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스레

좋아하는 시, 얘기해보고 싶은 시에 대해서 썰풀어보는 스레입니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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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이별하는 것 같아보여서 맘에 들어해 밝은 분위기들의 시 보다 낮은 분위기를 좋아하는데 뭔가 간결하고 슬퍼보여서 좋아. 이 시 필사할 때 마다 많은 생각이 나서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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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위대하다. 우리는 입에 웃음을 띈 그의 것일 뿐이다. 우리가 삶 한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은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 마구 울기 시작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예전부터 죽음, 파멸, 소멸, 종말, 비극, 극단 이런 소재에 익숙해와서 그런가 이런 시가 익숙해. 비록 릴케는 죽음과 같은 소재를 자주 사용하지는 않는 것 같지만 말이야. 이 시에서 가장 공감가는 부분은 "우리가 삶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하면 죽음은 우리 가슴 깊은 곳에서 마구 울기 시작한다." 야. 우리는 애써 웃음짓고 소음을 만들어가며 죽음을 잊으려 하지만, 소음이 잦아들고 정적이 찾아오면 우리는 그를, 우울을 다시금 마주할 수 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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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사 (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 (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우는 삼경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승무(僧舞) - 조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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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몸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는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으로 스며드는 것을 한 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스며드는 것- 안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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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지난밤에는 눈물을 흘렸던 것으로 볼 때어제까지 나는 인간이 확실했었으나오늘은 잘 모르겠어 오늘은 잘 모르겠어-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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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두살 라정식 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 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중이다. 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 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 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0%.$&%ㅒ#@?!$#*?(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주실 거죠?)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트렸다.$#.&@/.%,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 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이것이 날개다-문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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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사랑하고부터는 맑은 곳에도 비가 내린다 울 것은 많고 마음이 소묘에 네가 번지는 일이 잦고 우울한 것들이 나의 호흡 사이사이로 뻑뻑해진다 창백한 낮에 비가 내리고 무지개는 스스로를 실종한지 오래 너는 언제까지 슬픔 사이로 촘촘해지니 비스듬한 마음 사이로 너는 비처럼 나를 적시고 나의 원고지에는 네가 쏟아지고 맑은 곳에도 비가 내린다 | 서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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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로지의 유령> 지금은 거울 속의 수염을 들여다보며 비밀을 가질 시기 지붕위의 새끼 고양이들은 모두 저마다의 슬 픔을 가지고 있다 희고 작고 깨끗한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겨울 얼어붙은 호수의 빙판 위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이리저리 뒹굴고 나는 어른으로서 이 시간을 견뎌야 한다 어른으로서 봄이되면 지붕 위가 조금 시끄러워질 것이고 죽은 물고기들을 닮은 예쁜 꽃들을 볼 수가 있어 봄이 되면 또 나는 비밀을 가진 세상의 여느 아이들처럼 소리치며 공원을 숲길을 달릴 수 있겠지 하지만 보시다시피, 지금은 겨울주전자의 물 끓는 소리를 들으며 부끄러움을 가질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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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알아! 나는 문학을 포기했는데. 너랑 친해질 만큼은 문학을 알고. 버스 정류장까지 뛰어서 갔다. 문학을 알아! 담배를 빨다가 기침을 했다. 나는 문학을 알아! -펜은 심장의 지진계, 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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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 사람에게 빼앗으려거든 모두 다 빼앗으라고 가르쳐주어요 손도 발도 머리칼도 입술도 심장도 간도 췌장도 비장도 목소리와 목, 핏줄 하나하나까지 벌거벗은 채 떨고 있는 아이까지도 -누가 그 사람에게, 에쿠니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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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나눠 껴도 되나요 정말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나요 작년에 죽은 내 친구는 알까요 산 사람들도 죽음과 손잡고 있다는 걸 그게 어떤 기분인지 그게 어떤 슬픔인지 아직 우린 전염되지 않았어요 -전염병, 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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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를 먹고 고장난 생각들 주사를 맞으면 괜찮아질까 시간의 태엽을 돌리면 잃어버린 웃음도 참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은 고작 가발로 대머리를 감추고 자꾸만 솟는 흰 머리카락을 모자 속에 감추는 것 세상은 뭐든 묶으려고 해 생각을 묶고 시간을 묶고 마음도 묶고 사랑은 비밀번호를 수시로 바꾸고 열쇠를 잃어버리기도 하지 그래서 세상은 추운 거야 사람들은 쉽게 유행에 감염돼 오늘도 뉴스를 오려 -2010 겨울, 그리고 이미지들. 박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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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데 어떻게 죽어야 할지 몰라 종일 골목을 돌아다녔어 누군가 날 죽여주겠지 죽여주겠지 흥얼거리면서 말야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인형, 박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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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요 -팔복,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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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깜빡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자살,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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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도둑 서덕준 가시가 달렸다는 남들의 비난쯤은 내가 껴안을게 달게 삼킬게 너는 너대로 꽃은 꽃대로 붉은 머릿결을 간직해줘 우주를 뒤흔드는 향기를 품어줘 오늘 달이 참 밝다 꽃아, 나랑 도망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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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 반딧불은 부서진 달 조각 가자 가자 가자 숲으로 가자 달 조각을 주으러 숲으로 가자 반딧불,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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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로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우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하나 한 발 재겨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보다 절정,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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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보기를 돌 같이 하던 한 사내는 수국이 가득 핀 길가에서 한 처녀와 마주치는 순간 딱, 하고 마음의 불꽃이 일었음을 느꼈다. 사랑이었다. 서덕준 부싯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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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그대는 한송이 꽃과 같이 하이네 그대는 한소이 꽃과 같이 그리도 맑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그대를 보고 있으면 슬픔은 나의 가슴 속 까지 스며든다 하나님이 그대를 언제나 이대로 말고 아름답게 귀엽게 지켜주시길 그대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나는 빌고만 싶어진다 꽃_김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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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으로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안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동무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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