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때문에 엄마랑 아빠랑 싸우게됐는데
나 진짜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가 다른사람같아보이더라
내가 어렸을때 아빠가 주식으로 빚더미에 앉은 적이있어
2000년도 후반쯤에 현금으로만 5억, 집도 날아가고
그 당시에는 결코 적은돈이 아니였던거지.
이 일때문에 엄마는 금전적인 부분에 극도로 예민해지게 되었고
아빠가 한 번 사고치고 멈춘게아니라
엄마를 7년가까이 속이고 두번이나 말아먹어서
엄마는 거짓말하는걸 진짜 죽도록 싫어해.
이때문에 나는 엄마가 무슨이유로 화를내든
날 때리든 그래도 엄마는 엄마니까 다 참았어
이름없음2021/03/07 12:23:18ID : GmoLbwsmLbv
발단은 진짜 나한테는 아무것도 아닌거였어
3년 좀 넘게 쓴 행거, 나무같이 생겨서 옷 걸어놓는거 알지?
옷이 좀 많아져서 한번 입은건 빨기도아깝고 넣어놓기도 애매해서
걸다보니까 이게 아침에 교복입을때도 그렇고 너무 불편한거야
사실 불편한건 둘째치고 나도 이제 고등학생인데
내 맘에드는 가구 내 돈으로 사서 방 좀 꾸며보고 싶었어
이름없음2021/03/07 12:24:36ID : GmoLbwsmLbv
그래서 원래쓰던 행거는 당근마켓에 팔고
내가 갖고싶었던걸 내 돈으로 샀거든 비싸게 주고사면
혼날까봐 이것저것 할인받고 포인트 모은거 다 써서
9만원짜리를 5만원 정도에 기분좋게 주문했어
이름없음2021/03/07 12:29:56ID : GmoLbwsmLbv
문제는 내가 엄마 허락없이 저랬다는거지
나는 엄마가 그렇게 화낼줄 몰랐어. 난 용돈을 안 받아서
명절이나 특별한날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주시는 돈
모아서 6개월정도 그걸로 쓰거든 한번에 10~30만원씩 주셔서
올해는 그 돈으로 내가 책가방도 사고 운동화도 샀었단말야
아무튼 난리도 아니였어ㅋㅋㅋㅋㅋㅋ..
내가 아침에 아빠한테 우리 동 앞으로 차가져온다니까
행거 좀 전해달라고부탁했거든
엄마는 밥 다 먹을때까지 모르고있었고.
사실 어제 저녁에 주문할 때 엄마가 내 노트북 창을
슬쩍 보고 또 그런거사니?? 이런식으로 말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양치하다말고 갑자기 내방에 들어와서 슥 둘러보더니
내 행거는 없고 옷가지들은 침대 헤드에 걸쳐있으니까
눈이 돌아간거야. 막 저걸 팔았냐 니 동생은 옷장도 없는데
왜 멀쩡한걸 파냐 당장 다시 받아오고 환불해라 니돈으로 샀든 뭐든
행거 반품안하고 조립하면 다 부셔버리고 너도 죽일거다 등등..
이름없음2021/03/07 12:33:14ID : GmoLbwsmLbv
막 몸을 부들부들떨면거 나한테 화를 내더니
아빠한테가서 또 거짓말하고 나 몰래몰래 그러냐
왜 딸년이 하라는대로하냐 니 아들 방 좀 봐라 이런식으로
화를 엄청냈어. 이렇게보면 내가 동생은 옷장도 없는데
나 혼자 비싼거 산거처럼보일거같은데 아냐.
내가 2년 전부터 엄마한테 행거 바꾸고싶다고
이건 거의 새거니까 동생주면 안되냐고 물었었는데
왜 쓰던걸 주냐면서 새로사줄거리그래가지고 당근마켓에 판거거든
이름없음2021/03/07 12:41:38ID : GmoLbwsmLbv
여기까지만 보면 뭐가 문제지 싶을수도있을거같은데
엄마랑 아빠가 좀 많이 과격하게 싸웠어
어린 남동생이 거의 빌다시피 울면서 말리다가
되려 주먹에 치일정도였으니까. 난 어렸을때 엄마아빠 저러는거
자주봤어서 이제는 웃음나올정도로 허탈했는데 너무 미안하더라
동생한테. 괜히 내가 나 사고싶은거 좀 사겠다고 헛짓해서
못 볼꼴만 보게 한거같아서. 아직도 손이 떨려
아마 엄마가 컵 던지고 물 뿌리고 식칼로 아빠 찌르려한건
펑생 못 잊을거같아. 이렇게 익명사이트에 글 쓰는것도
부끄러운데 이런 얘길 누구한테 할 수 있겠어
이름없음2021/03/07 12:47:25ID : GmoLbwsmLbv
아빠 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많이 맞았어
주먹으로 얼굴밀렸는데 턱은 아직도 좀 시큰해
지금 엄마는 동생한테 웃으면서 왜 아까 옆에 가까이왔냐고
그냥 아빠 겁주려한거라고 말하고있는데 정말 소름끼쳐
내가 아까 본 엄마의 모습은 공포 영화의 정신병 환자 같았거든
눈은 비정상적으로 커져서 눈알이 튀어나올것같고,
몸은 부들부들떨리고 당장이라도 거품 물고 쓰러져도
안 이상할것같았어. 진짜 이러다 누구하나 칼 맞는거 아닌가싶어서
경찰에 신고해보려하기도하고 영상으로 찍으려고도 했는데
부끄러운거있지. 자식들앞에서 서로 죽일듯이 달려드는게.
물론 내가 보기엔 아빠는 거의 일방적으로 욕 듣고 치이고있었는데
그냥 엄마가 너무 혐오스러웠어 어떻게 자식앞에서 식칼을들고
휘두를 수 있나. 어떻게 그 손으로 내 동생한테 붙어서
별거 아니라고 할 수 있나 소름끼치고 너무 무서워
엄마아빠가 얼마나 과하게 다투든, 나를 때리든 욕을하든
몇일 아니 몇시간이면 그런 감정이 다 사라졌는데
이제 더이상 엄마가 엄마란 사람으로 안 보여 어떡하지
이름없음2021/03/07 12:54:04ID : 5RxwnzPcsi2
아무나 아무말이나 해줘..
이름없음2021/03/07 13:12:35ID : kskrbvjs2lj
청소년 상담센터에 연락하는게 좋겠다.
쭉 읽어봤는데 레주가 잘못한건 없어.
너와 동생한테 미안해야하는 건 부모님이지..
두 분도 같이 살면서 서로간에 깊은 갈등을 겪었는데
갈라서기엔 빚이나 자식양육권 문제로 어려워 하는걸 수도 있을걸..
레주도 동생도 아직 어리니까 도움을 줄수 있는 어른이 꼭 필요할텐데.. 내가 도와줄 수 있는게 없네..
일단 조언을 주자면 믿을 수 있는 어른을 찾는게 좋다고 생각해.
선생님이든, 친척어른이든.. '너를 조건없이' 도와줄 어른말야.
아마 이제와 부모님 사이가 좋아지는건 기대하기 힘들거고
성인이 될때까지 그 이후로도 힘든일이 많을거야.
가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런법이거든..
그렇다고 너무 좌절하지말길바래.
살다보면 언젠가 좋은일은 찾아오게 되어있고
레주는 단지 그 시기가 조금 늦되는 것 뿐이니까.
지금도 저축하고 스스로 갖고싶은걸 얻는 모습을 보면
또래에 비해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운 성격인것 같아서
대견하면서도 마음 한켠이 찡하네..
한창 고등학생이면 투정부릴나인데..
여튼 마음 꼭 강하게 먹고, 씩씩하게 버티길 응원할게!
힘들면 이런 익명사이트라도 좋으니 투정도 좀 부리고!
이런거 전혀 부끄러운게 아니니까 꼭 가정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을 만났음 좋겠다.
그치만 도와주는 척하면서 접근하는 이상한 놈들도 은근 많으니까 꼭 주의하고! 알겠지?
이름없음2021/03/07 13:15:30ID : p82pRxwmpVe
혹시 그런데 연락한다고 학교에 연락가는건없겠지..?
이러고 끝난다면야 상관없겠지만 고등학교 시험은
나말고 다른 요인때문에 망치게 둘 순 없어서 걱정되네
다 읽어줘서 고마워 별 말 아닌거같은데도 위로가 된다
사실 이런곳에 푸념하고 레스달린거 보면서 고마워하는 애들
이해가 좀 안됐었는데 역시 자기가 안 겪어보고는 모르는건가봐
이름없음2021/03/07 13:36:23ID : kskrbvjs2lj
최소 말도 없이 연락하진 않을걸?
상담을 받는 게 나쁜 일 하는것도 아니잖아
애초에 상담시 우선시 되야하는게 상담내용에 대한 비밀엄수인데
그것도 못지키는 센터면 접어야지..
나도 내 친구들도 가정사에 문제가 많았던 편이라
읽으면서 너무 남일 같지가 않더라..
스스로 자립할 수 있게 되면 그때부터 완전한 내 세상이니까
그때까지 절때 포기하지말고 당차게 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