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더라 하더라도 나와 같은 선택을 했을것이다.
2018년 7월 2일, 난 내가 죽는걸 보았다.
당시 대학생 1학년이었고 그날따라 강의실에서 졸음이 쏟아졌다.
30분만 잘까 라는 생각으로 엎드렸고 그대로 3시간동안 가위에 눌리듯 꿈 속에 갇혀있었다.
꿈 내용은 이러했다; 내 눈 앞은 대학교 앞 사거리였고 내 눈 앞엔 또 다른 내가 신호등이 켜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신호등 불이 바뀐 순간 난 길을 건넜고 그러던 도중 파란 트럭에 치여 즉사했다. 말 그래도 난 내가 죽는걸 보았다.
소름 돋는 부분은 내가 꿈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그 광경이 모두 꿈 속이란걸 인지하고 있었단 것.
자각몽일 수 있지만 그 꿈이 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이름없음2021/06/04 20:11:11ID : cIJTU1Ci1dD
헐 보고있어
이름없음2021/06/04 20:11:20ID : ry5cNvCoZiq
그 날, 힘겹게 꿈에서 깬 후 내 주변엔 친구들과 교수님이 서계셨다. 아무리 흔들고 불러도 깨지 않아 그저 가위라 생각했지만 강의가 끝난 후에도 미동이 없어 한참을 부르셨다 한다. 난 내가 많이 피곤한가보다 하며 가방을 들고 대학교 밖으로 향했고. 꿈 속과 동일하게 사거리 신호등을 기다렸다. 소름 돋게 기시감이 느껴졌고 난 본능적으로 뒷걸음질을 치며 편의점으로 달려가 상황을 확인했다. 창문 밖으로 사거리를 보는데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고 그 중 건너고 있던 다른 여학생이 꿈 속에서 보았던 트럭과 동일한 파란 트럭에 치였다. 내 운명이 그 아이의 운명과 바뀐건지. 입을 틀어막고 119를 부른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빙 돌아 집으로 향했다.
이름없음2021/06/04 20:13:06ID : ry5cNvCoZiq
집에 와서 머리를 손으로 감싼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만약 내가 꾼 꿈이 정말 예지몽이였다면, 내가 만약 내 운명을 정말 바꿔버린 것이라면.
내가 꿈을 꿨기 때문에 그 죄 없는 아이의 운명이 그렇게 비극에 치달은 것이라면.
난 더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았다.
그저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확실하고 명확했다.
꿈의 장소나 트럭, 혹은 소리와 주변 환경이 극히 동일했다.
이름없음2021/06/04 20:14:05ID : ry5cNvCoZiq
분명히 난 내가 죽는 것을 보았고 그것은 나의 운명이었을 것이다.
내가 죽어야 하지만 죽으면 안 되기에 누군가 나에게 꿈을 보낸 것인지,
혹은 어떠한 오류로 인해 내가 보면 안되는 무언갈 보고 내 운명을 바꾼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난 우선 살아야 했다.
이름없음2021/06/04 20:17:10ID : ry5cNvCoZiq
그리고 며칠 후 난 내가 죽는 운명을 절대 바꿀 수 없단 것을 알았다.
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채 일상을 끌어나가던 날들 중 하나였다.
그날도 똑같이 대학교에서 강의를 들은 후 집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난 그 꿈 이후로 절대 그 길을 건너지 않았기에 또 다시 빙 돌아 조금 멀지만 안전할 것 같은 길을 택했다.
그렇게 걸어가던 중 내 바로 옆으로 전봇대가 쓰러졌다.
바람 하나 불지 않고 공사 현장도 아니었던 그 길 한복판에서 그것도 내 바로 옆으로.
팔이 세게 긁히며 피가 넘치듯 흘렀지만 난 상처보다 그 상황이 더욱 더 공포스러웠다.
죽음이 날 쫓아오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