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한 10년 넘었나? 그시절 구레딕에도 로어였나 괴담이었나 미스터리하고 귀신과 얽힌 이야기가 유행이었음

지금이야 주작인지 아닌지는 슬쩍 훑어만 봐도 알지만 그당시의 나는 워낙 순진한것도 있었고, 어린 마음에 내가 보고 듣는 이야기는 전부 실화인줄 알았지 암튼 그 당시는 엘레베이터가면 다른세계 간다는 스레가 유행이었는데 밥만 먹고 엘레베이터 스레만 훑어봤었음

매일 스레딕보고, 거기서 흥미로웠던 스레는 나한테 스레딕 추천해줬던 친구랑 같이 이야기하면서 하루를 보냈음. 난 순진하지만 쫄보라서 차마 엘레베이터로 다른세계가는건 시도못했고 할 생각도 없었거든 그런데 어느날 친구가 갑자기 호들갑을 떨면서 나 엘레베이터 타고 다른세계 다녀왔고 이상한 임무를 수행받았다는거야

난 흥분해서 이야기해달라고 재촉했는데 친구가 이걸 스레딕 괴담판에서 풀어줄테니까 실시간으로 반응좀 해달래 그래서 시키는대로했지 머

그당시에 친구가 푸는 스레는 나름 반응이 좋았음 기억나는대로 요약하자면 다른세계 가는 방법 따라서 버튼 누르더니 5층에서 누군가가 탔다. 사람같진 않았는데 되게 예쁜 여자애였다. 그 여자애가 내 친구의 손목을 잡더니 강제로 꼭대기층 버튼을 눌렀다 저항해봤지만 여자애 힘이 너무쎘다 꼭대기층에 도착하자 엘레베이터 문이 열렸는데, 그곳은 사람이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 무시무시~한 세상이었다. 친구가 엉엉 우니까 옆에있던 그 이상한 여자애가 친구보고 돌아가고싶냐, 그럼 너는 하늘의 무녀(ㅋㅋ)로서 사명을 다해야된다고 말하고 친구한테 스레딕에다가 엘레베이터로 다른세계 가는 방법 따라하지말라고 경고하는 임무를 줬다고 함 그게 하늘의 무녀의 사명이라고 ㅋㅋ...

지금생각하면 예미~ 하늘의 무녀는 ㅆㅂ 지랄하네였겠지만 그당시 중학교 막 올라왔던 진짜 흥미진진한 이야기였음 실시간으로 보던 그 이야기가 어찌나 재밌던지

비극은 그때부터 시작됌 나는 그 당시의 전율을 다시 느끼고싶어서 반 여자애들 다 어울려노는 체육시간에 친구보고 엘레베이터 썰 풀어달라고 졸랐음

ㅂㄱㅇㅇ

당시 학급에 36명 있었고 그 중 절반이 여학생이었으니까 18명이네 ㅋㅋㅋㅋ 난 그때 눈치도 없는 애라서 친구 기분따윈 생각도 안하고 쟤 엘레베이터로 다른세계 다녀왔대! 야야 빨리 이야기해바바 내용 개쩐다고 어그로 끄니까 소위 반에서 잘나간다는 일찐애들도 끼여서 뭔데뭔데하고 친구한테 이야기해달라는거야

그때부터 이제 이 불쌍한 하늘의 무녀 친구한테 질문이 들어오는거지. 야 다른세계로 가는 방법이 뭐야? 그거 어떻게 해? 그거 어디서 알았는데? 온갖 질문이 쏟아지자 숫기없고 조용한 친구 얼굴이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함

그 친구는 목소리 기어들어가면서 아니 그게 아니라... 이러는데 나는 눈치 조또 없이 걔 바로 옆에서 쟤가 하늘의 무녀로서 무슨 사명을 알려야된다고 떠듦 그니까 일찐애들이 친구보고 야 하늘의 무녀가 뭐냐니까? 니 무녀야? 다른세계 어떻게 갔는데? 이러면서 재촉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ㅅㅂ.....

일찐애들은 친구가 답을 안하니까 나보고 너는 그걸 어떻게 아냐고 묻더라고. 그래서 나는 또 곧이곧대로 스레딕이란 사이트에 쟤가 올렸다. 좀있다 교실 컴퓨터로 보여줄수있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음 이쯤되면 친구 맥이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냐는 소리 들어도 할말없지만 그땐 정말 눈치 없었거든.

근데 이 스레딕 괴담스레나 주작스레라는게 익명으로 글을 올릴때랑, 나를 아는 사람들 앞에서 썰 풀듯이 풀어나가는건 차원이 다르거든. 맨정신으로 어떻게 하늘의 무녀로 사명을 다하고, 엘레베이터로 다른세계 가지마세요라는 주작 경험담을 어떻게 풀겠어. 근데 내가 입 뭐같이 턴 바람에 애들은 자꾸 친구보고 엘레베이터 이야기 해달라고 재촉 겸 반 원망어린소리...를 하더라

결국엔 친구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푸는데... 그때서야 알았지. 아... 이거 뭔가 이상하다? 스레딕으로 봤을땐 재밌던 이야기가 친구들 앞에서 들으니까 내가 다 부끄럽고 수치스러운거지. 애들 반응도 별로 안좋았음. 5층에서 귀신같은 여자가 엘레베이터에 탔다는 소리 나왔을때 애들 4명정도가 야 그냥 가자 이러면서 강당 반대편으로 걸어감.

그러다가 꼭대기 층이 엘레베이터 문이 열리더니 다른세계 도착했다는 이야기 나올때쯤에 친구가 울먹이면서, 사실 이거 그냥 인터넷에서 반응보고 싶어서 주작썰 푼거라고 이실직고함. 안그래도 처지던 분위기가 친구 훌쩍이는 소리에 맞춰 식더라.

솔직히 친구가 나한테 화낼만한 상황이었을텐데 그래도 끝까지 화는 안내더라. 나때문에 발표할때마다 뒤에서 하늘의 무녀, 무슨 사명 전하려고 저러냐라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는데 참 미안하다잉..

암튼 이 사건 이후로 난 눈치라는걸 좀 배웠고, 친구는 스레딕 괴담판을 아예 끊었어. 친구 관계도 끝나지 않았고 13년이 지난 지금도 친구하면서 가끔 술마시고 놀고있어

현재 하늘의 무녀는 4살,2살 남자애 키우는 애기엄마 ㅋㅋㅋ 당사자의 허락을 받고 올리는거고.. 그냥 오랜만에 스레딕온김에 풀어봐

초딩때 엄마친구 딸 애가 나 좋아했는데 난 걔가 싫어서 내 인형 엄마가 주라고 했을때 귀신 쓰인 인형인척 했어...근데 내생각엔 안믿은 것 같애 그냥 안만지고 거실 가더랑.... 그리고 애가 우리집에 하루 머물러서 우리엄마가 봐줬는데 애가 울어서 엄마가 컴퓨터하면서 안고 있었는데 그게 너무 싫어서 혼자 울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