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들은 이야기에 살을 붙이다 와전되어 만들어진 이야기

나 역시도 실화라고 생각하진 않고 전해 들은 얘기에 그냥 이러저러한 살을 붙여서 만든 괴담이니까 너무 진지하게 듣진 말아 줬으면 해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그냥 어떤 반에 있던 포카리라는 학생의 이야기니까

우리 반에 있던 걔 이름은 포카리 물론 본명이 있었겠지만 교복 셔츠 안에 파란 계열의 티셔츠만 입고 와서 붙은 별명이 3년 내내 쓰여서 그냥 다들 포카리라고 부른 모양이야 나도 기억이 잘 안 나는 걸 보니까 이 포카리라는 별명의 파급력이 세긴 셌던 모양이야 하얀 정도가 아니라 창백했다나 봐 햇빛 한번 못 받아 본 애처럼 창백하고 허옇게 질려서 깡마르기까지 했으니까 포카리라는 별명이 딱이었어

걔는 그냥 유명한 애였어 사교성이 좋아서 친구가 많다거나 잘생겨서 늘 시선을 끈다거나 하는 그런 좋은 쪽의 유명함은 아니었고 그냥 걔는 한여름에도 서늘해 보일 정도로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쁜 애였고 창백하고 파란 티셔츠를 고집할 만큼 일관적이었으니까 어딜 가든 시선을 끌었지 말수가 적은 건 숫기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았어

비가 오는 날은 조금 아파 보이기까지 했다니까 하여튼 기분이 나쁜 애라고 다들 수군거렸던 것 같아 포카리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뺄 수 없는 소문이 돌기 전에도 다들 포카리를 꺼렸어 사람은 분위기라는 게 있잖아 포카리는 함부로 다가가고 싶지 않은 분위기였어 음침한 애 음침한 것보다 좀 더 축축하고 이상한 그런 애였어 체구는 정말 깡마른 체구였는데 허리가 조금 굽어 있고 키는 안 어울릴 정도로 커서 팔다리가 흐느적거리는 게 가끔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어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말이야

늘 상태가 안 좋아 보였고 어딘지 모르게 께름칙한 분위기라 다들 포카리를 피하게 됐어 아주 자연스럽게 고립되어 갔었는데 본인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였지 오히려 애들이 말을 걸면 포카리는 당황스러워했어 자리를 피하고 싶어 하는 티를 너무 내서 걔한테 말을 거는 사람도 줄어들었고 체육 시간에는 정말 몸이 안 좋았던 건지 늘 교실에 있어서 같은 남자애들이랑 친해질 기회도 차단됐었지 다들 포카리를 없는 사람 대하듯 대했지만 조금씩 의식하고 있는 말하자면 없지만 있는 존재가 돼 갔어

그런 포카리가 일주일 동안 학교를 안 나온 적이 있었어 그냥 갑자기 처음에는 다들 또 어딘가 아프겠거니 싶었는데 삼 일째 안 나온 날부터 다들 포카리의 부재를 의식하고 또 나름대로의 행방을 추측하고 있었어 조용해도 존재감이 막대해서 누구든 다들 의식하고 있는 사람이 하나쯤은 있잖아 그런 느낌이었어 이질적이었다는 말이 정확하다고 본다

병에 걸린 거다 수술 때문에 입원을 한 거다 말은 많았고 담임도 그냥 자세한 건 모르지만 집안 사정이라고만 했는데 포카리가 나흘째 학교를 안 나오고 있으니까 장례식도 아닌 것 같고 다들 야반 도주라느니 딱 그 나이대 애들이 할 수 있는 여러 상상이 진짜인 것처럼 부풀려져서 포카리의 뒤에 따라붙기 시작했어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묘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는데 포카리가 신내림을 받았다는 소문이었다

학교 자체가 애들이 별로 없고 여기는 비교적 촌구석이라 소문이 빨랐어 동네 고만고만한 애들이 오는 그런 변변찮은 학교였으니까 그 동네가 그 동네여서 포카리가 어디 사는지쯤은 다들 알 수 있었어 포카리는 중3 막바지 즈음에 이 동네로 이사를 왔는데 하도 조용하게 와서 처음엔 다들 빈 집인 줄 알았던 그 이상한 집이 포카리네 집이었어 부모님도 안 보이고 애 상태는 허약해 보여서 왠지 께름칙한 집으로 불리는 건 학교나 동네나 똑같았고

근데 동네에 포카리가 신병을 앓다가 신내림을 받았다는 소문이 왜인지는 몰라도 점점 퍼지기 시작하더니 그게 학교까지 닿은 상황 같았어 소문의 근원지는 아마 포카리네 이웃들 포카리가 학교를 안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내심 궁금은 했는지 찾아가는 족족 집은 비어 있었으니까 처음엔 야반 도주라느니 자살을 한 거 아니냐느니 하는 소문이 돌았지만 결정적으로 옆옆 동네 유명한 무당집에서 포카리를 봤다는 아줌마가 나와서 다들 신내림이다 신병이다 말들이 많았어 아무래도 신내림 자체가 자극적이고 기분 나쁜 이미지니까 다들 포카리를 더욱 의식하고 또 께름칙하게 여겼다

내가 포카리를 처음 본 건 고등학교에 올라온 다음이었어 포카리랑은 운명의 장난인지 3년 내내 같은 반이었는데 뭐 일단 반 자체가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과를 나누면서 바뀌는 인원이 다 고만고만했으니까 드문 일도 아니었지만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그 포카리랑 3년 동안 같은 반인 게 참 신기해 걔는 정말 도중에 사라져 버려도 이상할 게 하나도 없을 것 같던 이미지라 그런가 아무튼 걔를 3년이나 지켜봐 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지켜봤을 거야

하여튼 포카리가 없는 일주일 동안 교실은 자꾸만 살이 붙어 가는 포카리의 신내림 현황에 대해 토론하느라 과열되어 있었고 포카리는 딱 일주일 뒤에 교실로 돌아왔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덤덤하게 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인상이 변했다는 말이 실감이 나드라 예전에는 그냥 아프고 기분 나쁜 이미지였다면 그때는 조금 살기가 돈다고 해야 하나 조용하게 화가 난 사람을 보는 느낌이었다

포카리가 학교에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자기 책상에 신내림병이니 무당병이니 누군가 악의 가득하게 써 놓은 장난들을 지우는 일이었어 지우개로 살살 밀다가 안 됐는지 알코올 소독제를 책상에 들이부었다고 봐도 될 정도로 많이 뿌리고 미친 듯이 그걸 다 닦아 냈어 신내림 무당 귀신 보는 애 이런 싸가지 없는 낙서들을 정말 미친 듯이 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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