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 사람 아닌데 진심 속상해서 글 남김 사실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눈물 나온다 ㅅㅂ

>>2 나 씻고와서 바로 이야기할겡 ㅠㅠㅠ

나랑 친구가 고2 때 처음만났어

원체 본인 이야기를 잘 안하고 자기 주장이 별로 없는... 그런 친구였어 항상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고 자기 이야긴 별로 안 하고

그래도 성격 잘 맞고.. 서로 의지하면서 그렇게 고삼까지 쭉 보냈어 내가 사실 인간관계가 좁고 깊어서 정말 끝까지 떠안고 가는 친구들한테는 무덤까지 묻고갈 비밀 아니면 다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

수시철에는 자소서 쓰기 힘들다고 하소연도 하고 만나서 이런저런 신세한탄도 하고 수능공부 한탄도 하고 그랬어... 걘 받아주고 내가 쏟아내는 식이었고 솔직히 좀 답답하긴 했지만 내색 안했어

본인얘기 별로 안하고 싶어하는 성격이라는 언급도 했고 평소 언행? 에서 날 되게 아끼고 믿는다는 걸 엄청 티냈거든

내가 장난식으로 너 왜 답장 늦어 ㅠ 이러면 막 나만 카톡 알람 켜져있는 창 캡쳐해서 보내주고 연락하게 되면 같이 뭐뭐 하자 이런 식으로 말해주고... 참 사소하게 그래줘서 답답하기는 했지만 그냥 표현을 못하는 친구구나 하고 넘겼어 나도 표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11 늦은 시간인데 고마워

난 걔한테 원서 넣은 대학교랑 과, 학교성적, 예비번호 받은 것까지 솔직하게 다 털어놓고 그랬는데 걔는 끝까지 너랑 겹치는 대학 몇개 넣었어 ㅎㅎ(다른과) 이런 식으로 얼버무리면서 말 안하더라 근데 이건 친구랑 입시 이야기 하기 껄끄러울 테니까... 넘어갔지

그러다 우리 둘 다 수시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걔가 어떤 대학교의 예비 3번을 받았고 나는 다른 곳은 다 떨어지고 1지망만 우주예비를 받았어 웬일로 본인이 먼저 예비를 말해주길래 진심으로 축하해줬어 자기 이야기 해준 게 그 때가 거의 처음이었거든

정말 하나도 안 속상했고 기뻤어 그 친구가 정말 가고 싶었던 과였거든 그렇게 지내고 있다가 내가 다 내려놓고 정시원서 접수를 준비하고 있을 때 진짜 기적적으로 1지망 우주예비 대학에 추가합격이 되었어

걔도 내가 그 대학 고2 때부터 지망했던 걸 알고 있어서 너무 기뻐하면서 축하해줬고 난 너무 들떠서 1월 초부터 2월 말까지 학교 이야기, 학교 자랑, 온통 학교 이야기만 했어 ㅋㅋ 완전 뽕이 차올라 있었지... 카톡 프사도 배사도 온통 그 학교로 도배되어 있었어 누가 봐도 얘는 이 대학교 학생이다 할 정도로

수능 끝나고 둘 다 수시 붙은 상태에서 시간도 많아서 자주 만나서(마스크 끼고! 공원에서 산책하면서!) 이야기했어 학교 이야기, 미래 이야기... 등등 이때만큼 얘랑 가까워졌다고 여긴 적이 없다

그러다 에타를 깔고 친구신청? 을 받으면 서로 시간표를 공유할 수 있는데 내가 알기로는 이 친구가 분명히 경영학과인데 시간표가 경영보다는 문콘이나 일어일문에 가까워 보이는 거야(과목명이)

뭔가 이상해서 엄마한테도 보여줬더니 엄마가 이거 경영 맞니? 이렇게 물어보고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해서 경영에서 이런 것도 배우나? 그냥 얘네 학교가 특이한 건가? 생각하면서 지냈지

사실 과목명만 검색해도 학교 충분히 유추 가능한데 굳이 안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안 찾아봤어

서로 수강신청 올클해서 막 축하도 해주고 벚꽃철 되면 내 학교로 놀러오라고(우리학교가 경관 죽이기로 유명해) 막 얘기하면서 시간표는 잊고 넘겼는데 어느 날 저녁에 갑자기 엄청 긴 카톡이 날아오는 거야

내용만 말하자면 거짓말해서 너무 미안한데 사실 자기 과가 경영이 아니라 일어일문이였다는 거야(일어일문이 좀 사정이 있는데 내가 너무 넣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원서도 못 넣고 그대로 날려버린 과거든)그래서 나한테 말을 못 했대. 그런데 내가 알기로 그 친구는 세특이며 비교과를 싹 다 경영으로 맞춰서 일본어는 일문을 갈 정도로 챙기진 않았거든?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물어봤어. 너가 어떻게 수시로 일어일문을 갔냐고. 그랬더니 정시로 갔대.

그 당시에는 욕이 나올 정도로 너무 충격적이었어. 내가 그렇게 의지하고 모든 걸 다 털어놓은 친구가 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고 그동안 나한테 말했던 모든 입시가 거짓말이었다는 것도 충격이었고(수시합격했다는 것도)... 그래서 일단은 엄청 화가 난 상태로 쏘아붙였어 카톡으로. 너가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면서.

한참 쏘아붙이고(걔는 사과만 하더라... 어쨌든 그날 다음날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고 연락은 끊어짐) 집 가서 속상한 마음에 술 한잔 하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무 쓰레기같이 느껴지더라

난 수시 다 떨어진 친구 앞에서 추가합격 된 썰을 인터넷에서 풀듯 자랑스럽게 늘어놓고, 합격증을 배사며 프사에 도배해놓고, 심지어 친구를 데리고 내 학교 캠퍼스에 가서 온갖 자랑질도 늘어놓고, 틈만 나면 우리학교 우리학교 이랬던 거잖아

>>26 사실 좀 부러운 마음도 있었어. 자의든 타의든 걔는 일어일문을 갔고 나는 가지 못했으니까. 음.. 스레를 쓰는 지금도 그건 부러워.

>>28 그것뿐만이 아니라 벚꽃철 되면 캠퍼스 놀러와라, 한강이 근처에 있으니 개강하면 술 마시자, 과잠 입고 고등학교 찾아가자.. 등등 대학생활에 관한 이야기들은 다 했거든. 돌이켜 보니까 진짜 너무 미안해서 미칠 것 같더라. 다음날 미안한 마음 반, 속상한 마음 반으로 친구를 만났어. 내 친구가 자기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엄청 담담하게 이야기를 해 주는데 진짜 너무 슬프면서도 다 이해가 되는 거야.

친구가 사실 속으로는 엄청 눈치 보고 앓는 스타일이야. 나는 남들 눈치 거의 안 보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스타일이고... 입시 이야기를 안 했던 이유는 이 친구 주변의 또 다른 어떤 친구가 내 친구 지망 대학을 듣고 그런 지잡을 왜 넣냐고...;; (흠 참고로 인서울이었어) 🐶 같은 소리를 했는데 그게 친구 마음에 스크래치가 남아서... 나한테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서, 내가 자기를 되게 보잘것없다고 생각할까봐, 이 대학이나 넣을 정도인 걸 알게 되면 실망할까봐 그리고 관계가 멀어질까봐 그게 너무 무서워서 이야기를 못했대

씨... 돌이켜보면서 쓰는데 눈물 한바가지 쏟아지네 진짜 아...ㅠ

나를 못 믿었다는 건 실망스럽고 화가 나는데 “너한테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서” 는... 진짜 뭐라고 할 말이 없더라고...ㅠ 난 그동안 걔 앞에서 있는 그대로 가식 없이 행동했는데 친구 눈에는 그게 되게 멋있고 대단해 보여서 자기가 상대적으로 너무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었대

근데 그게 절대 열등감 같은 건 아니고 그냥 동경+ 우정... 비스무리한 감정.... 예비3번 받은 대학도 처음에는 끝까지 말 안하고 숨기려고 했는데(내가 우주예비 받은 상태니까) 내가 진심으로 자기를 축하해주고 응원하는 게 느껴져서 겨우 말했대 말해놓고도 몇 시간을 후회했대

예비 3번이 결국은 떨어졌잖아 근데 내 합격소식을 듣고, 내가 막 만나서 놀자고 하니까 혹시 떨어졌다고 하면 내가 불편해할까봐 끝까지 말을 안 하려고 했대

그때 우리 집에서 맥주 기울이고 있었는데 그 말 듣자마자 걔가 나한테 톡으로 너 요즘 기분 좋아보여서 나도 좋아 이렇게 메시지 보낸 기억이 확 떠오르면서 눈물 한바가지 쏟아지려는 거 겨우 참았다

자긴 너가 얼마나 그 대학을 가고 싶어했는지 아니까 너 좋아하는 거 지켜보면서 너무 뿌듯했다고, 정시원서 넣으면서도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이 머리 아픈 걸 내가 안 해도 되니까... 막 그러는데

나 아직도 너무 속상하고 슬픈데 걔가 날 못 믿었다는 게 화도 나고 그래 물론 걔 앞에서는 대충 화해하고 왔지만 사실 아직도 좀 화나

내가 나랑 같은 정도의 신뢰를 요구하는 게 너무 무리였을까? (참고로 손절칠 생각 없음 난 얘 죽을 때까지 딱 달라붙어서 같이 지낼 거야)

친구가 나를 남의 대학 지잡 취급하는 그런 사람이랑 동급으로 생각했다는 건 화나지만 동시에 그런 스크래치를 받았는데 나한테 말도 안 하고 그냥 묻어둔 게 속상하고

하소연은... 여기까지야...ㅎㅎ 그냥 어디든 말하고 싶었어

화가 날 만한 상황이지만 레주 말만 들어보면 그 친구는 좋은 사람 같아. 단지 상대에게 매우 매우 조심스러운 것 뿐이지. 본인도 스트레스 일 텐데ㅜㅜ 둘 다 힘들었겠다.

>>42 넘 늦었다ㅠㅠ 하...... 아직까지 그 일 생각하면 속상ㅎ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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