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요즘 뭘하든 A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스레를 만들었어 들어줬으면 좋겠다. A는 내 가족이야. 어떤 관계인지는 언급하지 않을게. 나는 내가 후회되는 이야기를 하려고... 일단 A는 내가 초등학생일때 부터 같이 있었어. 항상 같이 다녔고, 학원이 끝나고 집가는 길엔 내가 A한테 삥도 좀 뜯었지. A는 용돈을 받아도 좀처럼 쓰는 법이 없어서 내가 과자 사먹게 돈좀 꿔주라 하면 흔쾌히 천원씩 내밀었어. 한번도 갚은적은 없지만.

괄괄했던 나랑 다르게 A는 몸이 좀 약했어. 조금만 스트레스 받아도 몸에 나타나는 타입 있지? A가 그나마 건강할때 우리는 같이 잘 다녔어..근데 A가 점점 더 아파지면서 우리가 멀어졌어.

A의 건강에 제일 문제였던건 신체화 장애야. 뮌하우젠 증후군이라고도 하더라? 이게 뭐냐면 실제로 몸에 아무 문제가 없는데 자꾸 여기저기 아프다고 호소하는거야. 처음엔 나도 진짜 걱정했어.

아픈 부위도 맨날 달라. 눈이 못뜰정도로 아프다고 했다가, 위장이 타들어가는 것같다고 했다가, 치아 잇몸이 아프다고 했다가, 아랫배가 아프다고...온몸을 돌아가면서 구석구석 아팠어.

그래서 안과, 내과, 정형외과, 치과, 신경과에 가는게 일상이었어. 하루에 한번은 어디든 꼭 갔어. 그러다가 이게 신체화 장애라는걸 알았지. 허무하고 짜증나더라고. 그러면 안됐는데 병원에 같이 가주는게 너무 귀찮았어

그리고 부끄러웠어. A가 다니는 병원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하는게 싫었어. 진짜 아픈것도 아닌데 맨날 가는거잖아. 또 A랑 같이 병원에 다니는걸 친구들이 알까봐 싫었어.

집안사람들은 시간이 많은 내가 꼭 A를 데리고 병원에 가라고 했어. A가 내 눈치를 보면서 내과에 가야한다고 했을 때 난 정말 짜증을 냈어. 그리고 A를 앞장세웠고, 나는 1m 뒤에서 모르는 사람인 척 따라갔어.

A가 먼저 병원에 가서 데스크에 말을 했고. 나도 따라들어갔지만 멀찍이 서있었어. 근데 그 병원에 간게 한두번이 아니었거든ㅋㅋ 당연히 간호사들도 내가 가족인걸 알았겠지. 그때는 그런 생각도 못하고...그냥 모르는척 했어. 아마 중1때 쯤 이었어. 그게 정말 후회된다.

왜 내가 A를 모르는척 했을까. 쪽팔린게 뭐라고. 그때 A는 어떻게 생각했을까...내가 A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을까? 지금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져.

A는 매운걸 못먹었어. 그냥 못먹기도 하고. 또 조금이라도 매운걸 먹으면 위장이 아프다고 난리를 쳤거든. 어느 수준이었나면 고추가루 안들어간 어묵볶음있지? 그런걸 먹고도 맵다고 했어. 하나도 안매운걸 먹고 자꾸 위염도 아닌데 내과에 가서 어떻게 해달라고 하니까..난 A한테 먹을걸 주는것도 싫었어.

나는 그때 라면을 좋아했고. 그걸 보고 A도 라면을 먹고싶었나봐. 나한테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더라. 난 당연히 귀찮았지..매운것도 못먹으면서. 진짜 먹을거냐고 몇번이나 확인을 하고 나는 집에 있는 진라면 매운맛을 밍밍하게 끓여줬어. 스프는 진짜 조금만 넣고.

딱봐도 저걸 뭔맛으로 먹는담 싶었는데 A는 그걸 맛있다고 잘먹더라...근데 나는 또 그게 싫었어ㅋㅋ 평소에는 안매운것도 못먹더니 아픈것도 진짜 선택적이다 싶어서 넌덜머리가 났지.

나는 지금도 라면 먹을 때 마다 그 생각이 나서 힘들어. 난 그때 진짜 배려가 눈꼽만큼도 없었던거지. 차라리 소금을 쳐서 간이라도 맞춰줄걸. 집 앞 편의점에서 사리곰탕면같은거. 더 안매운거 사다가 맛있게 해줄걸. 덤덤해졌다고 생각했는데ㅋㅋ좀 울것같다

후에 내가 사춘기도 심하게 오면서 A한테는 점점 신경을 안쓰게 됐어. 말도 잘 안했어. 나는 집밖으로 나돌았고 그때 또..일이 생겼지. 가족중에 한명이 죽었거든.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농약같은걸 먹고 자살하셨어. 나는 밖에서 그 소식을 들었고 발견한건 집에 있던 A였어..

나는 장례식에도 안갔어. 집안사람들이 경찰조사같은걸 마치고 장례식까지 치렀지. 난 A한테 관심 한톨 안줬어. 더더 반항만 했지. 담배피고 술마시고 집에 안들어가고.

A는 우울증에 걸렸어..이미 우울증이었던 걸지도 몰라. 나는 관심이 없었으니까..집안분위기도 우울했지. 집엔 나 포함 가족 아무도 안들어왔고, A만 방치됐고 파출부 도우미분 한명만 드나들었어.

그러기를 1년? 나는 고등학생이 되자마자 기숙사에 들어갔어. A같이 어둡고 무거운건 싹 잊어버리고 공부를 시작했지. 친구들이랑도 너무 재밌었어. 진짜 머릿속에서 A를 지워버렸어. A가 뭘하고 살든 내가 무슨 상관이야 하면서.

A는 가끔 나한테 전화를 했어. 어디가 아프다고 내가 보고싶다고..그때 A는 병원에 입원하는거랑 일상생활을 번갈아 하고있었던것 같아. 그때의 A에 대해서는 나도 잘몰라. 신체화장애가 전보다는 나아진것같았어. A는 우울증 약을 복용했어.

자꾸 전화가 오면 난 마음이 불편해져서 A를 차단해버렸어. 이게 정말 후회돼. A는 내가 전화를 안받을때 뭔 생각을 했을까.. 세상에 버림받은 기분은 아니었을까.

A는 정말...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2 말에 A가 죽었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졌대. 참..유서는 없고. 그냥 카톡 상태메시지에 안녕 이라고만 적혀있더라.

A의 주위사람한테 물어봤더니. A는 전날까지도 평범하게 생활했대.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성실하게. 가족 외에, 대외적으로는 A가 교통사고로 죽은걸로 처리됐어.

왜..무슨생각으로 그랬을까. 내가 A를 죽게 내버려둔거야. 뒤늦게 나는 전화번호부 차단에서 A를 풀었지만 다시는 그 번호로 전화가 올일은 없겠지.

사람들이 나한테 심리치료를 권했는데 나는 다 거절했어..그냥 하고싶지 않더라. 내가 뭐라고 A가 죽었는데 심리치료같은걸 하겠어.

내 행동 하나하나가 후회가 된다.

난 기숙사에서 나와서 A가 살던집에 살게 됐어. 이 집에 이제는 나 혼자 있고. A가 여기서 혼자 어떤 생각을 했을지 자꾸 묻게돼.

자꾸 이 집에 앉아있으면, A가 생각이 나. 밥을 먹을때도.

그냥 나는 생각해.. 왜 내 삶에 죽음이란건 자꾸 붙어있는 걸까. 왜 자꾸 내 가족들은 죽어나가고. 혹은 아직도 죽고싶어하고. 나는 아직 스무살인데 평생 이런 생각을 가지고 살게 될건지..

이 글을 읽고 혹시 비슷한걸 겪어본 사람이 있다면 말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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