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은 내가 공부 잘하는 줄 알아. 실제로 옛날엔 잘 했었고 지금도 쌤들이 하면 된다, 감각은 있다고 하시는데 난 솔직히 잘 모르겠어.
남들도 다 이 만큼 할거고 나보다 잘난 애들이 지천에 깔리고 깔렸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한다는건지도 모르겠고.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라 그런건진 잘 모르겠는데 공부하다보면 되게 외롭고 혼자라는 생각도 들고 가족들은 보기 싫고 오히려 인방쪽 사람들하고 희희낙낙 거리는게 더 마음에 안정이 올 정도야. 사람들하고 대화하는게 그나마 재밌다보니까 계속 거기에 몰두하고 그러다보면 공부를 또 못해서 거짓말하게되고... 오늘도 거짓말했다가 걸려서 엄청 혼났어.
부모님 마음도 이해해 내가 잘못한거니까 변명할 여지도 이유도 없고. 근데 좀 힘들다.
난 뭔갈 바라고 공부한게 아닌데 언제부턴가 엄마아빠가 나를 위해 해주는건 공부로 보답해야할 짐이 된 것 같고 학원에 가도 아무도 나랑 대화를 안 하고, 이미 다들 나 때문에 학원 반 분위기 살피면서 행동한다는 소리 들어버렸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도 없을 것 같고. 이제와서 달라진 모습 보여준다고 뭐가 바뀔까...?
내 성격 자체도 문제가 있는 것 같고 이미 내가 망칠대로 망쳤는데 다시 시작하기도 뭐할 것 같고.
그렇다고 공부를 안 하자니 내가 다른 특출난 특기를 가진 것도 아니라 취업해서 돈 벌기도 어려울 것 같고
8살때부터 넌 판사해야한다고 10년 넘게 듣고있으니까 그게 내가 사는 이유고 공부하는 이유고 내가 궁극적으로 이뤄야할 목표같은데 그 길이 쉽지도 재밌지도 흥미롭지도 않고 내가 뭘 원하는지도 모르겠고... 누가 나 좀 위로해주라. 내가 잘못한건 맞지만 한겨울에 발가벗고 광장 가운데 서 있는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