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때와 같이 늦은 밤 잠이 들려는 찰나에 일상 속의 편린들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올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조금은 뻑뻑한 눈을 손으로 덮고 눈을 감은 뒤 섞여 들어오는기억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본다. 기분 좋은 공허함이 가슴 속을 채운다.
이름없음2020/12/31 00:25:08ID : lDAi2rhy3Rw
곁에 남은건 가능성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과거의 기억이 주는 온기와 먼지묻은 행복 뿐이라 괜스레 공허해지는 요즘이다.
이름없음2020/12/31 00:25:48ID : lDAi2rhy3Rw
봄을 잃고 여름을 잃고 가을도 잃었다. 안온한 일상을 잃고 우리도 잃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겨울마저 잃을 참이다. 작년 이맘때 너와 보던 첫눈이 그립고 학교에서 몰래 이어폰을 나눠끼며 듣던 노래가 그립고 새벽에 잠깐 나와 걷던 그때의 공기가 그립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잃고 그리워할 것들만 얻어갔다. 그리워하는 마음이야 언젠가 사라지겠다만 잃어버린 나의 계절은 누가 돌려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