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즈음에 내가 성적 때문에 우울증이 온 적이 있거든? 막 극단적인 생각하고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냥 엄청나게 무기력해져서 하루종일 밥도 안 먹고 침대에 누워만 있고 그랬거든. 학교도 가는 둥 마는 둥 다니면서 시험도 대충 찍고 자고, 이러면서 지냈단 말이야. 이게 자세히는 말을 못 해도 급격하게 성적이 떨어지면서 자존감이 같이 떨어져서 온 거였거든?
근데 어느 날 이대로는 진짜 안 되겠어서 부모님이랑 오래 대화해본 뒤에 마음 다잡았어. 그 뒤로 과외도 받고 물론 혼자서도 열심히 공부해서 20점 30점 하던 성적을 평균까지 끌어올렸단 말이야. 이러니까 무기력하던 것도 많이 가시고 취미 생활도 하면서 건강하게 지낼 수가 있었다? 코로나가 터진 와중에도 긍정적으로 지낼 수 있을만큼 정말 많이 좋아졌어.
그런데 이번에 시험 하나를 크게 망친 거야. 진짜 너무 크게 망쳤는데... 차라리 우울증 오기 전이었으면 한 번 울적해지고 말텐데 처음 우울증 생겼던 게 아무래도 성적 관련이었다 보니까... 시간이 흘러도 괜찮아지지 않고 자꾸 그것만 머릿 속에 맴도는 거야. 심지어 이건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못 한 적이 없던 과목이야. 우울증으로 고생할 때도 이 과목만큼은 잘했는데 이걸 망치니까... 거의 무슨 트라우마라도 직면한 것 마냥 자꾸만 손이 덜덜 떨리고, 속에 계속해서 뭔가 응어리 진 게 남아있고, 너무 무기력해. 나 지금 그 관련 과목 숙제도 못 하고 있어. 그 과목 생각만 하면 심장이 엄청나게 빨리 쿵쾅거릴 정도야. 원래 좋아하던 과목이었는데 이제 그 과목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막 심장이 뛰면서 긴장 되고 스트레스를 너무 받으니까 지금 제대로 된 공부는 커녕 숙제도 못 하고 있고 너무 무기력 해...
지금 거의 무슨 조울증마냥 하루종일 기분이 왔다 갔다 해. 기분이 막 하이해져서 계속해서 몇 시간이고 깔깔 거리면서 웃다가 갑자기 지쳐서 쓰러지듯이 누워있고, 그렇게 멍하니 누워있다보니 또 울적해져서 울어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고. 계속 이런 상황의 반복이니까 멘탈이 점점 깍여나가는 게 느껴져.
경험상?이라 해야하나 이번 시험이 약간 기폭제 같은 역할을 해서 다시 우울증이 재발하려는 것 같은데 나 어쩌냐... 이 시국에 어디 상담 받으러 다닌다는 것도 마냥 쉽지가 않고, 또 내가 그런 상담이나... 이런 걸 좀 많이 꺼려하기도 하고. 뭔가 억지로라도 몸을 움직여서 기력을 되찾아야 할 것 같은데 쉽지가 않다. 나 진짜 그때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뭘 어째야 다시 원래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