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얘기해보고 싶은 시에 대해서 썰풀어보는 스레입니다 야호~!
  •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이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된다. 편지 - 김남조
  • 캘리하다보니까 시를 자주 찾게 되는데 그 중 마음에 들어하는 시야 옛 사랑 추억하는 것 같은 느낌의 시라 좋아해
  • 내 볼에 와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등 뒤에 터지는 네 울음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 이건 이별하는 것 같아보여서 맘에 들어해 밝은 분위기들의 시 보다 낮은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뭔가 간결하고 슬퍼보여서 좋아. 이 시 필사할 때 마다 많은 생각이 나서 좋더라
  • 죽음은 위대하다. 우리는 입에 웃음을 띈 그의 것일 뿐이다. 우리가 삶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은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 마구 울기 시작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예전부터 죽음, 파멸, 소멸, 종말, 비극, 극단 이런 소재에 익숙해와서 그런가 이런 시가 익숙해. 비록 릴케는 죽음과 같은 소재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말이야. 이 시에서 가장 공감가는 부분은 "우리가 삶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은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 마구 울기 시작한다." 야. 우리는 애써 웃음짓고 소음을 만들어가며 죽음을 잊으려 하지만, 소음이 잦아들고 정적이 찾아오면 우리는 그를, 우울을 다시금 마주할 수 밖에 없어.
  • 얇은 사 (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 (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승무(僧舞) - 조지훈
  • 다들 중고딩 때 많이 봤을 시인데,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음...핰
  •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스며드는 것- 안도현
  •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오늘은 잘 모르겠어 오늘은 잘 모르겠어-심보선
  • 마흔두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이다. 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 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 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0%.$&%ㅒ#@?!$#*?(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주실 거죠?)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트렸다.$#.&@/.%,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 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이것이 날개다-문인수
  • 증명이 오직 병뿐인 당신 나는 숨을 쉬기 위해서 통증을 만든다 회복기의 노래-박성준
  • 너를 사랑하고부터는 맑은 곳에도 비가 내린다 울 것은 많고 마음이 소묘에 네가 번지는 일이 잦고 우울한 것들이 나의 호흡 사이사이로 뻑뻑해진다 창백한 낮에 비가 내리고 무지개는 스스로를 실종한지 오래 너는 언제까지 슬픔 사이로 촘촘해지니 비스듬한 마음 사이로 너는 비처럼 나를 적시고 나의 원고지에는 네가 쏟아지고 맑은 곳에도 비가 내린다 | 서덕준
  • 사각형내부의사각형내부의사각형내부의사각형 (어지럽소)
  • 아이야 오늘도 이 엄마는 너를 안았던 가슴이 너무 허전해 너를 부르며 피를 토한다 보고싶은 아이야 귀여운 우리 아가야 박경란 아이야 너는 어디에
  • <코코로지의 유령> 지금은 거울 속의 수염을 들여다보며 비밀을 가질 시기 지붕위의 새끼 고양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슬 픔을 가지고 있다 희고 작고 깨끗한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겨울 얼어붙은 호수의 빙판 위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나는 어른으로서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어른으로서 봄이되면 지붕 위가 조금 시끄러워질 것이고 죽은 물고기들을 닮은 예쁜 꽃들을 볼 수가 있어 봄이 되면 또 나는 비밀을 가진 세상의 여느 아이들처럼 소리치며 공원을 숲길을 달릴 수 있겠지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겨울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부끄러움을 가질 시기
  • 걸스카우트 매듭을 배웠는데 제대로 묶는 건 하나도 없죠 어리광 좋아해요 사랑 얘기만 하고 세상을 몰라요 -닌나 닌나, 박상수
  • 무얼 나눠 먹으면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비참하지 않을까 -피에타, 정 영
  •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제발 나를 안아주세요 베어먹지 않을게요 -서정적인 삶, 김 안
  • 문학을 알아! 나는 문학을 포기했는데. 너랑 친해질 만큼은 문학을 알고.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서 갔다. 문학을 알아! 담배를 빨다가 기침을 했다. 나는 문학을 알아! -펜은 심장의 지진계, 김승일
  • 누가 그 사람에게 빼앗으려거든 모두 다 빼앗으라고 가르쳐주어요 손도 발도 머리칼도 입술도 심장도 간도 췌장도 비장도 목소리와 목, 핏줄 하나하나까지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아이까지도 -누가 그 사람에게, 에쿠니 가오리
  • 흠뻑 젖은 셔츠 아래서 위가 뜨끔거린다 당신은 내게 제정신이 아니라지만 당신도 좀 그렇다 -칠월의 또 하루, 황인숙
  • 이어폰을 나눠 껴도 되나요 정말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나요 작년에 죽은 내 친구는 알까요 산 사람들도 죽음과 손잡고 있다는 걸 그게 어떤 기분인지 그게 어떤 슬픔인지 아직 우린 전염되지 않았어요 -전염병, 강성은
  • 이스트를 먹고 고장난 생각들 주사를 맞으면 괜찮아질까 시간의 태엽을 돌리면 잃어버린 웃음도 참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고작 가발로 대머리를 감추고 자꾸만 솟는 흰 머리카락을 모자 속에 감추는 것 세상은 뭐든 묶으려고 해 생각을 묶고 시간을 묶고 마음도 묶고 사랑은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열쇠를 잃어버리기도 하지 그래서 세상은 추운 거야 사람들은 쉽게 유행에 감염돼 오늘도 뉴스를 오려 -2010 겨울, 그리고 이미지들. 박지우
  • 죽고 싶은데 어떻게 죽어야 할지 몰라 종일 골목을 돌아다녔어 누군가 날 죽여주겠지 죽여주겠지 흥얼거리면서 말야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인형, 박은정
  •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팔복, 윤동주
  • 눈을 깜빡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자살, 류시화
  • 어떤 날의 습기, 냄새, 사탕의 빛깔 때문에 울기도 하는 나는 지지야 지지, 만지지마, 지지라니까 지지야 -나는 시인들이다, 황혜경
  • 우리는 사라져간다 충실히 소모될 것이다 너를 사랑해 이 기막힌 재난과 함께 -막, 김이듬
  • 나는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 -내가 너를, 나태주
  • 널 종교로 삼고 싶어 네 눈빛이 교리가 되고 입맞춤이 세례가 될 순 없을까 차라리 나는 애인이 나의 유일한 맹신이기를 바랐다 이현호 붙박이창
  • 몸 속을 날던 새 떼가 한꺼번에 추락한다. 우리는 학습 없이 살육을 이해하지. 서로를 사랑해. 깍지 낀 손처럼. 가깝고 멀게. 백은선 질문과 대답
  • 장미 도둑 서덕준 가시가 달렸다는 남들의 비난쯤은 내가 껴안을게 달게 삼킬게 너는 너대로 꽃은 꽃대로 붉은 머릿결을 간직해줘 우주를 뒤흔드는 향기를 품어줘 오늘 달이 참 밝다 꽃아, 나랑 도망갈래?
  • 붉게 노을 진 마음에 머지않아 밝은 별 하나가 높게 뜰 것입니다. 보나마나 당신이겠지요. /「별2」 서덕준
  • 아직도 너를 사랑해서 슬프다. 이 가을에, 나태주
  • 아이한테 물었다 이담에 나 죽으면 찾아와 울어줄 거지? 대답 대신 아이는 눈물 고인 두 눈을 보여주었다. 꽃그늘, 나태주
  •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반딧불, 윤동주
  •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로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하나 한 발 재겨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절정, 이육사
  • 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던 한 사내는 수국이 가득 핀 길가에서 한 처녀와 마주치는 순간 딱, 하고 마음의 불꽃이 일었음을 느꼈다. 사랑이었다. 서덕준 부싯돌
  •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그대는 한송이 꽃과 같이 하이네 그대는 한소이 꽃과 같이 그리도 맑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그대를 보고 있으면 슬픔은 나의 가슴 속 까지 스며든다 하나님이 그대를 언제나 이대로 말고 아름답게 귀엽게 지켜주시길 그대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나는 빌고만 싶어진다 꽃_김춘수
  •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첫사랑, 류시화
  •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으로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안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
  • >>42 헐헐 어떡해 나 이거 너무 좋아해...!
  • 눈으로 말하다 / 미야자와 겐지 안 되겠지요 멈추지 않는군요 샘솟듯이 가래가 끓어올라 저녁부터 불면과 객혈로 주위는 푸르고 조용하고 아무래도 곧 죽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상쾌한 바람인가 이제 청명도 멀지 않아서 푸른 하늘에서 솟는 듯이 상쾌한 바람이 부는군요 단풍나무의 새싹과 털 같은 꽃은 가을 풀처럼 출렁이고 불탄 자리가 있는 등심초 멍석도 푸릅니다 당신은 협회에 다녀오시는지 검은 프록 코트를 입으시고 이렇게 열성껏 치료도 해 주시니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한이 없습니다 피가 나고 있는데도 이렇게 태평하고 괴롭지 않은 것은 혼이 반쯤 빠져 나간 때문인지요 그저 피가 많이 나서 그것을 말할 수 없는 것이 가혹합니다 당신이 보면 매우 참담한 풍경이겠지만 나에게 보이는 것은 역시 아름다운 푸른 하늘과 맑고 투명한 바람뿐입니다
  • 애너벨 리 / 에드거 앨런 포(옮긴 이 정규웅) 아주 여러 해 전 바닷가 어느 왕국에 당신이 아는지도 모를 한 소녀가 살았지. 그녀의 이름은 애너벨 리─ 날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일밖엔 소녀는 아무 생각도 없이 살았네. 바닷가 그 왕국에선 그녀도 어렸고 나도 어렸지만 나와 나의 애너벨 리는 사랑 이상의 사랑을 하였지. 천상의 날개 달린 천사도 그녀와 나를 부러워할 그런 사랑을. 그것이 이유였지, 오래전, 바닷가 이 왕국에선 구름으로부터 불어온 바람이 나의 애너벨 리를 싸늘하게 했네. 그래서 명문가 그녀의 친척들은 그녀를 내게서 빼앗아 갔지. 바닷가 왕국 무덤 속에 가두기 위해. 천상에서도 반쯤밖에 행복하지 못했던 천사들이 그녀와 날 시기했던 탓. 그렇지! 그것이 이유였지(바닷가 그 왕국 모든 사람들이 알 듯). 한밤중 구름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와 그녀를 싸늘하게 하고 나의 애너벨 리를 숨지게 한 것은. 하지만 우리들의 사랑은 훨씬 강한 것 우리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현명한 사람들의 사랑보다도─ 그래서 천상의 천사들도 바다 밑 악마들도 내 영혼을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영혼으로부터 떼어내지는 못했네. 달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꿈을 꾸지 않으면 비치지 않네. 별도 내가 아름다운 애너벨 리의 빛나는 눈을 보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네. 그래서 나는 밤이 지새도록 나의 사랑, 나의 사랑, 나의 생명, 나의 신부 곁에 누워만 있네. 바닷가 그곳 그녀의 무덤에서─ 파도 소리 들리는 바닷가 그녀의 무덤에서.
  •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이승희 꽃이 지는 천변을 걸으며 어찌도 이리 다정하게 내 몸에 잠겨드는지 나는 애초 그것이 내 것인 줄 알았네 지는 것들을 보며 끈적이는 핏물이 꼬득꼬득 말라비틀어지도록 이처럼 황홀했던 저녁 내겐 없었다고 말해주었네 불 켜진 집들 사이에서 불 꺼진 집이 오랜 궁리에 빠져드는 동안 나는 그만 따라가고 싶었지 지는 것들의 뒤꿈치에 저리 아름다운 한가로움 내 것이 아닌 것들로 행복해지는 저녁 누구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고 가로등 불빛이 말해주지 않아도 내게 구역질하지 않는 것들로만으로도 얼마나 선한가 선한 것들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이제 나는 무엇을 더 내놓을 것인가 생각하는데 꽃이 지거나 지지 않거나 너는 가고 나는 남는구나 나는 남지 말아야 했다
  • 두 번은 없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는다. 우리가, 세상이라는 이름의 학교에서 가장 바보같은 학생일지라도 여름에도 겨울에도 낙제란 없는 법.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다. 두 번의 똑같은 밤도 없고, 두 번의 한결같은 입맞춤도 없고,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다. 어제, 누군가 내 곁에서 네 이름을 큰 소리로 불렀을 때 내겐 마치 열린 창문으로 한 송이 장미꽃이 떨어져 내리는 것 같았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함께 있을 때, 난 벽을 향해 얼굴을 돌려버렸다. 장미? 장미가 어떤 모양이었지? 꽃이었던가, 돌이었던가? 힘겨운 나날들, 무엇 때문에 너는 쓸 데 없는 불안으로 두려워하는가. 너는 존재한다 - 그러므로 사라질 것이다. 너는 사라진다 - 그러므로 아름답다. 미소짓고, 어깨동무하며 우리 함께 일치점을 찾아보자. 비록 우리가 두 개의 투명한 물방울처럼 서로 다를지라도. -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 당신은 나를 보면 왜 늘 웃기만 하셔요. 당신의 찡그리는 얼굴을 좀 보고 싶은데. 나는 당신을 보고 찡그리기는 싫어요. 당신은 찡그리는 얼굴을 보기 싫어하실 줄을 압니다. 그러나 떨어진 도화가 날아서 당신의 입술을 스칠 때에, 나는 이마가 찡그려지는 줄도 모르고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금실로 수놓은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당신은, 한용운
  • 밤은 고요하고 방은 물로 시친 듯합니다. 이불은 개인 채로 옆에 놓아두고, 화롯불을 다듬거리고 앉았습니다. 밤은 얼마나 되었는지, 화롯불은 꺼져서 찬 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나의 마음은 오히려 식지 아니하였습니다. 닭의 소리가 채 나기 전에 그를 만나서 무슨 말을 하였는데, 꿈조차 분명치 않습니다그려. 밤은 고요하고, 한용운
  • 어디 있니. 너에게 말을 붙이려고 왔어. 내 목소리 들리니. 인생 말고 마음, 마음을 걸려고 왔어. 저녁이 내릴 때마다 겨울의 나무들은 희고 시린 뼈들을 꼿꼿이 펴는 것처럼 보여. 알고 있니. 모든 가혹함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가혹해. 몇 개의 이야기 6, 한강
  • 하늘에는 달이 없고, 땅에는 바람이 없습니다. 사람들은 소리가 없고, 나는 마음이 없습니다.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잠인가요.   한 가닥은 눈썹에 걸치고, 한 가닥은 작은 별에 걸쳤던 님 생각의 금실은 살살살 걷힙니다. 한 손에는 황금의 칼을 들고, 한 손으로 천국의 꽃을 꺾던 환상의 여왕도 그림자를 감추었습니다. 아아 님 생각의 금실과 환상의 여왕이 두 손을 마주 잡고, 눈물의 속에서 정사한 줄이야 누가 알아요.   우주는 주검인가요. 인생은 눈물인가요. 인생이 눈물이면 주검은 사랑인가요. 고적한 밤, 한용운
  •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를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도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을 너를 위해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네 꽃 병 에 꽂 아 다 오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최승자
  • 한용운 시인 시 예쁘고 먹먹해서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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