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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1/02/25 07:02:53 ID : Y8jfO8mFeIH
그냥 오늘따라 생각나서 쓰고 자야겠다~
이름없음 2021/02/25 07:05:05 ID : Y8jfO8mFeIH
처음 만났을 때는 사실 기억 안나ㅋㅋㅋ 그냥 어느순간부터 기억에 들어와있었어 같이 피아노 학원을 다녔는데, 학교도 다르고 친하지도 않았어서 대화를 나누거나 한 기억은 얼마 없네
이름없음 2021/02/25 07:09:21 ID : Y8jfO8mFeIH
우리 피아노 학원엔 다양한 나이대 사람들이 다녔어서, 동생이나 언니오빠들은 정말 많았지만 나랑 동갑내기인 애들은 얼마 없었어. 나까지 포함해서 4명 정도였거든 그 중에서 남자애는 그 애 하나였고.
이름없음 2021/02/25 07:13:06 ID : Y8jfO8mFeIH
어릴 땐 성격이 참 못났어서 그런가, 친해지고 싶다고 하면서 못살게만 굴었네 ㅋㅋ 이름이 특이하다며 이상한 별명 붙여서 부르기도 했고.. 뭐 툭하면 시비만 걸었었지 않나 싶어 그 애는 또래답지 않게 무뚝뚝했거든? 내가 늘 장난치고 시비걸고 해도 반응 하나 안 했던 것 같아
이름없음 2021/02/25 07:16:19 ID : Y8jfO8mFeIH
피아노 학원에서 치라는 피아노는 안 치고, 게임하고 간식 사다먹고 친목질만 해댔던 ㅋㅋ.. 나랑은 달리 걔는 연습도 꼬박꼬박 하고 피아노 학원에서 친구도 없었던 것 같아. 절대 까려고 하는 말은 아니고 정말로.. 친구 하나도 없었던 것 같아.
이름없음 2021/02/25 07:20:27 ID : Y8jfO8mFeIH
그래서 더 친해지고 싶었어 엄마가 쥐어주는 용돈 들고, 1층 문방구에서 불량식품 한가득 사들고 올라가면서 오늘은 걔한테도 하나 권해야지! 하고 다짐을 얼마나 했었나 몰라 결국 겨우겨우 용기내서 하나 권한 날엔 무참히 까였지만 ㅋㅋ
이름없음 2021/02/25 07:30:50 ID : Y8jfO8mFeIH
그러다 언제, 같이 피아노 다니던 동갑내기 친구가 히사이시 조의 썸머를 배우기 시작했어. 한 소절 들었는데 곡이 너무 내 취향인거야!! 그래서 선생님을 붙잡고 저 곡 뭐냐고, 나도 치고 싶다고 졸라댄 결과 나도 내 수준에 벅찬 썸머를 연습하기 시작했지. 완주하는데 정말 오래 걸렸어. 평소에 내가 치던 곡보다 훨씬 어려운 곡이었고, 연습도 거의 안 하고 놀기만 했으니까. 그래서 나중엔 하농, 체르니, 소나티네 전부 버리고 썸머 하나만 집중적으로 배우기까지 했거든. 내가 피아노를 쳤다 하면 썸머만 쳐대서 선생님이 질린다고까지 했었다니까 ㅋㅋㅋ 그렇게 질리도록 쳐서 겨우 마스터했는데, 걔도 어느샌가부터 썸머를 배우더니 곧 나보다 훨씬 더 잘 치게 됐더라.
이름없음 2021/02/25 07:38:51 ID : Y8jfO8mFeIH
걔는 매번 오른쪽 제일 끝 방에서 피아노를 쳤어 베토벤이랑 모짜르트 옆 방.. 이름은 잘 기억이 안나는데. 그 방에서 걔가 썸머를 치기 시작하면, 나는 방 밖에 하나 있는 그랜드 피아노로 가서 썸머를 쳤어. 걔 들으라고. 그래서 걔가 정말 내 연주를 들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썸머를 쳤었다는 사실마저 모를지도 몰라
이름없음 2021/02/25 07:46:31 ID : Y8jfO8mFeIH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피아노를 그만뒀어. 집 안 사정도 있고, 친구 문제도 있어서 내가 다른 지역으로 전학을 갔거든. 결국엔 걔랑 친해져보지도 못했어. 연락처 하나 없었기도 했고.. 그렇게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렇게 중학교 1학년까지 다른 지역에서 살다가.. 2학년이 될 무렵 다시 원래 살던 곳 근처로 오게 됐어. 그러면서 내가 앞으로 다니게 될 중학교를 고르는데, 다른 곳 가고 싶다는 날 말리고 엄마가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다니자고 하더라. 아침 일찍 일어나는게 귀찮기도 했고, 나도 그냥 알겠다고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를 갔어. 그때부터 우울증 때문에 사람들을 조금 꺼리게 됐고, 그 결과 전학 첫날 첫 인상을 대차게 망쳤지.
이름없음 2021/02/25 07:48:35 ID : Y8jfO8mFeIH
그렇게 처음 몇주간 정말 정신없이 학교를 다녔어. 애들 이름 외우랴, 얼굴 분간하랴 너무 벅찼거든ㅋㅋ 거기에 우울증까지 있으니까 정말 미쳐버리겠더라.. 피아노 학원 다닐 때랑은 다르게, 난 엄청 소심해지고 이상해졌어...
이름없음 2021/02/25 07:55:52 ID : Y8jfO8mFeIH
그리고 학교에 조금 익숙해질 즈음, 과학 시간에 선생님이 같이 앉을 조를 짜면서 애들 이름을 부르는데 어딘가 익숙하고 특이한 이름이 들리더라. 그 애였어. 내 기억 속 무뚝뚝한 이미지 그대로인 그 애가 있었어 다시 만나니까 정말 신기하더라. 이런 걸 인연이라고 하나? 라고 생각할 정도였다니까.. 이건 하느님이 주신 기회라고, 이번에는 정말 친해져야지! 다짐하면서 아는 척 할 기회만 노렸다
이름없음 2021/02/25 07:58:43 ID : Y8jfO8mFeIH
몇 주 지나서 아는 척 하려니까 엄청 어색하더라.. 진짜 웃겨. 얼굴을 분간 못해서 몇 주 지나서 알았다? 거기에 주변에 관심도 없어서 이름만 봐도 기억할걸 몇주만에 선생님 통해 이름 듣고야 알았다?? 사실 안 웃겨 진짜 이상해;;
이름없음 2021/02/25 08:06:27 ID : Y8jfO8mFeIH
게다가 친하지도 않았잖아. 거의 대화도 해본 적 없는데.. 나를 기억 못 할지도 모르잖아....... 심지어 아는 척 하려고 고민하면서도 걔가 걔가 아닐까봐 걱정했다고ㅋㅋㅋㅋ 나 얼굴 분간을 정말정말 못해서... 그냥 이름만 같은 동명이인일까봐.. 그래도, 만약 걔가 나를 기억 못 한대도 일단 물어보는 편이 속 시원할 것 같아서. 과학시간 조대로 앉을 때 슬쩍 말 걸었다. 너 혹시 피아노 학원... 이렇게.. 진짜 바보같지 않냐.. 저 뒤에 뭐라고 더 말 한 것도 아니야. 그냥 딱 저렇게만 말했어.. 지금 생각해보니까 웃기네 그냥 ㅋㅋ
이름없음 2021/02/25 08:09:06 ID : Y8jfO8mFeIH
그러니까 맞다고 자기는 처음부터 알았는데 여태 몰랐냐고 하더라 날 기억하는구나! 처음부터 알았구나! 그리고 목소리 처음 듣는 것 같다! 막 이런저런 이야기 하고 싶었는데, 나는 바보같이 또 아... 맞구나! 이 말만 했어. 저 뒤로 말 한마디도 안했다. 진짜 졸업때까지 대화 거의 안했다.
이름없음 2021/02/25 08:15:42 ID : Y8jfO8mFeIH
드문드문 기억나는 건 그 다음날 내가 책상에 엎드려서 자고 있을 때. 자다가 중간에 깼는데 걔랑 걔 친구랑 둘이 옆에서 이야기 하고 있길래 그냥 일어나기도 머쓱해서 그대로 엎드려 있었거든. 아닌가? 그냥 일어나 있었나.. 아무튼 가만히 듣고있는데 내 얘기를 하더라고. 자세하게는 기억이 안나는데, 여자애가 전학왔는데 가만히 있지 말고 말이라도 붙여주라고. 대충 그런 이야기였어.
이름없음 2021/02/25 08:22:05 ID : Y8jfO8mFeIH
그리고 음악시간때. 음악실에 피아노가 두 개 있었는데, 하나는 나랑 친구들이랑 치고 있었거든. 근데 난 피아노 안 친지 하도 오래됐었어서.. 다 까먹어가지고 질리도록 치던 썸머 도입부만 뚱땅뚱땅 겨우 쳤었다. 그리고 다른 애들 치는 거 듣고만 있는데, 다른 한 곳에서 걔가 썸머를 치더라. 걔도 썸머를 들으면 내 생각 하곤 할까.
이름없음 2021/02/25 08:26:54 ID : Y8jfO8mFeIH
나 어릴때부터 게임 죽돌이였어서, 피아노 학원에서 메이플 bgm도 쳤었는데. 그때 걔한테 혹시 메이플 하냐고 물어봤을땐 뭔지도 모른다고 했었거든. 그런데 중학교 들어와서 걔랑 걔 친구들이랑 대화하는걸 듣고 있으면, 메이플 얘기 많이 하더라. 괜히 뿌듯하고 막 그랬어.
이름없음 2021/02/25 08:34:18 ID : Y8jfO8mFeIH
그냥... 오늘 오랜만에 썸머를 들었거든. 들으면서 댓글창 보는데, 다들 썸머랑 관련된 추억 얘기 하더라. 혹시 걔가 쓴 댓글도 있을까 내려보면서.. 생각해봤는데 나 걔를 좋아했었나봐. 지금은 나 완전 잊어버렸겠지? 썸머 들으면 가끔 내 생각 해줬으면 좋겠다. 용기가 없어서 다시 연락은 못 하겠지만, 만약 다시 만나면 정말 친해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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