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에게 직접 보내기에는 아직 때가 아니지만...
뭐, 혹시 우연히라도 보게 된다면 너라고 생각하고 읽어. 맞으니까.
사실 기대도 안했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그래도 적어도 올해 안으로는 미안하단 말은 아니더라도 쌍욕 하나라도 박히기를 바랬다. 차라리 욕이 낫지, 무반응이 더 힘들었어 나한테는. 더 좆같은 건 내가 톡이든 전화든 너한테 온갖 닦달을 해야 너가 반응이 있을 거라는, 아니 그럼에도 없을 거라는 확신이었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는 것을 연락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생사가 궁금할 정도로 끊긴 니 근황이 궁금해서 못 참고 몇 번 널 건드렸을 당시에는 계속 부정하다가 비로소 인정했을 때 내 자신이 너무 비굴하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카톡으로든 SNS든 니 근황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었을 때도 그냥 무시했다. 더 비굴해지기 싫어서. 너도 그랬겠지만 나조차도 널 놓고 살았다. 한편으로는 니 연락 일말의 기대라도 하면서 살긴 했었지만 그마저도 최근에는 안 하고 살고 있어. 사실 이게 너가 원하던 시나리오일지도 모르겠다. 나한테서 천천히 잊혀지는 거. 그래서 내가 너한테 연락 한번, 반응 한번 없었을 때 마음 한구석에서는 얘가 이럴 리가 없을텐데 불안하다 싶기도 했겠지만 너가 원하는 대로 척척 흘러가 주니, 아주 안정적이고 평온했던 지난 날들이었을 거야. 아니다. 카톡이든 연락처든 다 차단시켜놔서 애초에 너가 골치 아플만한 상황은 일어나지도 않았겠지. 사실 너가 그렇게 날 회피하기 위해 철벽을 미리 쳐놓지 않았어도 난 실제로도 그동안 너한테 뭔 짓을 하지는 않았을 거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에도, 너에게 싸움이든 뭘로 따지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단다. 한참 전에는 그냥 단단히 빡돌아버려서 너한테 싸불이라도 할까 생각했지만 더 이상 그런 감정소모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부질없는 인간관계인 것을 알아버렸는데, 내가 왜 그러겠니.
차라리 싸워서 살아나는 관계면 난 이미 하고도 남았을텐데, 이미 한쪽이 귀를 완전히 막아버리고 회피하고 있으니 이 관계는 여지조차 남아있지가 않는 거잖아. 심지어 최근에 니 프로필 우연히 들어갔는데 프로필조차 비공개 시켜놨더라. 이건 아예 끝난거나 다름없는 거겠지?
그럼 끝까지 입 닥치고 각자 갈 길 갈 거 왜 이제야 뒤늦게 괜히 미련 남기는 소리냐고 한다면, 내가 드디어 최근에 너한테 남아있던 일말의 미련을 완전히 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야. 그리고 니 연락이 완전히 끊긴지 1년이 되는 기간이기도 하지. 그 1년 딱 되는 날이 마침 크리스마스였는데, 기분 잡칠 것 같아서 지금에서야 이런 글을 써내려가게 되어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서 여튼 작별인사 겸, 솔직히 여태까지 기분 엿같았던 건 팩트니까 내가 니 연락 기다리면서 깨달았던 것, 잠시 억눌렸던 감정들의 일부라도 너한테 속 시원하게 풀어낼 겸 써내려 갔어. 실제로 너에게 이 글을 직접 보내려나 지우는 걸 반복했고, 여기에나마 올려서 속은 존나게 시원한데, 참 씁쓸하다. 왜 우리 관계의 결말이 이따위여야 하는 걸까?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에 안 들어 ㅋㅋ 난 이유도 모른 채 너한테 잠수 손절이나 당하면서 너에 대한 미련을 다 털어내려고 노력했고, 그게 최선이라는 게. 그래도 너한테 이유는 굳이 물어보지 않을게. 그 이유가 온전히 나에게서 비롯되었다면, 너도 나 못지않게 나한테 우울증 남길 정도로 상처 되는 짓은 여태까지 충분히 했으니까 서로 퉁 치자. 너도 니 잘못 알잖아. 니 잘못에 당당했으면 니가 아무리 회피형 인간이라 해도 오히려 나한테 뭐라고 할 만한 입장이었겠지. 뭐 됐고, 어쨌든 진짜 최악의 엔딩이네.. 앞으로도 이런 악연중에 악연은 만날 수도 없을 거고, 혹시 이보다 더한 악연을 만나게라도 된다면 면역이라도 되니 다행이겠다 그치? 우리 둘 다.
그럼에도 너무나도 화가 끓어올라 넘치는 이 감정을 꾹 누르고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그래도 여태까지 고마웠다는 거다. 아무리 꼬일대로 꼬여버린 연이었다고 해도 중간중간에 너한테 고마웠던 건 많았거든. 그리고 여러모로 미안했다. 이건 진심이야.
진짜 안녕이다. 나도 이 끝날 대로 끝나버린 이 관계를 인정했으니,
공식적으로 손절이네. 시발 n년 친구 그딴 거 ㅈ도 별 거 없다 ㅋㅋ
가는 길에 덕담은 딱히 해줄 거 없고, 뭐 인생 어째저째 잘 이어가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