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는 공부를 정말 좋아했어 워낙 욕심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은 애였어서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하루에 학원 3,4개씩 다녀도 정말 즐거워 했거든 나서는 것도 좋아해서 초등학교 6년 내내 1학기 회장을 놓친적도 없고 전교 부회장도 되봤어 전국대회도 나가보고 학교 상장은 거의 내가 쓸어왔었지
어디 조장이나 나서는 일, 발표 같은 거 시킬때면 백이면 백 애들이 날 추천했었어 친척들 모이는 자리에서도 항상 ㅇㅇ이는 교수다 의사해야한다 이런 말은 당연하다는 듯이 나왔고 나도 은근히 다른 애들이랑 비교되면서 나를 치켜세우는 게 나쁘지 않았어
근데 중학교를 다른 동네로 왔거든 아는 애들이 하나도 없었어서인지, 사춘기가 와서인지 나서는게 무서워 뭔가 내편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었어
물론 조장 같은 건 많이 했지만 회장같은 거는 꿈도 못꿨고 그냥 조용조용히 다녔어 초등학교 때는 진짜 학교에서 아무한테나 말걸어도 다 아는 애들이었거든(학교가 작은 건 아니었어 한반에 30명씩 5반정도?) 근데 초등학교 때까지는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는데 중학교 1학년되고 2학년이 되고 하니까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어 학교를 정하고 진로를 정하고 내 미래가 지금부터 정해져야한다니까 너무 숨막혀 공부고 뭐고 다 놓고싶고 그냥 학업 걱정 없이 하루만 살아봤으면 좋겠어 내가 2학기 시험을 망쳤거든 그래서 원하던 특성화고는 아예 포기한 상태야 원래 부모님이 내 성적에 관심이 없으셨는데 갑자기 관심이 생기더니 너 특성화고는 어디갈거니 공부를 그정도 해서 되겠니 똑바로 하는건 맞니 하는데 정말 숨막히거든 너무 답답해 벌써부터 고등학교에 올라가기 전에 진로를 정하고 생기부를 채우려 하나하나 계산해 활동해야한다는 생각에 미칠 것 같아 공부도 하기 싫고 미래도 생각하기 싫어 그냥 다 놔버리고 아무 생각없이 놀고 싶어 그러면서 흐르는 시간이 너무 야속해 다시 초등학교나 하다못해 중1때로 돌아가고 싶어 지금 내가 처한 이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어 부모님은 왜이렇게 변했냐는데 나는 원래부터 이랬고 이것도 나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속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