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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5TVffdPhcN 2020/12/29 19:05:01 ID : pU0pVaq3O2t
마법소녀 좋아하는 사람? 나나나나나!!!!!
◆u5TVffdPhcN 2020/12/29 19:05:29 ID : pU0pVaq3O2t
악마. 기원불명의 존재들로 사람의 마음에 파고들어 이형의 괴물로 만들어 버리는 사악한 무리. 그런 악마들로부터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정의의 사도를 우리는 마법소녀라 부른다. 전설에 따르면 이 도시는 천년도 더 전부터 마법소녀들에 의해 지켜지고 있다고 한다. 21세기에 악마니 마법이라고 하면 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눈 앞에서 귀여운 분홍색 고스튬을 입은 비현실적인 미소녀가 흉측한 괴물에게 마법을 퍼부어 퇴치하는 모습을 어려서부터 몇번이고 보게 된다면 그건 이미 당연한 일상이다. 지금 당장만 해도 저 멀리 고층건물들 사이로 마법소녀가 활약하는 모습이 보이지만, 이 도시에서는 딱히 특별한 일이 아니기에 발걸음을 옮긴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보다 더 가까이에서 보고 있는 누군가가 취재해서 sns 같은데 올리겠지.. 그럼 그때가서 보면 될 뿐이고, 지금은 지각을 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지각비 천원이 별거 아닌것처럼 느껴져도 자꾸 쌓이다 보면 무시 못할 금액이 된다. 티끌모아 태산이랄까, 가랑비에 옷 젖는달까.. 암튼 이번에야말로 지각을 면하기 위해 나는 평소보다 10분이나 일찍 기상한 것이다!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내가 지각할 일은 없다! 우하하하하! "아앗-! 피해요!" 다급한 경고의 목소리에 반응했다기 보다도 순간 눈 앞이 어두워졌다 싶어서 하늘을 바라보니 거대한 검은 물체가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에..?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충격파가 몸을 휩쓸었다. ..아니, 그런 기분이 들었을 뿐이고 실제로는 바람 한점 불지 않았다. 어느세 내 주위에 펼쳐져 있는 반투명한 돔형태의 분홍색 막이 검은 물체의 충돌로부터 나를 지켜준 것이다. 지렁이가 기어가는 듯한 문양이 빼곡하게 새겨진 분홍색 막은 가운데 큼지막한 하트무늬가 새겨져 있었는데, 나는 그것을 통해 이 막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에 따라 자연스레 검은 물체의 정체가 악마에 의해 괴물화한 사람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으니, 이미 그로기 상태에 빠진 괴물은 몸에서 빠져나오는 검은 연기와 함께 조금씩 덩치가 줄어들다가 끝내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람이 괴물로 변했다가 마법소녀에게 퇴치당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일은 하루가 멀다하고 있는 일이지만,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본 것은 처음이였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려니, 분홍색 막이 사라짐과 동시에 이 막을 만들어낸 장본인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휘말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신가요?" 분홍색 프릴이 달린 드레스 형태의 코스튬에 찰랑거리는 핑크빛 머리칼과 홍채, 놀라운 것은 이런 인위적인 색상이 전혀 어색하지 않고 놀라울 정도로 자연스레 스며들어 마치 하나의 예술품 같은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그녀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이 도시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설득력 있게느껴질 정도의 지명도와 인기, 거기에 더해 압도적인 무력까지 가지고 있는 명실상부 최고의 마법소녀. 그 이름하여 사랑의 마법소녀 핑크하트. "저, 저기.. 괜찮으신가요?" 이런, 너무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무언가 말을 하지 않으면..! A. (침묵을 유지한다.) B.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C. "..싸인해주세요." D. 자유.
이름없음 2020/12/29 19:05:58 ID : IIL808mIIJX
발판
이름없음 2020/12/29 19:39:00 ID : 2tvB85RDs9y
업어달라고 하면 업어줄까?
이름없음 2020/12/29 20:00:40 ID : vbeIMoY61vh
C
◆u5TVffdPhcN 2020/12/29 21:02:59 ID : pU0pVaq3O2t
"..싸인해주세요." 마법소녀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마주한 것도, 대화를 한 것도 처음이기에 무심코 싸인해달라고 말해버렸다. 눈 앞에 작은 소녀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드는 것을 보고 괜히 말했나 싶어 후회되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저, 그.. 죄송하지만 싸인은 조금 곤란해서요.. 아, 그 대신이라기에는 뭐하지만.." 그렇게 말한 핑크하트는 어디선가 검은 봉지를 꺼내들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검은 봉다리는 내용물 탓인지 약간 따뜻했는데, 안을 살펴보니 익숙한 종이봉투가 보였다. "붕어빵이에요. 조금 먹어버렸지만, 남은거라도 드릴게요." 수줍게 웃으며 말하는 소녀의 미소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째서일까. "그리고.. 죄송하지만 119좀 불러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며 핑크하트가 가르킨 방향에는 괴물에서 인간으로 돌아온 사람이 기절한채 쓰러져 있었다. "부탁드릴게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까 꼭 병원 한번 가보세요-!" 이 말을 끝으로 핑크하트는 하늘을 날아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눈대중으로 살펴보니 붕어빵은 4개정도 남아있었다. . . . "그래서 지각했으니 한번만 봐주라는 거냐?" 부디 선처를.. "허허, 넌 전적이 너무 많아서 믿음이 안가는구나." 다음부터는 좀 더 그럴싸한 변명을 준비해 오라는 말과 함께 나는 지각비를 강탈당했다. 내가 생각해도 설득력 없는 이야기였지만, 그래도 억울한 것은 바뀌지 않는다. "야, 마법소녀랑 만났다는거 진짜야?" 뒷자리에 앉은 녀석이 말을 걸어왔다. 어조에 웃음기가 있는 것이 이녀석도 내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다. A. (무시한다.) B. (붕어빵을 나눠준다.) C. "믿든지 말든지.." D. 자유.
이름없음 2020/12/29 21:03:40 ID : krbzVats8ly
고퀄인데? ㅋㅋㅋㅋㅋ
이름없음 2020/12/29 21:04:41 ID : IIL808mIIJX
발판
이름없음 2020/12/29 21:04:52 ID : 3xzTWoY63RB
D. Who are you?
◆u5TVffdPhcN 2020/12/29 23:41:47 ID : pU0pVaq3O2t
"Who are you?" 고개를 돌려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뒷자리에 앉은 녀석을 바라보았다. 잠깐동안의 정적.. "헤, 농담도 하는걸 보니 오늘 기분 괜찮은가보네?" "둘 다 조용히 해라, 아직 조례 안끝났다." 우리 둘의 대화에 끼어드는 단호한 목소리가 또 하나.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옆자리를 살펴보니 두꺼운 안경에 긴 흑발을 포니테일로 묶은 여학생이 보였다. "네~네~ 반장님~" 뒷자리에 앉은 녀석은 이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 . . 어느세 오전수업이 끝나고 점심시간이 찾아왔고 우리 셋은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즐겼다. "어째 학교급식은 날이 갈수록 맛없어지는 것 같다?" 급식에 불만을 품는 여학생의 이름은 , 인생을 즐기는 자야말로 진정한 승자라고 말하는 주제에 나보다 성적이 높은 녀석으로 최근 자리교체에서 내 뒷자리에 배정되었다. "영양밸런스는 괜찮으니 난 불만 없다." 묵묵히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포니테일 안경소녀의 이름은 , 일단 학급반장을 맡고 있으며 그에 걸맞게 원칙주의적인 성격이지만 나름 유연한 모습을 보일때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명과 함께 식사를 하고있는 나 까지 포함해서 나름 절친이라 부를 수 있는 그룹이다.
이름없음 2020/12/29 23:42:51 ID : he6mGpSJSHv
ㅂㅍ
이름없음 2020/12/29 23:43:26 ID : zUY7bwq2JSN
파맛첵스
이름없음 2020/12/29 23:44:26 ID : pU0pVaq3O2t
자꾸 그러면 내 맘대로 정하는 수도 있다..
이름없음 2020/12/29 23:45:18 ID : he6mGpSJSHv
레오나르도
이름없음 2020/12/29 23:46:24 ID : pU0pVaq3O2t
제대로좀 해주라.. 레오나르도는 나쁘지 않았음.
이름없음 2020/12/29 23:48:19 ID : 9BArwIJPjze
리사
이름없음 2020/12/29 23:53:14 ID : pQljy0oMrur
최 선
이름없음 2020/12/29 23:55:16 ID : 9BArwIJPjze
제갈 유미
이름없음 2020/12/29 23:59:45 ID : JSHA7thhBBB
연백희
이름없음 2020/12/30 00:00:31 ID : 9BArwIJPjze
제갈 씨는 싫어하는구나... 미안
이름없음 2020/12/30 00:02:56 ID : pQljy0oMrur
제갈유미 빠꾸먹었어ㅋㅋㅋ
이름없음 2020/12/30 00:03:18 ID : pU0pVaq3O2t
장난치는 건줄 알았음.. 미안..
이름없음 2020/12/30 00:03:59 ID : 9BArwIJPjze
아니야... 뭔가 주인공은 특별한 이름이어야 한다는 각박에
◆u5TVffdPhcN 2020/12/30 00:41:11 ID : pU0pVaq3O2t
어떻게 친해졌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딱히 계기가 될만한 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그냥 어느센가 정신을 차려보니 친해져 버렸다는 고전적인 이야기다. "..그래서 백희 넌 어떻게 생각해?" 리사의 부름에 정신을 차린 나는 황급히 대화에 따라가보려 했지만 애초에 전혀 듣고있지 않았기에 금방 포기하고는 순순히 무슨 대화였는지 물어보았다. 그다지 중요한 내용은 아니였는지, 선이가 안경을 고쳐쓰며 언짢아하는 기색 없이 설명해 주었는데, 대충 마법소녀 시켜주면 할거냐는 이야기였다. 마법소녀, 단순히 악마들과 싸우는 것 뿐만 아니라 가수나 아이돌로 활동하는 마법소녀도 있다고 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만능 엔터테이너라고 해야할까? 물론 그런 이들은 전체에 비하면 소수이니 평범하게 악마들과 싸우고 시민들의 환호를 받는 이들의 입장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닥 하고싶진 않다 야, 괴물들 때려 잡는다니 재미야 있겠지만 위험하잖아? 그리고 유명해지는건 그닥 별로라서." "나는 아직 학업에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내가 그런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더 자격있는 이들이 있을거다." "글쎄, 반장 너만큼 마법소녀에 어울리는 성격도 없을 것 같은데.." 얼굴 팔리기 싫다는 리사와 자신은 자격미달이라는 선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름 복잡한 사정이 있는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고보니 갑자기 궁금하네, 마법소녀란건 어떻게 되는거지?" "여러가지 설이 있지.." 갑작스러은 리사의 질문에 답해준 것은 선이였다. 마법소녀를 육성하는 아카데미가 있다, 사실 연구소에서 만들어지는 인조생명체다, 마법소녀는 순전히 얼굴만 보고 뽑는다. 등등. ".. 어느것 하나 확실한 내용은 없지만 말이다." "아니아니, 마지막건 뭔데? 얼굴보고 뽑는다고?" 나에게도 떠오른 의문을 먼저 입밖으로 꺼낸 것은 리사였다. "마법소녀들이 하나같이 예외없는 미소녀니까 나온 소문이다. 물론 그다지 신빙성은 없는 이야기지만.." 단순히 외모만을 가지고 마법소녀를 뽑는다니 말도 안된다고 말을 이은 선이는 후식으로 나온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다. 돌이켜보면 아침에 마주쳤던 소녀는 확실히 귀여운 아이였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것보다도 실물이 훨씬 예뻤다고 해야할까, 솔직히 이런 인간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백희 너는 어떻게 생각해? 마법소녀 시켜준다면 할거야?" 나는.. A. "당연히 할것이다." B. "안할 수 있다면 안하고 싶다." C. "잘 모르겠다." D. 자유.
이름없음 2020/12/30 00:52:53 ID : he6mGpSJSHv
D. 월 1500에 4대 보험 적용되면 함 이거 어떠니
이름없음 2020/12/30 11:46:54 ID : nxvfWlwsnVc
발판
이름없음 2020/12/30 11:47:37 ID : IIL808mIIJX
b
이름없음 2020/12/30 19:50:35 ID : pU0pVaq3O2t
월 천오백 4대보험 괜찮은 아이디어였음. 그걸로 선택했으면 주인공이는 약간 속물적인 인물이 되었겠지. 참고로 이번 선택지는 주인공의 성격과 앞으로의 전개에 어느정도 영향을 주는 선택지로 나름 중요한 선택지 였을.. 까?
◆u5TVffdPhcN 2020/12/30 19:51:07 ID : pU0pVaq3O2t
"안할 수 있다면 안하고 싶어." 마음속 한켠에 응어리진 안좋은 기억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의 안전이 달려있을지도 모를 중요한 일을 굳이 짊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솔직히 부담스럽다. "역시 그렇겠지~ 슈퍼히어로 같은건 우리같은 일반인들에게는 안어울리니까, 얌." 사과를 베어물며 말을 끝마친 리사를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 . . 어느세 오후수업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귀가하는 루트가 겹치면 좋겠지만, 우리 셋의 집은 기묘할 정도로 반대방향에 있기에 같이 등하교 하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없다. 아쉽다면 아쉬운 일이지만, 혼자서 길을 걷는 것도 제법 감성을 자극하는 일이다. 주변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걷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 아침에 핑크하트와 마주쳤던 길목이었다 아침까지만 해도 죽을뻔 했던 장소, 마법소녀가 마법을 펼치며 악마와 싸우던 장소였다는 것 만으로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아스팔트 도로가 흥미롭게 느껴졌다. 자세히 살펴보면 전투의 흔적은 커녕 평소와 다를바 없는 길목인데도 말이다. 언제나 보이던 낡은 가드레일. 언제나 보이던 갈라진 도로. 언제나 보이던 건물. 언제나 보이던.. 고양이? 확실히 저건 오늘 처음보는 무언가다. 하지만 오늘 처음보는 길고양이라고 하기에는 알수없는 위화감에 고개가 기울어졌다. 내가 고양이를 특별히 좋아한다거나 고양이 박사학위가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건 이성보다도 직감의 영역에서 기괴함이 느껴졌다. 마치 고양이의 가죽을 뒤집어쓴 무언가가 나를 빤히 쳐다보는듯한 싸늘한 감각. 단순히 기분탓이라고 치부하기에도 석연치 않은 고양이, 아니 고양이를 닮은 무언가였다. A. (빠르게 자리를 뜬다.) B. (다가가서 쓰다듬는다.) C. (붕어빵을 나눠준다.) D. 자유.
이름없음 2020/12/30 19:53:39 ID : 9BArwIJPjze
발판
이름없음 2020/12/30 19:58:25 ID : IIL808mIIJX
으으윽 불길해
이름없음 2020/12/31 00:36:11 ID : pQljy0oMrur
뒷걸음질로 자리를 뜬다
◆u5TVffdPhcN 2020/12/31 01:40:39 ID : pU0pVaq3O2t
기분나쁜 고양이에게서 뒷걸음질로 거리를 벌리고는 그대로 곧장 달려서 길목을 벗어나 버렸다. 숨을 고르며 생각해보면 뻘쭘한 짓을 해버린 것 같기도 하지만, 이쪽을 바라보던 고양이의 불길한 눈빛을 회상하면 오히려 잘한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기괴한 고양이를 상상하니 소름이 돋아 흠칫하고 황급히 뒤를 돌아보았지만, 다행스럽게도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도 참 뭐하는 짓이람.. 안심과 자조가 반반씩 섞인 한숨을 내쉬며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 . 이 도시에서도 나름 잘사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구획, 역세권에다 제법 괜찮은 인프라를 보유한 단독주택단지로, 반대쪽에 고층 아파트단지와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부의 상징인 동네다.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이사오게 된 집이며 솔직히 말해서 익숙해졌을 뿐이지 딱히 정이 들었다고는 하기 힘든 집이기도 했다. 좋은 점이라면 학교까지 15분 거리라는 것 정도? 그 외에 딱히 특별한 것은 없다고 해야하나,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돌아가고 싶은 장소는 아니였다. 텅 빈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닌 것이다. 어쩌면 장소의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한 사람만큼의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아니, 아마도 그게 맞을 것이다. 우울한 생각에 잠겨 도어락의 잠금을 해제하려는 순간, 싸늘한 느낌이 들어 순간적으로 손이 멈추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감각 속에서 겨우 침을 삼켰다. 아직 붕어빵 장사를 할 정도의 날씨임에도 땀 한방울이 뺨을 타고 흐른다. 조심스레 고개를 돌리자, 작고 검은 물체가 시야 한구석으로 들어왔다. 비단같은 윤기를 머금은 털과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조각 하나를 깎아내어 박아넣은 듯한 눈동자. 허나 결코 아름답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개별적으로 봤을 때에는 괜찮은 것들이 하나로 뭉치니 어색하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엮어놓았다는 감상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객관적인 외관만 놓고 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는, 조금 어색할 뿐인 평범한 고양이다. 하지만 그런 존재를 현실에서 한발작 떨어뜨려놓는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런 무언가가 내 뒤에 있었다. A. (가만히 있는다.) B. (재빠르게 집으로 들어간다.) C. (대화를 시도한다.) D. (도주한다.) E. 자유.
이름없음 2020/12/31 02:09:00 ID : Cp9a1fVgnO6
집으로 바로 가는건 좀 위험하려나
이름없음 2020/12/31 05:50:34 ID : mJQtBxTU7y1
Ccccc
이름없음 2020/12/31 08:24:00 ID : IIL808mIIJX
d
◆u5TVffdPhcN 2020/12/31 20:53:34 ID : pU0pVaq3O2t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세 뛰고 있었다. 이성보다도 감성이 앞질러버린 판단, 비이성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행위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짓눌려버리면 이성따위는 본능을 막을 수 없다. 논리적인 이유를 떠나서 그냥 그 고양이가 무섭다. 단지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 . . 몇분이나 달렸을까, 어느세 숨이 차올라 더이상 달릴 수 없게 되어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거칠게 숨을 내쉬면서도 터질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써보았다. 갑작스러운 무리한 달리기 때문만이 아니라 공포 때문에 뛰는 것 같기도 하다. 호기심과 불안감이 공포를 이겨낸 찰나의 순간, 뒤를 돌아봤지만 다행히 무언가가 따라오고 있지는 않았다. 조금 안심하며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던 순간, 모든 고민이 날아갔다. 어떻게? 라는 의문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고양이의 모습을 하고있는 무언가, 그 섬뜩한 무언가가 내 앞에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다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부자연스러운 무언가가 서 있었다. A. (대화를 시도한다.) B. (붕어빵을 공양한다.) C. 자유.
이름없음 2020/12/31 21:01:34 ID : pQljy0oMrur
붕어빵을 바치며 대화를 시도한다
이름없음 2020/12/31 21:03:24 ID : IIL808mIIJX
무서워....
이름없음 2020/12/31 21:30:41 ID : Cp9a1fVgnO6
이건 무섭다.... A
◆u5TVffdPhcN 2020/12/31 23:14:05 ID : pU0pVaq3O2t
"워, 원하는게 뭐야..!" 목소리가 조금 많이 떨린 것 같지만, 의미는 전달되었을 것이다. 무언가 대답을 바라고 말한것은 아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던져본 소리, 굳이 따지자면 스스로에게 한 말이었다. [재미있는 소리를 하는군.] 그렇기에 대답이 돌아온 것이 더 의외였다. 고양이처럼 보이는 무언가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지만, 이 목소리의 주인이 눈 앞의 녀석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마치 머릿속에 직접 울려 퍼지는 듯한 기이한 중저음은 내 반응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내가 원하는 걸 네가 가지고 있을까? 가지고 있다면 내게 줄 수 있을까?] 무언가는 그렇게 말하며 나에게 조금씩 다가왔지만, 어딘가 어색한 몸놀림을 보고도 나는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차라리 빼앗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는 무언가는 어느세 내 발밑까지 와서는 날 올려다보고 있었다. 심연을 마주하는 듯한 검은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도망치고 싶지만, 시선을 돌려버리면 그 사이에 잡아먹힐 것만 같은 공포가 가로막는다. 고개를 돌리는 것도, 도망치는 것도 용납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일단 물어봤으니 대답해주지. 내가 원하는건..] 심장이 요동친다. 호흡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냥 여기서 사라져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전신을 휘감는다. 어째서 이런것과 마주치게 되었을까,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차라리 시간이 멈춰버리면 좋겠지만, 중후한 목소리는 자비없이 말을 이었다. [우유 한그릇만 줄 수 있나?] . . . [그럼 실례하도록 하지.] 고양이의 모습을 했지만 절대로 고양이는 아닌 것 같은 무언가가 현관문을 넘었다. 도대체 나는 무슨 생각으로 저것을 집 안까지 들여버린 것일까, 집까지 오고 나서야 어느정도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나는 여기 앉으면 되나?] 가장 큰 의문은 저 무언가가 도대체 뭐냐는 것이다. 손님이라도 된것마냥 태연하게 테이블 위로 올라와서는 우유를 달라는 눈빛을 보내온다. 실제로 내가 들여보내주었으니 따지고 보면 손님이 맞지만, 그건 불가항력적으로 하게 된 일이므로 딱히 손님대접을 해주고 싶지는 않다. 손님대접 해주는 정도로 눈 앞에서 사라진다면 몇번이고 해줄 의향은 있지만.. 하지만 저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설마 진짜로 고작 우유 한잔을 바란 것은 아닐테니까. 아니면 그냥 내 반응을 가지고 즐기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공포속에서 약간의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물론 더 큰 공포에 의해 금방 진화되었지만 말이다. [우유는 아직인가?] 그렇게 물으며 심연같은 눈동자가 나를 직시했지만, 나는 차마 그것을 똑바로 볼 수 없었다. 나는.. A. (순순히 우유를 대령한다.) B. "넌 도대체 뭐야?" C. 자유.
이름없음 2020/12/31 23:30:26 ID : Cp9a1fVgnO6
아 겁나 귀엽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무섭고 근엄한 말투로 얘기해놓고 원하는게 우유 한그릇이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름없음 2020/12/31 23:59:41 ID : 9BArwIJPjze
발판
이름없음 2021/01/01 23:32:03 ID : 9BArwIJPjze
B
◆u5TVffdPhcN 2021/01/02 02:56:04 ID : pU0pVaq3O2t
"넌 도대체 뭐야?" 목소리가 떨리는 일은 없었다. 어느정도 익숙해졌기 때문인지, 호기심과 경계심이 공포를 억누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너는 참 재미있는 인간이군.] 녀석은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늉을 하며(관절인형의 머리를 비트는 듯한 모양세였지만.) 말을 이었다. [내가 뭐라고 하면 믿을건가? 아니, 뭐라고 해야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나?] 무슨 소리를 하고싶은 것인지는 감도 잡히지 않지만, 그저 이해할 수 없는 궤변이 길게 이어진다는 것 만으로도 불안감를 조성하기에는 충분했다. [나는 단지 정신병자의 망상이고 너는 사실 병원에 묶여있다고 하면 믿을건가? 이 모든게 꿈이라고 하면 믿을 수 있겠나?] 그렇게 말하고 녀석은 고개를 반대로 돌렸는데, 그 모습이 어딘가 비웃는 것처럼 느껴진 이유는 어째서일까. 일그러져있을 내 얼굴을 보고 비웃는 것일까? 아니면 녀석의 말처럼 그저 망상일 뿐일까? [내가 사실 악마라면 믿을건가?] ..그 말을 끝으로 잠깐동안의 정적이 집안에 감돌았다 [뭐, 그런거라네. 무엇을 말하든 증명할 수 없으면 의미가 없지. 지금의 나는 우유를 원하는 그냥 고양이로 충분해.] A. "그냥 고양이는 말할 수 없어." B. "말돌리지 마, 넌 도대체 뭐지?" C. (얌전히 우유를 바친다.) D. 자유
이름없음 2021/01/02 04:48:23 ID : Cp9a1fVgnO6
발판
이름없음 2021/01/02 04:50:19 ID : A0mpRvija64
바알파안
이름없음 2021/01/02 11:33:08 ID : pQljy0oMrur
A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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