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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1/02/07 02:28:23 ID : xAZjAmE3u3B
"선생님, 저 좀 고쳐주세요. 죽고 싶지 않은데 죽고 싶어요. 자꾸 죽고 싶어요. 아직 죽고 싶지 않은데." 아침에 일어나보면 모두 죽어 있거나 죽어가고 있었다. 죽음이 흔해터졌다. 썩어났다. 천했다. 아아아아 그 속을 누가 알랴마는. 아무튼 흔하고, 천하고, 썩어나고 날씨는 추워서 푸르퉁퉁 썩어 문드러지지 않고 그래서 나는 죽음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그래서 하긴 정 붙일 데가 없어졌다. 生의 찬미-황인숙
이름없음 2021/02/07 02:30:11 ID : jArwHu61yII
난 주로 책을 읽는걸 좋아했다. 부모님이 그런 나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고 내 세상은 점점 커져가고 부모님의 사랑에 맹목적이지 않게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책은 내 우군이었으나 사랑이었고 또 악마였다.
이름없음 2021/02/07 02:32:20 ID : jArwHu61yII
생각해보면 부모님은 어린 나를 정말 사랑하셨으나, 또한 미워하셨다. 부모가 사랑하기만 하는 자식에게 같이 죽자고 할리가 없다. 내가 매체에서 본 아름다운 사랑은 그게 아니었다. 도망가고 싶었다. 같이 죽고 싶지 않았다. 그런 말을 들었던 내 나이는 고작 열살이었고, 난 마땅히 그런 불쾌감을 표현할 어휘를 알지 못했다. 내가 너무 어렸다. 부모님도 지금보단 어리셨으나 그들은 나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그들은 나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됐다. 아직도 그렇게 말하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꿈에 나온다.
이름없음 2021/02/07 02:34:20 ID : jArwHu61yII
우유 사러 갈게, 하고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여자가 있다 생각해보니 여자는 우유 사러 갔다 올게, 하지 않고 우유 사러 갈게, 그랬다 그래서 여자는 돌아오지 않은 것일까? 우유는 슬픔 기쁨은 조각보 왜? 슬픔은 뿌옇게 흐르고 썩으면 냄새가 고약하니까 나에게 기쁨은 늘 조각조각 꿀이 든 벌집 모양을 기워놓은 누더기 같아 여자는 이렇게 말했었다, 그러나 전혀 기억나지 않는 말 지금 기억나는 말 그때 무얼 하고 있었지?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 조각보로 덮어둔 밀크 잼 바른 토스트를 먹으며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재방송 드라마가 하고 있었고 주인공이 막 오래된 마음을 고백하려는 중이었다 고백은 끝나고 키스도 끝났는데 우유 사러 간 여자는 영영 오지 않았다 벌집 모양 조각보는 그대로 식탁 한구석에 구겨져 있고 우유는 방 안 가득 흘러 넘쳤다 우유는 슬픔 기쁨은 조각보-유형진
이름없음 2021/02/07 02:38:13 ID : jArwHu61yII
도망치기 전에는 줄곧 죽어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도망을 가고 싶었다. 하지만 난 너무 어리다. 내 도망은 어른들의 용인 하에 이루어져야 했다.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드물었다. 울고 화내고 땡강을 부리고... 결과는 자퇴였다. 난 내 자퇴를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손꼽으나, 내 인생의 선은 어딘가 달아나 언젠가부터 가장 잘한 일은 차악에 속하게 되었다. 아무튼 지금 나는 숨을 쉬고 있다. 애인이 있는데도 사랑을 하는 기분이 안든다.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 형편없는 감정과 우정 그리고 가늠이 안되는 깊은 마음은 사랑이라고 칭하기엔 너무 좁고 또한 깊고 진득하며 들러붙는다. 이건 사랑이 아니야. 구가 말했다. 뭐든 상관없어. 나는 단호했다. -구의 증명, 152p
이름없음 2021/02/07 02:42:17 ID : jArwHu61yII
예전엔 블로그를 했었다. 블로그에는 우울한 글들이 올라오곤 했다. 그 계정을 내 친구가 알았다. 꾸준히 올라가는 조회수 하나가 친구의 것이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친구는 블로그에서 붙박이 처럼 살곤 했는데, 아마 이웃 새글에 올라오는 그런 제목부터 암울한 글들을 친구가 클릭하고 읽어줬을지.. 블로그는 내 정체가 너무 노골적으로 들어난다. 사람들은 친목들 다지려 내 나이를 요구한다. 사실 언젠가는 그런 것을 선호했으나 지금은 아니다. 익명은 이래서 좋았다. 누군가가 내 나이를 요구하면 그 사람이 욕을 먹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 일기를 누군가 읽어줬으면 하고 바라지만 누군가 읽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난 너무 무섭다. 공개된 곳에서 글을 쓰면서도 누군가가 내 일기에 불쾌감을 느낄 것 같다. 일기는 누군가에게 효용성이 있었는가? 내가 인용하는 시나 소설들에 관심이 생겼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글들을 뭉쳐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름없음 2021/02/07 02:44:34 ID : jArwHu61yII
잠을 잘 못잔다. 트라우마가 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내게 잠들 것을 강요하곤 했다. 그 강압적인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난 밤이 되면 잠을 못잔다. 아침의 햇살에 기대야 겨우 눈이 감긴다. 부모님은 그런 내 모습을 그냥 젊음, 이라고 불렀다. 젊어서 그럴 수 있는거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되면 나는 젊지 않아지는걸까? 그것과는 별개일 것이다. 내 친구는 젊은데도 저녁 7시만 되면 골아떨어진다. 우리 할머니도 그렇게 자진 않는다.
이름없음 2021/02/07 02:47:52 ID : jArwHu61yII
요즘 다시 책을 잡고 있다. 아몬드를 완독하지 못했던게 내가 책을 너무 싫어하고 있어서 그랬던건 줄 알았는데, 그냥 완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몬드는 사실 잘쓴 것 같긴 하다. 근데 그런 부분이 자꾸 신경이 쓰인다. 어떤 부분에서 주인공이 주인공의 어머니에 대해 A한 성격이다, 란 서술을 했는데 주인공의 어머니는 자꾸 B에 가까운 행동을 한다. 주인공의 성격이 눈치 밥말아 먹은 애였으면 그냥 그러려니 했을텐데 주인공은 서술을 보면 차분하고 .... 하여튼...... 그런 애인 것 같다. 너무 신경이 쓰인다.. 과민인가..?
이름없음 2021/02/07 02:52:12 ID : jArwHu61yII
또 제대로 못읽은 책이 있다. 베일리 어게인이다. 난 동물이 나오는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개가 나오는 소설이 싫다. 고양이가 나오는 소설은 종종 괜찮은 것도 같다. 왜 개가 싫은걸까? 그냥 내가 고양이 취향인 걸 수도 있다. 어릴 때 개가 내 몸에 상처를 낸 것 때문에 아직도 싫을 수도 있다. 커다란 개가 9살이었던 내 주변을 휘휘 돌면서 호감을 표했던 기억은 선명히 남아있다. 개는 사슬로 묶여있었으나, 주인은 그 대형견의 줄을 잡고 있지 않았다. 요즘 세상이면 쌍욕을 먹을 짓이다. 그때도 욕먹을 짓이었지만 지금보단 덜했다. 아마 한강이었나? 다른 공원이나 쉼터나 길거리였을 수도 있다. 하여튼 근처에 물가가 있었다. 개는 내게 호감을 표하며 그 길고 두꺼운 사슬을 휘두르며 내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 사슬에 내 살들이 찡겨서 상처가 많이 났다. 부모님은 멀리서 내가 개랑 노는 줄 알고 가만 바라보셨고 난 벌벌 떨다가 결국 울었다. 난 그래서 개가 싫어졌다...
이름없음 2021/02/07 02:52:57 ID : jArwHu61yII
우울한 소설이 땡긴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가 그렇게 슬픔? 나도 읽어볼까?
이름없음 2021/02/07 02:53:44 ID : jArwHu61yII
맞다 나!! 내일 초콜릿 만들거라 일찍 자야하는데... 애인한테 보내주려면 예쁘게 만들어야하고 난 손재주가 없으니까, 아침 일찍부터 시작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음식물 쓰레기를 보내줘야 할수도 있다.
이름없음 2021/02/07 02:55:45 ID : jArwHu61yII
엥 봤는데 게시글이 6히트나 되어있다 저거 조회수라면서....??? 내 일기 읽어줘서 고마워!! 어.. 난입 허용인데 안적긴 했는데... 이 스레가 너희들에게 어우;; 기분 나쁜 스레네;;가 아니었음 좋겠다 그러면 좀 우울할 것 같음... 뭐 근데 너희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내가 마인드 리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ㅎ... 하여튼 난입 허용임!
이름없음 2021/02/07 03:24:18 ID : xAZjAmE3u3B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몇일동안 달이 크고 밝다했더니 어젯밤엔 잠자리 위로 달빛이 가득히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늦은 밤까지 이런저런 생각에 뒤척거리는 잠자리를 그저 저녁때 마신 커피탓으로 돌리려했지만 그러기엔 달빛이 너무 밝았습니다. 그 달빛에 문득 이 시가 생각났습니다. 그 늦은밤에 달밝다고 전화기를 들었다간 미친놈 될거같아 그저 질끈 눈감고 말았네요 그냥 시인의 이쁜 마음을 공감 할 뿐입니다. 저 달이 지더라도 달이밝지 않아도 전화 한통화 할까요? 그저 안부를 물어주면서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김용택 지금 달은 안보이는데 그냥 시가 갑자기 떠오른다 너무 예쁜 시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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