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좋아하던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너는 잘 지내려나. 신학기를 맞아 서로 잘 못보게 되었는데 아쉬워. 뭐, 너는 안 그렇겠지만. 오늘도 별다른 일은 없었어. 아, 너를 포기하려고 쓰는 이 글이 별일이려나? 조금은 우리가 어렸을 적에의 봄을 지나 매미가 우는 낮이 뜨거운 한 여름, 네가 전학왔었지. 새하얀 피부에 대조되는 새까만 흑발,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너의 은빛 안경테에 반사되어 내 눈을 비추던 그 날, 그 날의 나는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드라마에서만 보던 첫 눈에 반했다는 말이 이때 쓰이는 듯 했어. 그런 널 보고 '어떻게 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하며 전전긍긍했어. 그래서 나는 친해지고 싶은 마음 하나에 너와 한 팀으로 참가할 수 있는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지. 대회를 준비하며 간간이 만나던 너는 네가 전학오기 바로 전년도에 따돌림 당하던 찌질한 모습을 딛고, 어느 정도 농담도 나누며 웃을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해 나갔지. 그렇게 친해졌다는 내 자신이 오만했던걸까. 대회 준비를 위해 너를 만나던 그 날, 네게 고백했어. 같은 팀원들은 내가 고백하려는 걸 알았는 지 방에는 단 둘이 남아있었지. 터질 것 같은 심장소리가 둥둥 울리고, 시선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며 네게 고백하던 나를, 넌 어떻게 생각했을까. 네 표정을 보기위해 고개를 올려 너를 보는데 네 표정은 꽤나 놀라보이더라. 어찌저찌 대회를 마치고 나니, 너와 나는 대화를 나눌 수도 없었지. 내가 너무 무능했던걸까? 그래도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네 대답을 기다리길 1 달, 2 달. 끝내 답은 없더라. 그러다 들려온 소문 하나, A가 B를 좋아한다는 소문. 그 소문을 듣는 넌 웃으며, 진심이 담기지 않은 목소리로 장난스레 아니라며 부인하더라. 처음에는 자꾸 못된 마음이 들었어. 그런데 가면 갈 수록 네가 왜 B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더라. 나보다 밝고, 명랑하며, 쾌활한 아이를 그 누가 싫어할까. 이 생각이 어느 날 잠 못 이루는 밤, 번뜩 생각나더라. 몇 달이 지나고도 고백에 답을 주지 않는 너를 미워할 수는 없었어. 내 힘든 과거를 보듬아 준 사람인데. 너를 미워하려고만 하면 자꾸만 평소와는 다른, 정말로 뜨거운 눈물이 쏟아져 나왔어. 만약 내가 네게 고백을 하지 않았더라면, 친구사이라도 유지하지 않았을까하는 허무맹랑한 상상을 했어. 그렇게 몇 년이 지나도, 나는 너에게 말 하나 붙일 수 없더라.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었나 봐. 처음이라 서툴렀기에 그럴려나? A야! 널 미워하려해서, 이기적이여서 미안해. 그리고, 아픈 상처를 보듬아줘서 고마워. 이게 네게 전하는 마지막 말이 되겠네. 많이 좋아했어, 부디 난 잊고 잘 지내주길 바라.
[널 좋아했던 유난히 이기적인 Z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