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태우고 남은 것들을 읊는다. (개인 스레. 소설보단 수필에 가까움 주의. 일기장에 쓰인 문장으로 문단을 만듭니다.)

너는 언제나 풀리는 한 쪽 신발끈이며 떨어질 듯 말 듯하는 소매 단추이며 밑단 풀린 바짓단이었다. 그렇게 거슬리는 네가 밉다고 생각했건만 나는 그 어느 것도 버리지 못했다. 다 닳고 해져 헌 옷 수거함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미련에 울었다. 아껴입지 못한 애착을, 지나치게 아낀 증오를 생각하여 너를 버렸다.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그 날 밤 수거해서 소각로에 들어갔다. 그 연기가 폐에 들어차 한참을 앓았다. 열기를 열병으로 착각해 네 이름을 불렀다. 그 이름이 너무 달다. 달아서 아렸다.

하필이면 너를 좋아하여 밤을 앓는다. 없는 네가 내 목을 졸라 얼굴이 달아오른다. 켁켁, 하고 멱이라도 따인 양 기침을 한다. 이대로 죽는다면 내 사인은 무엇일까? 너를 앓았으니 병사일테고, 숨이 막혔으니 질식사일테고, 눈물에 가라앉아 익사일테고, 원치않게 너를 잃었으니 사고사일테고, 내가 불러온 일이니 타의적 자살일 것이다. 너는 죽은 나를 모를 것이다. 내 죽음을 모를 것이다. 나 역시 죽은 네가 상상조차 되지 않아 숨쉬는 너를 상상한다. 피가 도는 너를, 눈을 깜빡이는 너를, 입을 여는 너를 부른다. 회신없는 응답에 오늘도 익명의 편지를 띄운다. 내가, 공백에게.

네가 고민한다는 건 결국 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나는 고민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그 말을 한참이나 곱씹고서야 네가 이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 나는 네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 실없던 대화 속에 담긴 서로의 호불호도, 얼마 전 네가 실수를 했다는 것도, 근처에서 하는 공사때문에 불편했다는 말도 전부 기억하는데. 나는 이제 그런 것들로 고심하고 네가 좋아할 만한 말을 골라낼 필요가 없게 되었다. 옅고 다양한 감정 만 장이 겹쳐 마침내 눈물이 된다. 한참을 생각했다, 나 정말로 너를 좋아했다고. 너 없는 순간조차 나는 이것을 토해낼까 고민하다가 새벽을 보낸다. 위액에 속이 쓰리다. (혹여나 해서 거짓을 섞는다.)

내일 안에 죽거든 저녁까지 편지 해. 모레 그걸 받아서 한참을 고아마실게. 죽이 된 글자와 미끈거리는 종이로 너를 생각할게. 네가 담긴 봉투를 잘게 찢어 네 주소를 잊을 게. 눈물로 번진 것들을 닦아내려면 또 한 세월이 걸릴 거야. 또 편지하거든 안에 마음없는 안부만을 전해라. 나는 그 딱딱한 서체에도 사랑을 찾으려 할테니,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면 더 좋아할 게.

자주는 종종 저를 분홍으로 착각하곤 했다. 내가 당신을 찾는 이유였다. 달갑지 않았을 내가 밝은 당신을 적셨다면 그것보다 큰 실례가 있을까. 내 탁한 자주가 너를 더럽히니 나는 눈물로 자주를 흐렸다. 옅게, 아무런 색이 남지 않았으면 했으므로 자주 눈물을 흘렸다. 웃는 네가 두려워 네 색을 잊었다. 여전히 아름다운 너를 울게 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우는 건 온전히 나여야만 했다. 허튼 내 눈물에도 선명한 네가 밉고도 신성하기에 자주 눈물을 훔쳤다. 네가 비추는 밤에는 자주 빛이 나를 삼킨다. 존재도 없이 자주만 남는 밤이 된다. 쉽게 눈 감을 수 없는 밤.

가장 남기고픈 감정은 없고 미련만 남아서, 사라진 네가 너무 따가워서. 아름다운 가시덤불아. 꽃망울없는 네게 붙일 이름이 없어 나는 속으로 너를 앓았다. 부를 수 없는 너를 무슨 자격으로 손아귀에 넣으려 했나, 따끔하고 붉은 자국은 옅게 사라졌지만 나는 널 쉽게 쥘 수 없는 겁쟁이로 산다. 내가 널 가질 수는 없지만 손바닥에 남은 분홍 빛 흉터를 꽃잎이라 여기며 꽃 없는 너를 떠올린다.

너를 너무 곱씹은 나머지 뱉을 것도 없이 멋대로 바래버렸다. 맛도 없이 희미한 너의 향을 맡으려 다시 너를 씹었다. 한참을 그렇게 너만 떠올렸다. 보이지 않는 네 소리를 들으려 말없이 네 이름을 웅얼거렸다. 이젠 존재하지 않는 네 문자에 답하기 위해 어설프게 기억하는 글자들을 조합한다.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가 기억나지 않아 나는 답을 보낼 수가 없다. 그 기억나지 않는 한 문장때문에 나는 여즉 너를 잊지 못했다. 잊지 못한 너를, 기억못할 너를 붙잡아 머리를 헤집는다. 네가 지나가면 다신 보내지 못할 답장을 잊는다. 꿈에서조차 너만이 답을 했는 걸.

난 아마 이따금이라는 말을 평생 달고 살테지. 떠오른 네가 싸락눈 내리는 내 마음 밟는 날에는 그 흔적이 살을 파고든다. 우리가 얘기한 그 날 밤을 생각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 너는 꼭 나만큼 겁쟁이여서, 그래서 더욱 날 서글프게 만들었다. 나의 불행을 재물삼아 너에게 행복하라는 저주를 빌고 나니 팔에 남은 손톱자국이 부풀어올라 동티가 났다. 너를 생각할 때 생기는 통과의례였다. 아침이 되면 녹아내릴 네 발자국에 나는 더러워진 네 구두를 가여이 여긴다. 질척한 내가 더럽히는 너란.

왜 넌 민들레로 남아서 씨도 없이 민둥한 줄기만 남았나. 차라리 한 철 꽃이지 그랬어. 하필 너는 초봄마다 피어나 늦봄에 시들어 사라지는 아이였으니, 남은 나의 계절은 혹독한 겨울 뿐이었다. 살을 베는 추위에 울었다. 네가 죽은 계절이라는 사실에 바닥에 맞닿은 채로 한참을 울었다. 그 자리에서 네가 피어나길 기다린다는 것이, 어느새 흙을 파해쳐 나조차 더렵혔다. 이제 여기 피어날 것은 뿌리만 너일텐데, 나는 새 줄기에 나올 씨앗을 바랐다. 다른 아이가 꺾어갔을, 형체만 어림풋한 그 씨앗을 한참이나 그리워했다. 누군가 마음에 들어앉았을 그 씨앗이 그이의 민들레가 되었으리라, 그것이 내가 아님을 알아 괜한 흙만 발로 찼다.

분홍 노을 앞에 선 너의 검정을 내가 수용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 내게 비춘 분홍 노을이 네게도 분홍일 거라 생각했어. 나도 한낱 검정이거늘. 검정이 검정을 위로할 수는 없더라. 그저 뻗은 손 포갠 채로 서로의 손끝을 훑었다. 겹겹이 쌓인 검정이 우리의 새벽을 불안케 했으니, 나는 네 분홍이 비치는 저녁을 바랐다. 한 번만이라도 그이 표정을 볼 수 있었더라면. 네 분홍에 휩쓸린 나는 눈 먼 귀머거리이니. 검정의 내가 밤이라는 천에 나를 덮어 은닉을 한다.

흔들리는 건 자야한다는 뜻이야. 넌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야. 졸음에 뒤척이는 나를 억지로 눕힌 것은, 감은 눈에 아른거리는 그 형체는. 쉽게 잠들고 싶지 않았던 내 바람에 무색하게 나는 그 간절함만큼 신속히 잠을 취했다. 너는 주에 두 세번은 내 꿈에 나와 내 마음을 어지럽혔다. 나한테 찾아오는 이유가 뭐야. 너는 혼란한 답을 주고 나는 찾아온 너를, 눈만 멀뚱히 뜬 채로 오랫동안 꿈에 나온 너를 미워했다. 너는 꿈에서조차 날 아프게 하는구나. 내가 그만큼 널 생각했기에 찾아온 너일텐데 그게 그렇게 미울 수 없다. 나는 절대로 네 꿈에서 찰나의 주인공이 될 수 없는 걸 아는데. 나올 수조차 없는데.

넌 서울이 손끝을 허락하지 않는 소녀의 새침한 마음이라고 했으며 넌 서울이 남지 않은 너의 잔해라고 했으며 넌 서울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재회라고 했으니. 나는 죽어가는 붉은 몸뚱이에 마음을 싣고 없는 너를 찾아가곤 했다.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고 시끄러운 중심가를 방황했다. 현란한 춤과 감미로운 노래를 미워했다. 각종 악세사리와 간식거리를 파는 가판을 두려워했다. 나를 위한 공연이 없는 라이브장 주변을 서성이며 한 번은 다녀갔을 너를 눈으로 쫓았다. 네 티끌도 들이마시지 못했기에 늦은 밤 돌아가는 길에 서울에 대한 기억을 손가락으로 쓸었다. 먼지조차 묻어나오지 않는 새 기억, 오래된 너를 덮을 기억. 얼른 네가 덮이길 바라며 선잠을 청한다.

네가 좋아한 애가 참 대단했다고 해줘. 난 자괴에 빠져 울고 있으니까. 그 잘난 놈이랑 오래오래 잘 되었으면 한다. 네가 나와 별반 다르지 않았으면, 그래서 너의 새벽도 그리 달갑지 않았으면 좋겠어.

좋은 날 길바닥에서 죽으면 구더기가 들끓는다는 말을 보고 나는 꼭 추운 겨울날 산 중턱에 발을 헛디뎌 죽어야지 생각했다. 아프지 않게 잠들며 죽어야지 생각했다. 하얀 바닥에서 까만 천장을 보며 갈색 잔해들 사이에서 모두와 함께 쓸쓸히 죽어야지 생각했다. 다음 봄이란 오지 않고 사랑할 사람을 볼 수 없는 곳으로 가야지, 그렇게 내 머릿속에서 죽여야지 생각했다. 추하게 썩어가며 구더기와 뼈만 남은 사체가 되지 말아야지 했다. 네 생각이 너무나도 많이 남는 봄이,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겨울을 매섭게 몰아낸다.

내 가장 큰 수치, 내 가장 큰 욕심, 내 치부를 긁어내는 사람. 너를 만난 건 내게 있어서 가장 큰. 나는 무명을 증오했다. 지칭할 수 없는 것을 증오했다. 너는 너무 잔혹했으며, 그이는 너무 친근했다. 포갠 손가락이 우리의 관계를 말해주었다. 네 손바닥을 간질이니 곤란해하며 손을 놓는 것이 우리의 상황을 말해주었다. 조금 축축한 내 손이 차가운 네 손을 놓았다. 내가 사랑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요. 아니오, 그러나 조용히 했으면 좋겠네요.

내 모순에 네 비이성을 덮어씌우자. 말도 안 되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자. 우리는 흐르는 밤공기에 맞춰 말도 안 되는 춤을 출 거야. 왈츠와 탱고 사이를 위태롭게 넘나들며 넘어지고 엎어지고 마침내 지쳐 잠들겠지. 네가 부르는 노래는 전부 내 속에 담아 눈물에 흘려보냈어. 내일이면 잊을 사소한 거짓들은 쓸다가 박힌 나뭇조각으로 남아 종종 따끔하지 않을까. 미운 네가 생각나도 고요히 흘러가는 밤이여, 없는 것을 그리워하는 새벽이여, 사랑하는 당신이여.

너는 왜 내가 맘을 다잡을 즈음에 모든 걸 흐뜨려놓는 거야, 너에 대한 내 사랑마저도. 내가 정말 사랑을 했는지 그것조차 헷갈려. 분명 남아있는데 뿌옇게 조각난 것들이 가늠조차 되지 않아. 내가 널 사랑하는 마음이 거짓인 바람에 마음 속 네가 그것을 다잡아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난 딱 그만큼 너를 사랑해.

내가 이해받으려고 네게 그랬던 건 아니었을 거야. 그렇지만 널 곤란하게 만들 생각 역시 없었는 걸. 내가 왜 널 좋아하는 지 너는 알고 싶었던 적 있어? 내가 널 좋아했다는 건 알고 있니? 안다는 게 얼마나 잔인한데, 그래서 내가 강요하지 않았잖아. 모르는 게 얼마나 편한데, 그럼에도 나는 내 마음을 알아. 네 마음을 모르는 편이 나았을텐데 나는. 널 곤란하게 해서 미안해, 이해해주길 바라.

당신의 흠을 몇몇의 단어로 꾸며내는 사람은 어찌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살아있는 나는 네 흠을 사랑했다. 볼록 튀어나온 욕망으로 그것을 메우고 싶어 서툰 것을 뱉었다. 말이라기에 부끄러운 그것을 너는 칭찬이라고 대꾸해주었다. 퉁퉁 불어오른 손가락으로 너를 세었다. 남은 검지로 너와 끝을 맞닿았다. 그러나 네 흠은 내 검지보다 크구나. 내 손끝으로는 네 마음이 바뀔 수 없어.

후회는 언제나 내가 부족함에 있었다. 감격은 언제나 네가 찬란함에 있었다. 사랑은 그로 인해 발생한 아득한 간극이었다. 벅차오르는 것은 다만 너만이 아니었다.

내 마음은 단단한 주제에 깨지기도 쉬워. 소리도 못 내는 주제에 문지르면 끼익끼익 쇳소리가 나. 투박한 주제에 누군가 주워가길 원해. 나는 사랑할 수 있지만 용서할 수는 없어, 평생 너를 미워하고 기억할 거야. 그럼에도 사랑을 해. 아무도 모르게 지나갔으면 하는 사랑.

그것은 제가 당신을 포기하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습니다. 당신의 눈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홍채 사이로 비치는 저의 욕망이 얼마나 저를 초라하게 만들던 지, 저는 괜히 당신 앞에서 잘못한 아이가 됩니다. 제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잘 보이기에, 저는 당신을 놓지 못하고 주위를 서성입니다.

나를 살릴 차라리 구덩이에 던져버리세요. 눈을 뜨려할수록 쓰리고 뻑뻑한 그 흙구덩이에 말이에요. 그 구덩이는 너무 커서 흙으로 메우려 해도 저만이 묻힐 뿐인 걸요. 죽어가는 제가 퍽 귀엽지 않던가요. 하지만 가여워 마시길 바랍니다, 그 구덩이가 남아있다한들 저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평생 너와 마주치지 않아도 살 수 있지만 만약 너와 다시 마주치게 된다면 엉엉 울어버릴 정도로 깨지기 쉬운 사람이야. 그러니 우리 약속이나 잡자. 내 한 조각을 가져다가 방 한 구석에다가 던져버려. 그걸 잃어버리는 순간 나는 영원히 불완전한 사람이 되는 거야. 내 무수한 파편에서 그것이 가장 초라하게 빛나던 것이었기 때문에.

네 이야기를 하지 않았더니 일기에는 여백과 빗금이 눈에 띄게 늘어나더라. 마음에 가득 들어찬 단어들은 네가 사라진 후 아무 의미도 갖지 못한 채 사어가 되었다. 오로지 너를 지칭할 때만 쓰던 말들은 이제 여백없던 일기장의 한 켠에서 제가 잊히길 기다릴 뿐. 두 줄로 그어놓은 단어는 그릇되었으나 버리지 못한 나의 오류, 나의 모순, 사람들은 그것을 미련이라고 하더라. 내가 흥얼이는 건 다만 의미없는 허밍, 그것 뿐이었으면 했는데.

사랑해. 많은 것들을 사랑해. 너를 가장 사랑한 순간도 있었지. 내가 사랑한 너는 네 생애 가장 아름답고 찬란한 너였으리라 자부할 수 있어. 설령 그렇지 않다 한들 내가 본 너는 내게 그런 존재였으니까. 너의 단점조차 내게는 너의 일부였으니, 나는 내가 볼 수 있는 모든 면의 너를 사랑했어. 널 사랑하지 않는 지금도 난 찬란하지 않은 너를 상상할 수 없어. 사랑하지 않은 순간에도 나는 널 사랑에 빠진 눈으로 바라보았던 게 아닐까.

미안하지만 나는 온전히 나로 있었던 적이 없는 걸. 그런 주제에 온전한 너를 사랑하고 있다며, 얄팍한 자부심으로 잠에 들곤 해. 나는 네가 내게 보여주지 않은 면조차 사랑할 수 있지만 너는 내가 선을 넘는 순간 떠나버릴 거야. 떠나는 너의 뒷모습이, 실망한 눈빛이, 돌아갈 수 없는 그 때가. 고집부리는 이기주의자인 나만이 남아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고 한참을 울 거야.

죽은 나에게 이름을 붙여주세요, 초코나 뽀삐같은 이름이라도 저는 좋아요. 이름없는 나를 기억해봐야 그대에게 전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대에게 무언가로 남고 싶어요. 어딘가 껄끄러워서 넘기지 못하는 켕기는 사람. 소리내어 한 번 불러보는 사람. 그러고 한 줄기 후회로 남을 사람. 이미 재로 남은 우리의 관계에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지만서도, 그대 이름은 아직 잊지 않았는 걸요.

난 너를 평생동안 곱씹을테지, 가장 찬란하여 불안하던 그대여. 그 빛이 언제 꺼질지 모르니 나는 평생 끝내지 못할 기간제 사랑을 했다. 네 빛이 사라지면 그때 떠나야지, 널 사랑하지 않겠노라 해야지. 하지만 네가 떠난 이후에도 창 너머 네온사인은 환히 손님을 부르고 나는 쉽게 잠들지 못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가느다란 조명이 꼭 너를 닮아서, 나는 분명 끝냈다고 생각했거늘 너는 여전히 찬란하다. 눈 먼 내가 보는 너는, 너무나도 아름답다.

나는 네게만 꺼슬한 찻잎이었고 넌 모두에게 보드라운 캬라멜이었어. 네게선 절대 우려질 수 없어서 나는 짠 눈물에 내 향을 내 그것으로 위안을 삼곤 했다. 짠 기가 방울진 향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럼에도 넌 웃으며 서로의 맛을 한참이나 읊어주니. 네가 그럴 수록 나는 눈물을 흘려. 네가 차라리 나처럼 쓴 풀이었으면 좋았을텐데, 너는 제가 단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담백한 우유를 찾더라.

너를 피해 바다로 갈게. 한참을 도망쳐 나온 나는 육지의 숨을 전부 뱉어낸 채 짙은 바다로 뛰어들었어. 폐를 가득 채운 물이 내 슬픔을 한낱 사치로 만든다는 사실에 눈을 감고, 나는 한없이 가라앉아만 가. 그 와중에도 환한 너의 빛은 바다를 투과하여 내 보잘것없는 몸뚱아리를 비치니. 나는 평생 네게서 도망칠 수 없어.

내일은 소거되어라. 없는 듯 남아있어라. 남은 감정없이 앉아있는 나는 한참이나 너와의 어제를, 오늘을, 어느 날을 상상했다. 행복한 너를 너무나도 좋아한 나머지, 나는 네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허수아비가 되었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만보았다. 네가 그이를 만들어 손을 잡고 뺨을 맞대는 상상을 하면서까지 나는 네 행복을 바랐다. 내일의 너는 사랑을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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