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적기 전에, 먼저 하나만 이야기 할게.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내 생각이나 있었던 일을 최대한 그대로 말할게. 그래야 공감을 하든, 아니면 팩트를 보고 잘잘못을 따지든 할 수 있을테니까. 그러니까, 내가 잘못을 하고 있거나, 틀리거나 그른 생각을 하고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날 욕해도 좋아. 정말. 내 소개부터 할게. 나는 남자고, 스물세 살이야. 내 여자친구는 중학교 때 인터넷으로 처음 만났어. 나는 그때 정말 인터넷에 빠져 살았거든, 게임도 참 많이하고. 그래서 게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가 건너건너서 만나게 됐지. 중학생, 그것도 인터넷만 주구장창하던 내가 말주변이 있을리도 없고, 심지어 당시의 나는 엄청난 쑥맥이었거든. 그래서 난 거의 게임에 필요한 말 빼고는 말도 잘 안 했어. 누가 불러야 반응하고, 물어보면 답해주고. 그래서 나도 알았어, 웬만해서 나한테 흥미를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그래도 나는 대답은 참 잘했어. 누군가가 고민을 토로하면 내 생각을 말해주는 것도 정말 잘했지. 여자친구, 지금부터는 A라고 지칭할게. A도 몇 번 나한테 자기 고민을 털어놨어. 최근에 A에게 듣기로는 내가 너무 조용해서 나랑 친해져서 떠들고 싶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 당시에는 그냥 새벽에 깨어 있는 사람이 얼마 없어 그렇구나 생각하고 고민을 들어줬지. 그 고민은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것이었어서, 얄팍한 공감 정도의 말 밖에 해줄 수가 없었지만. 그래도 A는 조금이라도 만족스러웠던 모양인지 종종 내게 1:1 메시지를 보내곤 했어. 그러다가 나는 A를 좋아하게 됐고. 목소리도 너무 귀엽고, 말하는 것도 너무 귀여웠거든. 나한테도 꽤 친절하게 대해주곤 했어. 단순하게도 그러다보니까 좋아하게 되더라고. 하지만, 나는 A가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착각은 하지 않았어. 절대 할 수 없었지.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최대한 객관적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박한 것도 있지만, 더 결정적인 이유로는, A는 당시에 남자 친구가 있었거든. 그래서 어영부영 있었지.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잖아. 중학교 2학년 가을 쯤인가. 나는 내 인생에서 손에 꼽을 굴곡을 맞이했어. 정말 내 한 몸, 내 정신을 간수하는 것도 힘들어서 게임이고 뭐고 머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지. 어차피 얄팍한 인연이었으니 나는 끊기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그래도 가끔 생각나더라고, 명절이면 명절마다. 방학이면 방학마다. 그래서 아주 가끔 연락을 보냈지. A도 내게 가끔 연락을 보냈고. 우리는 얼기설기 엇갈리며 연락을 주고 받았어. 시간을 많이 뛰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갓 스무 살이 된 나는 특유의 유약한 심상을 버리지 못하고 현실에서 도피해 인터넷으로 다시 파고 들었어. 누군가는 공부를, 또 다른 이는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고, 또 그러지 않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어. 하지만 고칠 생각은 없이, 그 우울함을 이용해 계속해서 방구석으로 파고 들었지. 일년을 그렇게 소모했어. 인터넷으로 사귄 인연은 얄팍하다고, 앞에도 말했지? 스무 살의 멍청한 나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누군가를 좋아한 건 아냐.), 겨울의 울적한 분위기를 이용하듯 자기혐오에 빠져 있었어. 그런데, A한테 연락이 온거야. 나는 연락에 답장을 했고, 무슨 일인지 이번엔 엇갈리지 않고 답장을 받을 수 있었어. A는 그 오랜 공백에도 날 아직 친구로 생각해주고 있었지. 정말 기뻤어. 나는 오랜만에 기쁘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눴지. 물 아래로 가라앉고 있는 듯한 내 심정이 천천히, 가속도를 붙여가며 수면 위로 끌어당겨지는 기분이었어. 그렇게 한 달 조금 넘게 대화하니까. 나는 또 A를 좋아하게 되더라고. 이야기가 길어지니까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번 만나지 않겠냐, 서로 의논했어. 그리고 실제로 서로 만나게 되지. 첫 만남이었어. 욕을 써도 괜찮던가? 아무튼, 첫 만남에서 나는 병신같은 짓을 했어.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인 상대에게 고백을 했지. 병신. 제 주제도 모르는 놈. 첫 만남이라는 걸 차치해도 나는 너무 많은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았지. A는 조금 곤란해 하더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우리는 사귀게 됐어. 하지만,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별로 오래가지 못했지. "너를 사랑하는지 모르겠어." 이게 A가 말한 이유였어. 나는 A에게 화가 났지만, 그렇게 오래가진 않았어. 나는 내 분노와 슬픔에서 도피하듯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 부끄럽지만 내 첫 아르바이트였지. 친구를 통해서 소개 받은거라 거의 1년을 했어. 일을 하며 천천히 생각해보니, A의 선택이 당연하다. 라는 걸 스스로 납득했어. 내 문제점이 있다는 걸 아니까, 고치고 싶더라고. 평생 꾸며보질 않아서 친구들의 도움을 받거나, 인터넷을 뒤지며 옷을 고르고, 얼굴에 이것저것 발라도 보고. 비염 같은 만성질환이 성격에 영향을 끼친다기에 약도 먹기 시작했어. 친구들은 장족의 발전이라고 말했지.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보니까, 스물두 살의 여름 끝자락에 갑자기 카톡이 왔어. "같이 게임 안 할래?" A에게서 온 거였지. 옛 감정이 많이 무뎌진 나는 그러기로 했지. 우리는 게임 친구로 돌아갔어.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A가 나에게 고백하는 게 아니겠어. "너만큼 나 사랑해주는 사람 없는 거 같아." 나는 고민했어. 나는 A가 좋았어. 하지만, 더불어 A가 또 나를 사랑하는지 모르겠다며 떠나지 않을까 불안했지. 결국 고민을 하는 행위가 무색하게 결국에 나는 다시 사귀기로 했지만. 솔직히, 많이 싸웠어. 보통은 내가 화를 냈지. 게임을 하느라 연락이 두 세시간 없을 때도 있고. 술에 취해서 연락이 안 될 때도 있었고. 나는 그런게 너무 불만이었어. 그리고, A 주변에는 남자인 친구가 정말 많았거든. 그래서 더욱 불안했지. 혹시? 혹시? 믿어야 된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의심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어. 그러다가 최근에 A가 나에게 헤어지고 싶다 말했어. "다른 사람은 신경쓰지 않을 거에도 신경쓰고, 또 그런 식으로 화를 내는 사람하고 사귀기 싫다." 이게 그 이유였어. 음, 맞아. 내가 화내는 방법이 문제가 좀 있지. 내가... 잘 비꼬아. 특히 상대가 미안하다는 말 보다 이유를 설명하려고하면 더욱. 충분히 문제라고 생각할만했어. 그래서 나는 화가 나긴 했지만, 화가 풀리지 않아도 납득했어. 그래, 내가 화를 잘못된 방식으로 내는 건 잘못이지. 충분히 헤어질 사유가 되잖아. 나는 나를 변호할 필요를 느끼지도 못했어. 내 잘못이니까. 그리고 나는 마음을 다시 추스렸지. 기본적으로 지킬 것도 지켰어. 연락하지 않고, 괜히 주변에 티내지 않고. 뭐 그런거. 그런데 또 며칠 뒤에 연락이 오더라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A가 나한테 다시 사귀자고 했어. 듣는 너희는 답답하겠지만, 나는 그러자고 했어. 이유는 이전과 같았지. 또 다시 사귄 이후에 나는 A에게 이런 말을 들었어. "너는 친구였을 때가 제일 좋은 거 같아." 무슨 뜻인지 너무 궁금했지만, 동시에 절대 물어보면 안 된다는 것도 알았지. 하지만,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고. 나는 A에게 물었어. "나를 연인으로써 좋아하는 게 맞아?" "잘 모르겠어. 지금은 네가 좋아." 이어질 대화를 요약하자면, 나는 친구가 되는 건 힘들지만, 네가 원하면 노력은 해보겠다. 라는 말을 했고, A는 아직 너랑 안고 싶고, 키스도 하고 싶다. 이런 말을 했지. 이도저도 아닌 채로 대화가 끝났어. 이 주고받기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아서였지. 저 대화로부터 대략 5일이 지났어. 나는 우울해. 내가 A를 사랑하는 만큼, A도 나를 사랑했으면 좋겠는데. 현재로써 그렇지 않고, 또 앞으로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 나도 알아. 내가 그러지 말자고 하면 끝날 일이지.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가 않아. 내 머리는 친구일 때가 낫다는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는 A를 사랑하는 걸. 지금도 나는 내가 나아지면 될까. 생각 중이야. 노력이라도 해보고 있고. 연락을 좀 줄이고, 간섭을 줄이고, 짜증도 내지 않아.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도 좋아. 그럴 수도 있으니. 하지만, A가 원하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 그럼에도 동시에 궁금해.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내가 양쪽에 해가 될 선택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너희는 어떻게 생각해?

인간관계에 있어서 잘하고 못하고는 남이 함부로 판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해. 근데 글을 읽으면서 느낀 건 그렇게 반복적으로 사귀고 헤어지는 게 과연 스레주와 A의 관계를 더 좋게 만들어줄 것 같지는 않아. 내가 연인들이 사귀었다 헤어지는 걸 반복했을 때 같은 이유로 또 헤어질 거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서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계속 그렇게 A가 사귀자고 하면 사귀고, 또 헤어지자고 하면 헤어지고를 반복하면 스레주가 A에게 얽매여서 사는 것밖에 안 된다고 생각해. 너무 수동적인 삶 아닐까? 물론 스레주가 연락도 줄이고, 간섭도 줄이고 여러가지를 노력하면 관계가 나아질 수도 있지, 근데 그건 잠깐일 뿐이라고 생각해. A는 스레주가 필요할 때 찾고 질리면 차는 걸로 보여, 나는. 뭐 정말 스레주를 좋아하는 것일 수도 있지. 근데 사귀는 도중에 친구일 때가 더 좋았다는 둥 그런 식으로 말하는 관계가 과연 진심일까? 객관적으로 스레주와 A의 관계가 어떤지 잘 판단해봐. 스레주만 좋아하는 관계는 너무 힘들잖아. 주변을 더 넓게 보고 A가 아닌 스레주의 인간관계를 더 넓혀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내 의견은 그저 내 의견일 뿐이니까 내 말이 기분 나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욕하고 넘겨. 다른 레스가 많이 달리길 바랄게.

>>2 아냐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거든, 몸이 안움직여서 문제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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