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한 RPG 게임에서 약 8개월 동안 이어진 나와 미친 놈의 처절한 혈투기다.

홀리... 안 보여서 적었어 미안

크세스(Xes99)는 계속 사막을 돌아다녔고 우리는 그 뒤를 졸졸 따라갔다. 그러다가 협소한 바위 산맥을 만났는데, 더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 앞에는 광신도 몇 명이 산맥으로 들어가는 길을 문지기처럼 지키고 서있었다. 모루스가 다른 길로 가자며 채팅을 보내자 크세스가 바로 답장을 날렸다. 모루스와 크세스 사이에 잠시 의견충돌이 발생했다. [? 저 길이 제일 빠른디.] [저 성직자들 또라이들임. 우리 파티로는 쟤네 못 이김.] [ㅋㅋ 생각해 보니까 여기 딜러 한 명이었네?] 우리의 조합이면 힐러, 대장장이, 궁수, 흑마법사였다. 대장장이를 딜러로 취급하지 않고서 정확히 따지자면 딜러가 둘 아닌가? 궁수와 흑마법사면 딜러가 둘인 게 당연했다. 그러나 크세스의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나 딜러 아닌데?ㅋㅋㅋㅋㅋㅋ] [아니 미1친 이게 뭔 소리야. 흑마법사면 막 언데드 군대 소환하고 그래야지.] [그건 정석 흑마법사고 난 전직 잘못한 망캐 흑마라니까;;; 나는 디버퍼야 임마.] 디버퍼, 아군을 강화시키는 것과 완전 반대로 적군을 약화시키는 역할군이다. 힐러의 천적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버프계열 캐릭터들과 극 상극을 달리는 자들이다. 변종 흑마법사 크세스도 그런 디버퍼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 말은 곧 딜러가 나 한 명이라는 소리였다. 크세스는 다짜고짜 광신도들을 때려눕히고 산맥을 지나갈 생각으로 보였다. 파괴형 성직자들은 강한 딜러였다. 싸우면 우리가 질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크세스는 내가 말리기도 전에 냅다 스킬을 박았다. 흑마법사 크세스의 스킬은 사용하면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일반적인 스킬들과 달리 뭔가 난해한 효과가 발동됐다. 크세스의 뒤로 거대한 문이 나타나는 동시에 채팅창에는 시스템 메세지가 떠올랐다.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제물 : moru1010] 순식간에 모루스의 체력이 뭉텅 없어지더니 문에서 낫이 튀어나와 광신도들을 덮쳤다. 그러자 낫을 맞은 광신도들의 몸이 순식간에 검게 물들더니 웬 강아지같은 형태로 변했다. 강아지가 된 광신도들은 굉장히 쉽게 죽었다. 이때부터 나는 크세스를 내 편으로 영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와 적들을 죽이기 위해선 아군의 체력을 제물로 바쳐야하는구나... 진짜 겁나 멋있다......

길드 기능은 없던데 그래도 파티 기능은 있나봄 크세스 능력 꽤 페널티가 크넹

>>106 >>105 파티 기능도 없다. 단 표식 아이템을 이용해 서로의 위치를 알 수 있긴 하다. 크세스의 캐릭터 거래형 흑마법사의 가장 큰 특징은 자신 또는 주변 범위 내에 있는 생물의 체력을 소모해 원하는 대상에게 강력한 디버프를 거는 것.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경우 스스로의 체력을 깎아먹는 자살패가 되기도 한다.

모루스의 체력이 깎인건 모루스를 지정해서 깎은 게 아니라 우연히 제일 가까웠던 게 모루스였어서인가...?

>>109 이거 적진 한가운데라면 굉장히 유용할것같은데 딱 양학용

크세스가 우릴 안내한 곳은 어떤 모래 언덕이었다. 그곳은 가끔씩 유저들이 돌아다니긴 했지만 하페이는 1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크세스는 우리에게 마나 포션을 요구했다. [대용량 마나 포션 3개.] [한 개라며.] [내가 방해꾼까지 처리해줬는데 더 받아야지.] [그건 님이 그냥 한 거잖아요. 1개 준다.] [선 넘네.] 크세스는 갑자기 돌변해서 스킬을 시전했다. 크세스의 주위로 검은 거미줄이 펼쳐졌다. 크세스의 체력이 뭉텅 날아가더니 우리의 이동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거미줄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마나 ㅅㅂ] 크세스의 마나 고갈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강력한 스킬들을 가진 만큼 그 마나 소모량 컸다. 나는 잠시 고민했다. 스킬 두 번에 마나가 거덜날 정도면 아무리 강력한 유저라고 해도 함께하기가 어려웠다. 그때, 코본이 크세스에게 마나 재생 스킬을 사용했다. 초당 차오르는 마나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크세스는 깜짝 놀라 채팅 러쉬를 갈겼다. [님 치유형 성직자였어????????? 와 미쳤다 힐러 멸종된 줄 알았는데. 근데 이런 버프로는 내 마나통 못 채워. 스킬 한 번에 마나 100 단위로 날아간다.] 크세스의 채팅을 본 모루스는 가만히 있다가 느닷없이 모루를 설치하며 채팅을 보냈다. [마나 소모량이 문제였음 진작 말하지, 마나통이 작은 건 줄 알았네.] 모루스는 그 자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뚝딱뚝딱 만들어냈다. 그 아이템은 상점에서는 팔지 않는 드랍템(몬스터를 잡으면 일정 확률로 등장하는 아이템)이었다. 모루스가 만든 아이템의 효과는 사용하는 마나의 20%를 다시 회복시켜주는 대마법사 전용 아이템이었다. 크세스는 아이템을 장착하고 팔짝거리며 채팅을 쳤다. [와 님들 뭐야. 나 형님들하고 같이 가도 돼? 나 혼자서는 마나 부족해서 스킬 못 쓰고 다녀.] 이렇게 우리 파티는 4명이 되었다. 나는 크세스에게 우리의 최종 목적을 알려주었다. 보통은 발을 뺄 법도 한데 크세스는 자신만만하게 '마법계통은 흑마를 절대 이길 수 없다'라며 외쳤다. 크세스는 자신이 마나만 충분하면 Eka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내가 그 근거를 물어보자 놀라운 대답이 돌아왔다. [흑마의 스킬 중에는 상대의 스킬을 차단하는 스킬도 있어서 마법계통 캐릭은 다 이길 수 있을 걸.] 아주 놀라운 발견이었다. Eka의 주술만 차단한다면 나조차도 에카를 일 대 일로 이길 수 있었다. 우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약 3시간을 기다린 끝에야 우린 하페이(Hapay)를 볼 수 있었다. 그는 본인이 직장인이라 게임을 들어오는 시간이 적다고 말했다. 우리가 Eka를 잡겠다는 뜻을 밝히자 하페이는 난처하다는 듯이 채팅을 보냈다. [Eka를 잡으려면 이 인원으로는 안 됩니다. 그 쓰레기는 벌써 사냥꾼 길드, 마법사 길드, 네임드 마도공학자 유저 mirol과 손을 잡은 상태입니다. 게다가 벌써 광신도들과도 동맹을 준비하고 있죠. 아이덴 길드의 인구수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당신은 유능한 고인물 주술사라고 들었습니다. 에카를 참교육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현재의 아이덴 길드는 에카와 대적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mirol을 죽여 패널티를 부여할 수 있다면 기회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현재 에카의 가장 큰 전력은 mirol과 사냥꾼 길드이니, 그 둘을 먼저 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주술사와 싸우는 법을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하페이는 매우 정중한 인터넷 예절의 소유자였다. 오랜만에 만난 신사적인 채팅에 감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페이는 내 부탁을 들어주었고, 우리는 주술사와 싸우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하페이와의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크세스는 구경만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하페이와 우리의 3 대 1 모의 전투는 시작됐다. [저는 자연계 주술사입니다. 환상계 주술사인 Eka와는 전투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같은 직업인데 달라봤자 거기서 거기죠.] 채팅이 끝나고, 나는 즉시 속박 화살을 쏘았다. 하페이는 화살을 피하지 않고 전부 맞았다. 속박된 하페이에게 모루스가 다가가 마구 평타를 날렸다. 그 순간 하페이의 주위로 주술진이 생성됐다. 주술에선 폭풍이 일어났고 모루스는 주술진 바깥으로 튕겨나왔다. [주술사는 법사처럼 물몸이 아닙니다. 화살 몇 방 맞는다고 해도 끄덕 없으니 딜탱이라 생각하고 싸우십시오.] 나는 강화 화살을 장착했다. 더 강력한 화살을 발사했음에도 하페이는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모든 공격을 맞았다. 모루스는 폭풍의 주술로 인해 계속 튕겨나왔기 때문에 모든 공격은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계속 화살을 쏘았다. 하페이의 체력도 점점 닳고 있었다. 하지만 하페이가 다음 주술을 사용하자 초록빛과 함께 하페이의 체력이 빠르게 차올랐다. 재생의 주술이었다. 하페이는 쉴 틈 없이 계속 주술을 난사했다. 그러자 바닥에서 식물들이 튀어나와 우리를 공격했다. 내 피가 줄어들자 코본은 축복을 사용해 날 회복시켜주려고 했다. 그렇지만 코본의 축복은 어딘가로 빨려들어갔다. 하페이의 토템이었다. 저 토템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매우 사기적인 효과를 가진 토템이다. 한때는 저 토템 하나 때문에 주술사 공략법이 새로 나오기도 했었다. 토템은 축복을 흡수하더니 비명을 질렀다. 이 토템의 별명은 '피뢰침', 대부분의 투사체와 마법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또한 무언가를 흡수할 때마다 고래고래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나는 하페이에게 화살을 쏘았다. 역시나 토템으로 화살이 빨려들어갔다. 답답한 마음에 광역 스킬인 화살비도 사용하였으나 광역 스킬도 어김 없이 토템 속으로 사라졌다. 하페이는 토템을 거두며 말했다. [Eka도 분명 토템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이 토템을 넘지 못한다면 궁수로는 절대 주술사를 때릴 수조차 없습니다. 저는 내일 이 시간에 또 올 것이니 토템을 공략할 방법을 찾으십시오.] 하페이가 게임을 나간 후 나는 독하게 마음 먹었다. 멀리서 쏘는 공격은 죄다 빨아들인다, 가까이 다가가면 폭풍이 밀친다. 아예 공격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지만 분명 약점은 존재할 것이었다. 나는 그걸 알아야했다.

와... 하페이 개간지 난 왜 이 스레에서 정통 판타지를 보고 있는 것인가

나 저 유저 수집 사건 예전에 유튜브에서 한 번 본 거 같은데 알고 봐도 재밌네ㅋㅋ

만화로 그리면 액션신 어마무시할듯ㅋㅋㅋ

>>115 그그 유튜브 영상 좀 알려주ㅜㅠㅠㅠㅠ

바보판인가 하고 봤더니 잡담판이고 서사는 흥미진진...... 역시 현실은 상상을 뛰어넘는구나

레주를 기다리며 만화빌런 재등장

>>121 개 귀엽네 아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레주랑 아케해서 하면 좋겠는데 친목....

이 스레 결국 레전드 됐구나ㅋㅋㅋ

>>123 그러게 도전만화같은거로 나오면 좋겠는데..... 좀 아쉽다

>>121 게임을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군. 성직자의 복장을 정확히 묘사하다니. 나와 코본, 그리고 모루스는 이틀에 걸쳐 하페이에게 전투 훈련을 받았다. 전투를 시작할 때면 하페이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우리의 공격을 받아냈다. 그러나 토템을 꽂는 순간 우리는 하페이를 공격할 수 없었다. 그렇게 3일째 되는 날, 하페이를 기다리던 중 모루스가 채팅을 올렸다. [아니 근데 저 아저씨는 왜 안 무빙을 안 하지? 강자의 여유 뭐 이런 거임?] [공격 대놓고 다 맞아주는 거 보니 양학하는 거 같은데.] 나와 모루스의 대화를 보고 있던 코본은 툭 내뱉듯이 한 마디 짧은 채팅을 남겼다. [움직이면 안 되는 거 아닐까요?] 그 순간 내 뇌리에 무언가가 번뜩였다. 이 RPG 게임에서는 어떤 직업이든지 리스크를 가지고 있었다. '궁수는 장전 중 점프를 할 수 없다' 같은 리스크 말이다. 어쩌면 주술사는 움직일 수 없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페이는 또 다시 게임에 접속해 우리와 전투를 치뤘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 일은 없었다. 우린 전투가 시작되자 곧바로 하페이와 거리를 벌렸다. 역시나, 예상대로 하페이는 우릴 쫒아오지 않았다. 그는 우리가 먼저 공격하지 않는 걸 보고 채팅을 보냈다. [눈치채셨습니까? 주술사는 전투 중 자신이 시전한 주술진의 범위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됩니다. 주술사가 주술진을 벗어나는 순간 주술은 사라진답니다. 그런데 그 거리에서 공격은 어떻게 할 생각이시죠?] 하페이의 말이 맞았다. 주술사의 리스크는 찾았으나 공격을 할 방법은 아직 찾지 못했다. 하페이는 다시 토템을 세웠다. 나는 혹시나 하페이를 당겨올 수는 없을까 하는 마음에 밧줄 화살을 쏘아봤고, 역시나 화살은 토템에 자석처럼 빨려들어갔다. 저 토템을 돌파할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그때였다. 내가 발사했던 밧줄 화살을 당기자 토템이 딸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매우 당황했고 하페이는 그런 내게 태연하게 채팅을 보냈다. [사람들은 보통 토템이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토템은 넉백기(상대의 위치를 강제로 이동시키는 스킬)를 맞으면 움직입니다. 토템은 투사체 대신 맞아줄 뿐 그 이외에는 아무 기능도 없죠.] 우리는 주술사의 두 가지 약점을 찾아냈고 그 뒤로는 쉽게 하페이를 이길 수 있었다.

근데 진짜 ㅈ망겜은 ㅈ망겜이었나봐 보통은 포럼같은데에 유저들이 다 정리해주던데 굉장히 미지의 직업들이 많네

하페이가 아군 맞지?

>>127 ㅇㅈ 정말 정보가 적다... 마치 옛날 옛적 리니지 초창기때 다른 유저만났다고 인터뷰하던 시절같아

>>127 포럼이... 없었다... 다른 직업을 알려면 그 직업을 해보는 수밖에. 흑마법사같은 특수직들은 진정한 미지의 직업이었다. >>128 우리에게 주술사와의 전투를 알려준 스승님이셨다. 5일째 되던 날, 우리는 하페이를 떠나 본격적으로 Eka를 치기로 마음 먹었다. 하페이는 우리가 떠나기 전 몇 가지 정보를 알려주며 신신당부를 했다. [Eka가 동맹을 전부 완료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걸 해야 합니다. 만약 Eka가 파괴형 성직자 길드(광신도)의 길드장을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면 아이덴 길드는 순식간에 멸망할 겁니다.] [그럼 가장 먼저 뭘 해야 하죠?] [레벨을 올린 후 사냥꾼 길드의 길드장을 여러 번 암살하세요. 그는 멘탈이 매우 약한 유저이기 때문에 수차례 죽으면 한동안 게임에 접속하지 않을 겁니다. 예전에도 한 번 인성질을 당했다고 한 달 동안 게임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사냥꾼 길드장이 없다면 사냥꾼 길드는 쉽게 무너질테니, 그 틈을 노려 Eka의 세력을 하나씩 뒤집어 엎으십시오.] 우리는 하페이의 말을 새겨들어 뿔뿔이 흩어졌다. 나는 코본과 모루스, 그리고 크세스에게 일주일 동안 각자 수련한 후 마을 입구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 넷은 일주일 간 강해지기 위해서 잠시 각자의 길로 떠났다. 일주일의 수련 기간 동안 내 목표는 새로운 스킬의 개방이었다. 나는 주로 '화살비' 스킬을 필살기처럼 사용하곤 했는데, 레벨을 더 올리면 훨씬 유용한 '신속궁'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다. 신속궁을 사용할 수 있다면 단 몇 초만에 화살 세례를 퍼부어 상대를 고슴도치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고작 일주일 안에 그 정도의 레벨을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단기간에 바짝 레벨을 올리기 위해 나는 보스몹을 잡기로 결정했다. 보스몹을 처치하면 다른 몹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가 보스 스테이지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극악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내 걸 건드렸던 놈들을 찾아냈다. 1시간 후 마을 입구에서 이 놈들이 다시는 설치지 못하도록 모조리 몰살하겠다.] 월드 채팅이었다. 이런 식으로 월드 채팅을 선전포고 따위에 낭비하는 작자는 이 게임에서 단 한 명 뿐이었다. Eka, 그 미친 놈이 마을 입구에서 사형식을 벌이려하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마을을 향해 달렸다. 에카는 지금 자신을 방해한 자의 최후를 본보기로 보여주며 다른 유저들을 공포로 탄압하려 하는 것이었다. 가만히 둬서는 안 되는 일이다. 나는 Eka의 사형식을 막기 위해, 한 번이라도 그 놈의 면상에 화살을 박아넣기 위해 나의 원수에게로 가고 있었다. 그때, 또 다른 월드 채팅이 올라왔다. [그리고 아직 잡히지 않은 셋. 활잡이, 힐러, 수호기사 너희도 곧 다시 잡아서 다신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거야. 난 내 컬렉션은 모두 기억해. 조금만 기다려, 셋이 나란히 박제해줄게.] 활잡이는 나, 힐러는 코본을 칭하는 말이었다. 나는 순간적으로 분노가 치밀어오르는 걸 느끼며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모두들 월드 채팅을 보고 마을 입구에 모여있었다. 나는 저 멀리 나무 사이에 숨어 Eka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수호기사? 새로 딜겸힐로 들어올 동료이려나? 그나저나 포럼이 없다니 굉장하네...

근데 파이어링 어캄... 보복때문에 새 컬렉션이 됐을지도 몰라

아 분명 망겜이니까 그래픽도 개구릴텐데 내 머릿속에서 나오는건 초고퀄 vr기기 쓰는 겜판에서나 나올법한 퀄의 겜이야... 갠적으로 레주는 흑발에 코본 금발일것같어

게임 이름 알고싶은데 알려주면 안될까?? 너무 궁금해서 잠을 못지겠어 ㅋㅋㅋㅠㅠ

아무리 그래도 포럼도 없다니......

정주행 중인데 인성질을 두 달이 넘게 하다니... Eka 진짜 광기네 걍 현생 버린 거 아님???

>>131 모루스를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은데.. 그나저나 셋인걸보면 다행히 크세스는 아직 안 걸렸구나! 하긴 하페이가 아군이니까 크세스가 팀원으로 들어온 건 아무도 모를 법 해... 내부에 내통자는 없구만. 일반 판타지였다면 클리셰대로 크세스 대활약이겠지만 이건 실화잖아 아 너무 기대된다

이거 진짜 대서사시 삘....

>>137 저기서 말하는 활잡이, 힐러, 수호기사는 에카의 도망친 컬렉션들아님? 모루스랑은 관계없을걸

>>139 아 저 셋이 스레주네 파티를 말하는 게 아니라 다 따로 도망친 애들을 말한건가보네 그러면 마침 여기에 힐러 하나 딜러둘+혼종 하나니까 탱커 하나 들어오면 좋긴 하겠따

Eka가 예고했던 시간이 되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에서 푸른 균열이 생성되더니 균열이 갈라지며 한 유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에카와 동맹했다고 알려진 마도공학자 mirol이었다. 이 RPG게임 내에서 3대 마법사 중 하나로 불리는 네임드 유저 mirol, 이토록 강력한 유저가 왜 에카같은 사이코 유저와 손을 잡았는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미롤(mirol)이 등장하고 조금 시간이 더 지나자 사냥꾼들이 포획 당한 유저들을 끌고 왔다. 그리고 그 사냥꾼 무리의 한 가운데에는 에카가 있었다. 에카는 포획 스킬에 걸려 움직이지 못하는 유저들 앞으로 걸어나와 지역 채팅으로 외쳤다. [지금부터 남의 것을 탐낸 비열한 도둑 놈들을 처형하겠다.] 그 채팅이 끝나기 무섭게 에카는 포획된 유저 하나에게 환상계 주술을 걸었다. 그러자 그 유저의 머리 위로 어마어마한 양의 방어력 하락 디버프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그 유저는 단 몇 초만에 모든 방어력을 잃게 되었다. 에카가 다음 채팅을 남기자 사냥꾼이 그 유저를 관중들 사이로 던져버렸다. [이건 이제 물몸이다. 마음껏 죽여라.] 방어력이 없는 유저는 단순 먹잇감으로 전락한다. 에카의 처형쇼를 지켜보던 관중들은 느닷없이 날아온 먹기 좋은 먹잇감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다들 달려들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야생개들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사육사처럼 보였다. 에카는 그런 식으로 포획에 당해 움직이지 못하는 유저들을 약화시킨 뒤 관중 속으로 던지며 반응을 즐겼다. 처형식은 에카가 직접 집행하는 게 아니었다. 그는 먹기 좋게 양념된 유저를 군중 속으로 던졌고, 군중들은 눈앞에 떨어진 먹이를 보고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물어뜯었다. 광기의 현장이었으며 인간의 추악함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군중들은 자기 앞에서 웃고 있는 적과 싸우는 걸 포기하고 적이 던져주는 먹이를 개처럼 받아먹었다. 강한 적과 싸우는 대신 적에게 굴복해 함께 약자를 공격하는 걸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때, 군중 속에서 한 암살자가 재빠르게 달려나왔다. 그는 순식간에 사냥꾼들 사이로 파고들어 한 사냥꾼의 목을 땄다. 모든 유저가 굴복한 건 아니었다. 그 암살자는 남아있는 혁명의 작은 불씨였다. 암살자는 계속해서 민첩하게 움직였다. 그는 다시 빠르게 뒤로 빠지며 에카를 베어갈랐다. 그리고 암살자가 에카를 베고 그림자 속으로 숨는 동시에 어디선가 총알이 날아와 에카의 머리에 정확하게 꽂혔다. 한 방 딜이 가장 강하다는 저격수의 헤드샷이었다. 아무리 튼튼한 주술사라도 머리에 총탄이 박히자 그대로 꼬꾸라져서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에카는 죽는 대신에 사라져버렸다. 갑자기 증발한 것처럼 어디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에카의 모습이 사라지자 이 모든 소동을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던 미롤(mirol)이 암살자를 폭사시켰다. 직업은 마도공학자이면서 암살자를 죽이는 데에 1초도 소모되지 않았다. 그 순간 난 미롤과 일반 유저의 엄청난 격차를 깨달았다. 다른 건 몰라도 미롤만은 절대 이길 수 없다고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암살자가 죽은 후 새로운 채팅이 올라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생각 좀 해라.] 채팅과 함께 에카가 멀쩡한 체력바를 가지고 걸어나왔다. 나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잠시 생각해보다 그 답을 찾아냈다. 에카의 직업은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환상계 주술사'. 즉, 방금 죽은 것은 환상으로 만든 분신이었다. 그리고 나의 답은 정답이었다. 나는 에카의 머리에 화살을 쏘기 전 저게 분신인지 아니면 본체인지 알아야 했다. 어쩌면 분신만 세워놓고 자긴 근처에 숨어 주술을 쓰고 있는 걸 수도 있었다.

오 암살자 누구시래... 열사네 열사

저격수도 있는거야...?

에카는 악명이 자자한 네임드 유저에 속했다. 네임드 유저에 대해서는 시중에 알려진 바가 많았기에 나는 에카의 직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내가 아는 바로는 주술사는 분신을 다루는 도중 자기 캐릭터의 시야는 볼 수 없다는 리스크가 존재했다.즉, 내가 에카를 공격해도 에카는 분신을 조종하느라 빠르게 반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에카가 지역 채팅으로 말했다는 건 근처에 있다는 걸 의미했고, 나는 에카가 분신을 조종하는 틈을 노려 몰래 기습할 생각이었다. 물론 마을 입구에 있는 에카가 진짜 에카일 수도 있었지만 이때 난 믿고 있었다. 그 놈은 자신을 죽인 사람이 영웅 대접을 받는 꼴을 절대 원하지 않을 것이고, 만약 자신이 죽을 수도 있으니 꽁꽁 숨어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내 예상은 적중했다. 에카는 구석진 바위 뒤에 숨어 분신을 조종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방비한 에카를 엄호하는 사람이 둘이나 됐다. 사냥꾼 두 명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지키고 있었고, 나는 그 둘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복수해야 할 에카를 코앞에 두고 그냥 돌아가기에는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단순한 RPG게임이 아니었다. 에카를 화나게 하고 싶다, 그 일념 하나로 나는 활시위를 당겼다. 사냥꾼 두 명을 이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비록 질지라도 물러서서는 안 될 때가 있는 법이다. 궁수 스킬, 표적 꿰뚫기. 내 화살이 날아가 사냥꾼의 몸을 관통했다. '표적 꿰뚫기'의 효과로 화살을 맞은 사냥꾼의 방어력이 급감하자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냥꾼의 마취총을 피하며 계속해서 화살을 연사했다. 그러나 사냥꾼과 궁수의 체력 차이는 상당했다. 사냥꾼의 엽총에 실수로 맞으니 한 방에 체력이 뭉텅 날아갔다. 사냥꾼 둘과 나의 혈투는 약 4분 동안 이어졌다. 서로 나무 뒤에 숨어 총알과 화살을 상대방에게 날렸다. 전투가 지속되자 어느덧 마나는 점점 거덜나기 시작했다. 내가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투였다. 나는 결국 최후의 선택을 했다. 나, 코본, 모루스, 크세스는 함께 가지고 있는 표식 아이템이 있었고 이 아이템은 타게임들의 파티 시스템과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표식 아이템으로 내 동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역시나 다들 상당히 먼 거리에서 활동하는 중이었고 심지어 모루스는 게임에 접속한 상태도 아니었다. 그래도 희망은 이것 뿐이었다. 나는 동료들이 내 신호를 눈치채주길 바라며 표식 아이템을 파괴했다. 나는 약 8분을 더 버텼다. 마나는 모두 바닥나 오직 평타로 활을 쏠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사냥꾼에게 맞은 올가미 때문에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고 있었다. 서서히 줄어드는 내 체력을 보며 내가 곧 죽는다는 걸 짐작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체력 포션을 마시며 비장의 한 발을 준비했다. 사냥꾼을 이기는 일은 포기하고 에카에게 불화살을 쏠 생각이었다. 성공한다면 내가 죽어도 에카의 신경을 조금이나마 긁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채팅창에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 [Xes99 : 궁수 형 나 지금 스킬 써서 거기 보고 있거든? 멀리 있어서 살려주지는 못하는데 형한테 스킬 걸었으니까 나 믿고 그냥 죽어봐.] 크세스의 싸가지 없는 말투의 채팅도 이리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내게 스킬을 걸었다는 크세스의 말대로 갑자기 내 방어력이 엄청나게 낮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크세스의 디버프에 걸려 몸은 더욱 약해졌지만 홀가분한 마음으로 달려나가 사냥꾼들에게 살해 당했다. 내가 죽자 그 즉시 내 시체가 놓인 곳을 중심으로 주변 땅이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땅은 삽시간에 거무튀튀한 색으로 변했고, 그러자 채팅창에 붉은 글씨로 경고 문구가 올라왔다. [부패의 역병이 확산됩니다] 그제서야 난 크세스가 내게 걸었다던 스킬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 RPG게임 내에서 경고 문구가 올라오는 스킬은 모두 같은 발동조건을 가지고 있었다. 크세스가 내게 건 스킬은 오직 대상이 죽어야만 발동하는 동귀어진류 스킬이었던 것이다! (동귀어진류 스킬은 스킬트리를 잘못 찍은 초보자들이나 가지고 있는 쓰레기 스킬이다.) 내 시체를 중심으로 검은 쥐 떼가 퍼져 주변 유저들을 갉아먹었다. 쥐 떼들의 공격은 매우 강력했다. 에카를 지키고 있던 사냥꾼 둘은 순식간에 쥐들에게 뜯겨 사망했으며 에카도 분신 조종을 그만 두고 쥐들을 피해 달아났다. 비록 죽었지만, 나는 에카를 제대로 방해한 것에 만족했다. 나는 다시 마을에서 리스폰한 후 기쁜 마음으로 신속궁 스킬을 익히기 위해 보스 스테이지를 향해 떠났다. 내가 보스 스테이지로 가는 길에는 에카의 월드 채팅이 울렸다. 아무래도 에카가 쥐들에게서 도망치면서 내 시체를 본 모양이었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활잡이 너만 따라간다.] 에카 딴에는 날 위협하려고 한 말이겠지만 그 채팅 덕분에 오히려 나는 에카에게 한방 먹였다는 뿌듯한 마음을 가지고 보스를 잡을 수 있었다.

와아아!!! 크세스!!! 스레주!!! 아 근데 에카 갑자기 허접해보여 [찾았다, 집나간 활잡이]할때는 ㄹㅇ 집착광공이었는데 지금은 멍청한 얀같음

아 크세스 지난번에 선넘네? 하고 자기 스킬 보여줄때도 그랬는데 진짜 힘숨찐류 캐의 정석 같음 맨날 마나 떨어져서 빌빌거리는데 사실 최강인... 뭐 그런거 있잖아

>>145 놀랍게도 에카의 채팅은 대부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저런 정신병자같은 채팅을 실제 인게임 내에서 사용한 것. >>146 흑마법사같은 특수 전직 직업들은 지존 갓 강력한 스킬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그에 따른 치명적인 리스크가 있다. 흑마법사의 경우 레벨에 관계 없이 누구나 극심한 마나 결핍에 시달린다. 이로서 썰의 1부가 끝났다. 앞으로 한 2~3일은 게임 썰의 스토리와는 무관한 번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번외 이야기에서는 이 RPG게임의 배경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풀어나갈 예정.

나나 그림그려보고싶은데 동료들 캐 성별이나 캐특징같은거 말해줄수 있니

>>148 코본 전형적인 성직자 옷에 십자가 지팡이를 든 흰 머리 인간 남캐 모루스 등에 모루를 짊어진 대머리 근육질 드워프 남캐 크세스 까만 후드에 까만 망토에 까만 쇠사슬을 입고 있고 해골 목걸이를 착용하고 있는 인간 남캐

번외 : 유저 수집가의 탄생 어느 날, 월드 채팅에 누군가 이런 글을 남겼다. [전 대상인 유저입니다. 전 현재 용암 동굴 내부의 호수 속에 갇혀있습니다. 절 구해주는 분께 100만 골드를 드리겠습니다. 살려주세요.] 사람들은 처음에 '갇혀있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도대체 유저를 어떻게 가둔다는 소리인지 다들 이해하지 못 했다. 그러나 이 월드 채팅에 의문을 품은 한 유저가 용암 동굴의 호수로 가보았고, 그는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한다. 그 유저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알리며 대상인을 구출해야 한다고 부추겼다. 결국 16명의 유저가 용암 동굴에서 대상인을 구출해내기 위해 출동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도 구하지 못 했다. 16명의 유저는 용암 호수의 밑바닥에서 대상인을 발견했다. 그들이 본 건 매우 이상한 모습이었다. 도대체 이런 깊숙한 곳까지 왜 들어온 것이며, 저 주변에 펼쳐진 결계는 다 무엇인가? 심지어 대상인은 호수 밑바닥에 서서 아주 적은 체력만을 가지고 결계 속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16명의 유저는 기이한 상황에서도 일단 대상인을 구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대상인을 구하기 전에 결계 밑에 감춰진 주술이 폭발했고, 대상인은 그대로 사망했다. 16명의 유저는 대상인이 죽자 호수에서 나와 이 미스터리한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호수에서 나온 16명의 유저가 이야기를 하며 동굴에서 빠져나오다가 만난 건 한 주술사였다. 이 주술사는 16명의 유저에게 닥치는대로 공격을 퍼붓고는 곧바로 용암 동굴 벽면에 흐르는 용암으로 몸을 던져 자살했다. 이때 이 주술사가 남긴 발언은 전설이 되어 모든 유저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 [감옥이 한 개가 부족하네] 이 이후, 대상인을 구하러 갔던 16명의 유저 중 15명의 유저가 실종됐다. 그리고 훗날 실종된 15명의 유저 중 한 명이 암벽의 바위 사이에서 발견돼 구출된다. 구출된 유저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6개월 동안 이곳에 갇혀있었다. 이 유저의 고발로 인해서 사람들은 처음으로 Eka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당시 유저들에게 Eka라는 닉을 가진 주술사가 다른 유저들을 맵의 후미진 곳에 가둔다는 소식은 너무나 믿기 어려운 말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게임만 해야 하기 때문인데, 설마 그렇게까지 게임을 하는 유저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그러나 그 시기에 월드 채팅 하나가 더 등장했고, 그 후로 모든 유저들은 에카의 존재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네 위치 확인했어.] 월드 채팅은 채팅을 보낸 유저의 닉네임이 뜨지 않는다. 그 채팅을 누가 보냈는지는 짐작으로밖에 알 수 없지만, 확실한 건 하나였다. 구출되었던 유저는 그 월드 채팅을 본 후 게임을 나가 다시는 들어오지 않았다. 이것이 이 RPG게임의 역사에 기록된 '유저 수집가와의 조우' 이야기다. 한때는 도시괴담처럼 게임 내에 떠돌던 이야기였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이 괴담이 사실이었다는 걸. Eka개새끼

와 개무섭다 진짜 ..... 저걸 실시간으로 같은 게임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으면 나같아도 무서워서 다시는 게임 안함....

저런 놈인데 레주한테 한방 제대로 먹었으니 분노가 상당했겠네 온라인에서 사람 괴롭히면서 저 잘난 맛에 사는 놈인데

6개월이요...????..??.? "네 위치 확인했어"는 진짜 뒤지게 무섭네...

와..이거 웹툰으로 나와도 대박이겠다........

미친 에카는 진짜 정체가 뭐야 저 인간 신고해서 경찰서에서 만나고 싶을정도다.... 외국서버지 그치 제발 그렇다고 해줘

스레주 정말 장난아니다. 중국 잼민이들이 신비해지는 부분에서 꺽꺽거리면서 웃다가 워 워 아니 워 스레주 워어. 글 진짜 잘 쓴다. 인터넷의 모든-대화-밈으로-대체하기 때문에 문장 구사력이 줄어든 사람으로서 스레주의 글솜씨에 더 찬탄을 보내지 못하는 게 아쉬운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이런 스레는 정말 오랜만이다. 한데 가슴이 웅-장해진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다니, 이 스레는 전설이라고 말하는 것 이상으로는 감상을 글로 빚어낼 수 없다니, 이 무슨 일이냐고. 스레주는 최고다. 스레주가 대한민국이다. 이 아름다움이란!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름다움! 아름다워!

와 미쳤다 다음 너무 궁금해

번외 : 헤비 유저 예전에 글에서 아이덴 길드의 목적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아이덴 길드의 목적은 실력을 키워 에카를 잡거나, 최강자들을 설득해 에카를 잡는 것이었다. 이 최강자들이란 도대체 어떤 유저들일까? 최강자들은 원래 9명의 헤비 유저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내가 갇혀있던 2개월 동안 2명의 유저가 추가되어 최강자는 11명이 되었다. 물론 강한 유저는 많았지만 그들 중에서도 유독 강했던 이 11명의 유저들은 다음과 같은 별명을 달고 많은 유저들에게 알려졌다. 기존의 9명 불사신, 광전사계 전사 유저 Micinja. 일인군대, 정석 흑마법사 유저 Navye. 수문장, 맹독광 마법사 유저 Poloud. 한방치료, 초극딜 저격수 유저 1shot. 만수르, 보유 자산 1위 상인 유저 Bigman. 올드비, '검의 신' 검사 유저 Old B. 자연재해, 마도공학자 유저 mirol. 깡패, 펫 마스터 유저 Vrauny. 무빙신, 직업불명의 무해한 유저 Kalilipopo. + 새로운 2명 교황, 광신도의 수장이자 성직자 유저 (닉네임 미공개) 네임드 살해자, 네임드 유저만 죽이는 암살자 유저 (닉네임 미공개) ※단, 이때 닉네임은 발음대로 작성했을 뿐 정확하지 않다. 나는 이 11명의 전설적 유저 중 6명의 유저를 만난 적이 있다. 내가 가장 먼저 만난 유저는 올드비(Old B)였다.

※번외 올드비는 뉴비인 척하지만 고이다 못해 썩어버린 유저다. 이 유저가 얼마나 고였는지를 대충 설명하자면, 0.5초 안에 발동되는 즉발성 스킬을 예측 평타로 흘리는 수준. 이 고인물 유저의 취미는 어중간한 뉴비들을 속이는 것이다. 나 또한 뉴비와 일반 유저 사이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을 적 올드비에게 속은 적이 있었다. 이때 나의 레벨은 갓 뉴비를 벗어난 정도였고, 올드비는 완전한 초보자 복장을 입고 내게 접근했다. 물론 고인물이 초보자 복장을 입는다고 해서 속을 사람은 진짜 초보자밖에 없다. 하지만 진짜 초보자였던 나는 올드비가 뉴비인 줄 알고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뉴비로 변장한 올드비는 이때 나에게 엄청나게 좋은 아이템을 주며 말했다. [늅늅이라 이 아이템 뭔지 잘 모르겠는데 안 좋은 건가요?] 그가 준 건 초보자였던 내가 보기에도 엄청 좋은 아이템, 나는 순간 갈등했다. 이 뉴비를 속이고 아이템을 내가 가질까, 아니면 사실대로 알려줄까. 고민 끝에 나는 뉴비에게 이 아이템에 관한 내용을 털어놓았다. 이건 엄청 좋은 아이템이니 도로 가져가라고 말이다. 아무리 아이템이 탐나도 뉴비를 등쳐먹는 건 죄책감이 컸다. 그러자 올드비는 초보자 복장을 벗어던지고는 말했다. [그대의 따스한 마음이 날 감동시켰다...! 착한 아이야, 이 검성 아저씨가 네게 좋은 선물을 주마!] 올드비는 날 데리고 고렙 던전으로 갔다. 그가 칼질 몇 번으로 검기를 난사하자 몬스터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올드비는 내 앞에서 몬스터 수십 마리를 순식간에 사냥하더니 내게 말했다. [여기 떨어진 드랍템은 전부 네 것이란다. 레벨이 올라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 마음을 유지하렴!] 그렇게 말하고 올드비는 던전 밖으로 훌쩍 뛰어 사라졌다. 비록 그가 떠난 이후 난 남은 몬스터들 때문에 드랍템을 거의 못 먹었지만 올드비와의 만남은 짧고 강력했다.

>>156 >>153 에카한테 원한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냐면 인성질 당한 유저가 수백, 얘 때문에 게임 접은 유저가 100명 이상이라 사람들이 에카 IP주소 해킹해서 집 찾아갈 거라고 온라인 흥신소 전화번호 공유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올드비... 멋지다......!

올드비 겁나 멋있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오오 올드비 멋있어

2부 시작 모든 유저는 자신이 애용하는 주스킬이 있다. 그리고 주스킬은 그 유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다. 나의 경우, 주스킬은 '화살비'였다. 그러나 화살비는 방어가 쉽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고 나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단기간 동안 하루에 6시간씩 게임을 하며 레벨을 폭업시켰다. 그렇게 시간을 갈아넣은 결과 나는 새로운 스킬 '신속궁'을 익히는 데 간신히 성공했다. 약속된 그날이 찾아왔고 우리 넷은 다시 마을 입구에서 만났다. 아니, 사실 셋이었다. 크세스는 오지 않았다. 처음에는 크세스가 우리 파티를 뜬 줄 알았으나 코본 덕에 크세스의 근황을 알 수 있었다. [크세스는 고3이라 가끔씩 못 들어온대요.] 고3의 소중한 시간을 내 복수에 이용하다니 조금은 죄책감이 들었다. 나의 동료들은 다들 한층 레벨이 올라있었다. 특히나 코본은 드디어 뉴비 티를 벗은 모양새였다. 코본은 뉴비였던 만큼 훨씬 많이 성장한 상태였고 모루스는 대장장이면서 격투가 스킬 '갑옷 깨기'을 익혀왔다. 내가 왜 그런 스킬을 익혔냐고 묻자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갑옷 깨기 써서 적 방어구 떨군 다음 내가 주워서 강화 실패로 방어구 파손시킬 거임.] 정말 미친 놈의 발상이다. 방어구의 내구도가 50% 이하일 때나 통하는 황당한 전략이었다. 나는 코본의 성장이 제일 궁금했다. 이 RPG게임에서 가장 귀중한 직업이라 볼 수 있는 건 힐러다. 힐러 중에서도 최고봉이라 불리는 치유형 성직자의 신스킬은 분명 어마어마한 힐 스킬일 것이다. 하지만 코본은 의외의 스킬을 익혀왔다. {'성역', 시전자의 주위에 전투가 불가능한 지역을 일시적으로 생성한다.} 평화지역을 임시로 생성할 수 있는 독특한 스킬이었다. 잘 사용하면 꽤 좋을 법한 스킬이지만 코본이 얼마나 적절히 스킬을 이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헐 레주다 !!! 크세스 고3이였어...

모루스 진짜 미친놈 발상같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대장장이가 할 법한 생각이 전혀 아니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크세스 어쩐지 애가 좀 돌았더라

하긴...고3이 돌아있을 시기니까...

우리 셋은 하페이님의 말씀대로 먼저 사냥꾼 길드를 칠까 고민했다. 성직자가 있는 덕분에 사냥꾼들의 마취총은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에카의 세력을 공격하기 전에 확실히 알아둬야 할 것이 있었다. 광신도와 에카의 관계다. 광신도는 에카와 완전한 동맹 상태는 아니었다. 둘의 거리는 점차 좁혀지고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분리된 두 세력이었다. 나는 먼저 광신도와 에카를 이간질하기로 마음 먹었다. 코본과 모루스, 그리고 난 광신도의 기지에 도착했다. 유저들은 광신도라고 부르지만 정식 명칭은 유일 성직자 길드 '열음교'. 열음교의 본거지는 장애물 블록 아이템을 이용해 산 골짜기 사이 댐처럼 만들어져있었다. 나는 두 달 동안 결계에 갇혀있느라 열음교에 대해 잘 아는 바가 없었고 모루스도 우릴 만나기 전 홀로 싸움 컨트롤 수련을 하느라 세상물정에 어두운 편이었다. 결국 우리 중 가장 열음교에 대해 해박한 건 코본이었다. 열음교의 본거지에 가까이 가자 두 명의 성직자가 우릴 막아섰다. 그들은 아마 말단이었을 것이다. 레벨도 아이템도 초라하게 그지없었다. 나보다도 2배는 약해보였다. 그러나 그들은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우릴 막았다. [이 앞은 열음교의 땅이다. 찾아온 용건을 밝혀라.] [사제님의 친구 분들을 모셔왔다.] 코본은 자신이 열음교의 길드원인 척 연기했다. 말단 성직자들은 코본이 치유형 성직자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우릴 들여보냈다. 열음교에 첨투하는 데 성공하자 우린 곧바로 흩어져 30분 동안 정보를 수집하기로 했다. 나는 손님인 척 하며 열음교의 기지를 돌아다녔다. 그러던 내게 한 성직자가 말을 걸어왔다. 그는 다른 성직자들과는 달리 푸른색 옷을 입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나는 이때부터 경계심을 느꼈다. 이 게임에서 존댓말을 쓰며 예의있게 행동하는 부류는 딱 둘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뉴비, 이들은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춘다. 만약 뉴비가 아닌 자가 존댓말을 쓴다면 그건 필시 어떤 검은 꿍꿍이가 있는 위험한 놈이다. 자세히 보니 내게 말을 건 성직자는 여성 전용 옷을 입고 있었다. 남자 캐릭터로. 이것이 Moontina7과의 첫 만남이었다.

?미친놈 냄새가 나는데

남캐로 여캐 옷을? 진짜 미친놈인데

>>179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 발상이 어이없고 웃겨

고인물들은 예로부터 코디를 이상하게 한다던데.... 다크소울만 봐도 알 수 있지.

다음 편... 다음 편 주세요 오 젠장

너무재미있다 진짜 책 내줘라

이 스레 완결날 쯤이면 이거 모아서 웹소설 하나 만들어도 될듯

ㄹㅇ 나 판타지소설 잘 안 읽는데 이게 소설이면 정주행 3번은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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