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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숨소리만이 방을 가득 채운 새벽.
문득 떠오른 크고 작은 근심들에
각자에 걸맞는 크기의 한숨들을 내쉬고 있었다.
이 어지러운 감정들을 하나로 묶어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공포.
두려움, 무서움 등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감정은
이 복잡한 머릿속을 채우기에 완벽했다.
시각, 청각,촉각.. 이러한 내게 다가오는 공포들은
나의 근심들을 없애주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작은 공포는 그것보다 더 큰 공포에게,
또 그 공포는 더욱 더 큰 공포에게 순서대로 잡아먹혔다.
어두운 방 안.
내 시야에 크게 공간을 차지하는 이 폰을 치우면,
과연 방 안에는 밖에서 들어오는 소량의
빛을 제외하면 어둠뿐만이 존재했다.
그리고 갑자기 느껴지는 이 이상한 이질감.
위일까? 아래인가? 아니면 위? 혹시 내 옆인가?
내가 창조한 그것은 나를 점점 잠식해가는 듯 했다.
나를 자꾸 훔쳐보는 듯 했다.
그리고 실제로 바라보는.. 저,
저 여자는. 내 의자에 쭈그려 앉은 자신의 키보다
더욱 더 긴 검은 머리카락을 추욱 늘어뜨리고,
무릎에 얼굴을 맞대어 나를 보고 있었다.
핏기를 다 뺀듯 다른 무엇의 색은
존재하지 않는 저 피부색.
검과 백만으로도 그것은
나의 감정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아직도 아무말 없이 나를 보고있는.
저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