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똑같은 집, 평소와 똑같은 햇살, 평소와 똑같은 나.
그러나 뭔가 다르다.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어딘가가 이상했지만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나를 골라보자면 내 방에 있는 이 문. 평소와 똑같은 문이지만 딱 한 가지가 달랐는데,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나는 나의 방에 갇혔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게 달라진 것 같은 이 기묘한 세상 속에서 나는 홀로 고립되어 있다. 문은 문고리를 아무리 돌려봐도 열릴 기미가 안 보였다. 갑자기 짜증이 솟구친다. 문을 발로 차자 쾅 소리와 함께 방이 흔들렸다. 문을 찬 것 때문인지 랜턴 안에서는 작은 메모지가 떨어졌다. 잠깐, 이게 랜턴이 맞나? 랜턴이지만 랜턴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조심스럽게 랜턴에서 떨어진 메모지를 주웠다. 그곳에는 작고 둥근 형태의 예쁜 글씨가 적혀있었다.
이름없음2020/12/25 22:52:57ID : s2rbu3yNwJP
'이 편지는 영국에서 시작되어.....'
나는 메모지를 다시 내려놓았다.
■■■■년 2월 14일 기록2020/12/25 22:55:07ID : bijg0nvck8n
이 세상이 전부 바뀌었다. 모두들 모르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모습만 그대로일 뿐, 그 본질은 더 이상 기존의 것이 아니다. 형이상학적으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떻게 돼버린 건지,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고 느낄 수도 없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이 기록을 읽는 자가 있다면 그에게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주고 싶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존재론적 변화를 감지했다면 가장 먼저 근처의 문을 확인해 보아라. 아마 모든 문이 열리지 않을 것이다. 문을 열기 위해서는 '락 브레이커' 또는 열쇠가 필요하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둘 다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형이상학적 변화를 비틀 선택지가 필요하다.
[각기 다른 색의 열한 가지 사과가 있다. 이를 세 명이서 공평하게 나누는 방법을 말하라.]
이는 내가 처음으로 받은 '미시세계 간섭' 질문이다. 이 기이하게 변한 세계에서는 일반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된다. 명심하라, 절대로 일반적인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절대로. 이 질문에 대한 어떤 답을 떠올리면 그 답에 따라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기회는 한 번 뿐이니 신중하고 또 신중해서 답을 떠올려야 한다. 내 말을 전부 믿어라.
이름없음2020/12/25 23:02:08ID : PeE1eFdyL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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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2020/12/25 23:03:46ID : LcIIIFcsi7h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쁘긴 하겠네!
이름없음2020/12/25 23:06:22ID : LcIIIFcsi7h
그런데 절대로 일반적이지 말라니까 불안하네;;
어떻게 해야 하나?? 사과 한 덩어리로 만들고 3등분을 한다 이래야 하나???
뭔가 현실에서 불가능한 답을 내놓고 싶은데 ㅋㅋ
이름없음2020/12/25 23:24:57ID : LcIIIFcsi7h
아 그런데 이것도 미궁판이랑 연동되나보네?
이름없음2020/12/25 23:29:37ID : bijg0nvck8n
같은 세계관이지만 미궁판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이름없음2020/12/26 18:00:27ID : WkpSIGrhs3u
일반적인 선택을 하면 안 된다.
그러면 뭐, A가 사과 11개를 먹고, B가 A를 먹고, C가 B를 먹으면
C의 뱃속에 B가 있고, B의 뱃속에 A가 있고, A의 뱃속에 사과 11개가 있으니, 모두가 공평하게 사과11개를 먹은 그런거라고 해도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