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장기 중에 하나가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여러 검사받으면서 두달 정도 병원에 있었을 때 얘기야 <<주의>> 읽기에 앞서 해둘 말이 있어 (>>23레스와 동일한 내용) 혹시나해서 말해두지만 이거 주작 아니야 만약 주작이라고 하면 정말로 화날 것 같아 난 사람 목숨으로 장난치는 개쓰레기도 아니고, 내가 이 스레를 쓴 건 언니랑 있었던 일을 이렇게라도 좀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다들 인생을 소중히 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지 관심 그딴 게 필요해서가 아냐 다른 판 어디로 가도 애매해서 여기에 적은거지 재미로 쓰는 얘기도 아니고 그때 같은 병실에서 지내던 애들은 다 세상을 떠나고 없는데 이걸 부정하면 진짜로... 익명이라지만 고소할 의향도 있어 내가 지금은 한국에 살고있지 않고 15년도 넘은 일이라 그때 관련된 서류같은 건 이제 집에 없지만 요즘은 의무기록사본도 온라인으로 요청 가능하니까 만약 끝까지 의심하겠다면 그거라도 신청해서 받아볼게(찾아보니까 의무기록사본에 검사결과지랑 입원기록도 나오는 것 같더라) 옛날부터 서울에서 유명한 대형병원이라 아직도 거기서 운영 중이거든 나도 그 병원에서 태어났어 아무튼 소설같다고 해도 전부 사실이니까 의심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다른 어떤 얘기는 주작이라고 의심해도 상관없지만 이 얘기만큼은 진심으로 그런 소리를 듣고싶지 않아

난 그때 입원이 처음이었고 아무튼 많이 어릴 때라 사실 몇가지 빼고는 세세하게 잘 기억나지는 않아

>>3 >>4 마저 쓸게! 내가 머문 병실은 소아 환자들이 머무는 6인실이었는데 대형병원이다보니 그만큼 심각한 상태의 아이들이 많았어 근데 난 워낙 철없는 어린애라서 그런 건 전혀 신경안썼었지 그냥 아 병원밥 맛없어..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돼.. 이정도? 근데 너무 심심한거야 그 시절엔 핸드폰도 세상에 없었던 때라 진짜 심심했었어

처음에는 주변을 돌아다니려고 했는데 그래봤자 병원이고 금방 질렸어 어릴 때부터 엄청 사고치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서 그냥 좀 구경하다가 바로 돌아왔지 그 이후로 병실에 계속 있다보니 같은 병실을 쓰는 주변 애들이 눈에 들어왔어 나랑 나이도 비슷하고 같이 놀면 재밌겠다! 대충 이랬을거야 솔직히 무슨 생각으로 다가갔는지 정확히는 기억은 안나지만 어린애니까 뭐.. 적어도 분위기 읽을만한 눈치는 없었을 거라고 확신해

여기저기 기웃거렸는데.. 제일 먼저 친해진 여자애가 있었어 같은 성별이기도 하고 그래서 호기심에 말을 걸어봤지 몇살이야? 뭐하고 있어? 뭐 이런 거 근데 알고보니까 나보다 몇살 더 많은 언니더라 그래도 같이 얘기하면 훨씬 재밌기도 하고 난 그 언니 침대 옆에 자주 갔었어

처음에는 잘 몰랐었는데.... 내가 말할 때마다 언니가 묘하게 다른 방향을 보는 기분이 들었어 난 그게 착각인줄 알았는데 점점 착각이 아닌 것 같아서 뒤에 뭐가 있나 확인해보기도 하고 나랑 눈을 안맞추는 게 쑥스러워서 그런건가? 아님 내가 싫은가? 이런 식으로 추측했었어 난 소심한 편이었고 혹시 날 싫다고 할까봐 직접적으로 물어보지는 못했어 보통 엄마한테 물어보면 엄마가 뭐든 잘 아니까.. 그냥 엄마랑 산책할 때 엄마한테 물어보기로 결심했지

(여기서부터는 정확한 대화는 아니고 대충 이런 느낌이었어) “엄마 나랑 같은 방에 있는 언니는 왜 나 안쳐다봐?” 엄마는 음.. 잠깐 말이 없었어 난 혹시라도 내가 생각하는 답을 들을까봐 걱정하면서 “언니가 나 싫어해?” 이렇게 물어봤지 엄마는 절대 그런 게 아니라고, 그래도 내가 언니랑 많이 친하니까 알려주겠다고 했어 그 다음에 들은 얘기는 나한테는 많이 충격적이었어 언니가 많이 아파서 어느 날 눈을 잃었대 그래서 앞을 못본다고...

내 주변에는 눈이 안보이는 사람이 없어서 난 그쪽으로는 생각을 전혀 못했었어 눈이 안보인다니 나한테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 그래도 최소한의 눈치는 있어서 더이상 그거에 대해서 캐묻거나 하지 않았어 언니한테도 당연히 물어보지 않았고 난 그냥 항상 그랬던 것처럼 언니랑 떠들고 그랬어 그래도 눈이 안보이면 힘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은 항상 했었어

어찌됐든 그 이후로도 특별히 바뀐 건 없었고 언니는 주로 병실에 있거나 언니네 아빠가 오면 아빠랑 이것저것 얘기하고 그랬어 그때는 깊이 생각하지는 못했지만 그 병실에 있던 다른 애들도 주로 병실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어 다들 그만큼 많이 아팠으니까

하루는 밤늦게까지(어린이 기준) 안자고 깨어있었는데 언니네 아빠가 언니한테 작은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걸 봤어 왠지는 모르겠는데 언니도 그렇고 언니네 아빠도 그렇고 그냥 그 모습이 행복해보였어 생각해보면 언니네 아빠는 거의 매일같이 언니를 찾아왔던 것 같아 그 이후로도 가끔씩 자는 척 하면서 깨어있었는데 언니가 자기 전에는 항상 동화책을 읽어주셨어 난 그걸 들으면서 자는 게 일상이 됐고 언니네 아빠가 언니를 많이 소중히 한다는 거 하나는 알게 됐지

그러면서 시간이 많이 지났어 검사결과 난 특별히 아픈 곳이 없는 걸로 나왔고 장기에 부담이 될만한 행동이나 식습관만 평생 조심하면 된다고 해서 이제 병원에서 나오면 됐었어 근데 난 언니랑 헤어지기 싫었어 정도 많이 들어서 언니랑 좀더 있고 싶었는데 엄마는 안된다고 하시고 앞으로 연락할 수단도 없어서 언니를 못만날까봐 엉엉 울기만 했어

엄마가 달래주고 난 뒤에도 계속 울적해있었는데 그래도 언니한테 편지를 남기고 싶었어 그래서 엄마한테 부탁해서 종이랑 펜을 구해서 열심히 썼어 한 두장 가까이 썼던 것 같아 언니한테 하고싶은 말, 해주고 싶었던 말 전부 거기에 써서 엄마한테 언니네 아빠한테 전해줘서 나중에 나 가면 언니한테 꼭 읽어주라고 얘기했어

드디어 떠나는 날이 됐을 때였어 언니는 내가 간다는 말을 듣고 웃으면서 나랑 지내서 즐거웠다고, 잘 지내라고 그렇게 말해줬어 아마 언니는 내가 간다는 게 이제 더이상 안아프다는 얘기인 걸 아니까 그렇게 말해줬던 거겠지 그때 처음으로 언니한테 안겼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어 꾹 참고 언니한테 나도 너무 즐거웠다고 언니한테 사랑한다고 말했어 낯간지러운 말인데도 평상시에는 잘 안하는 말이 그냥 나왔어 그만큼 언니랑 지낸 시간이 소중했으니까

언니랑은 그렇게 헤어졌어 그 뒤로도 가끔 생각나기는 했지 나중에 우연히 엄마랑 그때 얘기를 하게 됐는데 엄마 말로는 언니는 그때 상태가 많이 안좋았대 소아당뇨 때문에 눈은 실명돼고 장기 하나는 더 이상 못쓰는 상황이었어 그래서 이식을 기다리는데 만약 이식을 못받게 되면 1년, 이식을 받으면 10년 더 살 수 있었고

거기 있던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였어 다들 몇년씩 입원해있던 환자였고 이미 장기가 많이 망가졌거나 진행중인 상태여서 이식을 못받으면 몇년 못사는 거지 장기 이식은 두번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15년도 넘은 이야기니까.. 언니도 걔들도 이제는 더이상 세상에 없겠지

그냥 두달밖에 같이 있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그 언니가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어 같이 지냈던 기억도 그렇고 그런 순간마다 숙연해지기도 하고 인생을 좀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해 다른 사람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인생 교훈으로 스크랩따고 갈게ㅠㅠ

그리고 혹시나해서 말해두지만 이거 주작 아니야 만약 주작이라고 하면 정말로 화날 것 같아 난 사람 목숨으로 장난치는 개쓰레기도 아니고, 내가 이 스레를 쓴 건 언니랑 있었던 일을 이렇게라도 좀더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다들 인생을 소중히 했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지 관심 그딴 게 필요해서가 아냐 다른 판 어디로 가도 애매해서 여기에 적은거지 재미로 쓰는 얘기도 아니고 그때 같은 병실에서 지내던 애들은 다 세상을 떠나고 없는데 이걸 부정하면 진짜로... 익명이라지만 고소할 의향도 있어 내가 지금은 한국에 살고있지 않고 15년도 넘은 일이라 그때 관련된 서류같은 건 이제 집에 없지만 요즘은 의무기록사본도 온라인으로 요청 가능하니까 만약 끝까지 의심하겠다면 그거라도 신청해서 받아볼게(찾아보니까 의무기록사본에 검사결과지랑 입원기록도 나오는 것 같더라) 옛날부터 서울에서 유명한 대형병원이라 아직도 거기서 운영 중이거든 나도 그 병원에서 태어났어 아무튼 소설같다고 해도 전부 사실이니까 의심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다른 어떤 얘기는 주작이라고 의심해도 상관없지만 이 얘기만큼은 진심으로 그런 소리를 듣고싶지 않아

아 맞다 혹시 의무기록사본 온라인으로 신청해본 사람 있어? 직접 방문이면 좀 곤란해서 그렇게 되면 내년이나 내후년은 돼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22 그렇게 봐주니 고맙네 나한테는 그만큼 의미있는 기억이거든 어릴 때 일이지만 내 인생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해 이때 일로 느낀 바가 커 가능하면 앞으로도 계속 기억하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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