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이름없음 2020/11/11 01:09:04 ID : AmK1zQqZdyN
형은 누구를 믿어요? ㅗ "형은 누구를 믿어요?" 라니 아무리 어른스러운척해도 얘는 애인가 보다 아직 소년의 티를 벗지 못한 어린 소년은 마치 무언갈 질투한다는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중략) ㅜ홍차에 독을 탔어 ㅗ 내가 차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 뱉은 말이였다 "홍차에 독을 탔어" 그래도 한때 사랑했던 사이 아니던가 그녀는 쓸쓸하지도 아쉽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멍하게 그를 쳐다봤다 그 또한 그녀를 아무 감정 없는 것처럼 쳐다봤다 시선이 맞닿았지만 서로 말은 오가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는 자신의 남편을 바라보다 이내 홍차로 시선을 돌렸다 나는 순간 알아챘다 그녀는 눈동자가 풀려있다는 건 내가 아닌 그녀가 독을 마셨다는 걸을 독이라는 게 사람의 몸에서 효과가 나타날려면 몇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것까진 알아내지 못했다 ㅜ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이런 식으로 ㅇㅋ?
이름없음 2020/11/11 01:31:03 ID : 1io47wGnDvu
ㅗ 내게 상처를 줘도 좋아. 난 이미 네게 취했고, 네가 나를 취하길 기다릴 뿐이야. 너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 아니, 애초에 네가 사랑을 알긴 할까? ㅜ 숨결이 부지직 타들어간다.
이름없음 2020/11/11 20:49:09 ID : cE4K3TWpaq1
ㅗ 뜨거운 열기가 날 덮쳤다. 피부가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냥 누가 날 죽여버리는 듯한 기분이다. 아, 아. 숨결이 부지직 타들어간다. 그리고 스레보단 레스가 아닐까.. ㅜ 그는 늙었다.
이름없음 2020/11/11 20:53:12 ID : IE63O08p9cs
ㅗ 나는 하염없이 그를 자라보았다. 어린 시절에는 나만을 위한 영웅이었으며, 젊은 시절에는 나의 우상이었던 그. 내가 그를 떠나 다른 이와 함께 살아갈 적에도 나만을 바라봐주던 그. 영웅이었고 우상이었던 그는 늙었다. 과연 나는 그처럼 누군가의 영웅이고, 우상이었을까? ㅜ 텅 빈 방에 나홀로 있다.
이름없음 2020/11/12 02:24:16 ID : 63SNunDwL84
ㅗ 추억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이젠 흔적만이 남아았는 그 자그만한 방은 그대로야. 너에게 닿지 못한 메아리만 맴도는 방에 난 유령처럼 남겨져있어. 나 홀로 하루 이틀 일주일 또 한 달 일 년을. 악몽 같은 한 주를 또 한 달 일 년을. 빛나던 너를 다시 볼수있을까. 나와 나의 이 작은 세상을 빍혀주던 너와 다시 재회 할 날만을 기다릴게. 텅 빈 방에 홀로 남아서. ㅜ 너를 증오했고 이젠 너를 사랑하는 나를 증오한다.
이름없음 2020/11/13 17:30:09 ID : AmK1zQqZdyN
ㅜ 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다 그녀가 햇빛에 빛나 보이는 건 유난히 날이 밝아서였다 그녀가 웃을 때 아름다웠던 건 벚꽃이 휘날렸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랑하는 건 내가 미워하는 것들이다 그녀는 내가 미워하는 것 그 자체였다 "네가 거기에 들어간 걸 후회하지 않는다면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널 증오하는 것까지 후회하지 말았어야지" 이젠 내가 무엇을 미워하고 증오하는지 잘 모르겠다 한때 너를 증오했고 이젠 너를 사랑하는 나를 증오한다. ㅜ 그게 뭐긴요, 그거 사랑이에요.
이름없음 2020/11/13 22:05:23 ID : lyE1julg0tB
ㅗ "나.. 요즘 누구를 보면 두근거리고 부끄러워. 왜이럴까?" 그 눈에 담긴게 순수한 호기심이라는게 참 어이없었다. 그게 뭐긴요, 그거 사랑이에요. 라고 말하고 싶은걸 꾹 참았다. 그는 나를 계속 재촉했다. 나는 알려줄 의지를 잃었다. 방해하지 않을테니 나한테 알쩡거리지만 않으면 좋겠다. 커플은 이제 신물이 났다. ㅜ 아닌데. 진짜 아닌데.
이름없음 2020/11/13 22:07:51 ID : lijdCqqmIFf
.
이름없음 2020/11/13 22:14:07 ID : lijdCqqmIFf
ㅗ 친구가 갑자기 쇼핑하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한다. 갑자기 무슨 쇼핑이냐고 물었더니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입어보고 싶단다. 그래서 같이 쇼핑몰을 돌아주었다. 그러다 한 코스튬 가게를 지나치다 장난삼아 넌 저런 스타일도 잘 소화할것 같다고 말하며 일상복으로 보이는 코스튬 하나를 가리켰다. 친구는 그것이 코스튬이라는걸 모르는듯 하다. 나에게 골라줘서 고맙다며 그 코스튬을 입은채로 돌아갔다. 그거 일상복 아닌데, 진짜 아닌데..미안하다 친구야.. ㅜ 미쳤나봐, 나 왜이러지?
이름없음 2020/11/13 23:34:55 ID : vB9ilu3veK6
ㅗ. 요즘 따라 하는 일 마다 일이 잘 풀리고 햇살이 맑은 날이 유독 잦았다. 길을 걸어 갈때 마다 만원을 주웠고 강아지들이 내게 쓰다듬어 달라고 혀를 내밀며 털이 복슬복슬한 배를 들이 밀었으며 이벤트에 당첨되어 쿠폰을 받는 일이 유독 많이 일어나는 상황이었지만 마치 딱딱하게 짜여진 듯 작위적인 상황들이 무척이나 두려웠다. 분명 좋아 해야할 상황 이었고 좋은 일의 반복에 불안감을 느끼는 심리적인 요인 임을 알고 있지만 두근 거리는 고동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미쳤나봐. 나 왜 이러지?" ㅜ. 아이들은 왜 어른보다 먼저 커버리는걸까.
이름없음 2020/11/14 01:00:30 ID : phBy1Dutulj
ㅗ 소년은 한참이나 작은 구두의 뒤축을 구겨 신었다. "아끼던 거였어요." 그는 울상을 한 채 중얼거렸다. 훌쩍 큰 키에 비해 목소리에는 앳된 구석이 남아 있었다. "어쩔 수 없단 걸 알아요. 하지만 난 더 크고 싶지 않아요. 내가 커질 때마다 세상이 줄어드는 것 같다고요." 그는 시무룩한 강아지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고개를 들어야 눈을 맞출 수 있었는데. 정면으로 마주한 얼굴이 어딘가 낯설어서 시선을 맞대기가 어려웠다. 아이들은 왜 어른보다 먼저 커버리는 걸까. ㅜ코 끝에 남은 향이 어지럽게 달아서.
이름없음 2020/11/14 01:05:23 ID : nWrBzbxwoNu
ㅗ 빈 교실에는 두고 온 것들이 많았다. 발에 채이는 돌멩이처럼 지나쳤던 시간들이기에 더욱 아쉬웠다. 길을 걸으면서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왜 길 끝에서야 뒤를 돌아보게 되었을까. 그런 마음을 안고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꽃송이 하나하나에 아쉬움과 허전함이 방울져 있었다. "졸업 축하해." "고마워, 너도 축하해." 꽃다발을 안은 그 애는 쉽게 등을 보이고 걸어갔다. 그래서 결국 피어나지 못한 마음을 안고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코 끝에 남은 향이 어지럽게 달아서. ㅜ 맨발을 디디기에는 아직 얼어붙은 땅이 차갑다
이름없음 2020/11/15 00:28:39 ID : patvBgo4ZeL
ㅗ 아이가 창문에 기대고 섰다. 김이 서린 창문을 보며 아이는 손으로 창문을 문지르기도 했으며 창틀에 쌓인, 아직 가지 않은 겨울의 잔재를 웃으며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대번, 아이는 웃으며 깡충깡충 뛰었다. 필시 그의 엄마가 무어라 뒤에서 일러준 탓이리라. 아마도 밖으로 나가자는 말. 아이는 기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한 낯으로 짐짓 제 어미를 흘깃 올려다봤다. 정말, 정말. 밖에 나가도 되나요? 아이가 보는 풍경은 필시 이러 했으리라. 포근한 주홍빛을 발하는 벽난로와, 그 옆에 흔들의자에 몸을 기대어 앉아 있는 여성. 병자 특유의 완연함은 두툼한 옷을 필요로 했다. 아마 그의 엄마는 창문을 보며 와아 연신 탄성을 발해대는 아이를 가만히 두고 있을 순 없어서, 마냥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워서. 그래서 그 몸을 움직일 명분을 하나하나 쌓아가면 연료처럼 가져다 태우는데 시간이 필요했으리라. 아이는 제 어미에게 이끌리듯 다가가 팔걸이에 놓인 앙상한 팔을 쓰다듬으며, 엄마하고. 그래 애달프듯이 또는 웃음기 가득한 천진난만함으로 재잘거렸을 것이다. 초록이 밀려와, 엄마. 흰색이 밀려나! 흰색이 사라지고 초록이 가득, 한가득해져가! 분명 따뜻해지고 있을 거야! 엄마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천천히 또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는 옷장에서 옷을 꺼내 아이 먼저 옷을 입혔을 것이다. 그러고는 말하겠지. 많이는 못 보고, 집 주변만 둘러보고 오자. 옷은 두툼하게, 움직임이 불편하더라도 혹여 병에 걸리면 안 되기에. 그래도 좋다고 웃는 아이는 그저 해맑아서 엄마는 같이 웃을 밖에 없었다. 자, 문 연다? 둘이 꺄르륵대는 소리. 재잘대는 소리. 녹음(綠陰)이 아직 채 오지도 않았건만... 아이는 덜 녹은 눈을 보고 손을 가져다 댔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곧 봄이 올 거야. 속삭였다. 그러고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엄마한테 물어본다. "맨발을 땅에 디뎌도 될까요?" 엄마는, 엄마는 이렇게 말할 리라. 아니, 이렇게 말했지. "맨발을 디디기에는 아직 얼어붙은 땅이 차단다." 포근한 벽난로의 불빛같이 웃으며, 두 눈에는 어렴풋한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아, 그때가 참으로 그리워서, 한이 되는 구나. ㅜ 서늘하고 새파란 달빛이 오동잎마다 아롱져 맺혔다.
이름없음 2020/11/15 17:58:16 ID : nDxU7BwLdU2
ㅗ "왜?"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원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원망은 절망이 되었고, 절망은 포기가 되었다. 투명한 액체가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어이없게도 그 눈물은 나의 것이었다. "왜 너가 울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 말이 나오지 않았다. 누군가 내 입을 바느질하고 있는 것인지 끝내 나는 침묵했고, 그도 침묵했다. 이제 그의 얼굴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눈물은 달빛을 받아 지나치게 영롱했다. 서늘하고 새파란 달빛이 오동잎마다 아롱져 맺혔다. 오동잎은 금새라도 시들 것 같이 위태로웠다. 잎사귀는 생생하고 줄기는 튼튼한데도 그랬다. 나는 꽃만을 바라봐 별 볼일 없는 나뭇잎 따윈 잘라버리는 매정한 정원사였다. 오동잎은 마지막으로 자신을 살려 달라는 듯 모든 것을 다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그래, 그는 분명 아름다웠다. ㅜ 하늘은 맑았고, 날씨는 좋았다. 그 자리에 너는 없었고, 나도 없었다.
이름없음 2020/11/15 18:35:02 ID : O5Wp9g2JXs9
ㅗ 화창한 날이였다. 바닷가를 거닐고, 같이 음식을 먹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그런 날이였다. 솜사탕처럼 달콤하면서 금방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손을 내밀어 너의 뺨을 쓰담았다. 이게 꿈이라면 절대 깨고 싶지 않아. 너는 나의 말을 듣고 응답하듯 두 손으로 내 손을 꼭 붙잡았다. 우린 영원히 함께니까, 만약 깨더라도 헤어지지 않을거야. 그 말에 그제서야 안심이 되며 편안히 눈을 감았다. 하늘은 맑았고, 날씨는 좋았다. 그 자리에 너는 없었고, 나도 없었다. ㅜ 봄바람에 춤을 추듯 날아가보자.
이름없음 2020/11/15 22:12:30 ID : r9a5RyLe43V
ㅗ 고향에 온지 벌써 닷새다. 어른들은 언제부턴가 곡을 멈추고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해 이야기했다. 계산기를 두드리며 유산을 생각하고 있었을 때, 집 밖에서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났다. 담 앞에는 곤충채집통이 있었고 나비 한마리가 조용히 앉아있었다. "아저씨! 그거 우리꺼에요!" 당차보이는 여자아이 하나가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씨익 웃어보이며 아이에게 통을 쥐어주었다. "그래, 정말 예쁜 나비를 잡았구나." "그쵸?" 10년 전이 문득 떠올랐다. 집을 4채나 건너야 볼 수 있는 나랑 놀기 위해서 매일 찾아오던 그 얘. 무더운 여름이 될 쯤이면 그 아이랑 곤충을 잡아다니고는 했다. 그 털털한 웃음에 빠진 것은 너무 늦었을 때였다. 그녀가 내게 연인이 생겼다는 말을 했을 때, 내가 그녀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아직도 그녀를 기억하는 방법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그녀가 내게 한 말이었다. "떠나보낼 수 있어서 행복한거야. 나비도, 추억도, 사람도." "뭐라고?" 통에 있던 나비를 풀어주면서, 그녀의 말이 그 아이의 말에서 튀어나왔다. "그렇지 않아요? 우리 엄마가 말해준건데!" "...그래, 정말 맞아. 맞고 말고." 나는 아이의 눈동자에서 그녀를 발견했다. 멀어져가는 나비를 보며 나는 또 하나를 떠나보냈다. 봄바람에 춤을 추듯 날아가보자. 나도, 나비도, 추억도, 사람도. ㅜ 소복히 쌓인 눈이 하늘을 비췄다.
이름없음 2020/11/15 22:31:05 ID : E8oY3vcoMqo
추위에 눈을 떴다. 부스럭거리며 몸을 일으키자, 침낭에 쌓인 눈이 우수수 떨어졌다. 반쯤 페허가 된 건물에서 잠든 결과로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닫는다. 혼자 남았다는 사실을 잊고자 말을 꺼내려 하지만, 어차피 스스로에게 던지는 말들은 끝없는 침묵이 집어삼킨다. "....아니, 아직 모르지, 어딘가 살아있는 사람이 있을거야." 부서진 외벽 사이로 바깥 풍경을 바라본다. 소복히 쌓인 눈이 하늘을 비췄다. 바람이 희망을 차갑게 몰아친다. ㅜ 아무도 필요없었지만, 누군가 필요했다.
이름없음 2020/11/21 21:54:35 ID : AmK1zQqZdyN
ㅗ 헌 책방에 들어갔다 아마 아들딸이 이미 성인일 거 같은 여성이 인자하게 웃으며 나를 반겼다. 나는 먼지를 뚫고 오래된 책을 하나 찾았다 이미 단종이 되어 찾을 수 없는 책이었다. 왜 절판됐는지 알 수 있을 만큼 특별함이 없이 단조로운 책이었다. 아무도 필요없었지만, 누군가는 필요했다. 물론 이 책이 당장 나에게 필요한 책은 아니지만 10년 전 그가 이 책을 읽을 때의 표정을 기억하며 난 늘 이 책이 궁금했다. ㅜ 우린 눈을 마주치자 아무 말 없이 키스를 나눴다.
이름없음 2020/11/22 00:01:52 ID : phBy1Dutulj
ㅗ 우린 눈을 마주치자 아무 말 없이 키스를 나눴다. 낡은 매트리스 위로 겹쳐진 몸뚱이가 기울었다. 상체를 꼿꼿이 세운 그녀의 동공에 빛이 한 줄기 들어왔다. 젖은 단발을 쓸어 넘기며 빨간 입술로 미소짓는 모습을 그저 누운 채 올려다본다는 것은-, 라디오에서 어느 80년대 영화의 주제곡이 흘러나왔다. 마리아 엘레나, 영원히 잊지 못할 1분의 추억. 경쾌한 멜로디에 곧 낯선 호흡이 섞여들었다. 그녀가 쓰는 립스틱 맛이 났다. ㅜ입 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는 느낌.
이름없음 2020/11/22 03:04:13 ID : pbA3PeFfPir
ㅗ 아, 이건 네가 좋아했던 비스킷이다. 달콤한 크림이 입안 가득 채운다. 그립고도 익숙한 맛이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것 같았지만 애써 신경 쓰지 않았다. 한때 행복했던 입안을 아쉬운 듯 훑는 것이 전부였다. 입안에서 바삭하게 부서지는 느낌. 이게 뭐야 개똥망 ㅜ 손끝을 매만졌다.
이름없음 2020/11/28 00:18:47 ID : vzPcoJQoJXz
스레 흐려서 미안 ㅜㅠ 근데 세상에 나 단어나 문장 주고 짧은 글 쓰는 스레에서 이 정도로 좋은 글 처음봐ㅜㅜ 본 지 몇시간 지났는데도 계속 아른거려서 뒤늦게 레스달러 왔어,, 넌 천재양 이 내용으로 글 써버리고 싶담 소재찾으러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계속 이것만 생각나 ㅋㄱ키
이름없음 2020/11/28 01:49:30 ID : a2lfXy7y1Cl
ㅗ 죽어버린 시체의 손끝을 매만졌다. 인간성의 말로에 꺼져버린 영혼의 숨결이 그립다. 조용히 그대의 손을 이끌어 내 볼을 어루만졌다. 차갑고 푸른 공기가 뺨에 설핏 닿는다. 무섭지 않다. 썩어가는 당신이라도 나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니까. 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이름없음 2020/11/28 01:59:56 ID : 8jhats9vyE6
ㅗ 텅 빈 거실에 홀로 앉아 즐기는 자스민 티. 너는 그 자스민 티를 무척 좋아했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너는 말버릇처럼 이렇게 말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그 말을 하던 너의 눈빛은 너무나도 무덤덤했다. 마치 가랑비에 젖어 날개가 젖은 나비처럼 너는 우울해 했다. 무엇이 너를 그리도 지치게 만들었을까. 어쩌면 그건 나이고 너이며 세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혼자 남은 쓸쓸한 거실에서 나는 너의 목소리를 다시 한 번 떠올린다. ㅜ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이름없음 2020/11/28 05:05:09 ID : BwMjhcNBvyH
ㅗ주사위는 이미 던져졌고 더는 물러설 수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손에 움켜쥔 총을 머리에 겨눴다. 이 한 발로 내 앞길이 정해지겠지. 그것만으로도 땀이 줄줄 흘러 이미 손 안은 땀으로 가득 차있었다. 나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천천히 당기고, 난 총구를 재빨리 상대방쪽으로 돌렸다. “혼자서는 못 죽어.” 탕. 그와 동시에 쏘아져 나간 총알은 믿을 수 없게 상대의 이마 정중앙를 꿰뚫고 지나갔다. 승리의 여신이 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나는 급하게 자리를 뛰쳐나오려 했지만 이미 내 뒤엔 ‘그녀’가 서있었다. ㅜ 그녀는 나의 구원이었다.
이름없음 2020/11/28 13:24:38 ID : eKY4JPg2Fbb
ㅗ 이 얼마나 지독한 삶이었을까. 죽지 못해 살아왔던, 비참하게 연명했던 이 삶은. 매순간이 고통이었고 지옥이었다. 서현은 마치 짓씹듯한 선고를 내게 속삭였다. "죽어." 그 한 마디와 함께 날카로운 칼날이 주저하며 목을 파고들고, 갈 곳 없는 공기는 쉰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바닥에 쓰러져 피를 질질 흘리는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너무도 서늘했다. 나는 아픔 속에서도 희미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무의미를 끝낸, 그녀는 나의 구원이었다. ㅜ 당신이 슬퍼하기를 바라지 않았어.
이름없음 2020/11/28 21:55:45 ID : r9a5RyLe43V
ㅗ 새벽 술집은 취한 사람으로 가득하다. 그런 술집에 들어서면 술의 온기가 나를 감싼다. "오늘은 학생 혼자야?" "네" 내 눈빛이 흐려졌다. 소주를 한 잔 가득 채웠다. 한참을 바라보다 마셨다. 술기운이 돌자 옛날 생각이 났다. "그럼 저랑 사귀어주세요!" 네 고백은 뜻밖이었지.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으니깐. 차여도 친구로 남아달라는 말에 나는 행복한 웃음을 참을 수 없었어. 처음 몇 주간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었어. 어깨를 덮은 네 검은 머리, 빛나는 갈색 눈동자. 항상 웃어주던 미소. 항상 내 어깨에 기대 졸던 모습. 음, 이 술집도 너와 함께. 술에 취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정말 많은걸 알아갔지. 너무 많이 알아갔지.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날, 위로를 건네던 네게, 어렸을 때 어머니를 여의어서 누구보다 내 맘을 잘 아는 네게, 문득 심한 말을 해버린 나는 과거의 아린 상처를 건드린 나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런 나를 바라보던 너는 울먹이며 끝까지 내 옆에 있다가 조용히 장례식장을 걸어나간 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벌써 한 병을 다 마셔간다. 마지막 잔.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다 큰 어른이. 아니야 나는 나는 그럴려던게 아니였어 당신이 슬퍼하기를 바라지 않았어 돌이키지 못하는 걸 알아 하지만, 하지만... 마지막 말은 마음에 묻은 채 마지막 잔을 비웠다. 바보같이, 찌질하게. 테이블에 고개를 박고 소리 죽여 울었다. 글로 칭찬 받는거 처음이에요...! 잘 몰랐는데 정말 기분 좋네요 활기를 불어넣어줘서 고마워요! ㅜ 겨울의 눈송이들이 머리에 닿을 때
이름없음 2020/11/29 06:15:24 ID : Aqo1yILdXup
ㅗ 그녀는 오래전 나에게 약속한 것이 있었다. 겨울의 눈송이가 머리에 닿을 때 내게 감추어둔 비밀을 알려주겠노라고. 산타클로스를 믿는 아이처럼 그때의 나는 그 날이 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파랗게 질린 손으로 삽을 놀렸다. 얼어붙은 땅을 파는 일은 고된 작업이다. 기다리지 못하고 끝내 가버린 그녀가 조금 원망스러웠다. 한참을 기계처럼 흙을 퍼내기만 하다 둔탁한 무언가에 삽이 튕겨졌다. 그것의 뚜껑을 열고 그녀를 안아들었다. 눈발이 그녀에게 닿도록. 그녀가 안식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ㅜ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사랑했다.
이름없음 2020/11/30 12:04:29 ID : HxCqi02tBAj
ㅗ 나는 항상 그녀와 싸웠던 것 같다. 내가 말한, 그녀가 말한 그 많은 문장들은 우리의 무언가를 예리하게 베어냈었다. 생각 없이 내뱉은 모든 말들은 상처가 되어 돌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나를 사랑했다. 이제야 알아낸 단 하나의 진실은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잔인한 이야기. ㅜ 그에게는 땅콩 알러지가 있었다.
이름없음 2020/12/04 19:16:22 ID : vzPcoJQoJXz
ㅗ "우리.. 그만하자." 순간 눈 앞이 하얘지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장난 그만 쳐." 애써 웃으며 말해 보았지만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입술은 장난을 내뱉고 있을 리 없었다. "왜, 왜 그러는데. 이유라도 말해봐." 내 말에 가은이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같이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지 않다고. 그렇게 그녀가 돌아서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일주일 내내 술에 빠져 살았다. "너 그렇게 여친 연락 귀찮아했으면서 이제 와서 질질 짜냐." "야, 그래, 이제 클럽도 가고 늦게까지 술도 마시고 좋잖냐," 친구들이 술을 따르며 말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가은이의 마지막 말만 맴돌았다. '너랑은 같이 있어도 따로 있는 것 같아. 이제 나 안 사랑하잖아. 내가 먼저 놔줄게, 그러니까 이제 연락하지 마.'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내가 얼마나 잘해 줬는데. 서로 얼마나 사랑했는데. 진탕 마신 다음 날 휴대폰을 보니 꾸역꾸역 가은이에게 연락을 했었었다. '나만ㄴ큼 너ㄹ 잘 아는 사람ㅁ업ㅅ어' '나ㅓ보다 너를 사랑해줄사 람이 임ㅅ을 .것 같아?' 누가 봐도 취중에 보내 오타가 작렬하는 문자들을 그녀는 읽고 무시한 듯 보였다. 너무 억울했다. 내가 자기를 안 사랑한다느니 이상한 말만 내뱉고 사라져 버리다니. 그래, 가은이는 늘 그랬던 것처럼 삐진 것일 거다. 그녀가 갑자기 나에게 진심으로 이별 통보를 했을 리 없다. 그녀가 삐졌을 때는 작은 초콜릿을 사다주며 사과하면 금세 풀리곤 했다. 나는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믿고 집 앞 편의점에서 커다란 초콜릿 상자를 샀다, 인기있는 땅콩 맛으로. 그리곤 가은이의 집 문 앞에 두고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확인차 그녀의 집 앞에 들른 나는 당황스러웠다. 어제 두고 간 상자와 붙여 놓은 쪽지 모두 그대로였다. '가은이가 못 봤나?'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그녀의 출근 시간이 훌쩍 넘은 10시었고, 가은이가 이 커다란 상자 못 보고 지나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상자에 커다랗게 초콜릿과 땅콩이 그려져 있어 내가 보낸 초콜릿인 줄 알았을 텐데.. 일부러 무시한 것이 틀림없었다. 떨리는 마음을 다잡고 가은이에게 연락을 다시 해보았다. "가은아.. 문 앞에 선물 봤어?" 아직까지 이런 그녀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서로 너무나도 사랑했던 우리였기에, 아니 그렇게 생각한 나였기에. 그리고 누구보다 그녀를 잘 알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나였기에. 연락을 보낸 지 한참 지나 저녁쯤에 답장이 왔다. "야ㅋㅋ" 그 뒤에 온 말에 나는 후회의 눈물을 쏟았다. "나 땅콩 알러지 있어." 그에게는 땅콩 알러지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ㅜ 떨리는 숨은 타오를 듯 뜨거웠다.
이름없음 2020/12/05 13:24:55 ID : phBy1Dutulj
ㅗ있잖아, 나는 너와 함께일 때만 살아있다는 걸 느껴. 심장이 뛰고, 더운 피가 흐르고, 숨을 쉬고, 감각을 느끼는, 그런 모든 게 다, 네가 없으면 무의미해지는 느낌이야. 그는 눈꼬리를 살포시 접어 웃음지었다. 그래, 그는 웃을 때 더없이 천진한 어린아이 같다. 영겁을 살아온 존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모습에 지금까지 몇 명의 사람들이 속아 넘어갔을까. 남자가 한 걸음씩 다가올 때마다 짙은 향이 느껴졌다. 꽃 향기 같기도 하고, 고급 술의 향기 같기도 하고, 피 냄새 같기도 한… 마침내 그가 내 바로 앞에 섰을 때, 나는 어지러워 쓰러질 것만 같았다. 싸늘한 손이 부드럽게 어깨를 감싸 안았다. 떨리는 숨은 타오를 듯 뜨거웠다. ㅜ이번 크리스마스, 나랑 같이 보내.
이름없음 2020/12/05 20:10:46 ID : smE7gjcmoNy
ㅗ 겨울이었다. 어느덧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추운 겨울날에, 나는 짝사랑 하는 남자애와 같이 길을 걸었다. 추워서 빨개진 손과 얼굴, 하얗게 내리는 눈과 주위에서 느껴지는 고소한 붕어빵 냄새. 그리고 내 옆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하얀 눈 때문에 몽글몽글해진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내가 그동안 꾹 참아온 감정들이 터진것인지, 내 입에서는 평소 꼭 하고싶었던 말이 터져나왔다. "이번 크리스마스, 나랑 같이 보내. 그리고 그 다음 크리스마스도, 그 다음도, 나랑 같이 보내줘. (남자이름)아, 나 너 진짜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줄래?"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문장. 고백이었다. 나는 금세 얼굴이 빨개졌고, 그 애의 얼굴도 빨개졌다. 추운 바람때문에 빨개진건지, 내 고백때문에 빨개졌는지. 하지만 나는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아이도 나를 좋아한다는걸. ㅜ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빌어본다.
이름없음 2020/12/06 14:40:01 ID : wNvCktuoK1A
ㅗ 첫눈이 내린다. 나리는 첫 눈 사이로 네가 보이고, 너의 희미한 미소가 보이고, 꼭 감은 두 눈이 보이고, 곱게 모은 손이 보인다.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빌어본다. ㅜ 하늘이 유난히 파랗던 날, 너가 죽었다.
이름없음 2020/12/09 17:15:33 ID : O7bwraq5alf
ㅗ 영문도 모를 테지, 청량한 하늘은. 구름 한 조각 떠가면 그 아래 돗자리 깔아 맑게 웃는 이들이 태반이었을 테니. 비도, 눈도, 안개도, 겹겹이 낀 서리도 없는 청청한 봄 하늘에 낮게 깔린 흐느낌은 이질적인 테니. 슬픔은 쉬이 퍼져나간다더니, 영문 모르는 하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말인가 보다. 이 아래서 잔디 쥐어잡고 엎어져 느끼는 이의 등 한 번 토닥일 생각도 없는 것을 보아하니, 매정한 하늘은 그저 영문 모르는 그대로 그 위에 떠 있기만 할 작정인 것인가. 하늘이 유난히 파랗던 날, 너는 죽었다. 그리고 그 날, 나 역시도 파란 하늘에 목졸려 숨을 거두었다. ㅜ 도로 위 작은 웅덩이에 비친 별빛은 그리도 아름다웠다.
이름없음 2020/12/09 21:25:18 ID : smE7gjcmoNy
ㅗ 오늘은 유난히 힘들었던 날, 다른 날보다 더 피곤했고, 친구와도 작은 다툼이 있었다. 지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원에 갔지만, 수업에 집중하지도 못했다. 시간이 지난 후, 집에 가려 문을 열었을 때 더욱 우울해졌다. 어둡고 추운 겨울에 비가 오고 있었다. "차라리 예쁘게 눈이라도 오지, 겨울에 비라니.." 속상한 마음을 다 잡고 우산을 찾고 있었지만 찾을 수 없었다. 학교에 우산을 두고왔었지.. "왜이렇게 오늘 힘들고 불행한걸까.." 울컥했다. '아침부터 속은 안 좋고, 피곤하고, 수업에 집중은 하나도 안되고 심지어 친구랑 다퉜는데 집에 갈 때 비까지 오다니...' 참고 참던 눈물이 결국 볼을 타고 흘러갔다. 머리가 젖어가는 걸 느끼며 집에 가던 중, 신호등은 또 바로 앞에서 바뀌었다. 한숨을 푹- 쉬고 신호등을 기다리던 중 도로에 시선이 갔다. 야속하게도 도로 위 작은 웅덩이에 비친 별빛은 그리도 아름다웠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다른 것들은 너무 예쁘고 아름다운게 너무 억울해서, 별거 아닌거에 위로된것도 너무 슬퍼서, 더욱 하염없이 울었다. 그저 별빛이 예뻤을 뿐인데, 평소와 똑같았던 거뿐인데, 더 예뻐 보이고 왠지 위로가 되었다. 신호등이 바뀌고, 건너려는 중, 어느새 비는 하얗고 반짝거리는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ㅜ너와 함께한 추억이 너무나도 찬란해서,
이름없음 2020/12/10 10:36:55 ID : o7vDupU4ZfU
ㅗ[20XX/XX/XX 오전 3:56] [발신인:알 수없음/수신인:알 수없음] 제목:안녕 자기야•••• 안녕 자기야. 새벽에 연락해서 미안해 갑자기 네가 생각나서 문자 쓸 수 밖에 없었어 미안. 나 아직 너 못잊었다? 진짜 그리워. 친구들이랑, 가족들이랑 놀러를 가도 계속 네생각만 나서 머리가 다 아프더라. 어제 꿈에서 너 나왔어. 나 보면서 웃는 게 그렇게 예쁠 수가 없더라... 그 모습을 다시 한번만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넌 하늘에 있고 난 땅에 있어서 볼 수가 없네 서럽다. 사진 하나라도 찍었으면 두고두고 너를 간직하면서 맘껏 그리워할 수 있었을 텐데. 이제 너 잊어야지 잊어야지 하는데 못하겠어 진짜 못하겠어. 네가 계속 눈앞에 아른거리고 너만 생각나고 너와 함께한 추억이 너무나도 찬란해서, 널 잊을 수가 없다. 미안해 미안.. 자기야, 난 너 절대 못잊을 거야.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ㅜ너는 수선화같았다.
이름없음 2020/12/10 13:04:07 ID : RA3Pg1A1Cqk
ㅗ여전히 추운 날들이 반복되는 이른 봄, 너의 활짝 핀 얼굴을 보고 이제 막 봄이 온 것을 실감해야 할 때이다. 조금 상기된 너의 두 볼에 내 손의 온기를 전할 때면, 버스 정류장에서 손을 꼭 잡고 주머니에 넣을 때면, 영하를 웃도는 날씨에도 나는 봄을 확신한다. 깨어날 것들이 모두 깨어나고, 녹을 것들이 모두 녹기 시작했음을 확신한다. 누군가에게 겨울의 끝자락과 이른 봄의 행복을 알려주는 너는, 활짝 핀 수선화 같다. 아직도 내 마음속에선 매년 꽃을 피우는 너는 수선화 같았다. ㅜ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는 건 무슨 뜻일까?
이름없음 2020/12/12 01:36:27 ID : GpUY65aq40k
ㅗ 언젠가 책 속에서 본 인어를 동경한 너는 가끔 멍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는 했어 바다가 없는 마을에서 자란 우리는 바다를 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넌 막연한 환상과 호기심으로 너의 바다를 채워갔지 고래와 인어들로 채운 알록달록한 바다는 아마도 너를 닮아 있었을거야 어느 무더운 여름날에 네가 하늘은 바다와 닮았다며, 뭉게구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네가 구름 속에서 보고있을 인어를 찾고 싶어서 너의 시선을 쫓았지만, 여름햇살에 눈살을 찌푸리며 다다른 내 시선의 끝에는 한없이 선명하고 하얀 여름만이 걸려있었어 그 날 본 하늘에서 인어는 찾을 수 없었지 그 후로 나는 바다를 동경하는 너를 따라, 바다를 닮은 하늘을 동경하게 되었어 잔잔하지만 끊임없이 파도가 치는 네 바다의 수면 위로 비치는 하늘이 나이기를 바랐거든 하지만 나는 네 수면 밖에 볼 수가 없었나봐 네 바다 속에는 어떤 파도가 치고 있었을까 알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네 수면에 비치는 마냥 아름다운 윤슬이 아니라 어둡고 조용한 심해 밑바닥 한 줌 모래 쯤이면 좋았을까 그랬다면 우리는 영원할 수 있었을까 . . 어느 무더운 여름날에 네가 하늘은 바다와 닮았다며, 뭉게구름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던 것을 기억해 네가 구름 속에서 보고있을 인어를 찾고 싶어서 너의 시선을 쫓았지만.. 있잖아 소피,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파랗다는 건 무슨 뜻일까? ㅜ달의 죽음에 애도하는 이는 너뿐이었다
이름없음 2020/12/12 10:53:57 ID : HxCqi02tBAj
ㅗ 달이 죽었다. 하늘은 새카맣다. 별들도 빛나지 않는다. 너는 울었다. 나는 너를 바라본다. 너는 울고 나는 웃는다. 달은 없다. 이제 없었다. 슬퍼하는 이도, 우는 이도, 죽음에 애도하는 이도 너뿐이다. 달의 죽음에 애도하는 이는 너뿐이었다. ㅜ 난 평생 너를 좇았어.
이름없음 2020/12/12 12:51:01 ID : JSE007fcE1j
ㅗ 나는 달리는 게 좋았어. 누가 뭐래도 꼭 달리기 선수가 되고 싶었어. 너는 나보다 모든 게 잘났지만, 절대 자만하지 않았어. 그런 네가 가끔은 미웠어. 너는 항상 내 앞에서 달렸어. 다리가 부서져라 달려도 널 앞지를 수 없었어. 재능이라는 게 참 원망스러웠어. 그렇게 지금까지, 난 평생 너를 좇았어. 숨이 턱끝까지 차올라도 멈추지 않고, 너를 좇았어. 그런데 이제 내 앞에는 아무도 없어. 사실은 알고 있었어. 네가 그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너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어. 이제 내가 가장 앞서 달리게 됐어. 난 전혀 기쁘지가 않아. 왜일까? ㅜ 모든 문이 닫히고, 결국 나는 혼자가 되었다.
이름없음 2020/12/24 02:52:41 ID : TTPdDs8phvA
ㅗ 난 두 사람의 감정의 문을 동시에 열었다. 애매한 감정에서 비롯된 애매한 태도는 두 사람 모두를 지치게 하는데 충분했다. 내 감정은 한없이 얕고 넓어서 사랑이라 칭하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왜 난 그 사람을 사랑하고, 또 이 사람을 사랑할까. 사랑이 아니라 응어리진 미련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닐까. 난 두 사람 사이를 끊임 없이 오갔다. 그러자 모든 문이 닫히고, 나는 결국 혼자가 되었다. ㅜ 나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조금은 고급진 이름의 그런 술 들을 홀짝인다.
이름없음 2020/12/24 11:15:35 ID : veIK6ktxUY0
ㅗ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는 고급진 술들. 그래, 어차피 난 죽을텐데 이제 와서 아끼면 뭐하나. 먹고 죽자는 말이 실현되는 날이다. 머리가 띵하고 앞이 흔들리는 느낌에 그냥 바닥에 누워버렸다. 주변의 시선과 소리를 의식하지 않은 채로, 아득해지는 정신을 잡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그대로 난 죽었다. ㅜ. 내 홍차에 독을 탔어. 내가 죽는다니 기뻐?
이름없음 2020/12/24 11:21:30 ID : cE4K3TWpaq1
여긴 문장에 넣어 글을 쓰는곳이야... 혹시 위 레스에 문장을 네 글에 넣어줄 수 있을까?
이름없음 2020/12/27 04:04:09 ID : Lf81bbcpSMm
ㅗ 기뻐. 라고 말하면 너는 정말 그 홍차를 마실까? 내내 생각해보았다. 너는 네 죽음으로써 내게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궁금해하는 건가? 너는 숱하게 그래왔다. 이 아슬아슬한 관계에서 지독하게 나를 붙잡아왔다. 설령 그것이 네게 실질적인 득이 없음에도 너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목소리 톤 하나 바뀌지않고 내가 사랑했던 모습 그대로. 팔목을 긋는다던가, 고층빌딩 창문에 앉아 생글맞게 웃으며 언제나 얘기했다. 내가 팔목을 긋는다면, 내가 이곳에서 떨어진다면 너는 어떻개 할거니? …나는 네가 고통받는 모습이 너무 좋아. 결국 마지막에는 언제나 같은 소리였다. 그럴때마다 나는 네가 증오스러웠으나, 증오하지 못했다. 이런 감정을 애증이라고 형용한다지. 애증, 참 묘하다고 생각한다. 물과 기름이 도저히 섞일 수 없는 것처럼 도저히 공존할래야 공존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애정과 증오가 섞인. 나는 살며시 눈을 떴다. 환한 천장 아래 눈부시게 빛나는 네가 있다.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던 그 눈웃음. 그러나 증오스럽다고 생각했던 그 눈동자. 언제나 너를 볼 때면 그 목을 쥐어 졸라보고싶었다. 네가 그렇게 확신을 얻고싶어하는 존재가 죽는다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만약 내가 저 홍차를 마시면 너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홍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잔에 가득찬 불그스름한 홍차가 살랑인다. 증오감에 불타올라 너를 이기고 싶어했던 때가 있다. 언제나 반전의 순간을 기다렸다. 기다림으로써 나는 천천히 너에 대한 사랑을 힘겹게 날려보냈다. 마침내 네가 목을 그으려던 날, 나는 비로소 네 고통에 무감정하게 되었다. 환희에 차 감격스러웠다. 너와 눈을 똑바로 맞추자 네 검은 눈에 이체가 돈다. 나는 활짝 웃었다. 그 어느때보다. 이상함을 느낀 너는 살짝 굳었다. 잘있어, 나의 사랑. 이제는 네가 고통받을 차례구나. ㅜ 나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버릴 자신이 있고, 설령 그 모든것에 네가 포함되어있더라도 나는 모든 것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다.
이름없음 2020/12/27 20:36:25 ID : pO1a3xCjjs6
ㅗ "나는 대의를 위해 기꺼이 모든 것을 버릴 자신이 있소." 내가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위험해 질 거요." 내 손을 주머니에서 빼자 그자가 잡고 말했다. "거사는 6시요. 나는 갈 것이오." 나는 손을 뿌리치고 종이를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내가 뜸을 들이며 말했다. ''그 버린다는 모든 것에 자네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난 싸울 것이오." ㅜ 우린 그 때부터 잘못된 거겠지, 네가 날 증오하기 시작한 그 날.
이름없음 2020/12/29 00:31:56 ID : o7vDupU4ZfU
누군가의 혐오와 증오를 한 몸으로 버텨낸다는 건 죽을만큼 힘든 일이다. 내 손목에는 아직 다 아물지 못한 상처들이 자리잡고 있었고 식탁에는 항상 진통제가 놓여있다.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불안감과 왠지 모를 우울함은 결국 내 발목을 붙잡았고 나는 그걸 빨리 알아챘어야 했다. 우린 그 때부터 잘못된 거겠지, 네가 날 증오하기 시작한 그날.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인 동시에 너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는 한 사람이고 너는 나이며 나는 너다. 지독한 자기혐오와 자괴감에 사로잡혀 늘 나를 살해하는 나는 손목에 수많은 상처를 달고, 눈에는 무거운 눈물 방울이, 등에는 숨막힐 우울이.
이름없음 2020/12/29 00:47:17 ID : phBy1Dutulj
아랫스레가 글에 넣을 문장 써줘!
이름없음 2020/12/29 17:17:56 ID : o7vDupU4ZfU
어우 맞다 깜빡했네 ㅜ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이름없음 2020/12/30 14:54:40 ID : E5V87hzgqpb
당신은 언제나 앞을 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앞이 아니라 내가 서있는 곳은 한번도 돌아봐 주지 않았습니다. 넘어지고, 일어서고, 달려가는 당신은 한번도 나는 쳐다보지 않았습니다. 내가 없다는 듯이, 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이. 그게 고의이든 아니던 이제는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서있는 곳이 당신의 앞이던 뒤이던 이제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저 당신이 새벽이 올때까지 흘린 눈물과 피를 내 두손으로 받아 나도 다른 곳을 보려합니다. 나중에, 내가 당신에게 쳐다봐줄 사람이 될때에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묻는다면, 내가 당신을 사랑함이라고,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고 일러줄 것입니다. ㅜ 신은 우리를 버렸다
이름없음 2020/12/30 18:48:02 ID : uoHwnBdVgkk
ㅗ 감히 선언한다. 네가 뱉은 마지막 숨에 대고 선언한다. 네 손끝에서 빛나던 마지막 마법에 대고 선언한다. 네가 속삭이던 마지막 사랑에 대고 선언한다. 신은 우리를 버렸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이 네게 이리 가혹할 리가 없어... ㅜ 그 어떤 희생이라도.
이름없음 2020/12/30 22:09:20 ID : Wqkk9BBvB9f
ㅗ "왜 눈 뜨고 보고만 있는 거야!" 용사가 소리친다. 마법사는 무덤덤한 낯으로, 그가 구해낸 마탑주의 의식 잃은 모습을 내려다본다. "세 번째로 다시 말하지만, 용사, 난 지금 마력이 봉인되어 있다." "그런 뜻이겠냐고! 달려가서라도 구해야 했던 거 아냐? 사람이 죽는데, 왕국을 위해서라고 그냥 내버려둘 수가 있어?" 마탑주는 키 큰 용사의 옆구리에 달랑 끼인 채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소동으로 머리끈이 풀려 있는 탓에, 그의 글씨체를 닮아 심하게 구불거리는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릴 때마다 이리저리 흐트러졌다. 용사가 화내면서도 그를 조심스레 신전 기둥에 기대 뉘일 때, 마법사는 안쪽의 제단에 흘끗 시선을 주었다. 다행히 마왕의 소환은 저지되었다. 마탑주가 죽음을 불사하고 제물을 자신과 바꿔치기하지 않았더라면 왕국은 이교도들이 바라는 대로 전화에 휩쓸렸을 것이다. 간발의 차로 자신이 살아났다는 것도 모른 채, 흑발의 청년은 쌕쌕거리며 잠들어만 있다. "난 그대처럼 순발력이 좋지 않아서 말이다. 시간을 잘못 맞췄다면 마탑주가 제단에서 내려오자마자 이곳 전체가 파괴되었겠지." 마법사의 창백한 얼굴에는 여전히 어떤 감정의 조각조차 깃들어 있지 않았다. 그 모습에 용사는 진저리를 쳤다. 이성적으로는 맞는 말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목숨, 그것도 자기 친구의 목숨을 두고 끝까지 이성적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용사는 믿어지지 않았다. "귀족들은 다 너같은 인간인 건가? 왕국의 안전을 위해선 사람 한둘 죽는 건 아무렇지도...!" "마탑주는-" 마법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빈말을 하지 않는 성격이지. 신전으로 오기 전 그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나?" 용사는 멈칫했다. "이 나라와... 마탑의 동료들을 지키겠다고 했다. ...그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해서." "그 어떤 희생이라도." 마법사가 반복해 말했다. "마탑주는 충분히 각오하고 있었다. 그건 그의 의지다." 텅 빈 신전 안쪽으로부터 찬기운이 흘러나왔다. 부는 바람이 용사가 입고 있던 플레이트 아머의 열기를 식혔다. 용사는 마법사의 자수정빛 눈이 기둥 쪽에 머물러 한참동안 가라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나로선 그걸 방해할 수 없었어." 미안.. 내가 좀 1절만 못한다 ㅜ 죽기 전에 예약하셨어요?
이름없음 2020/12/30 22:27:21 ID : smE7gjcmoNy
쬑금 어렵네... ㅗ 10년 전만 해도 아이 낳으라고 그렇게 말하던 정부는, 이젠 죽으라고 한다. 고령화시대는 없어졌고 인구부족도 해결되었지만.. 인구가 너무 많아져버렸다. 10년동안 지구온난화는 빠르게 진행되어왔고 이대로라면 5년안에 지구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멸망할수도 있다고 정부에선 말했다. 그래서 나온 방안이, 자살 권유. 자살하는 사람들을 막지 않고 편하게 죽을 수 있도록 안락사를 시켜주는것이다. 안락사가 합법화된 지금. 죽는사람은 많아져간다. 인구수는 점점 줄고있다. 우리나라에 죽고싶은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니, 솔직히 조금 놀랍다. 이제는 자살카페도 생겼고. 나는 오늘 자살하러 갈것이다. 처음 자살카페를 보았을땐 내가 갈것이라고 상상도 못했지만... 너무 자쳐버렸다. "딸랑-" 들어와버렸다. 죽자고 마음먹으니까 마음이 한결 편해진것같다. 그리고 들려오는 점원의 목소리. "죽기 전에 예약 하셨어요? 음료는 무엇으로 드실건가요?" 먹고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더니, 괜히 카페가 아니었네. 의외로 종류가 많다... "딸기라떼 한잔 주세요. 예약은 안했답니다" ㅜ 드디어 너를 만났다.
이름없음 2020/12/31 00:17:01 ID : jbhcE8lCo3U
ㅗ 꿈속에서 수백 번이고 수만 번이고 그려왔다. 널 만나면 뭐부터 해야할까. 미치도록 보고 싶었다며 말을 건넬까, 늘 꿈 속에서 그려왔다며 손를 잡을까, 아니면 사랑한다며 입을 맞출까. 주변에서는 항상 나에게 미쳤다고 했다. 정신차려, 그건 너의 환상일 뿐이야라고. 처음에는 완고하게 너의 존재를 믿었던 나도 시간이 흐르니 스스로가 의심스러웠다. "아니야, 넌 진짜 존재해. 그렇다고 말해줘, 제발." 이런 내 간절한 소원이 하늘에 닿은 듯, 날이 유난히도 밝은 날, 그 밝은 빛이 너만 비추기라도 하는 듯, "너를 드디어 만났다." 내가 늘 꿈꿔왔던 너를. (다들 글 왜 이렇게 잘 써,, 작가님들인가봐 ㅠㅅㅠ) ㅜ 사랑하게 될 줄 몰랐어.
이름없음 2020/12/31 20:20:27 ID : pO1a3xCjjs6
ㅗ 사랑하게 될 줄 몰랐다는 말은, 변명일까요. 수백 번, 수천 번 그댈 만났음에도 그럴 줄 몰랐다는 건 변명이겠죠. 아마 난 그댈 부르며 죽어버리고 말 거예요. 그렇게 된다면 그대도 날 알아봐 줄까요? 아, 이미 간 사람이구나. ㅜ 난 가면을 쓴 네가 좋아. 네 가면을 벗기고 싶어지거든.
이름없음 2021/01/01 01:19:48 ID : eZbirvDy2HC
ㅗ 너는 지금 어떤 얼굴을 하고 있어? 웃고 있지 않냐고? 아니잖아. 네 진짜 얼굴 말야. 그 젠장할 가면의 웃음 말고 네 진짜 표정을 묻는거야. 그 가면은 언제쯤 벗을 생각일까, 넌. 벗을 생각이 없는걸까? 그래, 뭐. 괜찮아. 난 가면을 쓴 네가 좋아. 네 가면을 벗기고 싶어지거든. 그러니까 그 가면, 최대한 붙잡고 있길 바래. 언젠가 네 맨얼굴을 마주했을 때, 그때 네 얼굴이 궁금해지네. 넌 과연 그때 웃고 있을까, 아니면 울고 있을까? ㅜ 비가 와요. 부디 우산 챙겨서 집 들어가세요. 물에 젖어 길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하시고요.
이름없음 2021/01/01 02:04:32 ID : phBy1Dutulj
ㅗ"비가 와요. 부디 우산 챙겨서 집 들어가세요. 물에 젖어 길이 미끄러우니까 조심하시고요." 그렇게 연서는 뒤돌아섰다. 나는 때때로 다정이 가장 큰 상처를 남긴다는 것을 알았고, 그녀는 단지 가벼웠던 친절이 불러온 뜬금없는 짝사랑에 당황해하며 약간의 죄책감을 느낄 것이다. 청승맞게 비를 맞는 모습이 안쓰러웠니? 그날, 네가 내게 우산을 씌워 주지 않았다면, 지금 헤어지는 이 순간까지 한 번이라도 동정이 아닌 사랑을 느꼈다면, 널 붙잡아 보기라도 했겠지만은, 가짜라도, 착각이라도 애정 비슷한 게 그리 간절히 받고 싶었나 보다. 거기 눈이 멀어서, 내가 앞 뒤 구별도 못 하고 네게 안겨들었나 보다. 빗방울이 거세게 떨어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실수인 척 카페에 우산을 두고 나와 걸었다. ㅜ달이 지고 새벽이 오면 내 생각깨나 해 줘라.
이름없음 2021/01/01 12:53:55 ID : pO1a3xCjjs6
ㅗ "야아." 부끄러운듯한 그의 말에 난 뒤를 돌아 보았다. 헝클어진 머리에 계속 흔들리는 동공이 꽤 우습고 사랑스러웠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걸 너도 알까? 괜히 퉁명스럽게 대답해 본다. "왜." "까탈스럽기는.." 네 앞에서 제대로 서 있으려 까탈스러움을 연기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알까. "본론을 말해 봐." "그.. 이따가 새벽에 내 생각깨나 해 줘라." 우리의 볼이 붉어지고 어색해 진 공기에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럴 거야. 원래 그래왔고." ㅜ 나라도 그랬을 거야. 이해해.
이름없음 2021/01/02 13:58:45 ID : jbhcE8lCo3U
ㅗ"나라도 그랬을 거야, 이해해." 아니, 이해 못한다. 이해 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난 언제까지 너를 이해하려 노력해야하고, 너는 언제 쯤이면 이렇게 미치도록 노력하는 나를 알아줄까. "그러니 죄책감 갖지마." 죄책감 가졌으면 좋겠다. 평생 후회하고 죄책감에 찌들어 나를 떠올리고, 기억하며 살아라. "꼭 행복해야 해, 알겠지?" 행복하지 말아라. 날 두고 떠나는 그 순간부터 넌 평생을 불행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끝내 내 타들어 갈 것 같은 마음을 대변해 줄 단어들은 그 어떤 것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나는 단지 내 말에 활짝 웃는 네게 똑같이 웃을 뿐이었다. "바보같아.." 그런데 이렇게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너를 "좋아해." 멀어져 가는 너의 뒷 모습을 보며 난 닿지도 않을 말을 중얼거려 본다. ㅜ기분이 몽롱하다.
이름없음 2021/01/03 22:47:26 ID : eZbirvDy2HC
ㅗ "하운아. 이하운! 정신 차려. 여기서 잠들면 안ㄷ..." 에, 뭐라고요, 선배? 잘 안 들려요. 막 귀에서 삐- 거리는 소리가 들리긴 하는데... 몸은 차가운 바닥 위에 있는게 느껴지는데 왜 목 뒤엔 따스한게 느껴지는거죠? 선배 손인가? 아닌데.. 선배 손 차갑잖아요. 맨날 내 목덜미에 차가운 손 가져다대면서 놀래켰잖아. 눈 앞이 막 흐려져요. 선배 지금 우는거에요? 잘 보이진 않는데, 울지 마요. 선배. 선배 우는거 처음 본다. 선배는 왜 우는 것도 잘생겼지? 지금 시야가 흐려서 그런가... 점점 까만 물감이 눈 앞에서 진해져요. 선배 얼굴, 목소리가 잘 안 보여서 슬퍼. ... 나 이렇게 죽는건가. 선배 옆으로 트럭이 돌진해서 깜짝 놀란 거 이후론 기억이 없는데. 아마 달려나가서 내가 대신 받혔나봐. 그러면 후회는 없네요. 선배 살리고 죽는거면 뭐. 아, 근데 나 아직 고백 안 했는데. 사랑한다고 고백 안했는데 벌써 죽으면 어떡하지? 하... 나도 모르겠다. 졸려. 그냥 기분이 몽롱하다. 이대로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기말고사 끝나있으면 좋겠네요, 선배. 나 없어도 공부 땡땡이 치지 말구. 우산 챙겨주는 후배 없다고 비 오는 날에 그냥 비 맞지 말구. 감기 걸려요. 응, 그냥 그렇게. 원래 당신처럼 해맑게 웃으며 살아요. 나란 존재는 그냥 우산 챙겨주던 후배 1로 기억하고 죄책감이라던가, 그리움이라던가 그런 감정은 갖지 말아요. 안녕, 나의 첫사랑. ㅜ 비는 오고, 내게 우산을 챙겨주던 너는 없다.
이름없음 2021/01/04 00:29:58 ID : pfe7BxU6o0k
ㅗ 비는 오고, 우산을 챙겨주던 너는 없다. 먹구름이 억센 비를 모두 토해낼 때 즈음에도 너는 없었다. 사그러지는 어둠속에서 보이는 희미한 무지개 너머에도, 땅을 새파랗게 적신 웅덩이 안에도 너는 없었다. 어째서일까. 어째서 나는 이 절망을 이제서야 알아버렸을까. 우산을 챙겨주던 네 손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는 걸, 어째서 몰랐을까. 현아. 맑개 개인 하늘 아래에 있어야 할 네가 없어서, 나는 아직도 비에 젖어있어. 감히 따뜻한 햇볕에 내 젖은 옷을 말릴 수가 없었어. 우산을 건네주던 네 손을 차마 잡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마냥 내게 베풀어줬던 널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미안해. ㅜ 사랑은 노을을 더욱 더 붉게 물들여갔다.
이름없음 2021/01/07 16:41:34 ID : pO1a3xCjjs6
ㅗ 시야에 붉은빛이 들어오고, 서서히 눈이 감긴다. 너는 울며 날 끌어안고 있다. 이내 회색 차에서 누군가가 내린다. 누구인지 볼 수 없다. 뭐라고 하는지 들을 수 없다. 나는 널 살리기 위해 모든 걸 바쳤고, 그거면 됐다. 내가 널 살렸으니 그 삶을 가치있게 살길 바란다. 시야가 흐릿해진다.. 네 얼굴을 더 많이 봐 둘걸. 조금 더 말을 걸어 볼걸. 애석하게도, 나의 사랑은 노을을 더욱 더 붉게 물들여갔다. ㅜ 널 사랑해서 널 미워해.
이름없음 2021/01/07 19:49:43 ID : 7zgmGk1heZb
ㅗ 사랑은 모순이라고들 한다. 사랑하기에 떠난다, 사랑하기에 헤어진다... 그 사랑은 순수할 수 없는 것이다. 미련, 두려움, 아픔 등등이 뒤섞인 그 사랑은, 한편으로는 가장 순수한 사랑이다. 그 모든 부정적인 감정은 자신보다 상대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생겨나는 감정이므로. 그런 불쌍한 사랑을 하는 자들의 대열에 나도 한 번 끼어보려 해. xx, 널 사랑해서 널 미워해. ㅜ악몽은 즐거웠나?
이름없음 2021/01/08 10:22:01 ID : 03A6lA2ILhu
ㅗ 그날은 정말이지 모든 게 완벽했다. 좋아하는 선배랑 영화관 가서 영화보고 카페에 가 수다를 떨고. 그리고 지금 벤치에 앉아 고백을 받고 있다. "윤지야.... 내가 널 좋아해." 너무 기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저도요... 저도 많이 좋아해요... 선배." 그의 얼굴이 점점 다가왔고 우리의 입술은 포개졌다. 말캉한 혀가 입속을 헤집었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아, 이건 꿈이구나. 생각이 듦과 동시에 광기의 서늘함이 나를 맞이했다. 지독하리만치 깨끗하고 호화로운 방 안. 너무나도 완벽해 위압적이었다. 탈출이라는 멍청한 생각은 하지않아. 난 그의 도구니까. 하지만 도구도 함부로 쓰면 고장난다는 걸 그는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누나, 악몽은 즐거웠어요?(미안... 즐거웠나는 이상할 것 같아....)" 어느때보다도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이했다. ㅜ죽일만큼 네가 싫은데... 그런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이름없음 2021/01/09 18:20:14 ID : pO1a3xCjjs6
ㅗ 넌 정말 재수없어. 비싼 가방을 사들고 와서는 사람들에게 뻐기는 게 돈 자랑 같아. 넌 정말 욕심쟁이야. 맛있는음식을 잔뜩 사 들고 와서는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 다 먹는 널 이해할 수 없어. 네가 하는 모든 행동이 미워. 네가 한 수많은 말속 가시가 있다는 걸 알아채기 쉽지. 나를 경멸하는 눈빛이 증오스러워. 하지만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 없어. 죽일만큼 네가 싫은데.. 그런 네가 너무 사랑스러워. ㅜ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름없음 2021/01/10 04:00:21 ID : mNs2k3wmk08
ㅗ 네가 떠났다.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이 되어보겠다며, 황량한 마지막을 억울함으로 덧뿌리고 싶지는 않다며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어느 추운 겨울날 양 귀가 새빨개져서는 꽃다발을 껴안고 나에게 뛰어오던 네가 생각난다. 뭘 이렇게 급하게 오냐고 뭐라했더니 '보고 싶어서' 그 한 마디에 얼마나 가슴 설렜는지 모른다. 너는 알까. 아직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너는 알까. 이젠 너를 원망한다는 걸. 금방 돌아올 줄 알았다. 생각해보니 널 안 보고는 못 살 거 같다며 당장이라도 뛰어와 날 품에 안아줄 줄 알았다. 검은 바탕에 검은 물감을 흩뿌린다. 이미 시커멓게 썩을 대로 썩은 마음에 너에 대한 애증을 섞어넣는다. 뭐가 뭔지도 구분할 수 없게끔 그렇게 잠겨간다. 아침에 눈 떠지는 게 싫다. 이대로 늙어죽을까 봐, 풀때기보다도 못한 가엾은 이 내 몸뚱아리 매일 밤 이불로 고꾸라진다. 새벽에 밖에 나가 앉아있다 보면 지나쳐가는 모든 이들이 부러워진다. 나만 여기 멈춰 있는 거 같아서. 나만, 바쁘지 않은 거 같아서. 나도 회사나 다녀볼까. 그럼 적어도 지금처럼 다 죽어가는 시체마냥 우울하진 않을 거 아니야. 하루에도 수십 번 널 찔러 죽이는 상상을 한다. 불을 질러버릴까, 머리끄댕이를 잡고 끌고 나올까, 총으로 쏴 죽여버릴까. 그러다 내 머릿속에서 수 천 번이고 수 만 번이고 환생해나오는 너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다. 운다. 술에 한껏 달아오른 볼 위로 차가운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슬프지 않은데 슬퍼하고 괴롭지 않은데 괴로워 한다. 나는 왜 널 사랑했을까. 20년을 그냥저냥 흘려보냈으면 이젠 포기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왠지 이게 끝인 것만은 아닐 것 같아서 너를 놓지 못하겠다. 너도 날 그리워하고 있을까봐, 다 팽개치고 돌아올까봐 이 뭣같은 감정을 아직 품고 산다.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과거에 얽매여 헤어나오지 못하는 나와 네가 너무 불쌍해지는 날이다. 사랑하지 말 걸. 오늘에서야 느낀다. 나는 한평생 이렇게 살다 늙어죽겠구나. ㅜ 넌 진짜 치사한 새끼야 알어?
이름없음 2021/01/10 06:16:08 ID : vikrhxQpU7z
ㅗ 검은 양복을 차려 입은 남자가 국어 수업 도중 난입했다. 그는 왼쪽 팔에 완장을 착용하고 있었다.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으며 눈은 빨갛게 부어 있었고 깊은 슬픔과 절망감이 어려 있었다. 반 아이들과 국어 선생님은 그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몇 달 전 경제적인 궁핍으로 자퇴했던 전교회장, 전기준이었다. 그는 문을 활짝 열자마자 김희승에게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기준은 다짜고짜 희승의 멱살을 잡았다. "넌 진짜 치사한 새끼야 알어?!!" 기준을 올려다본 희승이 말했다. "너도 똑같아." 선생님은 기준을 말리지 않았고 반 아이들도 두 아이들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었다. 기준이 절박한 얼굴로 희승에게 말했다. "네가 그 돈만 빌려줬어도 아니, 내 연락만 받았어도 내 동생은 살아있었을 거야!! 꼭 그래야만 했어?" 희승은 대꾸하지 않았다. 1년전 그가 기준에게 죽도록 하고 싶었던 말들을 똑같이 듣고 있자니, 가소롭기만 했다. "그러게, 먼저 지언이를 건드리지 말았어야지."지언이는 1년전 기준의 동생, 수인이 일으킨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희승의 동생이었다. 당시 지언이 죽고 난 뒤, 희승과 10년지기 친구였던 기준은 그와 인연을 끊었다. 그런 사건이 벌어진 뒤로 희승과 두 번 다시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부끄러웠을 수도 있고, 또는 죄책감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 후, 수인은 희귀난치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였고, 집안이 어려워진 기준은 병원비를 내기 위해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학교폭력 가해자를 살리고 싶지 않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지언을 죽인 수인이 sns를 통해 얼굴이 전국에 알려지게 되면서 그 누구도 가해자를 돕는 일에 가담하고 싶지 않아 했다. 기준은 염치 없지만 벼랑 끝 밧줄을 잡는 심정으로 희승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당연히 희승은 도와주지 않았다. 끝내 억지로 퇴원할 수밖에 없었던 수인은 죽었다. 그리고 기준은 억하심정으로 학교에서 수업중인 희승을 다짜고짜 찾아온 것이다. 희승이 멱살을 꽉 붙잡고 있던 기준의 두 손을 하나씩 떼면서 말했다. "동생을 잃고 나서야 나를 찾아왔네. 근데 1년 만에 갑자기 와서 나한테 한다는 소리가 치사하다? 정말 그게 다야? 할 말이 정말 더 없는 거야?" 희승의 말에 일그러졌던 기준의 얼굴이 풀어졌다. 대답을 하지 않는 기준에 희승은 말을 이어갔다."나에게 넌 가해자의 가족이 아니라 그냥 내 친구였어. 네가 대신 사과할 일도 아니었고,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없었어. 오히려 인연을 끊어도 내가 먼저 끊었어야 했던 상황이었는데...죽을 만큼 힘들었을 때 필요했던 건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위로가 되는 오래된 내 친구였어. 뭐, 이해해. 창피했겠지, 염치 없었겠지. 근데 착각하지마. 내가 너를 돕지 않은 건, 복수심에 그런게 아니야. 네가 먼저 내 손을 놓아버렸기 때문이야. 1년 전 네가 잠수 탄 뒤로, 넌 나한테 남이야. 너만 내 곁에 남아 있었어도 내가 무너지지 않았어. 죽을려고 하지도 않았겠지. 그러니까 거울 보고 해야 될 말들을 나한테 하지 말고, 꺼져. 난 너 몰라." ㅜ "말해. 우리 엄마 왜 죽였어?"
이름없음 2021/01/10 12:40:30 ID : pO1a3xCjjs6
ㅗ 야심한 밤, 골목길에서 두 남성이 싸우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남자가 일방적으로 당해주는 싸움이다. 조곤조곤 말하는 목소리와 둔탁한 무기로 맞는 소리가 어우러진, 개싸움이다. "네가 죽였지?" 흥분된 목소리의 남자가 말했다. 밤이라는 사정을 생각한 듯, 조용히 외쳤다. "무슨 짓이지?" 중저음의 중년 남자가 답했다. 누가 봐도 이 남자가 결백하다는 것을 알 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골목길이 아니었다면 아마 이 남자 둘은 경찰서로 끌려갔을 것이다. "2001년 X월 XX일, 30대 초반의 여성을 죽였잖아. 기억 안 나?" 남자는 떨며 그에게 외쳤다. 그의 말투엔 분노가, 눈동자에서는 슬픔이, 목소리에서는 허망함이 묻어 나왔다. "네가 서준이구나." 중저음의 중년 남자가 '서준' 이라고 불린 흥분한 남자에게 말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오랫동안 떨어져 있던 아들을 본 것만 같았다. "난 아직도 네 어머니의 모습을 기억해. 정말 아름다웠지." 중년의 남자는 서준에게 노래하듯 말했고 서준은 그를 야구 배트로 치며 말했다.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죽여버릴 거야.." 야구 배트를 휘두르는 건 꽤 힘들었고 그로 인해 서준은 헉헉댔다. "네가?"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그의 태도에 서준은 더 흥분해 말했다. "우리 엄마를 그렇게 죽여놓고 웃음이 나와? 나오냐고. 말해. 우리 엄마 왜 죽였어?" 서준은 그를 두 발로 짓이겨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외쳤다. 그의 말과 행동에 남자는 동정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ㅜ 사랑이란 게 이렇게 쉬운 건 줄 알았으면 진작할걸.
이름없음 2021/01/11 14:22:47 ID : AmK1zQqZdyN
ㅗ 첫사랑이라는 건 참 슬픈 거 같아. 나에겐 그냥 스쳐간 사람이 그 사람에겐 내가 열여덟의 전부라는 거잖아. 안 그래? 사랑이란 게 이렇게 쉬운 건 줄 알았으면 진작할걸. 왜 그리 질질 끌었을까. ㅜ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아직까지 안 잤어
이름없음 2021/01/11 18:54:19 ID : Mo3O3u4Gq47
ㅗ지금에서야 네가 베푼 다정함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했다는 생각을 한다. 애초에 네 행동에서 연애 감정 따윈 없었다는 걸 일찍 알아챘어야 했다. 너의 일생에서 나는 한낱 미풍일 뿐이라는 것 또한. 그걸 알았다면 네게는 찰나였을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아직까지 안 잤어."라는 말에 한 계절을 설레발을 칠일이 없을 텐데. ㅜ하지만,잠과 몽상에 취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인생 따위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게 나았을텐데.
이름없음 2023/11/06 01:22:07 ID : 585SJO09tjw
ㅗ 정신이 어지러울 때는 눈을 감고 잠을 취한다, 현실이 쾌쾌할 때는 눈과 귀를 가리고 상상을 한다. 이렇게라도 사는 것이 때론 의미 있다고도 느껴진다. 어지럽고 시끄러운 세상을 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하지만, 잠과 몽상에 취하지 않고 살아갈 수 없는 인생 따위, 처음부터 주어지지 않는 것이 나았을 텐데 하고 가끔씩 생각할 뿐이다. 정말 정말 오래된 스레네, 누군가 찾아올 지는 모르겠지만 이어봤어. 나처럼 추억을 되새기며 우연히 온 누군가가 내 글을 이어주길! ㅜ 가끔씩 오로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찾아온다.
이름없음 2023/11/20 13:55:16 ID : irByZheZcnu
ㅗ [가끔씩 오로지 혼자이고 싶을 때가 찾아온다]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는가? B에게는 '대학 합격'연락을 받은 그 순간이 그 말에 딱 맞는 순간이었다. '부모도 없는 게 제대로 된 인생을 사는 건 가능하겠냐' 그 말을 하며 비웃던 누군가에게, 그 때의 그와 비슷한 표정으로 비슷한 말을 던져주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ㅜ 그들에게는 입이 없다
이름없음 2023/11/23 17:53:19 ID : lCi643U3U3Q
ㅗ 생기 넘치게 뒷마당을 뽀르르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작고 볼록한 둔덕만 남긴 채 사라져버렸다. 다정하게 아이들을 감싸던 해는 느릿하게 지며 둔덕을 검게 물들였다. 나는 늘 그렇듯이 시야 아랫쪽에 담기는 올통볼통한 것들을 애써 무시했다. 한 때 노래를 조잘대던 그들에게는 입이 없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침묵한다. 해는 졌지만, 올통볼통한 황혼은 아직 이 땅에 남아있었다. ㅜ 자기연민은 종종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이름없음 2023/11/26 00:16:36 ID : y7tba7cLak8
ㅗ 자기연민은 종종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나는 자신의 사연에 취해 정체된, 그런 나락의 표본을 가까이에서 오랫동안 봐왔다. 그러나 적당한 자기연민은 삶에 없어선 안되는 안정제다. 내 마음을 진정 위로해주는 것은 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ㅜ행복에 겨워 만족할 줄 몰랐다.
이름없음 2023/11/26 18:00:45 ID : lbjuoE5UY8q
ㅗ그럼 그렇지, 탄식을 내뱉으며 눈을 이리저리 돌린다. 매캐한 연기가 방안을 감싸는 게 싫었지만서도, 문을 열진 않았다. 이대로 그냥 널 만날 수만 있다면. 하여간에, 난 늘 놓치고 만다. 너를 만나고 있을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하고 하루에 수십번은 말한다. 너와 함께 할 때는, 행복에 겨워 만족할 줄 몰랐다. 그래서인지 네게 요구하는 게 많아지고, 그렇게 결국 너를 잃었다. ...곱씹을수록 나에게 점점 짜증나네. 방안에 연기가 자욱하게 더 퍼질 걸 알면서도, 담배 한개비를 더 물어 불을 붙였다. ㅜ그만둬, 더 하면 네가 죽을지도 모르잖아?
이름없음 2023/11/27 00:51:51 ID : irByZheZcnu
ㅗ 약통을 들고 나오는 D를 발견한 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만둬, 더 하면 네가 죽을지도 모르잖아?' 외쳤다. 그의 모습을 발견한 D가 마지막 보루로 여기고 있던 약조차 듣지 않는다는 사실에 절망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할 거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 ㅜ 선생님. 그 때 왜 그러셨어요?
이름없음 2024/03/03 17:55:53 ID : yY9BBzf9bfX
ㅗ 검붉은 피를 뒤집어쓴 체로 한걸음씩 한걸음씩 A가 내게로 다가온다. "하하... 선생님도 죽는 건 무서우시구나.. 하." A는 손에 들고 있는 식칼을 더욱더 꽉 움켜쥔 채로 빠르게 다가온다 "선생님. 그 때 왜 그러셨어요. 결국 제 친구는 이제 제 곁에 없는데. 결국 선생님이 B를 죽인거에요 선생님이 그 친구를 절벽 끝까지 밀어놓고 사람들 시선에 난도질 당해 죽게 만들어둔거라고요!" "아.. 결국 의미 없나.. 선생님은 저에게 빌게 아닌 B에게 빌어야죠. 제가 속죄할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ㅜ 미안해. 널 사랑해서
이름없음 2024/03/04 02:22:40 ID : 4IIFbfXxTSF
ㅗ 미안해, 널 사랑해서. 그렇지만 네가 나쁜 거야. 나를 그렇게 올곧게 믿어주는 건 너뿐이었는걸. 이렇게 쉽게 죽어버릴 거면서 항상 올곧았던 네가 나쁜 거야. 다른 이들로 연습해둘게. 다시 태어날 너의 환생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그때가 되면 넌, 그토록 깊게 믿었던 '신'의 하나뿐인 보물이 되는 거야. ㅜ 하늘이 울부짖었다.
이름없음 2024/03/04 03:10:16 ID : TQoNtbimNBA
.
이름없음 2024/03/04 04:19:44 ID : uq6nWknvck1
ㅗ 그냥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짜증나고 우울한 비가 내리는 장마철의 하루였다. 하지만 그 날은 세상 모두가 내게 등을 돌리고 비난해도 유일하게 나와 눈높이를 맞춰 대화를 나누던 소중한 사람이 묻지마살인을 당한 날이었다. 옆에 있던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119마저 부르지도 못했다. 내게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던 사랑이 빨간 액체를 흘리면서도 내게 "잔인한 거 못보니까 눈 감고있어." 라고 말하는 그 사랑을 위해 나는 눈이 아려오게 감고 아이처럼 울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가 거세지고 천둥번개도 쳤다. 하늘이 울부짖었다. 나도 울부짖었다. '다시는 이 사람을, 이 사랑을 볼 수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안을 수도 없다.'는 생각에 다다르자 무서운 건 사라졌다. 내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안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분명 비가 내리는 데 피는 뜨거웠고, 그와 반비례로 손은 얼굴은 식어가는 게 느껴졌다. ㅜ 없을거라고 생각해.
이름없음 2024/03/04 12:54:49 ID : y2IJXz82oFi
ㅗ"없을거라고 생각해." "…단호하시네요. 미련 가지지 말라는거죠?" "…그래." 스읍, 후우ㅡ 담배 한숨이 연기로 흩어지는 사이, 언뜻 흘러나온 대답은 그랬다. 미련 가지지 마. 너처럼 환생하는 애들, 절대 많지 않아. 끝내는 게 어렵겠지만, 끝내. ㅜ돈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아니야. 그냥 그 사람답게 만드는거지.
이름없음 2024/03/04 20:34:54 ID : nwoIE642K0s
ㅜ돈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아니야. 그냥 그 사람답게 만드는거지. 나는 돈을 혐오한다. 우리 가족은 그깟놈의 재물 몇 푼에 뿔뿔이 흩어졌다, 빨간 종이 쪼가리들이 집안을 가득 채웠을 때 부모님은 흐느끼셨다. 그때부터 사람답게 살기가 소원이 될만큼이나 어러워졌다, 부모님은 나를 버렸다, 돈을 쫓아서 가버리시고, 새로운 시작하기로 한 그들에게 난 번거로운 짐덩어리였다. 과거의 표백을 위하여 버려지고 어른이 되어, 나는 악착같이 돈을 벌고나서는, 더러운 것 대하듯 죄다 날려버렸다. 무의미한 반복 끝에 나는 내가 자란 고아원에 전재산을 보냈다. 시원섭섭한 마음으로, 차를 타고, 노을진 산을 올라 절벽에 서서 중얼거려 본다. "돈은, 사람을 나쁘게 만드는 게 아니야. 그냥 그 사람답게 만드는거지." 오늘은 어쩐지 숙면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ㅜ 찬 바람이 내내 얼굴을 덮친다.
이름없음 2024/03/04 22:52:20 ID : oGpPgZikq5c
ㅗ 오늘은 왠지 잠이 오질 않는다. 사실 요새 며칠 잠잠 했을 뿐이지, 사나흘 동안 지속된적도 많은 흔한 증상 중 하나일 뿐이니 왠지라는 말은 거추장스러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그런 미사여구나 전치사나 하는 것 들은 사람의 마음까지도 무겁게 만들 뿐이니까. 내 얼굴을 들이대면 꽉차서 뺨에 네모난 창틀 자국이 생겨버리고 마는 창문을 열고 얼굴을 가져다댄다. 역시나 창틀 자국이 진하게 남아버리겠지. 가로 세로로 얽힌 모기장 사이로 저 멀리 산에서 흔들리는 불빛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서 깜빡임이 끝나면, 그건 케이블카가 반환점에 도달했다는 얘기다. 몇달전 오늘 쯤에는 나도 저 안에 존재 했었을 것 이다. 안면에 미소를 머금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덥잖은 얘기를 나누며. 그래, 나도 삶을 가진 적이 있었다. 작은 격자 구멍 사이로 찬 바람이 내내 얼굴을 덮친다. 기억의 잔재가 바람을 따라 흘러든다. 오늘은 좋은 꿈을 꿀 것도 같아. ㅜ 사랑은 책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쉽게 떠나갔다.
이름없음 2024/03/06 17:01:56 ID : anxxBanu788
ㅗ 오늘 그녀가 날 떠났다. 사실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렇게 빨리 이별이 찾아올줄은 몰랐다. 언젠가 책에서 본적이 있다. 사랑은 영원하다고. 그런데 내 사랑은 책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쉽게 떠나갔다. 책이 잘못되었을까 내가 잘못되었을까 ㅜ 네가 싫어하는 짓 다 하고다녀

레스 작성
22레스파워N인 스레주가 쓰는 이야기!new 6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4분 전
410레스If you take these Piecesnew 24670 Hit
창작소설 이름 : ◆PfTQoNteNvA 2시간 전
31레스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new 510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3시간 전
907레스소설 제목 기부하는 스레new 3979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6시간 전
13레스읽는 사람들이 만드는 소설new 1444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2시간 전
226레스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 3091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7레스너무 특이한 이름 별론가 119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6레스로판에 등장인물 이름 고증 어떻게 해? 864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59레스☆☆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3340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400레스첫문장/도입부 적고가는 스레 1086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48레스마음에 드는 문장 모으는 곳 37813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0
6레스이과와 문과의 고백법 101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8
3레스웹소설에서 좋아하는 부분 각자 얘기하고 가자 2351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42레스'사랑'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자! 996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71레스패러디 소설 창작자+독자 잡담판 1754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5
5레스과거의 흑역사 쪼가리들을 읽어보는 스레 951 Hit
창작소설 이름 : 수치사하기직전 2024.04.14
3레스소설 주제 좀 추천해줄 사람..?ㅠㅠ 95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4
1레스어른이 되고 깨달은 것은 101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
3레스이런 설정 흔한가?? 1162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
1레스으헤헤 학교 간다 115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