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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0/12/18 00:34:44 ID : q3SJSGtBy1y
글 필사하는 스레 난입환영
이름없음 2020/12/18 00:42:23 ID : q3SJSGtBy1y
우유를 섞기 '위해' 차를 진하게 우려낸다. 우유를 섞었기 때문인지 딱히 잠이 깨는 것 같지 않다. 그러면 한 잔 더 마신다. 잉글리시 브렉퍼스트에 우유를 탄 음료가 맛있다는 감각은 좀 복잡한 것 같다. 향이나 맛이 강한 특색이 있다기보다는 카페인을 염두에 두고 마시는데, 강하게 우려낸 뒤 우유를 더해 속쓰림을 방지하는 느낌이랄까. 내가 처음 이런 밀크티 마시는 법을 배웠을 때 만박집 아주머니는 설탕을 살벌하게 추가해 마시게 했었다. 지금은 우유 정도로 족하다. 큰 컵으로 밀크티 두 잔 마시면 속이 든든해지기도 한다. 아침을 먹다가 생각한 것들-이다혜
이름없음 2020/12/18 00:47:35 ID : q3SJSGtBy1y
봄날의 밤공기를 마시며 봄바람에 내 맘을 달래보다 습관처럼 걸었던 거리에는 필름처럼 봄날의 기억이 이제와 자꾸만 자꾸만 생각이 나 눈물이 나네요 봄날의 기억-BTOB
이름없음 2020/12/18 01:02:20 ID : q3SJSGtBy1y
시간은 부지런히 갑니다. 다른 모든 것들이 멈춰도 시간만 참 부지런히도 갑니다. 가장 오랜 텀을 두고 나오게 된 저희의 기록입니다. 스쳐간 발자국의 응어리요 잠시 얼어있는 소리들입니다. 이름부터 특별한 이 해에, 다른 어떤 수식어도 없이 저희 일곱의 이름표를 붙이게 되어 참 마음이 새롭습니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늘 버릇처럼 마음을 쓸어내리지만, 수많은 차원의 수많은 경우의 수들을 넘어 안전하게 또 하나의 스테이지에 당도한 우리 일곱과, 이 또 한 권의 책에 감사합니다. 황송하게도 이렇게 또 한 번 저는 행운을 거머쥡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전 이제, 언제나 서는 까만 텅 빈 무대 위에서도 저희 일곱만이 있지 않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역사를 함께해준 모든 분들의 형체가 이 무대 위에 조금씩 보입니다. 떄론 아주 낮은 곳에, 때론 닿을 수 없을 듯 높은 하늘에도 떠 있습니다. 7년을 달려온 끝에 제가 진실로 알게 된 것은 고작 이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여전히 저는 제가 감사한 모든 분들의 이름을 다 알지 못합니다. 다 적을 수도 없을 겁니다. 그분들을 때로 가족이기도, 친구이기도, 방탄이기도, 빅히트이기도, '스태프분들'이기도, 업계 관계자들이기도, 아니면 짧은 이름 모를 응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다른 이름표를 달고 서로를 만나겠지만, 제가 여기 웃으며 이런 말을 적을 수 있는 것은 저와 사랑으로 스쳐간 그 모든 분들의 덕분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짧은 책의 마지막에 와야 할 이름표는 언제나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것은 당연히 '아미'일 것입니다. 아미-라고 가만히 불러보면 한글 같기도, 영어 같기도, 꼭 스페인어 같기도 합니다. 이 자그마한 행성 곳곳에서 보내준 모든 분들의 얼굴이 그 이름표 위에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쏟아진 별똥별 같은 그 많은 명찰들을 품에 안고 잠이 듭니다. 좋은 꿈을 꾸고 일어나, 기분 좋게 달려보겠습니다. 사랑은 아마 이런 모습이겠지요?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또 하나의 기록을 바치며 -남준 MAP OF THE SOUL : 7, Thanks To-RM
이름없음 2020/12/18 01:07:34 ID : q3SJSGtBy1y
몇 시간 전까지도 우리는 한 스쿠터에 앉아 같은 풍경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마치 낯선 사람처럼 서먹했다. 아내도 그렇게 느꼈는지 내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산 위에 뭐가 있어?" 글쎄, 산 위에는 뭐가 있었을까? 포도밭, 절벽, 바위들과 금잔화, 레몬이 열리는 나무와 농부들, 트랙터 같은 것들. 나는 그런 것들을 주절주절 이야기했고 카메라에 담아온 이미지들을 보여주었다. 아내는 별다른 감흥이 없는 눈치였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풍경은 그대로 한 인간의 가슴으로 들어와 맹장이나 발가락처럼 몸의 일부가 되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가볍게 전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이 되어버린다. 오래 준비해온 대답-김영하
이름없음 2020/12/19 12:06:22 ID : q3SJSGtBy1y
악마가 조종하듯 뜨거운 짝사랑의 열정에 불타오르며 맹목적으로 몸을 사르고 쉼 없이 돌진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은 모든 예술 중의 으뜸 예술인 기억을 연습하는 것이 좋다. 쾌락과 기억은 상생 관계에 있다. 쾌락이란, 과일의 달콤한 과즙을 남김없이 짜서 마시는 것이다. 기억이란, 그렇게 누린 쾌락을 멀리 아득하게 보내지 않고 언제나 새롭게 되새기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런 상생의 과정을 무의식적으로 수행한다. 우리는 모두 유년기를 생각하면서 그 시절의 자질구레한 쓸데없는 일들을 기억하지 않는다. 우리는 아름다운 파란 하늘에 환상적인 기억을 펼쳐놓고 수천 가지 아름다운 추억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을 혼합한다. 이미 지나가버린 날들의 즐거운 추억을 되새기는 것은 그때의 쾌락을 곱씹는 일일 뿐 아니라 행복과 그리움과 낙원을 항상 새롭게 만끽하게 해 준다. 그 짧은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기와 온기와 빛을 얻을 수 있는지 경험해본 사람은 매일매일 새롭게 주어지는 일들을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그리고 아픔마저 담담히 받아들이려 할 것이다. 아무리 큰 시련이 닥쳐도 그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살아내려 애쓸 것이다. 암울했던 날에 대한 기억도 아름답고 성스러운 추억임을 알기 때문이다. 몸을 뒤척여보고 일어났다 다시 누워도 소용없다. 혼자 힘으로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시간이다. 생각과 감정과 기억들이 자신을 압도하고 이야기를 나눌 친구도 없다. 객지에 사는 사람이라면 유년시절의 집과 정원과 고향이 눈앞에 나타난다. 절대 잊을 수 없는 천진난만했던 개구쟁이시절의 숲과 시끄럽게 뛰놀던 방과 계단도 보인다. 부모님의 얼굴은 낯설고 엄하고 늙고 사랑과 근심과 약간의 서운함이 배어 있다. 마주 잡을 손을 찾아 헛되이 손을 뻗어본다. 묵직한 슬픔과 외로움이 엄습하고,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갑갑하고 우울한 분위기에서 우리는 거의 모두가 슬픔에 빠진다. 밤의 사색-헤르만 헤세
이름없음 2020/12/19 12:13:45 ID : q3SJSGtBy1y
조용한 밤하늘엔 아름다운 별빛이 멀리 있는 창가에도 소리 없이 비추고 한낮의 기억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꿈을 꾸듯 밤하늘만 바라보고 있어요 부드러운 노랫소리에 내 마음은 아이처럼 파란 추억의 바다로 뛰어가고 있네요 깊은 밤 아름다운 그 시간은 이렇게 찾아와 마음을 물들이고 영원한 여름밤의 꿈을 기억하고 있어요 부드러운 노랫소리에 내 마음은 아이처럼 파란 추억의 바다로 뛰어가고 있네요 깊은 밤 아름다운 그 시간은 이렇게 찾아와 마음을 물들이고 영원한 여름밤의 꿈을 기억하고 있어요 다시 아침이 밝아와도 잊혀지지 않도록 여름밤의 꿈-윤상
이름없음 2020/12/20 20:58:07 ID : q3SJSGtBy1y
눈 내릴 때, 달 밝을 때, 꽃 필 때 그대가 가장 그립구나. 寄殷協律-백거이
이름없음 2020/12/20 21:07:02 ID : q3SJSGtBy1y
운모처럼 희고 찬 얼굴 그냥 주검에 물든줄 아나 내 지금 달아래 서서 있네 돛대보다 높다란 어깨 얕은 구름쪽 거미줄 가려 파도나 바람을 귀밑에 듣네 갈매긴양 떠도는 심사 어데 하난들 끝간델 아리 오롯한 사념을 기폭에 흘리네 선창마다 푸른막 치고 촛불 향수에 찌르르 타면 운하는 밤마다 무지개 지네 박쥐같은 날개나 펴면 아주 흐린날 그림자 속에 떠서는 날잖은 사복이 됨세 닭소리나 들리면 가랴 안개 뽀얗게 나리는 새벽 그곳을 가만히 나려서 감세 독백-이육사
이름없음 2020/12/20 21:08:19 ID : PctAi4MjhdW
김영하는 진짜 뭔 글이든 담백하게 잘쓰네
이름없음 2020/12/20 21:12:12 ID : q3SJSGtBy1y
그치 난 김영하 작가 산문이 그렇게 좋더라
이름없음 2020/12/20 21:14:35 ID : q3SJSGtBy1y
섣달에도 보름께 달 밝은밤 앞 내ㅅ강 쨍쨍 얼어 조이던 밤에 내가 부르던 노래는 강건너 갔소 강건나 하늘끝에 사막도 다은 곳 내 노래는 제비처럼 날러서 갔소 못잊을 계집애나 집조차 없다기 가기는 갔지만 어린 날개 지치면 그만 어느 모래ㅅ불에 떨어져 타 죽겠소 사막은 끝없이 푸른 하늘이 덮여 눈물먹은 별들이 조상오는 밤 밤은 옛ㅅ일을 무지개보다 곱개 짜내나니 한가락 여기두고 또 한가락 어데멘가 내가 부른 노래는 그 밤에 강건너 갔소 강건너 간 노래-이육사
이름없음 2020/12/20 21:19:50 ID : q3SJSGtBy1y
거리에 마로니에가 활짝 피기는 아직도 한참 있어야 할 것 같다. 젖구름 사이로 기다란 한 줄 빛깔이 흘러 내려온 것은 마치 바이올린의 한 줄같이 부드럽고도 날카롭게 내 심금의 어느 한 줄에라도 닿기만 하면 그만 곧 신묘한 멜로디가 흘러 나올 것만 같다. 정녕 봄이 온 것이다. 이 가벼운 게으름을 어째서 꼭 이겨야만 될 턱이 있으랴. 달빛이 창백하게 흐르면 유리창을 넘어서 내 방은 추워졌다. 병든 마음이었고 피곤한 몸이었다. 십 년이나 되는 긴 세월을 나는 모든 것을 내 혼자 병들어 본다. 병도 나에게는 한 개의 향락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없는 무덤 같은 방안에서 혼자서 꿈을 꿀 수가 있지 않은가. 잠이 깨면 또 달이 밝지 않은가. 그 꿈만은 아니었다. 그 여자가 화병에 꽂아 주고 간 난꽃이 그냥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때로 꽃집을 들러도 보고 난꽃을 찾아도 보았으나 내 머릿속에 태워 붙인 그것처럼 사라질 줄 모르는 향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꿈은 유쾌한 것, 영원한 것이기도 하다. 청란몽-이육사
이름없음 2020/12/20 21:23:50 ID : q3SJSGtBy1y
지금은 석양이올시다. 그 옛날 화려하던 대각의 자취로 알려진 곳, 깨어져 와전을 비치고 가는 가냘픈 가을 빛살을 이곳 사람들은 무심히 보고 지나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곳 무량사만은 오늘 저녁에도 쇠북 소리가 그치지 않고 나겠지요. 하여간 백제라는 나라는 어디까지나 산문적이란 것을 말해줍니다. 건강을 빌면서 육사 생生 엽서[최정희 님께 보낸 엽서]-이육사
이름없음 2020/12/20 22:17:36 ID : q3SJSGtBy1y
어느 음울한 한밤중, 쇠약하고 지친 내가 생각에 잠겼을 때, 잊힌 설화를 담은 수많은 진기하고 신비로운 책을 읽으며 내가 졸다가, 거의 깜빡 잠들었을 떄, 갑자기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누군가 부드럽게 두드리는 듯한,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방문객이로군,” 나는 중얼거렸다. “내 방문을 두드리는 것은— 그저 방문객일 뿐, 아무것도 아니다.“ 까마귀-에드거 앨런 포
이름없음 2020/12/20 22:23:06 ID : q3SJSGtBy1y
그가 그렇게 질문을 하는 이유는 오히려, 가장 견딜 수 없기에 가장 달콤하게 느껴지는 슬픔을 그 예상된 "결코 더는(Nevermore)이라는 대답으로부터 얻을 수 있도록 그에 맞는 질문들을 만드는 일에 광적으로 탐닉하기 때문이다. 작법의 철학-에드거 앨런 포
이름없음 2020/12/20 22:31:32 ID : q3SJSGtBy1y
제발 떠나가 줘 이젠 날 내버려둬 잘게 깨진 꿈 갈라진 추억 레노어, 레노어, Nevermore 레노어, 레노어, Nevermore Nevermore 까마귀-뮤지컬 에드거 앨런 포
이름없음 2020/12/22 20:41:44 ID : q3SJSGtBy1y
상처받지 않는 삶은 없다. 상처받지 않고 살아야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나 다치면서 살아간다. 우리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은 세상의 그 어느 날카로운 모서리에 부딪쳐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내면의 힘, 상처받아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정신적 정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그 힘과 능력은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확신, 사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려는 의지에서 나온다. 그렇게 자신의 인격적 존엄과 인생의 품격을 지켜나가려고 분투하는 사람만이 타인의 위로를 받아 상처를 치유할 수 있으며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수 있다. '왜 자살하지 않는가?' 카뮈의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가슴이 설레어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 있다.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너무 좋아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를 것 같은 일이 있다. 누군가 못 견디게 그리워지는 시간이 있다. 더 많은 것을 주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미안한 사람들이 있다. 설렘과 황홀, 그리움, 사랑의 느낌... 이런 것들이 살아 있음을 기쁘게 만든다. 나는 더 즐겁게 일하고, 더 열심히 놀고, 더 많이 더 깊게 사랑하고 싶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고 더 아름다운 것을 더 많이 만들고 싶다. 미래의 어느 날이나 피안彼岸의 세상에서가 아니라, '지금' 바로 '여기'에서 그렇게 살고 싶다. 떠나는 것이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더 일할 수도 더 놀 수도 누군가를 더 사랑할 수도 타인과 손잡을 수도 없게 되었을 때, 그때 조금 아쉬움을 남긴 채 떠나면 된다. 어떻게 살 것인가-유시민
이름없음 2020/12/25 12:48:54 ID : q3SJSGtBy1y
분명히 스크루지 자신의 방이었다. 그 사실에는 의문을 품을 여지가 없었다. 그렇지만 방은 놀라울 정도로 바뀌어 있었다. 벽과 천장에는 구석구석에 밝게 반짝이는 딸기류 열매들과 빛을 반사하는 생생한 녹색 식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어서 진짜 숲처럼 보였다. 호랑가시나무와 겨우살이나무와 담쟁이덩굴의 싱싱한 잎들이 빛을 반사하고 있어서 마치 방 안 여기저기에 수많은 조그만 거울들을 늘어놓은 것 같았다. 벽난로에서는 매우 강력한 불꽃이 굴뚝에서 으르렁거리며 노호하고 있었고, 그것은 스크루지가 살던 때나 말리가 살던 때, 혹은 지나간 많고 많은 겨울철에도 결코 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였다. 마룻바닥에 쌓아올려져 일종의 왕좌처럼 보이는 것은 칠면조와 거위, 집오리, 닭, 돼지족발, 커다란 고깃덩어리, 새끼돼지 요리, 둘둘 말린 긴 소시지 더미, 고기 파이, 자두 푸딩, 굴이 담긴 큰 통, 군밤, 새빨간 사과, 즙이 풍부한 오렌지, 향기가 좋은 배, 굉장히 큰 주현절 전야제 케이크, 펄펄 끓는 펀치가 담긴 사발들이었고, 그런 음식들에서 나오는 향기로운 김으로 방이 뿌예졌다. 의자에는 유쾌해 보이는 거인이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는데 보기만 해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풍요의 뿔과 비슷하게 생긴 빨갛게 타오르는 횃불을 들고 있던 거인은 그것을 점점 더 높이 쳐들어서 문가에서 슬쩍 둘러보는 스크루지를 비췄다. "들어오너라!" 유령이 외쳤다. "안으로 들어와서 더 잘 알아보라고!" 식료품을 파는 잡화상! 아, 식료품 잡화상의 그 멋진 모습이라니! 식료품 가게는 거의 문을 닫으려는 중이었다. 덧문이 한두 개 정도 닫혀 있긴 했지만 그 틈새로 들여다본 그 멋진 광경이라니! 계산대에 저울을 내려놓을 때마다 나는 유쾌한 소리에다 포장용 노끈이 롤러에서 기분 좋게 풀리는 소리와 저글링을 하는 것처럼 왈칵달칵 소리를 내며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깡통, 혹은 코끝에 와 닿는 차와 커피가 뒤섞인 아주 기분 좋은 냄새, 혹은 풍부하게 쌓여 있는 최고급 건포도와 하얗디하얀 아몬드, 길고 쭉 뻗은 계피, 아주 향이 좋은 다른 향신료들, 녹인 설탕으로 장식을 해서 아무리 시큰둥한 구경꾼이라도 정신이 혼미해지고 곧 신경질이 나게 만들 만한 설탕에 절여 굳힌 과일 때문만이 아니었다. 촉촉하고 연한 무화과나 예쁘게 장식된 상자에 담겨 볼을 붉히고 있는 적당히 새콤한 프랑스 자두, 혹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모든 음식 때문만도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찰스 디킨스
이름없음 2020/12/27 13:19:22 ID : q3SJSGtBy1y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너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유리창-정지용
이름없음 2021/01/03 23:56:17 ID : q3SJSGtBy1y
변하는 사랑에 대해 아쉬워 말라고 너 티비 영화 소설과는 애초에 달라 너무 난 진저리 나는 이 사랑의 끝을 느껴 비극인지 희극인지 일단 찍게 울어 난 무슨 사랑을 다 알 것처럼 말해 감정 연기해 눈물 날 것처럼 말해 그땐 진심이었다던지 나도 아픈데 라던지 내가 봐도 음 제법 자세 좋은 연기 울고 있는 너 나는 짜증이 났고 머릿속엔 저녁 메뉴 고민을 했어 내 입술이 오늘 널 아프게 해도 안녕이라 할래 세상 잔인한 말로 강남대로 9570 다시 본다면 부디 너는 고개 돌려 가시옵소서 수영도 못 하면서 난 바다로 갔고 사랑할 줄 모르면서 너에게 왔었네 거짓말-매드클라운(Feat. 이해리 of 다비치)
이름없음 2021/01/04 00:07:31 ID : q3SJSGtBy1y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아랫쪽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열차가 멈춰 섰다. 건너편 좌석의 여자가 일어서 다가오더니, 시마무라 앞의 유리창을 열어젖혔다. 눈의 냉기가 흘러들었다. 여자는 한껏 창 밖으로 몸을 내밀어 멀리 외치는 듯이, "역장니임, 역장니임ー" 등불을 들고 천천히 눈을 밟고 온 사나이는 목도리를 콧등까지 두르고, 귀에 모자의 모피를 드리우고 있었다. 설국-가와바타 야스나리
이름없음 2021/01/04 22:54:10 ID : q3SJSGtBy1y
봄이 싫었다. 추위가 누그러지면 노동 현장에는 활기가 돌고 활기는 사고를 불러, 떨어지고 부딪혀 찢어지고 으깨진 몸들이 병원으로 실려 왔다. 봄기운에 밖으로 이끌려 나온 사람들이 늘었고, 늘어난 사람만큼 사고도 잦아 길바닥에 붉은 피가 스몄다. 병원 밖이 형형색색 꽃으로 물들 때, 나는 무영등 아래 진득한 핏물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마취과 기계들이 뿜어내는 기계음이 귓가에서 계속 울려댔다. 비릿한 피 냄새가 폐 속에 깊히 박혀 지워지지 않았다. 매년 봄마다 중국발 황사가 시작되면 매캐한 바람이 숨을 더 틀어막았다. 봄은 내게 피와 죽음의 바람이 부는 계절이었다. 골든 아워-이국종
이름없음 2021/01/11 16:28:32 ID : q3SJSGtBy1y
나는 뛰어난 역량을 갖춘 작가이다. 더없이 우아하고 생생하게 표현해내는 능력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내가 이 점을 조금이라도 의심한다면...... 나는 대략 이렇게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런 다음 나한테 이 탁월한 작가적 역량과 표현력 및 여타 자질이 없었다면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을 묘사하려고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묘사할 게 아예 없었으리라는 점에 독자의 주의를 돌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친애하는 독자여,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소리일지는 몰라도 그건 분명한 사실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들은 오직 삶의 술수를 꿰뚫어 보는 나의 재능에, 부단한 창작에 대한 나의 타고난 애착에 힘입어 일어난 것이다....... 내가 프라하에서 베를린으로 돌아왔을 때 리다는 부엌에 있었다. 컵에 달걀을 풀어 고골모골 거품을 내고 있었다...... "목이 아파요." 그녀가 걱정스레 말했다. 레인지 모서리에 컵을 세워두고 손등으로 노란 입술을 닦더니 내 손에 입을 맞추었다. 장밋빛 원피스, 장밋빛 스타킹, 다 떨어진 슬리퍼...... 저녁 햇살이 부엌에 가득했다. 아내는 다시 걸쭉한 노란 반죽을 숟가락으로 휘젓기 시작했다. 설탕이 으드득 으스러졌다. 아직 끈적거렸다. 숟가락이 매끄러운 타원형을 그려야 하는데 움직임이 부드럽지 않았다. 레인지 위에 너덜너덜한 책이 펼져져 있었다. 필체로 보아 모르는 사람이 뭉툭한 연필로 여백에 휘갈겨 쓴 메모. "아아, 슬프지만, 이건 맞는 말이야." 그리고 점들이 옆으로 삐져나온 세 개의 느낌표. 나는 아내보다 먼저 책을 읽은 사람들 중 하나가 그토록 마음에 들어한 구절을 읽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은, 레지널드 경이 말했다., 오늘날 인간관계의 증권거래소에서 시세가 매겨지지 않는다." 정말 황량한 곳이었다. 바람이 솨솨 소나무 가지를 살며시 스쳐갔다. 눈 덮인 땅에 헐벗은 검은 땅이 드문드문 드러나 있었다...... 말도 안 돼, 6월에 어디서 눈이 내린단 말인가? 저건 지워야 할 거다. 아니, 그건 죄악이다. 내가 쓰는 게 아니라 참을성 없는 내 기억이 쓰고 있으니 말이다. 마음대로 생각하시라. 내 알 바 아니다. 노란 푯말도 눈 무로몰카를 쓰고 있었다. 미래가 그렇게 어럼풋이 빛난다. 자, 그만. 이만하면 됐지 싶다. 그래, 그 여름날은 다시 주목의 대상이 될 테니까. 점점이 드리운 햇살. 푸른 자동차 표면에 내려앉은 나뭇가지 그림자. 어느 훗날 전혀 예기치 못한 물건이 놓여 있게 될 발판 위의 솔방울. 면도솔. 절망-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이름없음 2021/01/13 16:17:45 ID : q3SJSGtBy1y
소설은 두 번째 삶입니다. 프랑스 시인 제라르 드 베르발이 말한 꿈처럼, 소설도 우리네 삶의 다채로움과 복잡함을 보여 주고, 우리가 아는 것 같은 사람, 얼굴, 물건들로 가득 차 있으니까요. 마치 꿈에서 그러하듯이, 우리는 때로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가 접한 것들의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우리가 어디 있는지도 잊고, 우리가 보고 있는 상상의 사건이나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소설에서 보고 희열을 느꼈던 허구 세계가 현실 세계보다 더 현실적이라고 느낍니다. 이 두 번째 삶이 우리에게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소설을 현실의 대신으로 생각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최소한 소설과 현실의 삶에 혼돈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착각, 이러한 순진함에 대해 우리는 절대 불평하지 않지요. 오히려 마치 꿈속에서 그러하듯이, 지금 읽고 있는 소설이 계속 진행되기를, 이 두 번째 삶이 현실이고 진짜라는 느낌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상상의 이야기와 허구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어떤 소설이 현실의 삶이라는 착각을 계속 이끌어내지 못하면 우리의 즐거운 기분과 평온함은 사라집니다. 우리가 꿈을 꿀 때는 그 꿈이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꿈이니까요. 우리는 소설도 진짜라고 생각하며 읽습니다. 하지만 머릿속 한구석에선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설과 소설가-오르한 파묵
이름없음 2021/01/13 16:30:38 ID : q3SJSGtBy1y
영원한 건 없다고 입버릇처럼 넌 말했었지 멀어지는 기억을 잡아 두려 애쓰지 말라고 내가 사는 이곳엔 너의 흔적이 너무 많아서 미안해 아직도 난 널 보내지 못했어 아직도 난 그 끝이 보이지 않는 영원 속에 있어 그때도 이만큼 난 너를 생각했을까 손 내밀면 닿는 곳에 함께 있었는데 이제서 뭘 후회하는지 아니 너의 탓은 아니야 그건 너의 탓이 아니야 영원 속에-윤상
이름없음 2021/01/13 16:35:16 ID : q3SJSGtBy1y
네모난 화면을 틀면 살며시 다가와 은빛의 환상 심어준 그녀는 나만의 작은 요정 이른 아침 안개처럼 내게로 다가와 너울거리는 긴 머리 부드러운 미소로 속삭이네 그녀만 보면 외롭지 않아 슬픈 마음도 멀리 사라져 그녀는 나의 샴푸의 요정 이제는 너를 사랑할거야 이른 아침 안개처럼 내게로 다가와 너울거리는 긴 머리 부드러운 미소로 속삭이네 그녀만 보면 외롭지 않아 슬픈 마음도 멀리 사라져 그녀는 나의 샴푸의 요정 이제는 너를 사랑할거야 멀리서 나 홀로 바라보던 그녀는 언제나 나의 꿈 그녀만 보면 외롭지 않아 슬픈 마음도 멀리 사라져 그녀는 나의 샴푸의 요정 이제는 너를 사랑할거야 샴푸의 요정-빛과 소금
이름없음 2021/01/13 16:39:28 ID : q3SJSGtBy1y
차가운 공기가 번지고 고요함에 익숙해지면 엉켜있는 그때 기억이 비워질까 사라질까 I just wanna a be alone 이게 내게 편해져버린 이유 더 흐릿해져 가 복잡한 생각들이 지겨워지는 밤에 이 밤에 새벽 공기속에 흔들리는 네온 여기에 혼자 서 있네요 차가운 도시에 일렁이는 네온 나 혼자 있는 것도 괜찮은걸 이대로 Can't take me eyes of you 기나긴 밤 속의 네온 Can't take me eyes of you 느린 시간 속의 네온 형광색 불빛 속 나홀로 적막감이 나를 삼키면 달빛에 비친 그대 그림자가 드리울까 그리울까 네온-유키카
이름없음 2021/01/13 16:46:18 ID : q3SJSGtBy1y
하루가 끝날 시간 허무한 내 맘속엔 너의 마음이 비치지 않는 깜깜함에 이순간엔 눈을 감아 어둠 속을 날아 어떨지는 모르지만 잊혀지지 않을 순간 이곳으로 돌고 돌아 불을 밝혀줘 woo 그대뿐이야 유일한 나만의 불빛은 너야 그대뿐이야 불을 밝혀줘-uju(우주)
이름없음 2021/01/13 16:54:04 ID : q3SJSGtBy1y
그리운 것은 다 저만치 별이 됐나 안녕 나의 밤 나의 너 계절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 오 이 밤 holding on to you 이 밤 holding on to you 별을 이으면 별자리가 되잖아 우리 추억을 이으면 다시 언젠가 사랑이 될까 나의 밤 나의 너-성시경
이름없음 2021/01/18 12:31:04 ID : q3SJSGtBy1y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을 때, 스물한 번쨰 여자의 남편은 빈정거렸다. "그렇게 매사 우울해서 어떻게 사니? 차라리 약을 먹어라. 응?" 여자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쳤다. "내 우울은 지성의 부산물이야. 너는 이해 못 해." 웨딩드레스 44-정세랑
이름없음 2021/01/19 13:37:17 ID : q3SJSGtBy1y
곧 눈에 띄는 것은 극도로 초조해하는 그녀의 태도다. 손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손가락이 길고 가늘어 한때는 아름다웠을 손이지만, 류머티즘으로 관절에 옹이가 지고 손가락이 뒤틀려 지금은 흉하고 병적인 모습이다. 그녀의 손을 보면 안 된다. 그녀가 자신의 손 모양에 예민한 데다,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신경질적인 움직임을 통제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수치스러워하기 때문에, 더욱 보면 안 된다. 에드먼드는 베란다로 나가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 사라진다. 메리는 일단 안도한다. 이제 마음이 편한 듯 보인다. 테이블 뒤쪽에 있는 고리버들 안락의자에 주저앉아 머리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는다. 그러나 곧 갑자기 엄청나게 팽팽하게 긴장한다. 눈을 크게 뜨고 앞으로 당겨 앉은 채 신경증의 발작 증세에 사로잡혀 자기 자신과 절망적인 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류머티즘으로 뒤틀리고 옹이 박힌 긴 손가락들이 의자의 팔걸이를 두드린다. 손가락은 마치 주인의 허락 없이 자기만의 고집으로 움직이는 듯하다. 밤으로부터의 긴 여로-유진 오닐
이름없음 2021/01/19 14:03:17 ID : q3SJSGtBy1y
"어머, 달이...... 마치 대나무 속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저기 좀 보세요." 오세이가 가리키는 곳에, 마당 한쪽 구석에 심어 놓은 열 그루쯤 되는 가는 대나무 잎 사이로 떠 있는 청초한 달의 모습이 보였다. 밤을 다스리는 신의 힘이 무한하여 한 조각 구름의 그림자도 없이 맑은 하늘 한쪽 면에 비치는 청명한 달빛, 그저 너무 밝고 아름답게 빛나서 당장에라도 방울져 떨어질 것만 같았다. 처음에는 이웃집 대나무 담에 가려 정원을 중간쯤부터 비추기 시작하더니 반 정도 지나자 툇마루로 올라와 방으로 기어들기 시작했다. 분재에 담겨 있는 물에 닿자 황금빛을 내더니 풍경 유리를 투과하자 영롱한 옥빛이 되었다. 앉아서 그 빛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그림자를 드리우고서 외로운 등불의 한 가닥 빛을 빼앗아서 이윽고 경계의 벽까지 기어올랐다. 시원한 바람이 한 차례 불어올 때마다 낮은 울타리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는 박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고, 수많은 백합 꽃잎 끝에 매달린 진주 같은 이슬이 홀연히 반딧불이 되어 날아다녔다. 풀과 꽃, 나무들이 바람에 스쳐 사삭거리는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러다가 바람이 멎자 다시 사방이 고요해졌고, 처마 밑에 돋아난 잡초 속에서 우는 풀벌레 소리만이 홀로 외롭게 들려왔다. 눈에 보이는 경치는 실로 운치가 있다. 하지만 마음속에 뭔가 찔리는 게 있는 두 사람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단지 오세이는 말로만 '아아, 좋다.' 하면서, 이유도 없이 생긋 웃고는 고개를 젖혀 달빛에 홀린 듯 넋을 잃고 바라보는 체했다. 분조가 그 옆얼굴을 훔쳐보니 눈, 코, 입의 아름다움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달빛을 받아 약간은 창백한 빛을 띤 갸름한 얼굴에, 살짝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부채바람을 받으며 뺨 주위를 스치는 스치는 모습은 오싹하리만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날도 점차 해가 기울어 오후 5시쯤 되었을까, 숙모도 오세이도 도무지 돌아올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서 분조는 혼자 저녁 식사를 마치고 2층 툇마루 끝에 나와 앉아, 몸을 정자형 난간에 기댄 채 저물어 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이미 수많은 집들의 용마루로 넘어가면서, 마치 그 흔적을 남기듯 서쪽 하늘의 반을 불그스름하게 물들였다. 뒤를 돌아 동쪽 하늘을 바라보니 뽀얗게 피어오르는 물빛, 자세히 바라보니 초저녁 별 한두 개쯤은 따낼 수 있을 것도 같다. 희미하게 들려오는 덴쓰지의 저녁 종소리에 이끌려 서둘러 보금자리로 돌아가는 까마귀 떼 소리가 여기저기서 소란스럽게 들려왔다. 해는 이미 완전히 저물었다. 주위는 캄캄해졌고 올려다본 파란 하늘에는 남아 있던 붉은 노을마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넓고 푸른 바다 같은 하늘에서 별이 군데군데 반짝이고 있었는데, 마치 눈을 깜빡이는 흉내를 내고 있는 것 같다. 방금 전까지 훤히 보이던 이웃집 화초도 어두운 밤빛에 그 모습을 빼앗겨, 불어오는 밤바람에 겨우 나무의 위치만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창고의 흙벽은 흰 칠을 했기 때문인지 잘 들여다보면 그런대로 보인다. 뜬구름-후타바테이 시메이
이름없음 2021/01/19 14:07:57 ID : q3SJSGtBy1y
오타짱많네...._(:3」∠)_
이름없음 2021/01/19 14:13:42 ID : q3SJSGtBy1y
그 유령은 그야말로 눈에 박힌 티와 같군. 그 옛날 번영을 자랑하던 로마제국도 위대한 영웅 시저가 살해되기 전날 무덤들이 텅텅 비고, 수의를 몸에 휘감은 시체들이 나와 길거리를 걸어다녔다지 않던가. 하늘의 별은 화염의 꼬리를 달고, 이슬은 핏물이 되어 내렸으며, 태양은 그 빛을 잃고, 밀물과 썰물의 바다를 지배하는 달조차도 말세가 온 듯 사그라졌다더군. 선왕의 유령도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재앙의 서곡을 알려주기 위해서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네. 아직도 가지 않았느냐? 서둘러 배를 타거라! 사람들이 모두 널 기다리고 있어. 자 축복해주마. 그리고 이 아비의 충고를 명심하거라.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 것, 엉뚱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지 말 것, 잡스러운 친구를 사귀지 말 것, 일단 사귄 친구들이 진실하다면 놓치지 말 것, 햇병아리들과 너무 친하게 지내지 말 것, 싸움판에 끼여들지 말 것, 하지만 일단 끼어들면 철저히 해치우도록 해라. 다시는 너를 얕보지 않도록 말야. 그리고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되 말을 삼갈 것, 어떠한 판단이든 신중할 것, 옷맵시를 내되 눈에 띌 정도로 내지 말 것, 품위가 있도록 말야. 옷은 인격을 나타내니까. 돈은 빌리지도 말고 꾸지도 말 것, 돈을 빌려주면 돈도 잃고 친구도 잃는다는 걸 명심하거라. 게다가 돈을 빌리면 절약하는 마음이 무뎌진다는 걸 잊지 말고. 무엇보다도 네 자신에게 충실할 것, 그렇게 하면 밤이 지나 낮이 오듯이 다른 사람에게도 충실해지게 마련이란다. 그럼 잘 가거라. 내 충고가 네 마음속에 무르익기를 기도하마. 햄릿-윌리엄 셰익스피어
이름없음 2021/01/19 14:29:18 ID : q3SJSGtBy1y
휴일의 대부분은 죽은 자들에 대한 추억에 바쳐진다 죽은 자들은 모두가 겸손하며, 그 생애는 이해하기 쉽다 나 역시 여태껏 수많은 사람들을 허용했지만 때때로 죽은 자들에게 나를 빌려주고 싶을 때가 있다. 수북한 턱수염이 매력적인 이 두꺼운 책의 저자는 의심할 여지 없이 불행한 삶을 보냈다, 위대한 작가들이란 대부분 비슷한 삶을 살다 갔다, 그들이 선택할 삶은 이제 없다 몇 개의 도회지를 방랑하며 청춘을 탕진한 작가는 엎질러진 것이 가난뿐인 거리에서 일자리를 찾는 중이다 그는 분명 그 누구보다도 인생의 고통을 잘 이해하게 되겠지만 종잇장만 바스락거릴 뿐, 틀림없이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럴 때마다 내 손가락들은 까닭 없이 성급해지는 것이다 휴일이 지나가면 그뿐, 누가 나를 빌려가겠는가 나는 분명 감동적인 충고를 늘어놓을 저자를 눕혀두고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저녁의 거리로 나간다 휴일의 행인들은 하나같이 곧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다 그러면 종종 묻고 싶어진다, 내 무시무시한 생애는 얼마나 매력적인가, 이 거추장스러운 마음을 망치기 위해 가엾게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흙탕물 주위를 나는 기웃거렸던가! 그러면 그대들은 말한다, 당신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읽었다고 대부분 쓸모없는 죽은 자들을 당신이 좀 덜어가달라고 흔해빠진 독서-기형도
이름없음 2021/01/19 14:32:09 ID : q3SJSGtBy1y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질투는 나의 힘-기형도
이름없음 2021/01/19 14:36:17 ID : q3SJSGtBy1y
네 속을 열면 몇 번이나 얼었다 녹으면서 바람이 불 때마다 또 다른 몸짓으로 자리를 바꾸던 은실들이 엉켜 울고 있어. 땅에는 얼음 속에서 썩은 가지들이 실눈을 뜨고 엎으려 있었어. 아무에게도 줄 수 없는 빛을 한 점씩 하늘 낮게 박으면서 너는 무슨 색깔로 또 다른 사랑을 꿈꾸었을까. 아무도 너의 영혼에 옷을 입히지 않던 사납고 고요한 밤, 얼어붙은 대지에는 무엇이 남아 너의 춤을 자꾸만 허공으로 띄우고 있었을까. 하늘에는 온통 네가 지난 자리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아아, 사시나무 그림자 가득 찬 세상, 그 끝에 첫발을 디디고 죽음도 다가서지 못하는 온도로 또 다른 하늘을 너는 돌고 있어. 네 속을 열면. 밤눈-기형도
이름없음 2021/01/19 14:44:18 ID : q3SJSGtBy1y
아버지. 그건 우리 닭도 아닌데 왜 그렇게 정성껏 돌보세요. 나는 사료를 한 줌 집어 던지면서 가지를 먹어 시퍼래진 입술로 투정을 부렸다. 농장의 목책을 훌쩍 뛰어넘으며 아버지는 말했다. 네게 모이를 주기 위해서야. 양계장 너머 뜬, 달걀 노른자처럼 노랗게 곪은 달이 아버지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이리저리 흔들 때마다 나는 아버지의 팔목에 매달려 휘휘 휘파람을 날렸다. 내일은 펌프 가에 꽃모종을 하자. 무슨 꽃을 보고 싶으냐. 꽃들은 금방 죽어요 아버지. 너도 올봄엔 벌써 열 살이다. 어머니가 양푼 가득 칼국수를 퍼 담으시며 말했다. 알아요 나도 이젠 병아리가 아니에요. 어머니. 그런데 웬 칼국수에 이렇게 많이 고춧가루를 치셨을까. 위험한 가계-기형도
이름없음 2021/01/19 14:50:00 ID : q3SJSGtBy1y
잘못된 결정의 악순환에 갇히면 이후에는 결과가 어떻든 이전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집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주문했기 때문에 원치도 않는 음식을 먹는다.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도서관까지 가서 빌려왔기 때문에 책을 읽는다. 미국의 시인 랄프 왈도 에머슨은 이런 사고방식의 어리석음을 압축해 표현했다. "어리석은 고집은 속 좁은 이에게 들러붙는 말썽쟁이 요정이다." "나는 잘못을 저질렀어. 이제는 옳은 일을 할 거야"라고 말할 수 있을 때 내면은 성장한다. 자기 합리화 뒤에 숨지 말고 여태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을 해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대로 자아의 지배를 내버려두면 자신의 판단을 돌이켜보는 대신 과거의 일을 정당화하는 데 얽매이면서 실수를 미래로까지 끌고 가게 된다. 자신의 어떤 일면을 완전히 받아들이면 더 이상 그 사실로부터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 누가 알아내든 신경 쓰이지 않는다. 그 사실 때문에 스스로 억눌리지 않는다. 우리가 어떤 사건에 부여한 의미가 진짜가 아닐 수 있다는 가능성, 나빴던 관계나 트라우마가 만들어낸 스스로에 대한 생각이 부정확하게 형성된 결론일 수 있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를 미워한다고 해서 꼭 우리 자신을 미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이 우리를 사랑할 능력이 없다고 해서 우리가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의 생각이 옳았다. 그것이 나를 죽일지라도. 내 감정에 잡아먹히지 않는 법-데이비드 J. 리버만
이름없음 2021/01/19 22:48:35 ID : q3SJSGtBy1y
나의 밤이 또 가기 전에 내게 말을 걸어줘 이 머문 손길에 이제 나를 가득 담고서 너의 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내게 말해줘 그 말의 무게를 내가 느낄 수가 있도록 또 나를 많이 바라봐줘 내일이 되면 다 잊어도 날 니 품 안에 가득 안아줘 나를 사랑해줘 너의 날보다 lovememore-dosii
이름없음 2021/01/20 15:41:05 ID : q3SJSGtBy1y
날아갔다ㅎㅎ...
이름없음 2021/01/20 15:55:39 ID : q3SJSGtBy1y
나는 주로 네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쨰, 모르는 내용이다. 모르는 걸 못 견디는 편이라 열심히 검색창을 두드리거나 아는 사람을 찾는다. 모르는 것을 알게 되면 기분이 좋고, 그래서 공부를 즐긴다. 둘째, 의문이다. '무엇'과 '어떻게'보다 '왜'를 먼저 묻는다. 왜 책을 읽는지, 왜 결혼해야 하는지, 왜 사는지, 또는 지금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등등. 나는 글을 쓰건 말하건 이유나 목적을 묻는다. '공부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술을 끊어야 하는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지금 우울한 이유는 무엇인가?' 등등. 이유와 목적이 없는 일은 없으므로 세 개 이상 찾아내려고 시도한다. 그것만 찾으면 쓸 수 있다. 셋째, 반문이다. 책에 나오는 얘기건 누가 한 얘기건 그냥 듣지 않고 그게 맞는지 되묻는다. 타성과 관성에서 벗어나 이의를 제기하고 문제점을 짚는다. 이러한 벗어남과 빗나감, 비딱함은 고대 철학자 루크레티우스가 말한 '클리나멘' 같은 것이다. 통념이나 고정관념에 맞서는 힘이다. 직장생활은 세 가지를 요구한다. 문제의 제기와 분석과 해결이다. 제기를 잘하면 까칠한 사람이 되고, 분석을 잘하면 똑똑한 사람이 되고, 해결을 잘하면 유능한 사람이 된다. 넷째, 자문자답이다. 어떤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한다. 누군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오면 뭐라고 답할지 자기 자신에게 물어본다. 다시 말해 사색한다. 또한 '어느 게 옳은 일일까?', '이 일을 하는 게 맞나?' 묻는다. 즉 성찰한다. 내게 질문은 알고 싶다는 것 이상이다. 더 나아지고 싶다, 대충 살고 싶지 않다, 숙고하는 삶을 살겠다, 사람닯게 살겠다, 아니 나답게 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질문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생각을 촉발하고 결국 나를 성장시킨다. 나는 말하듯이 쓴다-강원국
이름없음 2021/01/21 13:26:48 ID : q3SJSGtBy1y
그리고 어느 날 아침, 우리는 젠틀먼이 곧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드가 잠에서 깨어난 뒤 얼굴을 문지르고 얼굴을 찡그린 것만 빼면 평범한 아침이었다. 아마 그게 사람들이 말하는 예감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나중에야 들었다. 당시에는 모드가 뺨을 비비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왜 그러세요?⏌ 모드는 혀를 움직였다. ⎾입 안이 자꾸 베여.⏌모드가 말했다. ⎾이 하나가 좀 뾰족한 것 같아.⏌ ⎾어디 봐요.⏌내가 말했다. 나는 모드를 창가로 데리고 가 세운 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잇몸 주변을 더듬어 보았다. 거의 즉시 뾰족한 이를 찾아냈다. ⎾어, 이건 날카롭기가...⏌내가 입을 열었다. ⎾뱀 이빨보다 더하지, 수?⏌모드가 말했다. ⎾바늘보다 더하다고 말하려고 했어요, 아가씨.⏌내가 대답했다. 나는 모드의 바느질 상자로 가서 골무를 가져왔다. 새 모양 가위에 어울리는 은골무였다. 모드는 턱을 어루만졌다. ⎾아는 사람 가운데 뱀에게 물린 사람 있어, 수?⏌모드가 내게 물었다. 뭐라고 대답할 수 있겠는가? 모드의 생각은 꼭 이런 식으로 치달았다. 아마도 시골에 살다 보면 이렇게 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대답했다. 모드는 나를 본 뒤 다시 입을 벌렸고, 나는 골무를 손가락에 끼고 뾰족한 이에 대고 날카로운 부분이 사라질 때까지 문질렀다. 석스비 부인이 갓난아기들에게 이렇게 하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물론 아기들은 다소 버둥거렸다. 모드는 분홍색 입술을 벌리고 서 있었다. 처음에는 눈을 감고 있더니 이윽고 눈을 뜨고 나를 바라보며 뺨을 붉게 물들였다. 모드가 침을 삼키자 울대뼈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모드의 숨결에 내 손이 축축해졌다. 나는 골무로 이를 문지르다가 가만히 엄지로 만져 보았다. 모드가 다시 침을 삼켰다.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고,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그리고 나와 시선이 마주친 순간,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우리는 둘 다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나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잔심부름하는 하녀였다. ⎾모드 아가씨에게 온 겁니다.⏌하녀는 말을 하고 무릎 굽혀 인사를 했다. 나는 편지의 필체를 보고, 그 즉시 젠틀먼에게 온 것임을 알아차렸다. 심장이 철렁했다. 모드도 그랬던 것 같다. ⎾이리 가져다줄래?⏌ 모드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숄도 좀 건네주겠어?⏌얼굴에서 홍조는 사라졌지만 내가 누르고 있던 뺨은 여전히 빨갰다. 모드 어깨에 숄을 걸쳐 주는데 모드가 떠는 것이 느껴졌다. 핑거스미스-세라 워터스
이름없음 2021/01/22 13:43:31 ID : q3SJSGtBy1y
Moon river, wider than a mile I'm crossing you in style some day Oh, dream maker, you heart breaker Wherever you're goin', I'm goin' your way Two drifters, off to see the world There's such a lot of world to see We're after the same rainbow's end Waitin' 'round the bend My huckleberry freind Moon river and me Moon River-Audrey Hepburn
이름없음 2021/01/22 13:48:27 ID : q3SJSGtBy1y
Wise men say Only fools rush in But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Shall I stay? Would it be a sin If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Like a river flows Surely to the sea Darling, so it goes Somethings are meant to be Take my hand Take my whole life too For I can't help falling in love with you Can't Help Falling In Love-Elvis Presley
이름없음 2021/01/22 13:56:28 ID : q3SJSGtBy1y
Every Sha-la-la-la Every Wo-o-wo-o Still shines Every shing-a-ling-a-ling That they're startin' to sing's So fine All my best memories Come back clearly to me Some can even make me cry Just like before It's yesterday once more Yesterday Once More-The Carpenters
이름없음 2021/01/22 14:31:42 ID : q3SJSGtBy1y
When you wish upon a star Make no difference who you are Anything your heart desires Will come true When You Wish Upon a Star-Cliff Edwards
이름없음 2021/01/24 21:12:12 ID : q3SJSGtBy1y
샤워 샤워 아이 샤워 머리가 복잡할 땐 머리를 감아라 샤워 샤워 아이 샤워 눈에는 안 들어가게 해 샤워-노라조
이름없음 2021/01/24 21:22:32 ID : q3SJSGtBy1y
그러나 다음 내 글이 그대에게 닿을 때는, 벌써 나는 다른 산간이나 또는 해상에 별과 별 사이의 거리를 헤아려 보면서 지금과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줄 알아라. 산사기-이육사
이름없음 2021/01/24 21:27:11 ID : q3SJSGtBy1y
우울이 심해져서 예민해지면 다른 사람이 하는 행동이 나랑 관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을 아는 게 중요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것을 '관계사고'라고 합니다. 관계사고가 생기면 우리 뇌는 나와 관계없는 다른 사람의 행동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쳐다보는 것, 웃는 것,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신에 대한 비난으로 느껴지지요.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전홍진
이름없음 2021/01/24 21:33:26 ID : q3SJSGtBy1y
너의 푸른 바다 다 타버릴 것 같았던 우리 까마득히 해맑아서 숨이 멎을 것 같았던 우리 너의 바다에 머무네-Toy
이름없음 2021/01/27 19:33:59 ID : q3SJSGtBy1y
오래전, 나보다 젊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입 맞추던 밤을 떠올린다. 가로등 하나 없이 컴컴한 밤. 비 오고 천둥 번개 쳤다는 그 밤. 구불구불한 길들이 널린 30여 년 전 시골 마을의 진짜 고요, 진짜 어둠을 그려본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얼굴이, 아버지는 어머니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한다. 하지만 서로가 거기 있다는 걸 알아 오래 부둥켜안고 있었더랬다. 어두워서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바람직한 일을 한 것. 소문과 이목으로부터 자신들을 지켜주는 어둠에 안도해, 비 맞으며 내내 그러고 있었더랬다. 잊기 좋은 이름-김애란
이름없음 2021/01/29 20:05:26 ID : q3SJSGtBy1y
나의 심정 매우 혼란 그리고 흥분 오, 흥분이 아니라 흥분 번역기 매우 이상함! 흥분! 흥분이다! 흥분이 아닙니다! 출발! 출발이 아닙니다! 출발! 출발! 출발! 출발이 아니라 sibal ! sibal ! 지금 매우 심정이 jott 비슷합니다. 열정적일것 같습니다. 아니다! 열정적인 것이 아닙니다. 열정적입니다. 열정적임이 아니라 crazy! crazy 됩니다! 한글이 써지지 않다 utdaein의 도움 필요-한국어전공
이름없음 2021/01/29 20:34:30 ID : q3SJSGtBy1y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 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나는 애만 태우네 야상곡-김윤아
이름없음 2021/02/03 01:23:07 ID : q3SJSGtBy1y
달라 보였어 문득 올려본 그 별들이 이미 사라진 채로 빛나고 있는 외로움 말이 안 되잖아-데이브레이크
이름없음 2021/02/05 21:54:11 ID : q3SJSGtBy1y
"나갈까?" 하고 교수님은 내게 물으셨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요. 저어, 바쁘십니까?" "아아니 뭐...... 술이라도 마시고 싶어지는군.“ “네? 정말 드시겠어요? 저, 제가 좋은 데를 한 집 아는데요.” “흐응, 술이란 좋은 거지?” 교수님은 별로 마시고 싶지도 않으신데 괜히 한번 그래보신 모양이다. 나는 짜증이 났다. “나가실까요?” 나는 벌떡 일어서면서 거의 강제적인 어조로 말했는데 교수님은 별로 불쾌히 여기지도 않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감색 바탕에 검정 사각무늬가 배치되어 있는 교수님의 넥타이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찻값을 치르고 나오자 교수님은 벌써 밖에 나와서 잎이 지고 있는 플라타너스 곁에 서 계셨다. 저녁 햇살이 번져가고 있는 가을 하늘을 쳐다보고 계셨는데 윤곽이 뚜렷한 얼굴에는 소녀 같은 애수가 깃들어 있었다. 보는 사람에게 못마땅하다는 생각을 조금도 일으키지 않게 진실한 표정이었다. “정말 술이라도 드시죠?” “그만두지.” “......" 생명연습-김승옥
이름없음 2021/02/05 22:15:45 ID : q3SJSGtBy1y
그리고 고개를 쳐들면, 저만치서 관광객들을 위하여 형광의 조명을 한 동대문이 그의 훤한 모습을 밤하늘에 도사려 보이고 있는 것이었다. 지금도 눈앞에 보이는 듯 하다. 밤의 동대문 모습이. 역사-김승옥
이름없음 2021/02/07 11:56:20 ID : q3SJSGtBy1y
쟁반에 먹물을 담아 햇살을 비쳐본 어린날 불개는 그만 하나밖에 없는 내 날을 먹었다 날과 땅이 한줄우에 돈다는 고 순간만이라도 차라리 헛말이기를 밤마다 정녕 빌어도 보았다 마침내 가슴은 동굴보다 어두워 설래인고녀 다만 한봉오리 피려는 장미 벌레가 좀치렸다 그래서 더 예쁘고 진정 덧없지 아니하냐 또 어데 다른 하늘을 얻어 이슬 젖은 별빛에 가꾸련다 일식-이육사
이름없음 2021/02/10 19:38:25 ID : q3SJSGtBy1y
좋아하는 만큼 별은 떠오르고 여전히 나는 어쩔 줄 모르고 안개 속에 갇힌 그 말투 속에 담긴 도무지 알수 없는 니가 생각나는 밤 떨려오는 별빛 반짝이는데 넌 어디를 보고 있는지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데 기다렸던 시간이 지나고 이젠 보내줄게 아냐 아직은 너를 내 방에 몰래 몰래 간직하고 싶은 밤 밤-여자친구
이름없음 2021/02/16 18:00:10 ID : q3SJSGtBy1y
온 들에 황혼이 내리고 있었다. 들이 아스라하니 끝나는 곳에는 바다가 장식처럼 붙어 보였다. 그 바다가 황혼녘엔 좀 높아 보였다. 들을 건너서 해풍이 불어오고 있었지만 해풍에는 아무런 이야기가 실려 있지 않았다. 짠 냄새뿐, 말하자면 감각만이 우리에게 자신을 떠맡기고 지나갈 뿐이었다. 우리는 모두 그것에 만족하고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우리들은 좀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던 것일까. 설화가 없어서 우리는 좀 우둔했고 판단하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그렇듯이 세상을 느끼고만 싶어했다. 그리고 그들이 항상 종말엔 패배를 느끼고 말듯이 우리도 그러했다. 들과 바다-아름다운 황혼과 설화가 실려 있지 않은 해풍 속에서 사람들은 영원의 토대를 장만할 수가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갔다. 그리고 더러는 뿌리를 가지게 됐고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시들어져갔다는 소식이었다. 차라리 이 황혼과 해풍을 그리워하며 그러나 이 고장으로 돌아오지는 못하고 차게 빛나는 푸른색의 아스팔트 위에 그들의 영환과 육체를 눕혀버리고 말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한낱 자연의 현상에 불과한 저 황혼과 해풍이 그리하여 내게는 얼마나 깊고 쓰라린 의미를 가졌던가! 숱한 사람들에게 인간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동시에 보다 깊은 패배감을 안겨주고 무심히 지나가버리는 저것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김승옥
이름없음 2021/02/18 19:00:18 ID : q3SJSGtBy1y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나는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하루도 고등어-루시드 폴
이름없음 2021/02/25 18:40:39 ID : q3SJSGtBy1y
소아레스가 저물녘을 사랑하듯이, 저물녘에 창 바깥으로 바라보는 길거리 풍경을 사랑하듯이, 인간에 대해 회한밖에 남은 게 없는 듯한 그이지만, 익명의 사람들, 그 소소한 사람들을 사랑하듯이,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들을 사랑하듯이, 그 어떤 집요한 사색을 보탤 필요도 느끼지 않는 채로 그것들을 사랑하듯이,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페소아를 사랑했다. 위대할 것도 없고 거룩할 것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고 멋지지도 않았지만, 도리어 초라하고 궁색하고 연약하고 파리하기까지 했지만, 페소아의 페르소나 소아레스는 완전했다. 단지, 저물녘의 풍경처럼. 수만 수억년을 우리 곁에 끊임없이 찾아와준 일몰을 읽는 마음이 되어 페소아와 독대했다. 아직도 지구 어딘가에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책 한 권이 있다는 사실과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우리 모두에게 저녁은 다가올 것이다. 우편마차는 도착할 것이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산들바람을 마음껏 즐긴다. 그리고 산들바람을 즐길 수 있도록 나에게 주어진 영혼도 마음껏 즐긴다. 나는 더 캐묻지 않는다. 나는 애쓰지 않는다. 내가 지금 여행자의 책에 써넣는 것이 언젠가 다른 이들에 의해 읽히게 된다면, 그래서 그들의 휴식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아무도 이것을 읽지 않거나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 해도, 그래도 나는 괜찮다. 꿈꾸기 혹은 행동하기. 나는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선택이란 끔찍하다. 내 이성은 꿈꾸기를 혐오하고, 내 감수성은 행동하기를 역겨워한다. 행동이란 내가 부여받지 못한 천성이며, 꿈꾸기란 그 누구도 부여받지 못한 운명이다. 부조리하고 앙상한 내 방 책상 앞에서, 이름 없고 하찮은 사무원인 나는 쓴다. 글은 내 영혼의 구원이다. 나는 멀리 솟아난 높은 산 위로 가라앉는 불가능한 노을의 색채를 묘사하며 나 자신을 황금빛으로 물들인다. 내 석상으로, 삶의 희열을 대신해주는 보상으로, 그리고 내 사도의 손가락을 장식하는 체념의 반지로, 무아지경의 경멸이라는 변치 않는 보석으로 나에게 황금의 옷을 입힌다. 나는 삶에게 극히 사소한 것만을 간청했다. 그런데 그 극히 사소한 소망들도 삶은 들어주지 않았다. 한 줄기의 햇살, 전원에서의 한순간, 아주 약간의 평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빵, 존재의 인식이 나에게 지나치게 짐이 되지 않기를, 타인들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리고 타인들도 나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런데 이 정도의 소망도 충족되지 못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은 것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 불안의 서-페르난두 페소아
이름없음 2021/02/28 12:30:39 ID : q3SJSGtBy1y
나는 새상의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 달콤하고 강렬했던 기쁨의 순간이 오래도록 감동으로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쁨의 순간은 마치 생명이란 긴 강줄기에 띄엄띄엄 떠 있는 조각배처럼 가끔 찾아올 뿐만 아니라 너무나 짧아서 인생의 한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내가 가슴에 품었던 행복은 결코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단순하면서도 영원한 행복을 꿈꾸었다. 행복은 원래 자극적이고 강렬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매력이 점점 더해져 사람들을 최고의 경지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인생은 계속해서 흘러가며, 변하지 않는 인생은 없다. 우리는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를 회상하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사라지지 않는 행복을 바라지만 세상에는 쉽게 사라져버리는 즐거움만 가득하다. 그래서 나는 과연 이 새상에 영원한 행복이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심스럽다. 가장 강렬했던 기쁨의 순간도 내가 꿈꾸던 영원한 행복은 아니었다. 나는 진심으로 행복한 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란다. 마음이 불안하고 공허할 때, 무언가를 얻으려고 욕심을 부릴 때, 가진 것을 잃을까 노심초사할 때, 우리의 마음은 계속해서 흔들린다. 이런 마음을 안고 살면서 어떻게 행복할 수 있겠는가? 인생을 이해하다-장 자크 루소
이름없음 2021/02/28 12:35:26 ID : q3SJSGtBy1y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하면서 마음속으로는 딴생각을 하고 있다면 빨리 생각을 돌려 눈앞에 보이는 정원을 바라보아라. 이 순간만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고 혼자만의 즐거움을 음미해 보아라. 자유롭고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다-미셸 드 몽테뉴
이름없음 2021/02/28 12:52:44 ID : q3SJSGtBy1y
세 가지 순수함과 열정이 내 일생을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에 대한 갈망과 지식 추구의 욕망,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연민이다. 이런 열정은 광풍과 같이 나를 절망의 깊은 바다 위로 날려버리고 삶의 방향을 잃게 만든다. 내가 사랑을 좇는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사랑이 내 혼을 쏙 빼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의 기쁨은 너무나 짧고, 그 짧은 순간을 맛보기 위해서는 다른 많은 것을 희생해야만 한다. 둘째, 외로움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고독에 빠져 방황하는 영혼은 끝이 없는 냉혹한 공포를 만나게 된다. 마지막 이유는 사랑의 결실로 맺어진 가정이 옛날 성현과 시인들이 말하던 천당의 축소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록 사랑이 인생의 가장 큰 가치로 인정받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사랑을 포기할 수 없다. 나는 사랑을 좇던 그 마음 그대로 지식을 추구한다. 지식을 쌓아 별이 왜 반짝이는지 알고 싶고, 인간의 마음과 파타고라스 학설을 이해하고 싶다. 나는 이 방면에서 약간의 성과를 이루었다. 사랑과 지식에 대한 추구는 모두 나를 천당 같은 세상으로 이끌어준다. 그러나 현실의 세상 속에는 기아에 시달리는 불쌍한 사람들이 있고, 무고한 자들이 억압을 받고 있으며, 내 자식에 눈에 도움의 손길이 없는 약한 노인들이 그저 귀찮은 짐짝처럼 보이고 있다. 내 눈에 비치는 세상은 오직 고독과 가난 뿐이다. 나는 죄악이 줄어들기를 소망하지만 내 힘으로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고통스럽다. 이것이 나의 인생이다. 나는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한 번 더 살아갈 기회를 준다면 그 선물을 기쁘게 받아들여 더욱 괜찮은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 서양 철학자 한 명이 우연히 고대 로마의 폐허 속에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의 조각을 발견했다. 이 철학자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지식을 꿰뚫고 있었지만 이 신마는 너무나 낯설었다. 그래서 그는 신상에게 물었다. "존경하는 신께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 당신은 왜 하나의 머리에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까?"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신이 대답했다. "이래야만 하나의 얼굴로는 과거를 돌아보며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다른 하나의 얼굴로는 미래를 바라보며 사람들에게 동경심을 줄 수 있지." 철학자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 왜 현재는 보지 않는 거죠?" "현재?" 신상은 당황했다. 철학자가 또 물었다. "과거는 지나가 버린 현재이고, 현재가 계속되면 그것이 미래가 되는 건데, 당신은 왜 현재를 등한시하는 거죠? 미래를 잘 꿰뚫어 보면 나중에 당연히 그 미래가 과거가 되어있을 테니까 당연히 손바닥 뒤집듯 쉽게 과거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것 아니에요?" 신상은 이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울어 버렸다. 원래 그 신이 '현재'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해 로마가 적에게 함락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신은 폐허 속에 버려진 것이었다. 왜 사는가?-버트런드 러셀
이름없음 2021/04/18 21:11:14 ID : xyHxClCksmI
천년을 산 우리도 각자 기댈수있는 기억속에 살아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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