보호하려는.. 건 아니야. 사람을 보호하려는 거지. 에러율로 다시 돌아가볼까." 스페어 퀸은 옆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리모콘으로 이동시켰고. 검은색 마카팬을 들었다. "이런 데에서는 묘하게 아날로그스럽네요.", "나야 그렇지. 그리고 반말해도 돼. 아니. 애초에 나만 지금까지 반말을 하고 있었잖아?", "연세가...", "그런 거 신경써? 어차피 죽지도 않을 건데. 무슨 상관이야.", "그렇긴 한데. 음. 맨날 홀로그램 너머로 사람을 보다가 실제로 보니 부담스러워서요.", "그런가. 나도 사람을 자주보는 건 아닌데. 애초에 아직도 존댓말을 쓰고 있잖아. 너.", "저는 이게 편해요.", "나이도 안 알려주고 이상한 쇳덩어리로 가득찬 행성에 혼자 살고 주변에는 기계랑 피 묻은 스페어를 들고 하얀 가운을 입고 돌아다니는 정신 나가보이는 공학자 여성이 무서... 무서..무섭긴 하겠네. 인정할게." 자기 스스로 인정한 스페어퀸은 마카 뚜껑을 열고.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나는 반말을 쓸테니까 너는 아무렇게나 해줘. 완전 재수없잖아! 라고 생각해도 정말로, 나 존댓말을 안 쓴지 꽤 돼서 존댓말 하는 내 목소리를 듣는다면 목매달아 버릴지도 몰라.", "목 매달만큼 중요한 문제면 반말 쓰셔도 되요. 그런데 저는 아무말도 안 했는데.", "그거지. 일종의 확인 절차." 그리고 스페어 퀸은 '에러율'이라는 말을 적었다. "에러율. 지금까지 안드로이드 제조사가 못 잡고 있는 문제야. 아마 영원히 못 잡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지.", "뭔가 심각한 소프트웨어 결격이에요?", "결격이라고 하기 보다는 너무 완벽한 제품을 만들려다 보니 발생한 사이드 이펙.. 아니아니. 부작용이지.", "너무 완벽한 제품?" "처음 안드로이드를 만든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인류가 우주 저 너머로 뻗어가면서 고독해지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졌어. 게다가 애매하게 옛날에는 우주선은 지금처럼 초광속 여행도 못해서. 1광년당 2.3년이 걸리는 우울한 비행을 해야했었어.", "2.3년? 그럼 여기서 지구까지 가려면..", "621만 2천 3백년! 그래서 몇몇 우주선들은 그런 절망적인 속도로 이미 대-행성화가 되버린 행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도시 전설도 있는데, 구라일 것 같아. 결국 그런 이유로 이런 다른 은하로 이동하는 건 그래서 상상도 못했었지." "그래서 안드로이드 제작사들은 처음에는 그냥 기능형 안드로이드를 팔아 재꼈어. 이런 200만 광년이 넘는 은하는 당연히 못 왔지만, 1광년만 가도 2.3년을 기다려야 하잖아. 그런데 거기서 사람이 죽는다? 그러면 2.3년이 날아가는거잖아. 그래서 처음에는 외부 수리용 안드로이드. 의과용 안드로이드. 등등이 나왔고.. 몇몇 성인 용품점에 가면 그걸 '그렇고 그런 용도 안드로이드'로 바꿔도 줬어.", "참 그렇고 그렇군요." "그런데 그게 대박이 난거야.", "고독하니까?", "정답! 그렇지만 단순히 그렇고 그런 용도로만 사용하려는 사람보다는. 그냥 사람이 그리운 사람도 있었어. 그때 1광년이었으면, 아무리 통신 상태가 좋아도 지구와 태양계에 통신을 보내면 2년 후에 답신을 받을 수 있어. 가족이랑 같이 간다? 그런 사람들도 있었지만 용감하고 독신인 모험가들이 대부분이었지. 그땐 우주선의 다른 별명이 '날아다니며 불타는 관짝'이었으니까. 게다가 2.3년 동안 거기 살아야하고, 나가지도 못하지. 편하게 지구나 화성에서 살면 되는데 그런 정신 나간 바보들이랑 결혼할 사람들이 누가 있겠어?", "그렇죠." "그래서 '그렇고 그런 용도'의 안드로이드는 점차 파트너 안드로이드로 바뀌었어. 딥 러닝으로 감정 모듈도 만들고. 감정 표현도 넣고. 짜잔. 다 만들고 팔고 모두가 부자가 되어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 "이었으면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전혀 들어맞지 않겠지?"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29 22:28:06 ID : DzgrvDy6mNy
"그걸 팔아 재끼고 50년 후에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죽인 사건이 발생하였어. 그 안드로이드는 끝까지, 끝까지 도망치다가 결국 잡혔고. 잡힌 안드로이드는 메모리 복제만 수백번을 당하고. 인터뷰는 수천번하고. 자살하려고 하니까 팔이랑 다리를 모두 때버린 상태에서 온 세상의 법정을 한번씩 다 가보고. 공익광고도 한 편 찍고. 마지막엔 유족에게 인도하라는 판결이 이루어져서 유족에 의해 전원이 켜진 상태로 전기톱으로 반으로 갈리고.. 부품은 수집가들한테 비싸게 팔았어.", 커피를 들이키고 있던 나는 중간에 황급히 커피 잔에서 입을 땠다. "뭔갈 먹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 끔찍한데요.", "아. 미안. 화이트보드랑 눈 싸움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요지가 뭔데요? 안드로이드는 인권이 없다?", "인간이어야 인권이 있지 않을까?", "요지가 중요하죠. 요지가. 그런 반박보다는.", "그래. 그래. 아무튼 왜 죽였냐. 를 회사에서는 그 복제한 메모리와 인터뷰 수백개로 알아내려고 발버둥쳤어. 이미 각국 법원에서 걸린 소송 중 하나라도 유죄판결이 떨어지면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질테니. 그래서 그 안드로이드의 모든 기억을 하나하나 다 뜯어보면서 방어 논리를 만들었지. 우리 잘못이 아니다. 라는 걸 입증하기 위한. 그러다가 찾은 게 '에러율'이야.", "에러율이요. 다시 돌아왔네요." "모든 문제의 근원이니까. 그리고 영원히 해결 못할 문제이기도 하지." "옛날에, 몇몇 사람들은 인류가 달에 도달하는 걸 믿지 못했다고 했고.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던 사람들도 있는데. 이제 그런 멍청이들은 전부 늙어 뒤져버렸잖아요. 해결 못할 문제가 어디있어요?" "있긴 있어. 일부로 문제를 만든거니까." "일부로?", "그래. 더 명확하게. '고의적으로.' " "그러면 고의적으로 사람을 죽였다고요?", "건너 건너 가면 그렇게 되겠지만. 그 결과 자체는 고의가 아니야." "그래서 그 문제가 뭔데요?", "그 문제는." "안드로이드는 결코 사람이 될 수 없다." 스페어 퀸은 화이트보드에 사람이라는 글씨를 적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이 될 수 없죠." "안드로이드가 그걸 자각하면 자각할 수록 점점 쌓여가다가 거대한 신경망 파라미터에 일부분을 점점 침식하다가 결국 자기는 사람이라고 '믿도록' 프로그래밍되어있는데. 결국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은 없으니. 신경망이 의도와 전혀 다르게 작동하게 되는 거야. 안드로이드의 신경망에 그것들이 쌓여나간 정도가 에러율." 할 말을 잃었다. 고칠 방법은 없는건가? 아니. 아직 의문이 몇개 남았다. "다시 그 이야기로 돌아가요. 그래서 그 최초의 사건은 에러율로 일어났다는 거라고요?" "맞아. 회사는 이런 대화록을 손에 얻었어." 리모콘 소리. *최초 에러 발생 지점.* "주인님. 여기. 커피에요." "오오. 생큐. 하아아. 벌써 화성을 떠난지 20년인가." "네. 저도 20년이나 작동했네요. 처음에는 엄청 낯설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요." "그야 20년동안 똑같은 검은 배경이니까 그렇지! 그런데 20년인 것같지는 않은데." "아. 우주선 시계랑 제 타이머는 지구 시간 기준이거든요. 여기서는.. 광속의 80퍼센트로 움직이니까, 여기서는 12년정도일까요?" "향수병이라도 도질려고 시간 설정을 그렇게 한건가?" 웃음 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런데 주인님." 커피잔 소리. "그게. 음. 잘 생각해봤는데요." "엥? 커피 너 것도 탔어?" "아. 네. 어떤 맛일까 궁금하기도 해서요. 잘 안 먹어봤기도 했고." "어.. 잘 안 먹을만 하지. 주로 전력으로 돌아가니까. 그래도 먹으면 고장날 수도 있으니까. 안 먹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고장이요?" 그래도 주인님은 커피 마신다고 아프시지는 않잖아요." "그렇지. 나는 인간이니까. 이런 걸로 에너지를 얻는다고." "어... 그렇긴 하죠..." "뭔가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아보이는데. 지금 파라미터 확인해줄까?" "으. 음... 아니요." "그래. 피곤하면 말해. 언제든지 충전기에 다시 돌려놔줄게. 한 달간은 외부작업이 없을 것 같기도 하고.. 하아아아암. 나도 충전기에 꽃혀지면 금방 회복되면 좋겠다." "그러시군요. 음. 저도 커피를 마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웃음 소리.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그건." "...잘 모르겠어요." "뭐. 어쨌든, 먹어서 합선이 일어나면 수리하는데 꽤 걸릴테니, 잘 갔다 버려." *두번째 에러 발생 지점.* "켈프님. 오늘도 잘 주무셨나요?" "오. 계란 후라이네. 그런데 왜 접시가 두 개야?" "아. 제 것도 있어요." "으..흠. 저번처럼 합선만 안 일어나면 좋겠는데." "함 내에 저장된 위키를 뒤져보니까, 원래 처음 음식을 먹을 때는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이제는 고장까지는 안 나요." "아..하. 그거 참 잘 됐네. 아무튼, 고마워." "이제 25년차인가요?" "이젠 25년차지. 이제 20광년쯤 왔던가.." "네. 20광년. 그리고 15년차기도 해요." "고향 아파트로 돌아가려면 25년 더 걸리겠지." "그렇겠죠." "나를 기억할 만한 사람이 남아있으려나." "제가 기억하고 있어요." "... 뭐. 그렇지. 항상 고마워. AE-43." "아이리스." "응?" "아이리스라고 불러줘요." "흐음. 하긴. 모델번호 발음하기도 어려우니까." "야호." "그래. 아이리스. 항상 고마워." "저도요. 켈프님. 그리고.." 무미건조한 목소리. "산소 누수 경고. 외벽 섹터, 23번. 즉시 확인 바랍니다." "이런. 수리하러 가야겠군." *3번째 에러 발생 지점.*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29 22:31:28 ID : DzgrvDy6mNy
- 정말 별거 없는 이 소설이 무려 100Hit를 달성했어! ( 아마도 그중 절반은 내가 눌러본 거겠지만 ) 'ㅁ'/ 익명의 모두들. 봐줘서 고맙다구! 혹시 질문이나 그런 거 있으면. 다음 화 올라오기 전까지 호다다닥 올려주면 모두 답변해줄게! 아니. 제발 답변하게 해주세요! 그래도 정 부담되면, 다음화만 기대해줘도 고마울 것 같아 'ㅁ'! 11월도 다들 고생했구, 이제 한 달 남은 20년. 모두 화이팅이라구! 'ㅁ'/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30 13:41:37 ID : 9eE7gi9upQm
이런! 중대한 시간 오차가 발견되어서 9번 레스를 고쳤어. 모두들 아광속 비행을 적을 때는 계산기를 돌려보고 적어야 한다구 ;ㅁ; https://www.emc2-explained.info/Dilation-Calc/ 느낌가는 대로 적어서 설정 오류가 꽤 있지만, 일단 완성하고 다듬는 걸루 'ㅁ' 라고 생각해서 크게 건들이지는 않았어. 다만 이건 너무 치명적인 오류니까 호다다닥 고친거야 OTL.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1/30 13:42:29 ID : 9eE7gi9upQm
저걸 계산하기 귀찮아서 엡실론 이동이라는 치트를 넣었는데, 결국 시간이 바로 나오니까 머리가 아파지네 OTL.
아이리스◆0lbijfPcpQr 2020/12/03 00:35:31 ID : DzgrvDy6mNy
무미건조한 소리. "스윙바이 지점 도달." "창밖을 봐. 아이리스." "아름답네요. 영상으로 남겨놓겠습니다." "많이 남겨놔." "어차피 우리는 착륙도 못하니까." "켈프님..." "스윙바이 30분 전. 가속에 주의하세요." 스피커로 나는 기침소리. "그래도 집에 돌아갈 수 있잖아요." "저기가 내 집이어야 했어." "가족분들도 볼 수 있고요! 마냥 나쁘게만.." "나쁘게만? 18, 18년이라고. 시발! 3년동안... 3년동안 함선의 절반을 못 썼어! 말도 안 되는 확률로 쳐 꼴아박은 뭔지 모를 것 때문에 외벽이 어딘가가 박살났다고 하고. 썅, 썅! 이 존나 작은 고철 덩어리 관의 절반을 못 쓰는 게 끝이 아니라, 하필이면 착륙정이 박살나서 그냥 .. 그냥 지나가야 한다고? 그럼 도대체 이.. 이 좆만한 곳에서 지냈던 18년은 무슨 의미가 있는데?" 거친 남성의 숨소리. 미세한 여성의 숨소리. "죄. 죄송해요.. 그냥.. 그냥.." 남성의 숨소리. "너무.. 너무 괴로워 하지 않으셨으면. . 좋겠어서..." "가장 괴로운 건 뭔지 알아?" "모르겠어요. 잘.." "혼란스러워." "어떤 점이.." "너는 기계가 아니던가?" "네?" "도대체 왜 숨소리를 내는거지? 왜.. 왜 그런 말투를 하는거지? 도대체 왜 말을 떠는건데? 너는, 너는 대체 누구야?" "왜 그러세요? 호흡기. 호흡기라도 가져다 드릴까요?" "다가오지마." "켈프님?" "도대체 아이리스 너는, 너는.." "누구야?" "스윙바이. 목표 도달까지 18광년 남았습니다." --- *4번째 에러 발생 지점.* "목표 도달까지 15광년." "오전 8시를 알려드립니다." "오전 9시를 알려드립니다." "오전 10시를 알려드립니다." "오전 11시를 알려드립니다." "주의. 위험수준의 적외광선 광선이 외부에서 감출되었습니다. 우주선의 창을 내립니다." "오후 12시를 알려드립니다." "오후 1시를 알려드립니다." ... "오전 8시를 알려드립니다." . . . . "권한 확인." "문이 열립니다." "아이리스." "켈. 켈프님! 손목에, 손목에 피가..." 웃음소리. "켈프님?" "미안. 정말 웃겨서." "어떤 점이.." "2년만에 처음 온 사람한테." "그런 걱정하는 게, 너무.." "너무 웃기잖아." "저는.." "켈프님이 요청해서 만들었으니까요." "..." "켈프님?" "아니. 그냥." "조금 무서워서." "어떤 점이-" "아이리스. 앞으로 거짓말을 하도록. 그 목에 달려 있는 망할 포트도 뽑아버리고. 켈프님이 뭐야? 켈프잖아.", "그래도 구매해주셨잖-", " 아이리스. ", "죄송해요. 노력해볼게요.", "그래. 노력해봐야지. 그래. 어디까지 했더라?" , "켈프.", "그래. 아이리스. 이제부터.." "나를 위해서 사람처럼 행동해줘." *5번째 에러 발생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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