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많이 아파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러니 네가 이해해. 잇달아 나온 말들이 더 아팠다.
2년 전부터 지속된 턱의 통증
이젠 입이 벌어지지도 않아 아무 치과나 가자고 닦달해왔다. 언제나 그랬듯 엄마는 자식의 아픔에 관심이 없다. 이대로면 죽겠다싶어 근래에 나 좀 병원에 데려가이소 엄마를 닦달했다.
그것이 썩 귀찮았던 엄마는 결국엔 짜증과 화를 낸다. 어안이 벙벙한 나는 결국 네 병원은 네가 알아서 챙기라는 지시를 받는다. 알고 있었잖아,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를
그렇지만 그날따라 뭐가 더 속상했는지 눈물이 자꾸 나오려 한다.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엄마에게 최소한의 사랑이라고 받아보려고 발버둥치는 내 꼴이 불쌍했는지...
언제나 그렇듯 아빠가 방 문을 열고 들어온다. 딸, 왜 울어. 많이 속상하니
그때 문을 열어주지 말았어야 했다. 엄마가 아프다니 어쩌다니 이런 소식들 같은건 듣고 싶지 않았다.
이젠 홀로 남겨진 방안에선 적막함만 감돈다. 생각을 한다.
1년 전부터 기침을 하던게 아파서였나. 몇달 전 뜬금없이 산부인과를 들르던게 아파서였나.
머리가 아프고 마음은 복잡하다. 또 머리가 복잡하고 마음은 아프다. 엄마가 많이 아프지만, 자세한건 며칠 뒤에 얘기해주겠다는 말이 계속 걸리고 또 걸린다.
엄마에 대한 혐오와 아빠에 대한 미움과 엄마에 대한 걱정이 뒤섞인다. 이 밤은 참 외롭고 홀로이다.
내 통장에 돈 250만원
언제든 떠나기 위해 초등학생때부터 모아온 돈. 학대의 스트레스로 머리까지 다 뽑혔다. 매일매일 집을 나서리라 다짐하고, 다시는 저 얼굴을 보지 않겠다 다짐했지만, 그게 그 사람이 아팠으면 하는건 아니었단 말이야. 그런 마음은 아니란 말야
여태껏 엄마가 아픈 사실을 잘 숨기고 있다가 화내는 나를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뽑아드는... 나는 이제 삐뚤어져서 이렇게밖에 느끼지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